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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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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허무하고 헷갈릴 때가 있다. 그저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해왔던 일들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나아가야 할 일들을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정리하고픈 마음이 들 때,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지트’가 아닐까 한다. 이는 특별히 휴식을 취하거나 에너지를 보충하거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아니다.


어딘가 불안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삶이 아닌 지속과 관련한 뜀걸음을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다. 겨울이 찾아오기 전 나뭇가지를 떠나는 잎과 다르게, 봄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 피우는 꽃잎과는 다르게, 겨울에는 눈꽃으로, 여름에는 여우비로 찾아오는 하늘부터 땅끝까지 내리는 하늘의 눈물과 같은 일이다.


사시사철 계속되고 있으나, 그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다른 온도로 다가오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철 푸른 소나무처럼, 뜨거운 여름날에는 그림자로 식혀주고 추운 겨울에는 아직 푸름을 보여 식지 않은 초심을 보여주는 곳이 찾아가면 항상 그곳에서 있는 나무그루터기와 같은 아지트가 아닐까 한다.


누군가에는 사랑의 품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가상공간 세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세계의 지식이 쌓여 있는 곳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많은 천과 샘이 만나 이룬 강일 수도 있다. 또 어떤 누군가에는 그저 눈을 감으면 보이는 모든 곳이 아지트일 수가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당신의 아지트는 무엇인가 묻고 싶다. 그러면서 내 아지트는 편안하게 글을 읽을 수도 쓸 수도 있는 어딘가이지 않을까 말해본다. 나는 아직 나만의 아지트를 찾지 못했다. 필요하지 않아서라기보단 아지트의 조건을 다 충족하는 어딘가를 아직 발견하지 못해서라는 대답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다만 확실한 것은 언젠가는 꼭 찾게 될 거라 믿는다.


나의 아지트가 생기면, 그곳에 지금부터 언제까지라도 함께하고 싶은 동료가 되고 싶은 많은 사람을 초대해보고 싶다. 그런 날을 마음껏 꿈꿀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런 공간이 곧 내게도 생겨날 거라는 믿음과 확신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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