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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글쓰기 (초 단편 소설)

'바람길'로 쓰여진 쏘설

by 라한

소설/장면 (김태연-바람길)


비가 내리면 생각나는 곳으로 제우는 발걸음을 향했다. 족히 십년은 넘어 보이는 이것저것 다 팔 것 같은, 정작 파는 것은 음식보다는 정이 많을 것 같은 가게였다. 허름했지만 손님들은 많았다.


제우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면 생각이 나서, 제우와 마찬가지의 발걸음을 먼저 한 사람들이 자리를 만석으로 채우고 있었다. 사실 그보다 가게가 좁아 8개의 테이블 밖에 없었기에 제우는 8등 안으로 가게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기다렸다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우도 그 중 하나였다. 제우는 줄을 서서 자신의 차례가 올 시간을 세어보니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다. 비를 맞으며 기다리면서 먹어야 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기다렸다.


기다리면 그칠 비처럼, 기다리면 올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자신 앞에 서 있던 여자 한 명에게 “늦어서 미안해” 라고 말하는 다른 여성 한 명이 온다.


‘처음부터 같이 설 것이지’ 생각하는 제우였다. 그 여자가 주변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리기 전까지 그랬다. 갑자기 몰아친 비바람에 우산을 쓰고 있었지만 젖었다.

그중 마음이 가장 많이 젖었다. 마주침도 못한 사이인데, 그녀의 얼굴이 심장에 새겨졌다. 갑자기 내린 비는, 또 갑자기 그쳐서 햇빛이 갑자기 또 쨍하고 비추었다.


그 햇빛 사이를 타고든 그녀의 얼굴이 제우의 머리와, 심장에 깊히 베겼다. 제우가 머쩍게 서 있는 사이에 앞자리에 간격이 벌어지고, 뒤에 선 사람이 왜 안가지? 하는 물음을 품고 제우의 뒤에서 목덜미를 내밀 때, 제우는 아뿔싸하고 앞으로 한 발짝 걸어가는데, 꼭 이럴 때 힘이 빠져서 실수를 하고 만다.


제우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자 “으악!” 하고 앞에 선 그녀에게 들이박는다. 제우는 젖어버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허름한 가게에 부서진 시멘트 조각에 제대로 찍혀, 제우의 무릎은 빗물과 핏물이 뒤섞였다. 아픈 것보단 부끄러운 마음이 커져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을 때, 떨어진 자신의 가방을 줍던 그녀가 제우의 피를 발견한다.


“어머, 피.. 괜찮아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야 하는 시간이었다.


“아. 네. 죄송합니다.”

“아니, 네..”


제우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본다. 그녀도 자세를 낮춰 제우와 맞는 눈높이를 하고 있었다. 비가 그친 후 햇빛이 강렬해서일까, 제우는 앞으로도 이 순간을 평생을 지내고도 지우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제우와 그녀 사이에 이상한 바람이 불었다. 차지도, 뜨겁지도 않는, 따뜻하고 시원한, 바람이었다. 바람의 길을 따라 마음이 그 길을 걸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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