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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5분으로 전체를 보게된 드라마 '한성별곡 正'

"살아가질 수 없다면, 죽어 가지겠나이다"

by 라한



처음 한성별곡 正을 알게 된 것은 드라마 마지막회 5분이었다. 그 5분의 클라이막스가 흐르는 동안 JK 김동완이 부르는 드라마 OST '평행선'이 흐르고 남자 주인공은 이미 죽은 여자 주인공을 잡으려는 듯 피 묻은 손을 내밀고, 눈을 감으며 한 대사가 가슴을 베어 그 드라마 전체를 찾아 보게 만들었다.


"살아 가질 수 없다면, 죽어 가지겠나이다..."


두 사람이 죽고, 두 사람의 시체를 수습하는 두 남여가 있었다.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의 손길을 마주잡게 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 중 한 남자배우가 '양만오'역 '이천희'였다. 이후 드라마 대왕세종에서 장영실을 맡은 모습과 떴다패밀리에서 보게 될 때 되게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한성별곡 正이라는 드라마는 단 5분만에 나는 매료되어 버렸고 전부를 찿아보았다. 당시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시절, 한성별곡에 나오는 정조의 대사와 당시의 대통령의 말과 비슷하다고 이슈가 되고 있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였다. 개혁 군주인 정조는 개혁을 시도했지만 독살 당했고, 남자 주인공 '박상규'는 그 암살을 막으려고 별순검이 되어 그 배후 세력을 찾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배후 세력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이자, 살아서 가질 수 없었고, 죽어서라도 가지고자 했던 여자 주인공 '이나영'이었다.


이나영이 정조를 암살하려는 동기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였다. 정조는 이나영이 자신을 죽이려는 의녀인 것을 알아 챘지만 그녀의 목숨을 거두지 않았다.


이나영의 아버지가 정조에게 역모 죄로 죽은 이 참판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참판은 계층을 부수고, 왕 없이 모두가 주인인 시대를 열려고 했기에 처단당했다. 정조는 그런 시대가 오더라도 그 주역은 그대가 아니어야 했다. 하면서 눈물을 머금고, 왕권을 위해 이 참판을 처형한다.


"이공이 어찌 역도가 될 수 있단 말이오?" 라는 물음에 이 참판은 "나라의 주인인 백성이 직접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는 제 신념은 변함이 없습니다. 전하." 라고 말한다. 이후 말을 오가다가 마지막으로 이 참판은 "전하, 현실은 언제나 신념을 어둡게 하지요. 어찌 희생하지 않고서 그 신념을 지켜낼 수 있겠습니까?" 말하며 명운을 달리한다.


한 때 개혁의 동반자였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역모죄로 죽은 사람은 무덤을 가질 수 없는데, 이름 모를 무덤에 이나영을 데리고 간다. 이나영은 그 무덤에 묻혀 있는 자가 자신의 아버지인 줄도 모른 채로 정조의 옆에서 그 무덤을 바라본다. 그때 정조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었다며, 절을 해달라고 하며, 이 사람들은 나의 벗이자 스승이라면서, 나를 죽이고자 했던 자이자, 그가 아끼는 사람이었다 말한다. 그 사람과 꿈꾸던 조선이 바로 눈앞에 있다며, 옛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끝내, 개혁선포를 하루 앞둔 순간, 나영이 탄 독이 든 약탕을 마시며 "당쟁은 줄지 않고 백성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신료도 백성도 나를 탓하는데, 나의 간절한 소망을 따랐다는 이유로 소중한 인재들은 죽어나가고 내가 굼꾸었던 새로운 조선은 저만치서 다가오지 않는다. 아무리 소름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나는 결코 저들을 이길 수 없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야,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 지는 것이다. 나의 신념은 현실에 조롱당하고, 나의 꿈은 안타까운 희생에도 끝내 포기 하지 않던 나는 과연 읋은 것이냐" 물으며 최후를 맞이한다.


그런 아버지의 딸이었던 이나영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나영은 서자로 태어나 자신에게 한탄을 하던 상규에게 "사내로 태어나 어찌 원망만 하십니까, 계집인 저도 꿈을 꿈니다." 라는 말로 상규에게 꿈을 주었다.


상규는 그렇게 꿈을 위해 나아갔지만, 역적 집안이 되어 노비로 전략하는 나영을 지킬 수 없었다. 그래서 정조의 암살 배후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도 반대할 수 없었다. 그저 "진실이 알고 싶습니다."로 아버지를 추격하고 있다고 대드는 것 밖에 못했고, 그 아버지가 말하는 "알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 라는 말에 대꾸할 수 없었다. 아니, "정치란 백성을 위한 것입니다." 말해보았지만, 메아리로 그쳤을 뿐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막을 수도, 지킬수도 없었던 상규였다. 마지막으로 정조의 죽음마저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정조가 맡긴 유언을 전달하기 위해 나영과 함께 길을 오르지만, 결국 두 사람은 정조 암살의 핵심인 나영을 제거하려는 세력에 쫒겨, 붙잡혀 죽임을 당한다. 나는 그 장면을 본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이 맞닿고, 오래 그리워 했던 두 사람이 마침내 만났으나, 나영은 상부로부터 정조를 위해 일하며 자신들을 추격해오는 상규를 죽이라는 명을 받는다.


그때, 나영의 스승인 황집사는 나영에게 말했다.


"그대로 두는 법을 안다면, 그대로 두어라, 허나 쉽지 않을게야" 라는 말을 했다.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그대로 두는 법을, 나는 아직 모른다. 이뿐만 아니라 한성별곡 正에 나온 수 많은 명대사들을 잊지 못한다.


어쩌면 한성별곡 正은 내게 <픽션>사극의 길을 안내하고 정치를 관심가지게 하며 드라마를 꿈꾸게 만든 오랜 역사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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