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한
여름이었다.
이른 새벽과 늦은 저녁이 가능한 여름이 왔다.
남보다 이른 출발과 늦은 퇴근을 하더라도
여전히 가로등 빛보다 밝은 별이 하늘에 있었다.
여름에 없는 건 차가운 눈꽃 밖에 없다.
슬퍼진 날들을 하늘이 대신 울어주는 계절이었다.
끝내 포기하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강물이 만난 해변가에서
바로 지워질 발자국 하나 남겨놓고
마음을 채운 네 자취도 그리되길 바라여 본다.
온갖 흉터가 남더라도 놓지 못했던
뜨거운 날들의 화상에 너를 태워 보낸다.
마음의 재가 남은 세월을 살아갈테지만.
시간이 흐려줄 테니, 그런 시간이었다.
날이 긴, 노을이 유난히도 붉어, 새벽은 짧은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