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보다 처음 같은 순간
살아 만날거라 기대하지 못했던 인연
스쳐가지 못하게 막아서 잡고픈 욕심으로
끝내 붙잡으려다
날카로운 칼날을 핥는 늑대처럼
생의 굴레에 피멍이 들었어도
지켜내고 싶었던 그 어떤 마음이었다.
세상 가장 단단한 마음이.
타고 타 재가 되어버린 듯.
짓밟고 꾸짖고 메질해도
광복을 되찾은 독립투사의 신념같이
결국은 마주치고만
운명이었다.
나는 여기 있고,
너는 거기 있어서
왕도 이루지 못한
파멸의 사랑을
우리는 외줄 사이에 만난 광대보다 신나게
외나무에서 마주친 원수보다 뜨겁게
한 껏 뜨겁게 타오르다
재로 다시 타오르리다.
너와한 모든 것이
오직 나의 처음이고,
오직 우리의 처음일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