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22

by 라한
손예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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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예진서

제목: 태양이 뜨고, 달도 뜨고


아주 오래전에 태양이 무려 일곱이었다고 했다. 그러니 지금의 시대는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나의 나라에서 태양은 임금, 왕을 상징했다. 태양은 결코 두 개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두 개의 태양이 뜨려고 하고 있었다.


“정말, 엄청난 일이지 않아?”

“그러게.”


두 왕가가 하나가 되는 일이었다. 그것도 왕족의 누군가가 아닌 실제 나라를 이끄는 ‘왕’과 왕의 결혼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존재인 두 사람이었다.


“예진서.”


진서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그런 진서의 이름을 부른 건 역시나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이름을 가진 희성이었다.


희성은 진서의 울타리 밖 다른 울타리를 가지고 있는 자. 진서와 동격의 존재. 하늘이 선택하는 인물. 하늘과 소통하는 인물이라고 하는 한 나라의 왕이었다.


“왕희성.”


진서도 희성의 이름을 읊조렸다. 왕국의 왕들이 만나는 자리에서 두 사람은 자주 의견이 충돌했다.


각 왕국의 이득을 위했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자신의 나라를 위해 일하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서로가 이끄는 백성들을 위해, 나라를 위해 끊임없이 충돌하는 두 사람이었다.


‘정말 짜증나는 상대야’


어느 한쪽도 틀림이 없이 두사람이 똑같이 가진 생각이었다. 그렇게 사사건건 충돌만 했던 두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갑자기 결혼을 발표했다.

이 소식에 백성들은 한동안 쇼킹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러면 나라의 왕인 두 사람의 자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모두의 시선은 그쪽으로 향했다. 두 왕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정작 이제 자신들이 다스리는 나라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두 사람도 몰랐다.


“결혼…”


언젠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이후부터였다. 마음을 확인하고 이제는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붙여 다니게 됐을 때부터는 조금씩 걱정하던 미래였다.


나라의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런 걸 먼저 결정하고 결혼을 진행해야 했는데, 결정하지 못했다.


한 나라의 왕위를 포기하고, 다른 나라로 가서 사는 방법과 더불어 아예 두 나라가 합쳐지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두 나라는 오랜 역사를 통해 서로 라이벌로 여기고 있는 숙적과 가까웠다. 축구로 치면 엘 클라시코라는 매치 이름까지 있는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장미전쟁으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과 같은 관계와 같았다.


하나가 될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가문처럼 오랜 기간 싸워왔는 나라였다.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고 빼앗고 되찾기를 반복하는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그래서 두 나라의 왕이 결혼을 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반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도성에 몰려들었다.


휘성이 보내준 선물을 우아하게 살펴보는 진서였다.


“왕희성.”


희성의 이름을 읊조렸다.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진서가 삼촌의 손을 잡고 올림픽을 관람하기 위해서 떠난 프랑스에서였다. 키가 어른들의 허벅지 정도만큼 했던 작디 작은 시절이었다. 두 사람 모두가 애였던 시간이었다. 그때만 해도 절대로 몰랐다. 결혼을 결정하게 될 줄은 절대로 몰랐던 두 사람이었다.


차라리 지구가 멸망해버리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실제로 지금도 어쩌면 두 사람의 결혼이 지구멸망의 신호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어렸던 시절을 떠올리는 진서였다.


파라에서 생긴 일처럼, 파리의 에펠탑의 밑에서 처음 만났던 두 사람이었다. 진서는 에펠탑으로 오기전 루브르 박물관을 보면서 우리의 역사도 이 곳에 있다고 국력을 길러서 다시 찾아와야 한다고 말하던 삼촌이었다.


“왜 뺏겼는데?”


당시 진서의 나라는 영국이 도왔고, 희성의 나라는 프랑스가 도왔다. 그렇게 프랑스에게 영국에게 각자의 나라의 보물을 강탈당한 두 나라였다.


“약해서.”

“약해?”


진서는 약하다는 걸 몰랐다. 왕족으로 살아오면서 자신보다 강한 사람은 없었다. 어린 자신에게도 고개를 조아리는 게 진서의 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래. 영국과 프랑스가 그땐 우리보다 강했다.”


진서는 르부르 박물관의 수많은 유물들을 보고 자국에 있는 가온 박물관을 떠올렸다. 루브르는 여러 나라의 유물들이 조금씩 있었지만, 가온 박물관은 자신의 나라의 여러가지 유물들이 있었다.


“다시 힘을 길러서 가져와야겠네?”


아직 어린 진서를 보며, 그런 진서의 머리를 쓰다듬는 삼촌이었다. 그렇게 되어야겠지 생각했다. 진서는 강력한 힘을 원하는 삼촌을 좋아했다.


너무나 강력해져서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기 직전까지, 아니 그런 시도 후에 귀양길에 오른 직후에도 그랬다.


하지만 당시엔 삼촌의 손을 꽉 잡고 있었던 어린 진서였다. 그런 진서의 앞에 부들거리며 나타나는 두 사람이 있었다.


이모의 손을 꽉 붙잡고 나타난 희성이었다.


두 사람 보다 먼저 국경을 넘어 사랑한 존재가 있었다. 희성의 이모와 진서의 삼촌이었다. 두 사람은 두 사람의 밀회에 이용되었다.


서로 원수지간이었던 두 나라였지만, 백성들 사이에서는 이 국적에 상관없이 실제로 사랑을 나누는 사람들은 많았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걸 다스리는 입장인 왕족이 하는 건 불가능한 영역에 가까웠는데, 먼저 두 사람의 삼촌과 이모가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두 사람은 왕이 된 후에 이를 답습했다.


삼촌이 진서의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킨 것도 희성의 이모 때문이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나라를 저버린 삼촌이었다. 비록 실패했지만.


“왜 안됩니까!”

아버지에게 따지고 들던 삼촌이었다. 자신은 자신의 뜻대로 하겠다고 하는 삼촌이었고, 그런 삼촌을 말린 아버지였다.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인물들이 삼촌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반란을 일으켰는데, 실패하고 귀양길에 올랐던 삼촌을 떠올렸다.


‘그때부터 였을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부터 희성을 사랑하게 된 줄은 몰랐다. 어느새 스며들었다. 싸울 때도 사실은 이미 사랑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걸 부정하기 위해서 더, 계속, 크게 싸웠던 걸 인정하는 진서였다.


에펠 탑 아래에서 만난 사람. 그 사람이 하필이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또 운명은 야속하게도 두 조카를 데리고 왔던 이모와 삼촌이었다. 두 사람도 만약 진서와 희성처럼 왕이 됐다면, 그래서 자신의 뜻대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다면 두 사람 보다 먼저 두 왕가의 연인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이모와 삼촌이 각 나라의 백성들의 눈을 피했던 장소는 유럽이기도 했고, 아프리카의 오지와 사막이기도 했다.


때로는 가까운 일본에서도 밀회가 이루어졌다. 그때마다 눈을 속이기 위해 자신들의 나라의 왕자와 공주에게 잘해준다는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데리고 갔었던 진서와 희성이었다.


“예진서, 너 정말!”

“너야말로!”


그렇게 두 사람은 허물없이 잘 지내왔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다. 그럼에도 잘 지내다가 어느새 차기 왕의 자리가 되는 세자가 된 후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모와, 삼촌이 있을 때는 자주 만났던 두 사람이었고, 소통도 자주 했지만 세자의 자리에서 본 두 사람은 심리적으로 아주 멀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의 이득을 위해서는 네가 포기해야 해.”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았다. 거기다 기름은 가만히 섞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불처럼 타올라 물을 메마르게 했다.


“적당히 좀 해 적당히 좀!”


서로가 앙숙이 된 건 이렇게 매번 부딪쳐서였을까? 아니면 부딪치기 위해 서로가 골탕 먹는 짓을 골라 해서 그랬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마음은 두 나라의 오랜 전통을 넘어섰다. 아무리 억누르고 지워보고 돌아보지 않으려 해도 진서도, 희성도 서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일부러 아무 소식도 듣지 않으려 해도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나라의 소식은, 특히 그 나라를 이끄는 왕의 소식은 들려왔다.


하물며 왕이 되어서 직접 참여하는 국제회의에서 두 사람은 계속 볼 수밖에 없었다. 만약에 마주치지 않고, 들리지 않았다면 두 사람이 결혼할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건 국제회의가 진행되고 있을 시점에 갑자기 전정이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에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두 사람만 있었다. 각자 모시는 신하들이 서로의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국제회의관 도서관 자료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서 발로 뛰고 있었고, 두 사람은 위엄 있는 왕 답게 천천히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멈춰 섰다. 그리고 불도 꺼졌다.


“?!”


놀란 진서와 희성이었지만 어쩐지 옆에 진서가 있는 게, 또 희성이 있는 게 반가웠다. 왕위에 오른 이후 줄곧 부딪치는 거 밖에 못했던 두 사람이었다.


마음을 확인할 수 없고, 오해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이 무슨.”

“정전이 일어난 건가?”


두 사람의 역사만 보면 한 쪽이 한 쪽을 암살하기 위해서 벌인 작전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오히려 희성은 그때, 진서에게 진서는 걱정하지도 못한 말을 했다.


“만약, 권종 때처럼 내 나라의 신하 중 미친 자가 너를 암살하기 위해 나 조차도 모르게 꾸민 일이라면 내가 무조건 막아주겠다.”


아마도 희성이 있을 법한 위치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검은 물체가 왠지 더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희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구에 등을 보인 채 구석에 있는 진서를 보호 하가 위해 엘리베이터 모서리에 손과 팔을 이용해 방어막을 치고 있었다.


조금식 느껴지는 희성의 붉은 숨소리와 박자였다.

쿵.쾅.쿵.쾅 하고 뛰었다.


콩.덕.콩.덕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긴장의 끈이 순간적으로 놓아져 진서도 자신의 심장 또한 희성과 같이 뛰고 있는 걸 눈치챘다.


그렇게 서로가 ‘설마’를 그리며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때 불이 켜졌다.

두 사람의 입술이 거의 닿을 지경으로 붙어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는 오로지 두 사람의 눈만 보였다.

우주가, 서로의 우주가 눈 앞에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모르겠다.”


진서는 미친 척하고 자신의 몸을 앞으로 기울었다.


지금의 상황에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될 대로 대라는 식이었다. 무언가 바랐 다기 보다는 자신도 모를 미지에 끌려가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미지속으로.


허나 혼자는 아니었다.

당시의 두 사람에겐 서로가 한 나라를 이끄는 왕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게 분명했다.


국경도, 과거도,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조차 생각하지 않게 된 두 사람이었다.

서로를 담은 게 시선만이 아니게 된 두 사람이었다.


입술이 부딪치고, 서로의 입안을 마치 탐색하러 나온 수색병처럼 휘저었다.

그렇게 입을 맞추고 숨을 맞추고 마음을 전하는 두 사람이었다.


한 마디의 말도 없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먼저 도서관으로 보낸 신하들이 보게 됐다.


엘리베이터에서 밀회를 하는 자신들의 최고 상관.

두 왕의 키스를 목격하는 두 나라의 신하들이었다.


들고 있는 책을 모두 떨어트리면서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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