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24
정려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정려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유나
제목: 유나의 무대
순간이 영원으로 승격될 때가 있었다.
유나는 그런 순간 하나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꿈이 생겼을 정도였다.
“포기도 용기야.”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실패를 겪은 유나였다.
언제 자신이 바라는 성공이 올지 몰랐다.
이제 정말 포기해야 하나 싶었다.
항상 꿋꿋했던 유나였지만 쌓이고 쌓인 실패는 유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신은 버틸 수 있는 만큼, 성장할 수 있게 시련을 준다고? 그거 왜 나하텐 해당 안되는 건데, 나 이제 못 버텨, 더 이상 못해.”
취해버린 유나는 술을 통해 고통을 꺼냈다.
하지만 다행인지, 아니면 안타까움 인지 아무도 듣지 않았다.
친구를 부르지 않고 혼자 혼술을 한 유나였다.
자신의 선택이었다.
부르면 나올 사람은 있었지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유나는 겉으로 보면 누구보다 강한 여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항상 강한 척하며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던 유나였다.
“아,”
그렇게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마시면서 잔뜩 취한 유나였다.
그런 유나를 보고 치근덕거리려고 다가오는 남자들도 있었지만 유나는 무시했다.
“제가 왜 여기 혼자 있겠어요? 설마 마실 사람이 없어서 외로워서 혼자겠어요? 생각을 해보세요. 나처럼 예쁜 사람을 남자들이 그냥 두겠어? 당신도 그래서 온 거잖아요? 나 외롭지 않아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 혼자 있는 거라고!”
“아니, 아가씨. 왜 말을!”
자신의 의도가 들통나자 부끄러워진 남자는 유나에게 한소리를 하려고 했지만 주변이 말렸다.
포장마차의 주인도 남자에게 그만 돌아가라고 했다.
“이봐요. 선생님. 너무 취하신 거 아니예요? 너무 취해 보이니까 오해를 사지.”
“제가 취해 보이나요?”
유나가 잔뜩 붉어진 두 볼로 포장마차의 사장님께 물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성들이 유나의 얼굴을 보다가 멈췄다. 아마 그 순간에 그들에게 순간이 영원이 된 순간일 수도 있었다.
“네. 취했죠. 꿈에 너무 취해서. 이렇게 살고 있죠.”
유나는 자신의 순간을 떠올렸다.
유나의 꿈은 멋진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가수였다.
어렸을 때 알바로 콘서트장 스텝을 갔었던 유나였다.
그때 무대를 바라보며 열정을 퍼 붙는 관객을 보고 가수를 봤다.
무대를 바라보며 응원하는 관객도, 그 무대위에 서서 공연을 하는 가수도 멋져 보였다.
그래서 가수가 되려고 오디션을 보고 노력을 했지만 쉽게 될 수 없었다.
벌써 8년차 연습생인 유나였다. 내년이면 이제 스무 살이었다.
“흠.”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동생들이 먼저 데뷔를 했다.
이제 유나는 꿈을 포기하고 그만 무대를 내려가 야할 때인가 싶었다.
세상에는 오래된 것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연습생을 오래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다. 만약 데뷔를 하고 오래됐으면 그건 롱런이라 좋은 거지만, 데뷔도 못한 유나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안 되면 그만 둬야겠지.”
그렇게 유나는 데뷔조를 뽑는 테스트에 다시 한번 응했다.
미생에 나오는 장그래라는 인물이 있었다.
장그래는 실력이 좋지만 결국 프로로 입문하지 못하는 만년연구생이었다.
유나는 자신도 그런 처지가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파이널 무대에서 미끄러지는 유나였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날이 되기전에 팔을 다친다던 가 장이 안 좋다던 가 심한 감기에 걸린다던 가 그랬다. 온 우주가 유나의 데뷔를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때마다 다음을 기약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유나였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도저히 안됐다. 마의 노선.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한 10대도 올해로 끝이었다. 내년에는 법에서도 미성년자가 끝나는 성인이었다.
“잘하자. 정유나. 난 잘 할 수 있어!”
화장실 거울. 예쁘게 빛나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이제 이틀 뒤면 파이널 무대였다. 예선 라운드는 지금까지처럼 가볍게 통과했다.
동료들과 선후배들도 조심스럽게 유나를 응원했다. 8년간 데뷔하지 못한 스트레스가 지금 터지면 안 되니까. 스태프들도, 선후배 동료들도 모두 유나를 응원하며 지지해주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절대로 탈나지 않는 음식만 챙겨주는 부모님부터, 빨리 데뷔하라고 오빠 군대가기 전에 데뷔해서 동생 덕 좀 보자는 오빠도 유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렇게 혼신을 다해 무대를 잘 마칠 준비를 하는 유나였다.
이미 실력면에서는 다른 데뷔한 프로들 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 유나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파이널 무대에 오른다. 장정 이 시간을 8년을 기다렸다. 아주 성공적으로 무대를 하는 유나였다.
유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데뷔 조 들겠네.”
그런데 그때 깝자기 무대에 불이 모두 꺼졌다. 처음에는 유나의 무대 중에 특별공연인가 싶었다. 그런데 건물 전체가 갑자기 정진이 된 것이었다.
가장 큰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다. 속에 열불이라서 울고 싶은 유나였다. 조심스럽게, 먹을 것도 참아가면서 힘들 게 준비한 유나였는데, 이제는 이렇게 외부까지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때 건물에 다시 불이 들어왔는데, 우연하게 유나만 비췄다. 그 모습이 마치 무대의 주인공처럼 비춰지고는 있었지만 금방 깜박거리다가 꺼져버렸다.
그렇게 그날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뒤로 미뤄졌다. 이후 다시 파이널 무대 테스트가 생겼는데, 그때를 유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유나의 테스트 무대가 이런식으로 혼돈이 오자, 회사에서는 유나를 데뷔시키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렇게 말썽이 일어나면, 실제로 데뷔를 했을 때 이 보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징조가 아니겠냐구요.”
“음반 녹음할 때, 귀신 보면 대박 난다는 말도 있잖아요?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위선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도 유나에게는 전해지면 안 됐는데, 꼭 이런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유나에게 직접 전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알게 모르게 전파된 말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은 조상들의 오래된 지혜였다.
유나는 그렇게 자신의 데뷔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로 걱정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때 유나는 가수 데뷔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된 거 테스트 무대를 내려왔을 때 받은 제안으로 길을 터야 겠다고 생각하는 유나였다.
아주 짧은 잠깐의 순간이었다.
유나가 무대 공연의 순간을 찰나를 영원으로 새겼던 것처럼. 단 하나의 조명이 유나를 비춘 순간을 찰나로 남긴 사람이 있었다.
테스트 무대를 보러 온 것은 아니고, 테스트 무대 심사위원의 연인이었고 원래대로라면 무대가 끝날 시간에 온 것이었다.
장비 이슈로 계속 테스트가 지연되면서 기다리다가 우연히 유나의 모습을 본 것이었다.
비록 가수와 관련된 매니지먼트는 아니었지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다른 부분의 프로듀싱이었다.
“저기, 유나학생?”
“어. 네. 안녕하세요.”
유나도 그를 알고 있었다. 심사위원이기도 하고 유나가 연습생으로 있는 회사의 선배의 남자친구기도 한 그였다.
“짧지만 무대 잘 봤어요. 유나 학생. 꼭 가수. 그러니까 아이돌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면 이 명함 받고. 나중에 생각 있으면 연락줘요.”
유나가 받은 명함엔 뮤지컬에 관련된 엔터테이너 회사였다.
“뮤지컬...”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건 뮤지컬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가수는 짧은 무대를 여러 곳에서 여러 번 하는 거라면, 뮤지컬은 큰 공연을 한 곳에서 하는 거라고 볼 수 있었다.
“뮤지컬이라.”
그때부터 유나의 고민은 시작되었다. 회사에서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이런저런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데뷔를 고민했다.
그때 유나에게 마지막 테스트 일자가 잡혔다고 했다. 아직 고민이 끝나지 않은 유나는 처음으로 간절하지 않은 채 파이널테스트를 봤다.
그때 이전처럼 유나가 공연을 못할 정도의 소란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스피커의 버즈가 커져서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혼돈에 빠지긴 했다.
‘내 영향일까?’
어쩌면 이런 신호 하나가 모두 자신을 가수의 무대가 아닌, 뮤지컬로 가라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했다.
유나가 기억하는 콘서트도, 그 가수의 노래이긴 했으나, 무대의 노래가 아닌 OST로 참여한 뮤지컬 속의 음악이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가수가 아닌, 아이돌이 아닌, 뮤지컬 가수, 아니 뮤지컬 배우로서 길이 열려 있는 게 아닐 까 싶은 유나였다.
테스트를 마치고 내려오는 유나에게 모두가 박수를 내밀었다.
“유나야 고생 했어. 이번엔 데뷔하겠는데?”
8년, 자그마치 8년이었다. 8년의 시간의 보상을 얼마나 기다렸던 유나였는데 이번엔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8년이야..”
유나는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아이돌로 손색이 없는 자신의 미모를 바라보았다. 이런 미모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도 아이돌만큼이나 주목을 받지 않을 까 싶었다.
그런데 문득 뮤지컬 커뮤니티를 들어가서 배우들의 모습을 보니 다들 웬만한 배우들보다 예쁘고 잘 생겼다.
“아.”
그때 아이돌의 맨파워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 유나였다.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 아이돌로 우선 데뷔를 하고 뮤지컬로 데뷔하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지금 당장 뮤지컬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때 명함을 줬던 프로듀싱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네, 안녕하세요.”
전화를 받은 유나였다. 그는 유나에게 이번에 메인 무대 주인공 역할이 비었는데 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왔다.
“정말요? 그런데 저처럼 신입인데 해도 될까요?”
“어차피 이 무대는 아예 새로운 공연이라서, 새로운 얼굴이 새롭게 시작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님들도 기존 뮤지컬 얼굴 보다는 새로운 얼굴이 하면 더 홍보효과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바로 유나씨가 떠오더라고요? 그때 그런 상황에서도 당황해 하지 않고 무대의 신호만을 기다리며 날아오르기를 준비하는 백조와 같은 모습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자신을 제대로 칭찬해주는 모습에 유나는 살짝 감동을 했다. 자신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도 이렇게 유나의 매력이 어떤 것이며 뭘 성장시키고 부족한 건 뭔 지 잘 지적해주긴 하지만, 지금 들은 말은 조금 더 프로에 가까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유나를 찾는 다른 전화도 오고 있었다. 유나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하고 뮤지컬 프로듀싱의 전화를 끊었다. 이후 받은 전화에서 유나가 다음 데뷔조에 포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8년 동안 결과의 노력이었다. 거기다 이번 데뷔조에 포함된 애들은 그동안 회사에서 차기 에이스로 밀어주는 아이들 밖에 없었다.
“정말, 칼이나, 윈울, 영원이, 윤설이, 숯이, 세영이 이런 애들이랑 나랑 데뷔한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자기가 뜰 줄은 모르겠지만, 이 그룹은 반드시 뜰 수밖에 없는 애들이었다.
이미 데뷔 전부터 팬들을 몰고 다닌 애들이었다. 유나가 여기 끼는 게 미안할 정도로 이미 스타급 대우를 받는 연습생들이었다.
그중에서는 거의 데뷔가 확정인데 다른 회사와 소송까지 벌어가며 회사로 스카우트하며 데려온 이적생도 있었다.
그만큼 회사에서도 밀어주는 일이었다.
유나는 거울을 보며, 뮤지컬이냐, 아이돌 데뷔냐 고민했다.
어렵게 피는 꽃일수록 아름답고 활짝 피어난다고 하였다.
근데 그게 지금 자신을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뮤지컬이든, 아이돌이든 활짝 피어야겠다 고 마음먹는 유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