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27

by 라한
영탁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0a937c04-d506-442e-94d7-5c5e911d3668.jpg?type=w773


영탁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진탁현

제목: 전쟁터 우체부


만약 네가 나를 불러준다면, 나는 그곳이 어디라도 가겠 소.


전해지지 못한 편지를 읽으며 고인이 된 병사의 손에 쥐여주는 탁현이었다.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면.”


하루라도 일찍 도착했다면 이 장병이 편지를 봤을 텐데, 살아서 보고, 답장도 쓸 텐데. 아쉬웠다.


“탁현아. 중령님 오셨습니까.”


지금은 세계가 전쟁인 세상이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 지 아무도 몰랐다.

그곳에서 탁현은 편지를 전해주는 사람이었다.


편지대대의 부대장, 진탁현, 모두가 그의 편지를 기다렸다.

사실 그가 써주는 편지는 아니었지만, 그가 전해주는 편지를 모두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병사. 병사의 입장에서 답장을 쓸 수 있을까?”


어차피 전사자의 소식은 전해진다. 그러나 편지도 받지 못하고 죽었다는 걸 알리는 것보단 편지를 받아 본 채로 죽었다고 알리는 게 그나마 더 살아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탁현이었다.


“그거 사기 아닙니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기, 거짓말이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실이 모든 걸 움직이는 세상은 아니었다.


가끔은 거짓도 정의가 됐다.

세상에는 정의가 필요했을 지 모르겠지만 개인의 삶에서 정의보단 평화가 필요했다.


거짓으로 꾸며진 평화라고 해도, 누군가 눈 앞에서 죽어 나가는 것 보단, 어제 같이 차를 마시고 함께 취했던 친구와 영원의 이별을 하는 것 보단 나았다.


“어떤 마음으로 편지를 써봤을 까 생각 해.”


가끔 탁현은 자신의 탁송이 늦었을 때, 죽은 병사에게 편지를 읽어주었다. 그러다 보면 이렇게 감상에 빠지게 됐다.


편지라는 건 누군가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때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현대의 세상에서는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는 통신이라고 하여 기계를 사용해 기다림의 시간이 없이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말도 주고받을 수 있었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다.


군인이라고 해도 현장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그런 게 가능했다.


그럼에도 아직도 편지를 주고받는 연인이 많았다. 가족들도 있었고, 때로는 같은 성별끼리도 편지를 주고받았다.


“네? 편지부대장이라고요?”


처음 편지부대를 창설한다는 군단장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던 탁현이었다.


“전쟁터에 그런 게 왜 필요합니까?”


하지만 그는 상사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일반적인 회사에도 그러겠지만, 더구나 여기는 군대였다.


“내가 지금 자네를 이해시킬 시간이 있나? 평상시였으면 자네를 납득시킬 수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명령대로 편성대로 하게.”


그렇게 군단장의 엄명으로 인해 편지부대가 만들어졌다. 그것도 군단장 직속 부대였다.


웃긴 일은 이런 일이 생긴 후 다른 군단에서도 편지부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금방 없어질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다른 부대에서도 만들어진 것이었다.


처음엔 중대장들을 갈구며, 편지 부대에 작전장교와 인사장교는 왜 필요하냐며 그리고 사단장 직속도 아니고 군단장 직속으로 여단도 아니고 굳이 대대 급인 인 것도 편지 부대가 필요가 없다는 뜻이 아니겠냐며 일을 대충했던 탁현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필요하지 않는 건 없다고 했다. 오래된 말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라는 말이 있었다.


“병사들의 사기가 진작돼?”


군단장의 말이 옳았는지 편지를 받은 병사들의 사기가 높아졌다. 패색이 짙던 전장터에서도 승전보가 울렸다.


이는 병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장교들도 편지를 받으면 더욱 더 힘을 냈다. 우연히 편지를 사단장에게 전달하던 일이 있었다.


“이게, 뭔가.”


사단장은 처음에 자신에게도 편지가 올지 몰랐던 모양이었다. 진흙탕 위에 만들어진 사단 작전 지휘소에는 온갖 흙더미들이 뭍어 있었다.


그 위에 진흙을 막아보겠다고 여러가지 것들이 놓여져 있었다. 처음 이 작전 지휘소를 만들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단장의 어린 아들이 적어 보낸 편지였다. 편지는 짧았다. 그런 편지를 탁현이 떠나기 전에 이미 다 읽은 사단장은 고개를 숙였다.


겨우 마른 진흙에 다시 물기를 적시고 있었다.


“고맙네.”


고마울 일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말을 들었다. 그떄 탁현은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작 편지였는데, 그런 편지니까 가능한 일이었다.


통신기기로 사람의 발보다 빠르게 전해지는 누구나 똑같이 쓰고 읽을 줄 아는 글꼴로 적힌 글자판으로 표현할 수 없는 힘이, 편지에는 있었다.


직접 적어 낸 편지의 글씨들은 쓸 때부터 이미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그때부터 탁현도 편지의 힘을 알게 됐다.


군단장이 왜 굳이 편지 부대를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건 그냥 군단에 있는 인사처에서 하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편지를 굳이 직접 전달해주는 부대. 그런 부대가 전장터의 한복판에 있는 사단에, 여단에, 대대에, 그리고 중대에 도착했다는 것만으로 그들에게는 희망이 생겼다.


물론 모두가 편지를 받는 건 아니었다. 편지를 써줄 사람이 있는 사람만 편지를 받았다. 거기서 편지 부대는 누가 편지를 받았고 못 받았는지 기록을 했다.


그리고 편지를 전장에 나가 살아 있는데도 불구하고 2개월 이상 못 받은 전우가 있으면 체크를 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편지를 써줄 사람이 없는 지 찾아 줄 것을 상부에 권의 했다. 그러면 처음에는 없었던, 그러나 지금은 전 지역에 다 있는 편지 부대들이 해당하는 지역에서 편지를 써줄 사람을 찾아갔다.


그렇게 10년만에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잃어버렸던 첫사랑에게서 편지가 오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 그 사람은 사기가 돋아서 살아남으려고 애썼다.


군대에서는, 특히 전장터에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승리였다. 그렇게 탁현은 처음과 다르게 이제는 사명감을 가지고 편지를 전달했다.


“이번엔 편지가 적네요.”


더블백을 한가득 매웠던 편지들이 양이 적었다. 작전 배낭에 전해줄 편지를 옮겨 담던 인사장교였다.


“이번에 온 편지는 늑대부대로 갑니다.”


중대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냐면 늑대부대는 지금 적진 한복판에 있는 부대였다. 00사단 00연대를 일컫는 말이었다.


다른 부대들과 함께 전진했다가, 연대장이 이 곳만은 사수해야 한다면서 철수명령을 어기고 홀로 고립된 지역이었다.


하지만 그 연대장의 말처럼 늑대부대가 지역을 사수하면서 철수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무려 2개월 동안이나 지역을 지키고 있었다.


군단에서도 어떻거든 그 지역에 물자를 공급하고 있었다. 땅으로는 갈 길이 막혔지만 어떻게 든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적군에게 물자를 꽁으로 헌납하는 거라며 반대하는 장군들도 있었지만, 군단장은 늑대 부대의 부대장을 믿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군인들을 잃을 순 없소.”


늑대부대를 돕기 위해 많은 사단과 여단, 그리고 연대들이 다시 그들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도우려 갔지만 몇 번인가 실패했다.


그런 지역을 연대 혼자서 거의 7개의 사단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만큼 지리적 이점이 뛰어난 지역이었다.


만약 늑대연대가 뚫렸다면 어디까지 뚫렸을 지 가늠이 안되는 지역이었다.


“지원하는 중대 있나.”


모두가 마음은 같을 것이었다. 그러나 사지로 가는 게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혼자 한다고 한다면 여기 있는 4개 중대의 중대장 모두가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나섰을 게 분명했다. 실제로 그런 활약을 보여준 중대장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은 곧 중대의 선택이었다. 부중대장들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이들은 그저 작전의 지휘권을 가진 탁현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선뜻 나설 수는 없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사지로 먼저 끌고 가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중대장뿐만 아니라 대대장인 탁현도 마찬가지였다.


중대장들에겐 중대원들이 자신의 부하들이었지만, 탁현에게는 중대장들도 자신의 부하였다.


“나서는 사람이 없군.”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어떤 일보다 힘든 역대급의 어려운 임무였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가기로 하지.”


그러자 놀란 모습을 보이는 본부 중대장이었다. 대대장이 움직이면 본부 중대는 당연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본부 중대장. 표정이 어두워졌는데?”


장난으로 꺼낸 말이었다. 그러나 본부 중대장은 전투화의 끝을 붙이고 차렸 자세로 기합이 들어간 채로 말했다.


“아닙니다. 우선 작전을 말씀해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대대장이 직접 편지를 전달해줄 때는 많았다. 그러나 보통은 이를 전달할 중대장이 없을 때 다들 일이 바쁠 때였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중대가 모였을 때라 대대장이 직접 나설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편지부대, 비둘기부대라고 불리는 편지대대는 대부분이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전달하실 예정입니까.”


아무리 편지를 전달해주려고 해도 연결이 되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늑대부대로 가는 길에는 적진 한복판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민해봐 야지.”


편지 하나를 전달해주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다. 탁현은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한 편을 떠올렸다. 그 상황과 얼추 비슷하지 않나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부에서는 늑대부대를 구출하기 위해 이번에 악어부대와 하마부대의 연합작전이 짜여진다고 했다. 두 부대도 패전보단 승전이 많은 부대였다. 악어부대는 이름 탓인지 작전에 한 번 참여하면 50% 이상의 병사들이 죽어가는 게 문제이긴했다.


그래서 인지 앞뒤 모르고 돌격하는 자세 때문에 중요한 작전에 매번 투입되고는 했다. 탁현이 비둘기부대로 오기 전 있었던 부대이기도 했다.


탁현은 전직 악어부대였다.

오랜만에 옛 동료들이 있는 악어부대의 작전지휘소로 방문하는 탁현이었다.


모두가 탁현을 반긴다. 그러면서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아쉽게도 작전에 관련된 사항으로 오긴 한거지 만, 편지전달 작전은 아니었다.


“뭐야. 왜 빈손이야? 우리가 자네 비둘기 부대와, 자네를 반기는 이유를 까먹은 거야?”

“이번엔 없다. 거짓으로 내가 써서 가져올 순 없잖아?’

“그럴거면 스마트폰, 이걸로 전달하라고. 눈치라도 못 채게”

“좋은 의견이군.”

“그럼 이번에 온 건 무슨 이유지?”


탁현은 곧 있을 진공작전에 대해서 였다.

후방 부대로 분류되는 자네 부대가 왜 이 소식을 궁금해하지 묻자, 늑대부대에 편지를 줄 게 있다고 했다.


편지의 힘을 알게 된 군인들이었기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마치 고대 전쟁에서 신을 믿는 사자인, 신부를 전쟁터에 데리고 가는 일과 같았다.


이미 군인들에게 있어 편지는 신성한 일과 동급이 되어 있었다.


“늑대부대놈들,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신병도 못받고 버티는 게 엄청나지.”


무려 2개월이었다. 아무리 군인이라고 해도 매일 전쟁터에서 총포를 쏘고 맞고 하는 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사단이나 여단이나 군단이 있는 것이었다. 체력을 쓰고 채우고 그런 걸 돌려서 하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부대가 모든 전장에서 모든 일을 하는 건 옛 시대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늑대부대는 지금 홀로 남아서 그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중이었다. 반드시 자신들을 구해주러 올 우리나라의 군대를 믿으면서 행하는 작전이었다.


“악어와, 하마, 그리고 비둘기가 늑대를 구하러 가는 거군.”


세 부대의 작전에 대해서 토의를 하는 영관들이었다. 늑대를 반드시 구출해내겠다고 다짐하는 중이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열음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