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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Nov 09. 2024

우영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37

우영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우영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우진영

제목: 식후 운동.


“제안서는 잘 읽어봤는데. 글쎄요. 구미가 당기진 않네요.”


진영은 자신이 며칠을 밤새 만든 제안서에 대한 답변을 받고 있었다. 웃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뭐, 색다른 거 없어요? 할 수밖에 없는. 기존에 있었던 그런 거 말고. 정말. 새롭다 싶은 그런 거.”


그런 게 있으면 자신이 지금 이렇게 제안서를 들이미는 게 아니라, 사업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진영이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부족한 거 같네요.”


이럴 거면 왜 청년희망사업이라는 이름을 썼을까? 도와준다면서 꼰대 짓이나 하고 있는 정부사업에 치가 떨리는 진영이었다.


아직 준비한 게 여럿 남았지만 이런 반응이라면 꺼낼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진영의 반응에 심사위원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진영이 준비한 자료집 목록에는 아직 발표할 사항이 더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뒤에 더 발표할 게 있지 않았나요?”

“네. 그런데 의미가 없을 거 같습니다.”


진영은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가, 쓰레기가 없어도 쓰레기 받이는 쓸모가 없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아도 쓰레기 받이는 쓸모가 없다는 말을 하고 심사실을 나왔다.


그러자 심사위원들이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지들 돈도 아니면서.”


국민세금,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는 입장도 알지만, 자기들이 돈을 주는 것처럼 갑질을 하는 공무원도 아닌 심사위원들이 원망스러운 진영이었다.


꼴값을 떨면서 그들의 지원을 받을 바엔, 차라리 겨울 날 고구마를 구워서 팔고, 그리고 여름에는 아이스케기를 구해서 파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래. 내가 뭐.”


이제 와서 갑자기 사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들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싶었다. 


그때 진영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진동으로 바꿔 놨었던 진영이었다. 기분이 꿀꿀해서 바로 근처 영화관으로 달려가 영화를 본다고 깜박했었다.


영화관에서 계속 진동이 울리자, 도대체 누군데 이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거지 생각했던 진영이었는데, 그게 본인 인줄 몰랐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가방에 들어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 보지도 않았다. 다음날 아침에 알람소리가 없어서 부랴부랴 찾다가 가방에서 전원이 꺼진 휴대전하를 발견한 진영이었다.


“언제. 아. 계속 전화가 왔었네.”


시간을 보니까 어제 영화관에서 울렸던 진동도 모주 자신의 탓이었다. 


“그게 나였구나.”


몰상식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본인 인줄은 몰랐다. 자신이 범인이라는 걸 알고 나자 사람이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진영이었다. 


진영은 이왕 늦은 하루, 천천히 생각을 정리할 겸 오늘 하루를 쉬려고 했다. 그런데 휴대전화에 찍혀져 있는 번호들. 꽤 여러 번 연락이 온 번호를 바라보았다. 무슨 연락이었을까?


그때 마침 그 번호가 다시 전화가 왔다. 아침부터 였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우진영씨 맞으시죠?


전화를 받은 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진영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었다. 


“정말요?”


진영이 정부사업에만 지원한 게 아니었다. 여러가지 컨설팅을 이리저리 받으러 다녔다. 그 중에서 한 회사가 진영의 사업을 보고 관심있어 했다. 


도심 어느 카페. 진영이 어제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자료와 함께 카페에 자리를 잡으려고 왔는데, 먼저 회사측에서 와 있었다.


어제 꼰대짓을 하던 놈들과 확연이 다른 태도였다. 


그들은 알았다. 새로운 사업 아이템은 인심을 쓰듯이 해주는 게 아니라, 미래 사업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이제 세상은 누가 먼저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빨리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싸움이었다. A.I의 등장으로 인간의 속도는 현저히 빨라졌다. 


신 사업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했고, 이미 그들은 머리가 굳어 할 수 없는 거라고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는 건데, 그걸 마치 자선사업처럼 착각해서는 안 됐다. 실패하고 깨져야 더 강력한 성공을 얻어낼 수 있었다. 


진영은 어제 있었던 심사에 대해서 어쩌다 담당자 해원과 이야기를 했다.


“마자요. 정부 예산이 어쩌고.”


이들도 처음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을 때를 떠올렸다고 했다. 해원은 그 때는 회사 직원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사님 말 들어보면 정부가 지들이 꼭 갑인 것처럼 행동한다고 했다.


돈으로 꼰대 짓 못하면 법망으로 협박을 한다고. 이래서 이 나라가 이 꼴이 된 거라는 그런 말들이 오고 가면서 진영의 사업에 대해서 얘기가 됐다. 


“그래서 어제 연락이 안되신 거구였군요.”

“네. 뭐. 기분이 그렇더라고요.”


전문가라고 모아 놓은 사람 치고 그들 중에 진영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정말로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이라면 이 분야의 오래된 인물인 진영이 모를 리 없었다.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전문가 행세를 하죠. 그 꼬라지가 아주 가관이긴해요.”


사업에 대한 미팅보다 정부 흉을 보는 대담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는 두 사람의 만남이었다. 


그래도 만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바로 대화가 이어졌다.


“저희 회사에서는 가장 좋은 건, 진영씨 아이템을 저희가 아예 구매하는 거 거든요. 사장님이 아주 관심 있어 하셨어요. 그래서 아예 입사하셔서 새로운 부서로 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내부논의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점은 불편하시죠?”


진영은 자신의 아이템에 대해서 과찬을 해주는 모습이 흡족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초반 자금만 해결되면 성공할 게 뻔한 아이템이라 그리 내키지는 않았다.


“저도 내부에서 이 이야기 나올 때, 확성기는 없지만, 말도 안 되는 제안이다 이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래서 두 가지를 제안 드립니다.”


진영은 해원을 보면 무슨 제안이들 들어주고 싶었지만 사업에서 사적 감정을 집어넣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해원의 말을 들은 진영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10억짜리 정부지원 사업에서 꼰대 짓에 짜증나서 발표장을 벅차고 나왔던 진영이었다. 


“다시, 다시 한번만 말씀 주시겠어요?”

“저희 회사에서 50억을 투자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해원은 회사에서 준비한 계약서를 들고 왔다. 이 사업을 초기에 아무 조건 없이 50억을 투자한다는 계약서였다. 그리고 향후 더 많은 지원을 위해서 계약서를 들고 왔다. 


“50억의 성의. 그리고 실제 사업 파트너로서.”

“저희 회사도 다른 투자자들의 선의가 없었으면.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거든요.”


진영의 사업 아이템은 운동기구 연결 시스템이었다. 지금 그냥 존재하는 운동기구들이 가구 시스템처럼 하나로 연합되어서 한 사람 한 사람에 맞는 운동을 적극 추천해주는 라이센스와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너무 과하지도 않고 그렇게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한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다만 이는 스마트 워치라도 연동되고, 신발도 스마트신발, 스마트 안경 등과 연결하여 그 사람의 운동을 추천할 뿐만 아니라 운동을 할 때도 혼자가 아닌 레벨 시스템을 적용하는 부분이 다른 사업과 다른 차이점이었다.


레벨 시스템은 하루의 운동량을 측정하고 온라인 상의 다른 사람들과 대결을 하는 구조였다. 


이렇게 네트워크 구성으로 경쟁심과 동시에 소속감을 주게 하면서 국민 건강을 강화 시키는 아이템이었다.


“저희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는 알고 오셨죠?”


해원의 회사는 최근에 프렌차이즈 개업한 운동클럽, 즉 헬스클럽이었다. 이 헬스클럽 전체에 진영이 개발한 시스템, 프로그래밍을 실시해 보고 싶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나쁜 건 아니지만.”


제우스라는 이름의 회사. 이 회사 내에서도 나름 이런 시스템이 있는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봤을 때 진영의 시스템이 더욱더 상품성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았다. 


“뜻밖이네요. 어떻게 보면 경쟁업체일 수도 있는데.”

“경쟁. 좋죠. 그런데 협력부터 해봅시다.”


아직 일개 대리일 뿐인 해원이었다. 그런 해원이 50억을 자신에게 물고 왔다니 그게 놀랍다. 보통은 이런 걸 이사라던지, 대표가 직접 오지 않나? 제우스라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그렇게 많이 잘 된 케이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망해서 외국으로 갔다가 역수입된 케이스가 제우스였다. 


“저희 대표님도 마지막 사활을 걸고. 정부지원금을 받으려고 했는데 안됐데요. 아이디어만 뺏겼다고.”


해원은 자신의 할아버지이자. 회사의 대표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해원의 말을 들으니까 모든 의구심이 풀렸다.


고작 대리인 직원 하나가 어떻게 수십억의 투자금을 얘기하며 다른 회사의 대표와 만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기는 대표도 아닌 진영이었다. 


“산등성이 마저도 운동기구 설치된 거 아시죠?”

“네. 덕분에 운동 잘하고 있죠. 그런 거 추진한 사람 상 줘야해요.”

“그거 원래 우리 할아버지가 제대로 해보려고 한 사업이었어요.”


해원의 할아버지의 안목이 내심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 진영이었다. 자신의 사업에도 투자를 결정한 게 크긴 했지만 사업 안목이 있으니까 어쨌든 성공한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근데, 이제 유료화 문제 때문에 망했죠. 거기 있는 물건들을 관리가 되는 좋은 물건으로 놓고 싶어 했죠. 그리고 코인을 이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처음에는 이러게 하다가 그냥 정부에서 전체적으로 지원하고 물건 관리하고 이런 것도 생각했는데, 정부 놈들이 결국은 어쩌고 저쩌고 했다나.”


해원은 말을 하다 보니까 자신 입장에선 할아버지한테서 어렸을 때부터 들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웠던 말이었지만, 진영은 듣기 싫어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금방 말을 끝냈지만, 생각보다 진영은 해원의 얘기를 귀담아듣고 있었다.


“엄청, 집중을 잘하시네요?”


해원의 말에 깜짝 놀란 진영이었다. 자신이 해원에게 집중하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 태도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다, 이미 알고 있지만 절대로 내색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사람이 첫눈에 반하는 시간에는 3초가 걸린다고 했다. 그런데 해원은 이미 진영의 모습을 서류로 확인했을 때부터 오늘 만나는 사람이 내 운명?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평소에 꾸미지 않는 모습으로 꾸며왔고, 그런 꾸밈에 진영은 자신도 모르게 해원에게 끌려 버렸다. 


지금 이 자리가 사업성, 비즈니스를 위한 미팅이 아니었다면, 그냥 만남을 위한 그런 미팅이었다면 진영은 바로 애프터 신청을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자리가 아니니까. 


“저. 이제 그만 퇴근하고 싶은데.”


갑작스러운 진영의 말에 해원이 자기가 너무 말이 많았구나 생각했다. 하긴 미팅을 핑계로 꽤 많은 시간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퇴근하고 뭐 하세요?”


진영의 질문에 해원은 고민했다. 그녀가 고민할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진영이었다.


“만약. 다른 특별한 할 일이 없다면, 아니 할 일이 있어도 오늘 저녁은 저랑 같이 드실래요?”


진영의 말에 해원은 놀랐다. 이는 이 말을 꺼낸 당사자인 진영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자신이 저돌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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