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9 - 11
이서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서연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오주연
제목: 신술주역
“마법 쓰고 싶다. 순간이동해서 그냥 이동하고 싶어”
주연은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학교로 가야 하는 것에 불만이 많았다. 왜 학교를 다녀야 할까? 다른 애들이 말하듯 학교는 주연에게도 친구들에게 감옥 자체였다.
“마법도 좋지만 난 동양의 기술이 더 좋더라”
“기술? 신술 같은 건가?”
“신술? 그게 뭐야?”
주연은 자기 집에 있는 책에서 신술에 대한 책을 보았다. 그 책에는 친구가 말한 내용이 신술이라고 가르치고 있었다.
서양에는 마법이 있다면 동양에는 기(氣)가 있었다. 이런 기 뿐만 아니라 샤머니즘이라고 하여 영적세계와 소통하는 힘과 더불어 신선들이 쓰는 선술, 그리고 만물의 비밀이 담겨 있는 음양오행, 마법과 같은 주술 또한 존재했고 내공과 외공이라는 개념이 있는 도술이 있었다. 이를 하나로 묶어 신술(神術)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가르치는 학교의 개념을 ‘무량도원’이라고 하였다.
이 무량도원에서 쫓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무공(無功)’이라는 능력을 통해 무량도원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무’로 만들어 놓은 자였다.
그자는 이름을 바꾼 채 이 세상 어딘 가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럴 수가, 수백 년 수 천년 간 쌓아온 모든 게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다니..”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있는 힘으로 모든 것을 없애 버린 자, 그는 천하제일인이 되어 만인지상이 되는 길이 아닌 모두가 평등한 길을 열게 되었다. 지난 모든 힘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니까.
신의 존재를 앞서 설은 선인 정도로 생각하고 노력하여 힘을 끌어 올렸던 자들, 그들은 스스로 ‘이름없는 자’라고 불렸던 자의 만인지상의 자리에 등극을 축하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껏 아무도 다루지 않았던 엄청난 힘으로 모든 만물을 다룰 수 있는 ‘무극’의 힘으로 무공의 세계를 열었다.
즉, 마법의 세계에서 마법을 사라지게 만드는 마법을 쓴 것이었다. 그렇게 무량도원은 이제는 역사 도서관의 역할만을 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형성되어 있는 수많은 관계가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된 것이었다.
수백 년을 살던 선인들도 공력이 사라지자 늙어가기 시작했다. 절대로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힘을 통해 무언가를 바꾸려 한 사람들은 많았으나, 힘 자체를 없애 버린 사람은 유일무이했다. 그렇게 그는 이름없는 자에서 적이 없는 자, 또는 이름 없는 자라고 해서 무적과 무명, 그리고 무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힘을 되찾아야 합니다”
무명이 사라지게 만든 힘을 다시 되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았다. 도대체 어떻게 힘을 사라지게 한 걸까? 무명이 탄생시킨 그 무공으로 인해 이렇게 된 걸까? 그러면 다시 그 무공의 힘을 발현하는 자가 있으면 힘이 생겨날까?
그렇게 무량도원과 신술을 사용하던 사람들은 무명을 쫓아다녔다. 그러나 그가 지운 힘의 격차로 인해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다. 마침내 그들은 무명이 무공을 쓰면서 그냥 힘만 지운 게 아니라 자신들의 기억도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무명은 처음부터 무명이 아니었다. 만인지상의 자리에 서서 무공의 힘을 발현하면서 자신의 이름 마저도 지워버린 것이었다. 오래전 누군가는 기억해주는 이가 없을 때 비로소 죽음을 맞이한 것이라 하였다.
무명은 그 강력한 힘으로 스스로를 죽인 것이었다.
“어찌..”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찌 무명은 그런 선택을 했을까?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무명의 선택으로 인해 신술은 잊혀 갔다. 그러나 그런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명을 눈에가시처럼 여기던 황실에서는 기회를 틈타 그동안 힘의 격차로 인해 어찌하지 못한 신술을 사용하는 자들을 처단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무명이 이런 잔혹한 살인극을 봤으면 후회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힘을 지워버린 건 평화를 위해서였는데 결국 사라진 힘 뒤에는 또 다른 힘이 돋아나버리고 만 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만들어 주었으니까.
상처에는 반드시 새살이 돋는 법이니까. 흉터위에 자란 새살처럼 사람들은 신술을 잊고 새로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발전시켜 나갔다.
“분명이 여기 신술에 대해서 적혀 있어”
그리고 처음에는 보려고 본 책이 아니라 첫 장을 읽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읽어보는 주연이었다.
‘신술이 사라졌다고 하여, 신술을 잊지 않았으니 반드시 되찾을 것이다’
주연은 자신과 똑 같은 이름을 가진 주연이라는 이름의 글자를 보았다. 한글이 아닌데도 읽을 수 있는 주연이었다. 주연 자체는 이게 한글이 아니라는 인식이 없었다. 그냥 문자, 아니 애초에 한글이라 생각하며 읽고 있었다. 마치 마법처럼.
“나랑 이름이 똑 같은 사람이 썼네. 신술을 기억하기 위하여라.. 그 무명이란 사람 참 못됐다. 자기 좋자고 다 없애 버리다니, 아니지 자기도 안 좋아진 거 아니야? 최고의 자리에 올랐는데. 왜 그런 기지?”
주연을 책을 내려놓고 달력을 보았다. 이제 곧 자신의 생일이었다. 18번째 생일. 내년이면 고3이 된다. 1년동안 죽어라 공부만 해야 겠지. 이 책에 나왔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신술을 배우려고 했듯, 신술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게 아니라 도술, 선술, 주술 등 여러 방면이고 그 이야기는 또 여러가지로 나눠서 정말로 엄청난 힘이었는데, 이런 걸 다 없애 버리다니..
“잠깐만 그러면 이게 사실 마법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책에 적힌 신술은 사실상 마법이었다. 이 세상에 마법이 존재했는데 다 없애 버리다니. 그 무명이란 놈 완전 또라이 아니야? 문득 무명이 없애 버린 게 마법이란 인식이 생기자 어이가 없어서 화딱지가 나는 주연이었다.
주연이 신술에 대한 고서를 읽고 있던 사이에 무량도원에서는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정말로.. 신술이 되살아 났군요.”
수천년의 세월에 사라진 신술의 정보를 알 수 없었던 사람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신술이 되살아 났다. 마치 무공의 힘이 다한 것처럼.
“올해로 18년쨰군요. 이 세상에 다시 ‘신술’이 돌아온 것이”
무량도원의 도원장이 자신의 수염을 쓸어 담으며 도원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믿을 수 없었다. 선인들의 환상처럼 여겨지던 이야기였다. 신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어 보이는 도원을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그러면서도 신술이라는 게 정말로 있었을까 싶었다.
“오래전 거대한 적이 나타났고, 신들은 그 거적을 상대하면서 인간들에게 기술을 가르쳐줬습니다. 인간들은 신의 기술을 통해 도술이며, 무술이며, 여러가지 술법을 개량했고, 그 힘을 지칭하여 신술이라고 하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도원장이었다.
“그렇소, 그러나 인간의 무한함을 목격한 신은 인간이 신 보다 강해지는 것이 두려워 그들에게 힘을 빼앗으려 했고 신과 인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고”
“결과는 우리 인간이 승리했죠”
“그렇게 사람들은 삶 동안 자신의 힘을 길렀고, 신에 필적하는 신선이 된 사람들도 있었고.”
“그렇게 세상을 발전시켜 나가다가. 무명이란 자가 나타나 모든 걸 한 순간에 무로 되돌려놓지요”
“재미없는 이야기이면서도 기묘하면서 또 재밌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수천년간 사라진 힘이, 18년 전부터 다시 탐지되기 시작했고요”
“혹시나 해서 이 비밀의 시설을 돌보던 사람들이 수천년 만에 빛을 보는군요”
오래전 신술의 사용자들을 데려와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해 지어진 무량도원. 그리고 18년전부터 다시 이러한 힘이 발현되자 오래전의 맥을 이어 다시 신술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전 한국에서 신술을 직접 언급하는 아이가 있다고 합니다”
“신술을 언급하는 자라. 힘이 발현됐다고 해도 그 근본은 아무것도 모를 텐데”
“찾아가 만나 보심이 옳지 않을까요”
“그래야죠. 적합한 아이라면 이곳으로 데려와 양육 해야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교육지침이지요..”
무량도원에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줄 아무것도 몰랐던 주연은 귀를 파며 누군가 내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아, 귀가 간지럽네”
신술에 대한 이야기가 적힌 책을 읽는 건 시험공부를 하는 것보다 수십배는 재밌었다. 보통은 이런 역사서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마법을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적힌 책이다 보니까 관심이 안 가려고 해도 안 갈 수가 없었다.
이 책에 적힌 대로 하였더니 정말로 인력과 척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염력이 사용되었으니까. 다만 책에는 이런 기술이 엄청나게 큰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주연은 이런 게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신술이 사라졌다면서 이게 왜 되는 거지?”
문득 자신이 어떻게 염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자, 툭 하고 떨어지는 연필과 펜이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가족이었다면 굳이 초인종을 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배달을 시킨 적도 없고 주연은 왜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지 싶었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이럴 때 꼭 불청객이 찾아와 주인공을 위협하는데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신의 예감이 딱 들어 맞았다.
“누구세요?”
건장한 청년이 방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주연이 문을 열어 주기를 기다렸다. 주연은 아뿔싸 라는 생각을 했다. 그냥 대답하지 말 걸 그랬나? 이미 집안의 불이 켜져 있어서 노을이 지고 있는 시간이라 안에 누군가 있는 줄 알았겠지만, 혹시 몰랐다. 그냥 불을 켜놓고 나갔구나 생각할 수도 있는 거고.
“아, 누구 신지 말을 해야 문을 열어드리든 하죠?”
“찾으러 왔다.”
그는 짧고 굵게 말했다. 주연은 정말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가 마치 무공을 없애 버린 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공기가 이상해지더니 모든 게 멈춘 기분이 들었다. 우연히 다른 쪽 창으로 보인 하늘을 날아가던 참새가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러자 문 앞에 서 있던 그가 주먹을 찔렀고, 그러자 문은 바로 주먹에 부서져버렸다. 곧 문이 열렸다.
“어, 어떻게”
“그건 내가 물어야지. 어떻게 된 일이지..”
주연은 아무것도 묻지 못했지만 마치 모든 걸 알 수 있는 기분이었다. 자신을 없애려고 한자. 그리고 자신도 없애 버리려고 한 자.
“너와 난, 함께 사라져야 했다.”
어떻게 된 건지 물어도 결국 서로가 답을 모를 테니 묻지 않는 걸 선택한 두 사람이었다. 짧다라는 개념보다 더 짧은 찰나였다.
주연은 주변의 모든 물건을 사용해 그를 덮쳤지만 그는 전부 튕겨내며 천천이 주연에게 걸어왔다. 그런데 발 하나가 그의 얼굴에 순식간에 닿았고 그는 복도 끝으로 날아가 버렸다.
모든 것이 멈춰 있는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주연을 구해주러 왔다. 무릉도원의 도원장을 맡고 있는 할아버지였다.
“이게 어찌된 일인지…”
도원장도, 그리고 주연도 알 수 없었지만 곧 실마리는 풀리게 되어 있었다.
주연은 오래전에 사라져버린 무공의 화신. 무공 그 자체가 사람이 된 경우라는 걸, 그리고 자신의 오랜 과오를 씻고 다시 한번 무공, 즉 주연을 이 세상에서 없애려 하는 이름없는 자도 주연처럼 화신으로 되살아났다는 것. 오래전 무적이라 불렸던 ‘데스’와의 얽히고 설킨 전쟁이 시작된다는 것.
주연을 통해 다시 한번 신술의 전설을 써내려 가는 무량도원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