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9 - 13
정해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정해인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박지성/박해정
제목: 왕국의 수호자
“미션 완료, 구출 완료 피해사항 보고하겠습니다.”
지성은 한국이 자랑하는 최고의 엘리트 요원이었다. 그야말로 6각형 능력치를 고루 갖췄다. 잘생기고 어려 보이는 외모와 더불어 대인능력도 월등히 뛰어났다.
해외로 놀러 다니던 국가의 주요 국성원의 자식을 구출하는 일을 마무리 짓고 있었다. 국가권력층의 자식을 그대로 두는 일은 그냥 두었다간 국가 기밀을 유출하는 사건으로 번질 수가 있어서 신속히 처리되는 편이었다.
“괜찮습니까?”
납치당했던 인질의 상태를 살피는 지성이었다. 납치당한 인물들은 자신의 얼굴과 몸을 만져보았다. 아무래도 인질범들이 이들을 그냥 편히 두지는 않고 고문 직전까지 갔었던 것으로 보였다.
“저. 얼굴이며, 팔, 다리 붙어 있는 거 맞죠?”
“붙어있습니다.”
이들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외교를 위해 파견된 고위직의 가족들이었다. 고위직이 작전을 펼치고 있을 때 이들의 위치를 파악한 인질범들이 의도적으로 이들을 납치한 것이었다.
지성은 그들을 잘 달래 주고 자신처럼 특수부가 아닌 사후처리반에게 인질들을 인도했다. 가족의 무사 귀환을 확인한 고위직 공무원들이 지성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이런 작전에는 혼자 다니는 게 맞는데 어찌 가족들과 함께 다녔을까. 지성이라면 그러지 않겟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이었다.
이 고위직들은 가족들이 여기에 있는 줄 몰랐다. 가족들은 그저 여행을 왔었고, 고위직들도 작전에 따라 움직였는데.
“도대체 이 나라에서 뭐 하는 거야!”
“그게, 갑자기 여행 상품이 반값 세일하고, 얼마 안 남았다고...”
대화를 엿듣던 지선은 무언가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과 고위직 관료들의 행선지가 겹친 건 결단코 단순한 우연이 아닌 의도되었다는 생각, 이들의 의도가 아닌 누군가의 의해 기획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 요원 고생 많았네!”
“단결, 아닙니다. 차장님.”
보고를 위해 안석신 차장을 찾아가는 지성은 자신의 의문을 지금 풀어야 할까 아니면 확증 없는 편향일 수 있으니 이대로 넘어가야 할까 고민했다.
안석신 차장은 왕립친위청의 차장이었다. 차장은 국정원 요원으로 따지면 실장급의 인물이었다. 국정원보다는 규모가 작아 실장급이지만 통솔인원이 적었다.
그런 지성의 의도를 그대로 눈치챈 안 차장은 지성을 불렀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했다.
“이번 일이 수상하다는 건 내 생각도 그래”
“그렇습니까.”
“그래서 고위관료들 가족들한테 이번에 여행 상품을 판매한 곳을 털어보려고 하는데, 경찰 이놈들이 협조를 안 해”
“경찰이 협조를요?”
“요새 그놈들 불순분자들이랑 너무 엮였어. 얼마전에도 경찰 내부에서 자료 유출된 거 알지?”
“어떤 자료?”
“자네 계급이 뭐였지? 아직 볼 수 없는 단계인가?”
“저, 지금 6급입니다.”
“자네 정도면 수석요원은 된 줄 알았는데”
“특진을 하긴 했지만 아직도 어립니다. 차장님”
“훌륭한 인재구만. 자네 외모만 보면 갓 임관한 소위나 경위라고 봐도 무관하잖아.”
“10년이 넘은 경력입니다. 동안이라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는데 앞으로도 자주 들을 것 같습니다.”
“허허. 그래, 최근에 국내에 경찰에서 혁명분자가 붙잡혔어. 그런데 경찰 내부에서는 그가 훌륭한 경찰이었다고 감싸주는 모양세인 것 같던데. 그래서 사령관님이 고민이 깊으시지”
“아..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지성은 살면서 배운 건 몰라도 되는 일은 모르는 게 났다 였다. 괜히 알고 있다가 엮이는 것보단 몰라서 안 엮이는 게 훨씬 이득이 되는 상황이 많다는 걸 배웠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듯 무언가를 알게 됐을 때는 또 그 알게 된 무언가로 인해 다른 사실까지도 알게 된다는 연쇄작용이 발생한다는 인생의 규칙을 깨달은 지성이었다.
“그러고보니, 적임자인데?”
왠지 차장님의 방을 나오면서 들은 말도, 괜히 몰라도 된 사실을 알게 되어 알게 될 또 다른 일일 것 같지만, 그 역시 못 들은 척 나가는 지성이었다.
몰라도 되는 걸 알게 되었을 때의 책임, 그 책임이 곧 지성에게 떨어졌다.
“할 수 있겠나?”
“제가 군인은 아니지만, 군인은 할 수 있을지 결정하지 않습니다. 해야할 일을 할 뿐입니다.”
“자네는 이 나라의 멋진, 친위청의 인물이 아닌가! 그것도 엘리트!”
지성같이 초고속 승진을 할 경우에는 여러가지 루트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힘들다는 로열로더의 코스를 밟은 게 지성이었다. 함부로 로열로더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데 가장 아래에서부터 특진을 거듭해온 자. 지성은 스무살 때 아무런 빽도 없이 9급으로 취임해 선임요원까지 오른 케이스였다.
친위대는 격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라 국정원처럼 따로 블랙요원을 두지 않았지만, 만약 만든다면 지성은 아마 블랙요원으로 활약했을 가능성이 컸다.
가장 유망한 킹스가드인 지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지성을 경찰 내부의 스파이를 잡기 위해 파견하려는 친위청이었다.
“자네가 박지성인가?”
“네, 맞습니다.”
“그래, 잘 부탁하네 우리 지성군”
지성은 그렇게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새로운 신분으로 살게 됐다. 새로운 이름을 정해야했다. 지성이라는 이름이 아닌 경찰로 활약할 이름이었다.
“박해정, 이게 경찰로 살아갈 지성 선임요원의 이름인가?”
“네 맞습니다. 앞으로 박해정으로 국가에 충성할 생각입니다.”
“좋아. 자네의 활약으로 이미 깨끗해질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려지는구만”
지성은 그렇게 ‘해정’이라는 가명으로 경찰대에 입학하게 됐다.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친위청이었다. 친위청은 왕실의 모든 걸 관리하는 부서라고 볼 수 있었다. 비록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가 나눠져 있지만 이 모든 기능을 다 하는 게 바로 친위청이라 할 수 있었다.
친위청의 가장 큰 힘은, 왕실에 위협이 되는 것에 대한 즉결처분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일이 국민들에게 보고해야 하며 공개해야 하는 다른 부서와는 다르게 철저하게 비밀리에 붙여졌다. 가장 비슷한 게 국정원이었으나, 국정원은 애초에 주로 보이지 않는 가시권 밖에서 활동을 했지만 친위청은 낮밤을 가리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경찰대를 졸업한, 박해정 경위라고 합니다!”
지성은 이제 해정이라는 이름으로 경찰관이 되어 활약하게 됐다. 경찰 내부에 있는 혁명군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였다.
최근 경찰에서 감추려고 하는 비밀에 대해서 접근하기 위해서였는데, 어쩌면 경찰 내부에 스파이가 없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지성은 이제 그냥 돌아갈 수 없으니 스파이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었다.
“유능하면, 유능한 일을 시켜야지”
지성은 이런 부분에서 불만이 있었다. 자신이 볼 때는 친위청과 경찰청의 권력 싸움처럼 보여졌다.
친위대장인 총사령관은 육군 참모총장과 같은 직급의 힘을 가졌다. 아니 다만 어떤 장관의 밑에서도 일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임금의 직속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직급으로 보면 낮지만 권력으로 보면 높은 그런 위치. 그런데서 경찰 내부에 스파이를 심은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지성은 친위청이 경찰청에 보낸 스파이였다.
“후,”
커피 자판기 앞에서 커피를 뽑는 지성이었다. 이렇게 커피를 마시는 건 오랜만인데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스파이 노릇이나 하려고 친위청에 입관한 게 아닌데, 이런 일 하고 싶었으면 더 멋지게 하는 국정원이나 갔지. 왜 왕립친위청에 갔을까.
차라리 총을 들고 적들을 사살하던 일이 더 그리워지는 지성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작전에 투입된 이유도, 젊어 보여서, 동안이라서이니까.
사실상 실력 보단 남들의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하지만 이 작전은 완전 실패에 가까웠다.
스파이는 적당히 생겨서 남들 눈에 잘 띄지 않아야 하는데, 지성은 그렇지 못했다. 잘 생겼다. 잘 생겨도 너무 잘 생겼다.
“오, 이번에 처음 오신 경위님이시죠?”
“아, 네 안녕하세요. 오시연, 경사님?”
“네, 저는 경찰대를 졸업 못해서 아직 경사지만 곧 경위가 될겁니다. 잘 부탁드려요.”
“선배님이신데요. 선배님이라고 부를까요?”
“그래도 바깥은, 경찰은 계급이죠?”
“여기서 보통 계급으로 부르나요?”
“음 꼭 그렇진 않죠, 반장님, 팀장님, 형사님, 과장님, 수사관님, 소장님, 파출소장님, 서장님, 청장님 형님이라고 부를 때도 있고 이렇게 너무나 많죠. 경찰대에서 이런 건 안 가르쳐주나봐요?”
지성은 속으로 가르쳐줘도 모르지, 나는 경찰대에 가본적이 없으니까 라고 생각을 했다. 정말 많은 경우로 부르는 구나는 알게 된 지성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연에게 대답했다. 시연도 사실상 지성이 잘생겨서 다가온 건데 이런 인사를 할 줄은 몰라서 속으로 당황했다. 그래서 굳이 그렇게 길게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길게 대답했다.
“제가 이번에 온 여기는 반부패수사부니까 수사관님이라고 서로 호칭하면 되겠네요”
“뭐, 그건 알아서 배워가는 거고. 정말 경찰에 대해서 모르시는 것 같네요. 경찰대 졸업생분이!”
“하하. 뭐.”
경찰 내부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경찰청 본청의 반부패수사부, 그런데 그곳에서 눈에 띄지 않고 활동을 했어야 하는 지성이었지만, 잘생긴 외모 때문에 눈에 띄게 된다.
그리고 곧 경찰청장에게 불려가게 된다. 수많은 여자들이 지성을 가만히 두지 않고 못살게 굴긴 했지만 청장의 면담까지 필요한 건 아니었는데.
“자네가 이번에 임관한 박해정 경위인가?”
“네!”
“경찰대 4년동안 자네 이름은 처음들어보는데”
“아. 그게.”
경찰총장 정도 되면 경찰대에도 관심이 많은 건가, 인원이 너무 적기도 하고 그 인원들으 다 외우는 건가 싶은 해정이었다.
이대로 친위청에서 보낸 걸 들키고 마는 건가 싶었다.
“자네 정도의 외모와 실력이면 임관 전부터 소문이 났을텐데, 뭐 대기만성도 있고 이렇게 자네를 부른 건 특별한 임무를 맡기고 싶어서네”
“네..?”
청장이 직접 부를만한 일이었으나 또 난처해진 지성이었다.
친위청에서 경찰로 파견을 나온 건데. 다시 경찰에서 파견을 나가야 할 판이었다.
위장경찰이 되는 일이었다. 장소는 바로 학교였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 학교는 친위청과 관련이 많은 곳이었다.
직접 관리하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거의 손에 주무르고,
이 학교에서 친위청의 인재가 많이 들어오기도 했다.
거의 대한민국의 엘리트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니까.
전세계의 엘리트들도 한국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면 오는 곳이 바로 왕립 사관학교였다.
“이건..”
“얼마전에 공주님께서 자살을 시도하셨지.”
“…”
지성은 속으로 친위청이 난리가 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피신 올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자네 정도 외며면, 고등학생으로 봐줄 거 같은데..”
“아.. 그게..”
청장은 이 고등학교로 잠입해 공주를 지켜보라는 것이었다.
친위청에서 받을 임무를 경찰에서 받으니 당황스러운 지성이었다.
아니면 이미 자신이 친위청 스파이 인 걸 눈치채고 이중 간첩으로 만들어 시험해보려는 걸까?
“이지윤, 딱하지, 엄마는 폐비되고, 그래도 공주로 신분은 유지하고, 권력의 중심에서 밀려난거지, 엄마가 이제 더 이상 왕비가 아니니까..”
“그래도 아버지는 아직 국왕이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래서 우리가 보호해야하는거지. 얼마나 권력에서 밀렸으면, 친위청이 아닌 우리가 보호하게 됐겠나. 그렇다고 보호관찰하지 않을 수도 없고.”
“…”
말을 듣고 보니 공주가 가엽다는 생각이 드는 지성이었다.
우선 경찰의 신임을 받아야 하는 것도 맞는 일이었다.
이렇게 경찰청장이 직접 내린 임무이기도 하고 왕립학교라면 친위청의 본거지 이기도 하니까 그곳에서 공주와 친해지는 것도 어쩌면 지성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기회 인줄 알았는데, 그게 보호자, 경호원, 보디가드 이런 게 아닌, 사랑일 줄은 지금의 지성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도 띠 동갑인 어린 아이와의 주변에서 외모로만 보면 별 이상할 게 없지만 나이를 알게 되면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그런 사랑이었다.
먼 훗날,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처음에는 신뢰받지 못한 지성이었지만, 점차 지성만을 의지하게 되는 지윤이었으니까. 자신을 위해주는 유일한 사람이 지성뿐이었니까.
“해성아, 나 너 좋아하는 것 같아”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지성, 공주한테 들은 말은 고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