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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Nov 22. 2024

[장규리]의 연기를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파트 9 - 14

장규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장규리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이규연

제목: 깡피


“세상이 바뀌겠니, 세상은 안 바껴. 세상을 바꾸려던 니가 바뀌겠지”

“바퀴가 있어야 차가 굴러가죠, 그런데 저는 바퀴 안할 것고 엔진, 아니 헨들인가. 아니야 그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가 제가 될 겁니다”

“허, 얘봐라. 내 말은 안 듣고 지 말만 하네”

“선배한테 배웠죠”


할말을 잃은 선배는 곧 그래 잘 해봐라 하고 떠났다. 그렇게 자신의 사무실에 홀로 남게 된 규연은 가만히 앉아 생각해봤다. 


“압력이 들어올 줄은 알았는데 아직 보고도 안 했는데 장난 아니네”


자신을 돕는 수사관들이 자료를 유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주 오래 합을 맞춰 왔기에 그러진 않을 것이다. 


확실히 규연이 잡으려는 인물이 ‘거물’이다 보니까 벌써 소란스러웠다. 규연이 잡으려는 거물은 윗선에서 ‘기획’한 인물의 반대편에 선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윗선이 밀어주려는 반대편의 인물을 규연은 잡으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보가 왔기 때문이었다. 제보가 왔으니까 수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검사 규연이었다. 특히 이번 일은 어쩌면 규연이 검사가 된 이유아 맞물려 있을 줄도 몰랐다. 


규연은 다시 한번 제보자료를 쳐다본다. 그곳에는 아주 오래된 사진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놀랐다. 


“이렇게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자신이 검사가 됐던 이유, 그건 어쩌면 공적 정의보단 사적 복수에 가까울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자신 말고 또 누가 아는 걸까? 


그때는 너무 어려서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후원자가 된 규연의 멘토를 빼면. 


그리고 그 사진에는 자신의 후원자이자 멘토와 더불어 아버지의 모습도 있었다. 규연의 아버지는 이 나라에서 한가닥 하셨던 주먹이었다. 한마디로 깡패. 좋은 말로 협객이었다. 


이제는 그리운, 어렸을 때는 귀에 딱지가 될 정도로 들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로맨스 이야기, 아버지를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나섰던 경찰이었던 어머니였고, 엄마는 아빠를 만나 경찰에서 은퇴한 후 검사가 됐다.


그리고 그 검사의 규연이 잇고 있었다.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두 사람 다 돌아가셨으니까. 


“우선 연락을 드려볼까?”


규연은 자신을 구해준 멘토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삼촌이라고 부르는 이 나라의 민정실장이 된 사람. 


“규연아, 삼촌으로 전화 한거니 민정실장의 힘이 필요한거니”


삼촌은 늘 규연에게 딱 한 번만 윗선 찬스를 써줄 거라고 말했다. 규연은 그럴 때 마다 한 번이까 잘 써야지 하고 말을 했는데, 삼촌은 그렇게 말했으면 규연이 꺼내기 전까지 조용히 있으면 되는데 꼭 금방이라도 빨리 어서 쓰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오늘 날 찾아 온 건, 우리의 만남은 삼촌이야 파워야 라고 묻고는 했다.


“삼촌은 내가 빽 있는 검사라는 게 티가 났으면 좋겠죠?”

“그럼, 우리 규연이가 얼른 동아줄 타고 삼촌 뒷배가 되어줘야지. 언제까지 내가 위에 있을 수 없잖아. 위에서 짓누르고 아래에선 치고오고, 얼마나 고달픈지 모른다.”

“저는 치고 올라가지 않았는데요?”

“내 밑에 너만 있는 건 아니니까”

“삼촌. 제보가 왔어요. 그리고 여기에는 삼촌의 모습도 함께 있어요”

“시작이니?”

“삼촌은 안 무서워요?”

“늘 무서워했지. 내가 잘못한 거면 어떡하나, 내가 실수하고 있는 거면 어떡하나, 내 개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으면 어떡하나”

“정말 삼촌 같은 말씀이시네요. 하지만 삼촌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었잖아요. 저희 어머니랑, 아버지도”

“그래서 잃지 않으려 이렇게 권력의 축이 되었는데, 아직도 공허하다 규연아. 삼촌이 가진 힘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중이지만”

“이거 삼촌이 보낸거죠?”

“누가 보낸 게 중요하겠니, 과정이 중요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었잖아. 이 세상이”

“삼촌은 제 앞에 서 계신 건가요, 뒨 가요. 옆인가요, 마치 제가 가진 퍼즐이 삼촌을 공격하는 카드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한 번 마음먹은 것은 그대로 행한다. 일단의지(一斷意志) 라는 말이 있지, 결심한 것을 반드시 실행한다라는 말이다.”

“알죠 알아요.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어진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라는 말도 삼촌이 달고 사시는 말이잖아요. 일도양단(一刀兩斷) <한번 칼을 휘둘러 두 조각을 낸다> 같은 말 되게 좋아하는 삼촌이야”

“결과 좋아하는 놈들한테, 네 부모님의 죽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보여줘야지”


삼촌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의도를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 놀란 규연이었다. 이 자료는 정말 삼촌이 보낸 게 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받은 자료가 뭔지 궁금하네. 오늘 청와대 방문 가능하니?”

“현직 검사가 청와대를 방문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것도 민정수석을요?”

“그렇지? 그럼 내가 가는 건 더 이상하지 않을까?”

“중간에서 만날 생각은 안해보셨어요?”

“나도 이제 결과주의가 돼 버려서 그 생각을 못했네”


약속을 잡은 두 사람은 경복궁역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규연은 책들이 쌓인 카페를 둘러보며 삼촌을 기다렸다. 녹차를 베이스로 만든 차를 마시며 규연은 생각했다. 


물에 여러가지 차가 들어갈 때마다 물의 이름은 사라지고 물에 들어온 것들에 대해서만 이름이 새겨진다. 가장 중요한 건 물과 만난 다른 합성원료가 아니라 물이 아닐까? 자신은 여기서 물일까? 아니면 물과 만난 다른 무언가 일까?


삼촌이 물이고 자신은 녹차나 커피와 같은 원료가 아닐까? 그런 고민을 하는 사이에 처음 만났을 때 보다 10년 정도 늙어 보이는 삼촌이 왔다. 실제의 시간으로 따지면 20년도 넘었는데, 나이에 비해서 젊어 보이는 모습이 보인다. 


역대 민정수석들을 보살펴 정부가 좌든, 우든 항상 청와대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실질적인 민정수석이라 불리는 삼촌이었다. 


“좀 늦었네, 정부 일이 다 이런 거니까 이해해줄 수 있지?”

“제가 아직 어리지만, 정말 어렸을 땐 삼촌이 집에 늦게 들어올 때마다 얼마나 겁났는지 모르죠? 근데 머리가 자라니까 이제 삼촌이 늦게 들어왔으면 했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빨리 보고 싶었네요 삼촌”


삼촌이 규연을 바라보았다. 규연과 삼촌이라고 불리는 박주현였다. 주현과 규연은 실제로 가족은 아니었다. 다만 규연이 부모를 잃은 후 함께 자랐다. 입양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규연이 원하지 않아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삼촌도 우리 아빠랑 같은 협객이셨다고 들었어요”

“잘나가는 협객이었지, 원래는 형님이 스카우트되었지만 거절해서 내가 정계로 왔지”

“뭐 그건 옛날 이야기니까, 많이 들었고 미래 얘기하죠. 삼촌. 민정수석 날리려고 하는 거예요? 뒷배가 되준다더니. 저를 칼로 쓰시려고?”


주현의 표정을 살피는 규연이었다. 그런데 규연의 말을 들은 주현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으로 살짝 민정수석? 오늘 제보 받은 대상자가 민정수석이었어? 라는 놀라운 표정을 짓는다. 규연은 삼촌이 포커페이스를 대외적으로 잘하지만 유일하게 자신한테는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왜 이렇게 놀라요? 삼촌이 자료 보낸 거 아니었어요?”

“민정수석 자료가 너한테 갔다고? 거기에 형님 사진도, 형수님 사진도 있었고?”

“엄마 사진은 없었어요. 아빠랑, 삼촌 꺼만”

“누구지.”


갑자기 당황한 듯 머리를 감싸는 주현이었다. 규연은 그런 주현의 당황한 모습을 보고 역으로 당황해 찻잔에 손을 올렸다. 연기일까, 아니면 정말로 당황한 걸까.


“규연아, 네가 지금 노리고 있는 사람이 누구냐? 그 사람도 민정수석이었어? 그래서 제보자가 그 사실을 알고 제보한거야?”

“아니요. 제가 노리던 사람이 민정수석은 아니었어요. 저는 서울시장이었는데”

“박세훈 시장? 박세훈 시장은 왜?”

“위에서 계속 나 괴롭히니까. 저도 윗선 괴롭히려고요”

“박세훈 시장을 노리는데 장형택 민정수석을 제보했다. 제보 내용은 근거 있어 보이고?” 20년도 더 된 사진까지 간거면 뭐지.”

“…”


주현은 혼자 고뇌하면서 끝까지 규연이 난처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어떤 사건인지는 끝내 묻지 않았다. 규연도 삼촌이 묻지 않으니 먼저 얘기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보자고 한거야?”

“삼촌이 보자고 하셨는데요?”

“아, 내가 그랬지. 그래 규연아. 요즘도 고생이 많네”

“삼촌, 제가 모르는 거 많죠?”

“늘 그렇지, 네가 많이 아는 것 같지만, 아직 하나도 모른다 규연아”

“삼촌, 그때 우리 아빠 죽인 사람. 나 그 사람이 대통령 된 꼴도 본사람이예요”

“그리고 니가 깜빵으로 보냈잖아”

“전 그래서 끝난 줄 알았죠. 비록 그때는 말단이어서 시키는 것만 하고 제가 주도한 건 1도 없어도 그 사람이 감옥 가면 다 끝난 줄 알았거든요”

“…”

“그런데 아니었잖아요. 지금 벌써 나와서, 회사 자문위원으로 누구보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던데요. 경제사범이라는 게 참.”

“그래서?”

“원의 끝은 곧 시작이라는 말 알죠? 제 복수가 아직 안 끝났더라고요”

“네가 수사한다는 게?”

“네, 맞아요. 전직 대통령 노명근. 이번에 제가 수사하고 있는 대상이예요”

“규연아, 너 아직 그 급이 안되잖아. 너무 위험해”

“언제는 급을 알고 했나요. 나는 아직도 우리 아빠가 왜 죽었어야 했는 지, 우리 엄마가 왜! 그렇게 돌아가셔야 했는지 이해가 안 돼요”

“규연아. 니 마음은 알지만, 사람들은 니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꺼야. 그리고 이미 감옥까지 갔다 온 사람을 왜 또 구태여 건들이냐고 말할 거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하냐고 손가락질 할거다. 일개 검사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야”

“모르겠어요. 우리나라 그래도 똑똑한 사람만 검사가 될 수 있어요. 지혜롭진 못해도 공부 못하면 검사 못돼요. 나 똑똑해요 삼촌”

“그래 똑똑한 규연아. 우리 똑똑하게 살자고”

“제 뒷배가 되어 주신다고 했죠? 이번이예요 삼촌. 제 뒷배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주세요. 제 부탁입니다”


그렇게 규연은 자신에게 온 제보 파일, 복사본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규연아!” 

“말해드릴게요. 제가 어떻게 할지, 저한테는 검사의 피도 흐르지만, 깡패의 피도 흘러요. 그래서 아빠의 옛 사람들을 모을 겁니다. 그래서 기획을 할 거예요. 전직 대통령을 박살낼, 현직 검사의 기획안이 될거예요.”

“불가능해!”


삼촌을 보며, 밝게 미소짓는 규연이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죠? 근데 저는 여자고, 부모를 잃은 자식이고,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중심인 검사고, 주먹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깡패의 딸이기도 하네요.”

“나부터 막아야 할 거다. 난 최선을 다해서 널 보호할 거야”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게 보호는 아니죠. 부모님이 죽은 이유도 이 길을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거고. 그 이유는 저를 더 야수로 만들겠죠. 그래서 인사드리러 왔어요 삼촌. 사람인 딸이자 조카로서 규연이로.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 규연아…”


그렇게 규연은 삼촌에게 인사를 하고 카페를 나섰다. 이 카페를 처음 소개해준 것도 삼촌이었다. 수십년의 세월동안 변하지 않은 유일한 장소였다.


삼촌과 처음 만난 곳이기도 했다. 그때는 엄마의 손을 잡고 아빠를 기다렸던 설렘만이 가득한 장소였는데, 이곳에서 인간 규연은 이별을 했다. 


찻 잔 안에 든 물이나, 그 원료 따위는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컵을 깨버리기로 했으니, 그리고 책상도 엎어버릴 생각이었으니까. 


크게 숨을 들이쉬는 규연이었다. 


“잘 했어, 장규리, 잘하자 장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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