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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한 Nov 24. 2024

서현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52

서현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서현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진서윤

제목: 우리의 전말


“어차피 후회해도 다시 돌아갈 수 없잖아. 그럼 후회 하지마. 시간 아깝잖아.”


맞는 말이었지만 그렇게 하는 게 힘든 일이었다. 서윤은 학교에서 임시로 상담을 하는 알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 그러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상담 받는 학생의 말에 집중해주는 서윤이었다. 분명히 특별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게 아니었지만 서윤의 상담을 받은 학생들의 반응은 좋았다. 


어떻게 보면 작은,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학생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서윤도 치유 받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가는 학생이었다. 학생이 문을 열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서윤은 그를 보고 또 왔네. 하는 느낌이었다.


그 실루엣의 주인은 다음 상담자는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이 학교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자주 이 상담실을 찾아왔다. 


“어때 좀 괜찮아?”

“뭐, 늘 똑같지. 왜 이렇게 자주 와? 나 좋아해?”

“늘 좋다고 하는데. 언제까지 좋아한다고 말해야. 진짜 좋아하는 걸로 받아 줄래?”


서윤이 남자였으면 불알친구로 불렸을 20년지기 친구였다.


“나도 너 좋아해.”

“나는 조금 더 특별하게 좋아해.”


서윤의 말에는 설렘이 없었지만, 상혁의 말에는 설렘이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자신의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게 그저 좋을 뿐이었다. 


정작 진심을 받아주어야 할 서윤은 그저 장난으로 생각할 뿐이었다. 처음부터 그랬다. 상혁의 말은 서윤에게 처음부터 장난이었다.


“너 정말 에쁘다. 나 너 좋아할래. 우리 사귀자.”

“그래.”


유치원 때 잠시 사귀었던 사이. 그렇게 헤어짐은 없었지만, 아직 철들기 전이라 전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사이였다. 


“지금 바람 피는 거야? 우리 사귀는 사이잖아.”


그러다 문득 이성에 대한 설렘이 찾아왔을 때. 상혁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고백했을 때의 일이었다. 


교복을 입고, 어딘가 담벼락 같은 곳에서 푸름과 붉음이 교차하는 사이에 그런 사이에 어둠이 찾아오고 있는 시간대였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언제 사귀었어?”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기억을 돌이켜 보면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상혁이 먼저 서윤에게 말을 건넸던 것 같았다. 애써 부정해보는 서윤이었다.


“아니. 그게 무슨. 너무 애기 때고. 너 그럼 지금 우리가 사귀고 있는 줄 알고 있었던 거 야?”

“응. 난 그런 줄 알았는데?”


서윤은 상혁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장난으로 그의 가슴을 때렸다. 


“사귀는 사이면, 우리가 손도 이렇게 마 잡고. 뽀뽀도 하고, 그랬어야지.”

“그럼 지금부터 하면 되겠네?”


갑자기 상혁의 팔을 뿌리쳤던 서윤이었다. 그렇게 뒤돌아서 달아나 버렸다. 그 이후 다시 사귀는 사이다 머다 아니다 이런 말도 없이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그러다 상혁에게 좋아하게 됐다는 남자와 잘 안되고 나서 울면서 전화를 했고, 상혁은 달려왔다. 


그때 처음으로 울면서 정신을 잃은 서윤은 ‘너는 그냥 내 곁에만 있어주면 안 돼? 나 좋아하지 말고, 아니 좋아하는데 이성적인 그런 거 말고. 그냥 옆에 있어주라’라고 했다. 


상혁은 그런 서윤을 말없이 안아주었고, 두 사람은 사귀는 지 안 사귀는 지 헷갈린 사이가 되어 있었다.


“너, 나한테서 떨어져. 너 때문에 되는 일이 없어!”


어느새 학교에서는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로 소문이 나 있었고, 그런 소문을 피해 서윤은 자신이 진학할 고등학교도 상혁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데.”


상혁이 캐물어도 교복을 입고 데이트를 꿈꾸는 서윤으로선 상혁이 쫓아올 수 없는 여고로 가고 싶지만, 여고-여대 이런 루트는 타고 싶지 않았다.


“아니. 넌 몰라도 돼!”


그렇게 상혁을 피해서 학교를 골랐지만, 애석하게도 상혁 또한 같은 고등학교였다. 그때부터 상혁을 멀리 하려고 했지만, 막상 누군가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순간이면 늘 상혁을 찾게 되는 서윤이었다.


상혁은 그런 순간이면 또,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불현 듯 나타나 옆에 있어주었다. 하루는 열이 40도가 오르는 신종 인플루엔자를 걸렸을 때도, 친구들은 자기도 걸릴까 봐 무섭다고 떠나는데, 상혁만은 옆에 있어주었다.


전세계에 엔데믹을 가져온 코로나가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파 죽을 거 같은 서윤이었고, 자기도 똑같이 아파하면서 아파하는 서윤을 위해 모든 걸 다했던 상혁이었다.


“너. 나 좋아하지마. 우린 친구야. 평생가는.”

“싫어. 난 거짓말 안 해. 난 평생 너 좋아할거야.”

“스토커야!”

“결국 날 찾는 건 너거든?”

“키다리 아저씨냐고. 그럼 나 무시해. 니 맘도 안 받아주는데 왜 계속 받아주는데 너는.”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이 부르는데 무시해. 고맙지. 날 찾아줘서.”


그렇게 티격태격하는 사이가 바로 서윤과 상혁이었다. 


“내 옆에 있고 싶으면 날 좋아하지마.”

“니 옆엔 있을 거고. 널 좋아할 꺼야.”


서윤이 먹을 간식을 갖다 놓고 바로 가려고 하는 상혁이었다.


“왔는데 바로 가려고?”

“어. 너 봤으니까 됐어. 충전했거든.”

“오글거리게 무슨 소리야. 네가 니 여자친구냐? 나 보고 충전하게?”

“널 좋아하니까.”

“야. 누가 들으면 오해해. 그런 말 좀 이제 그만하라니까 정말.”


그렇게 손사래치는 서윤에게 인사를 하고 가는 상혁이었다. 상혁이 사온 물품들을 보니, 괜히 20년 친구가 아니었다. 


서윤이 스쳐 지나가면서 저거 먹어보고 싶다고 한 것부터 이거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 하는 것까지. 그리고 평소에 서윤이 좋아하던 것까지 모두 다 들어가 있었다.


“무슨, 장을 보고 오셨네.”


그때 자신의 고용자는 아니지만 고용자에 가까운, 실질적인 관리자인 보건상담 선생님이 들어왔다.


“누구야? 저 청년은? 자주 보는 것 같은데? 서윤 선생님 남자친구예요?”

“아니요. 제 오랜 친구예요. 불알 친구 뭐 그런 거?”

“왜 그래. 없으면서!”

“그게 있어야만 그런 친구가 되란 법은 없잖아요?”

“뭐 그렇지. 여자 언어도 하나 만들어야해. 찌찌 친구? 이건 너무 야한 가?”


서윤이 생각했을 때는 불알친구든 찌찌친구든 거기서 거기였다. 해석하기 나름으로 19금이었고 전체연령가였다. 


“중요한 건 뭐 그런 건 아니니까. 어 그러고 보니, 우리 상혁이가 선생님 이상형이랑 조금 비슷하죠?”

“우리 상혁이? 많이 친한가봐요?”

“말했잖아요. 오랜 친구라고. 어때요? 소개팅 한 번 해볼래요?”


보건 선생님 입장에선 싫은 건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승인이 됐고, 상혁에게 은근히 물어봤지만 바로 거절이었다.


“소개팅? 아니. 나는 네가 있는데 왜 해. 너 좋아한다니까. 너만 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 그런 소개팅.”


그런 말을 해도, 바로 준비하고 나오라고 말하는 서윤이었다. 소개팅이란 건 말하지 않고, 데이트 하는 것처럼 입고 나오는 말에 상혁은 정말로 멋있게 꾸미고 나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서윤이 아닌 보건 선생님이랑 같이 셋이서 만났다. 


상혁은 서윤을 위해서라도 자리를 벅차고 일어날 일은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자리를 마련해주고 일어서는 서윤이었다.


“어디가.”


상혁이 일어나서 서윤의 팔목을 잡았다. 그러자 서윤이 눈빛으로 상혁을 째려봤다. 


“잘해. 내 직장이 달려있어. 너한테.”


작게 속삭였다. 그렇게 보선 쌤과 상혁에게 파이팅이라는 주문을 해주고 나오는 서윤이었다. 


“잘해야할텐데. 잘되면 국수 한 사발 얻어먹는 건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서윤을 돌아보는 상혁이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진서윤 선생님이랑 같이 일하고 있는 한고윤이라고 합니다.”


고윤의 말이 끝났음에도 서윤의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상혁이었다. 그러다 문득 서윤의 자신의 손을 떨쳐가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앞에 있는 고윤을 보는 상혁이었다.


그렇게 상혁과 고윤을 남기고 온 서윤은 집에 도착해 가방을 내려놓았다. 항상 연락이 와 있던 카톡을 보는데, 오늘은 특별한 일은 없었다.


항상 상혁에게 와 있던 연락이 안 와 있을 뿐이었다.


“잘하고 있겠지? 이 참에 잘 되면 좋을텐데.”


그런데 상혁이 다른 여자한텐 어떻게 하는 지 문득 궁금해진 서윤이었다. 지금까지 상혁이 다른 여자를 만난 걸 목격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외길 인생으로 오로지 서윤만 쫓아다녔던 상혁이었다. 그나마 상혁이 군대에 갔을 때만 서윤과 떨어져 있었다. 


“음. 뭔가 길가에 내버려 놓은 애 마냥. 걱정은 되네.”


이상하게 상혁이 잘 하고 있나 궁금해진 서윤이었다.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정말 잘해서. 그렇게 잘해서 자기를 떠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 마저도 스쳤다. 


“에이, 그러면 좋은 거지.”


서윤은 자기와 썸을 타던 남자들이 다 상혁 때문에 진전이 없고 발전이 안됐던 걸 떠올렸다.


그때마다 한 대 쥐어박아주고 싶던 상혁이었다.


“아. 얘기 들었어요. 상혁씨죠? 오랜 친구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박광목이라고 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서윤이를 좋아하는 상혁이라고 합니다. 이 얘기도 들으셨죠?”

“네? 좋아하는. 아 그쵸. 친구끼리 서로 좋아할 수 있죠.”


그런식으로 상혁은 서윤을 좋아한다는 걸 숨기지 않고 밝혔다. 그렇게 썸붕이 일어나게 만드는 원흉이었다.


“너 정말 상혁인가 그 놈 계속 만날꺼야?”

“아 오해하지마. 그냥 친구라니까?”

“친구? 친구가 너 좋아한다고 대놓고 떠벌려? 그게 친구 맞아?”

“우리 친구 이상의 관계로 나아간 적이 없어. 뽀뽀를 한 적도 없고, 그냥 친구지.”

“그건 그 남자가.”

“쟤가 정말로 나한테 흑심 있었어봐. 너처럼 사귀지도 전에 내 어깨에 손 올리고. 뽀뽀하고 키스하고 다 했겠지.”

“야. 그게 그건!”


차마, 상혁이 더 좋은 남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던 전 남친의 답답함이었다. 그런 남자의 답답함을 모르는 서윤은 썸을 타던 남자던, 잠깐이라도 사귀게 된 남자든 상혁이 때문에 일그러지는 게 일쑤였다. 


“지긋지긋해, 이제 정말로 끝나면 좋겠다.”


이렇게 소개팅을 해줄 생각을 왜 한 번도 못했는지, 만약에 보건쌤이랑도 잘 안 되더라도 다시 또 다른 여자 찾아주고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서윤이었다.


끝날 때쯤 된 거 같지만 여전히 연락이 없는 상혁이었다. 그때 보건쌤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카톡이었다. 


덕분에 좋은 남자 잘 만났다는 이야기였다. 이상하게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 서윤이었다.


“어. 잘된 건가? 이 놈은 이 누님이 소개팅까지 해줬으면 잘 됐으면 잘 됐다고 연락을 해야지.”


약간 살면서 처음으로 기다려본 상혁의 연락은 그날 자정이 넘어도 오지 않았다. 다음날의 새벽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하지 않는 서윤이었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알게 될 테니까. 


다음 날 아침, 서윤은 평소와 같은 일상을 시작했다.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줄 모른 채였다. 


출근을 하고, 보건쌤이 들어오는데, 상당히 밝은 표정이었다. 


“선생님.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아. 그죠. 덕분이예요. 서윤 선생님! 상혁씨 너무 좋은 사람인데요? 우리, 잘 해보기로 했어요.”

“네? 그게?”

“사실 말만 안 했지. 사귀는 사이처럼. 우리가 그렇게 잘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아침에 잘 일어났냐고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던 서윤이었다.


서윤은 곧 점심시간이 되자, 상혁에게 전화를 하는데. 무심하게 전화를 받는 상혁이었다. 상혁의 그런 태도는 처음이었다.


“어. 전화했어?”

“어, 너 어제”

“응 잘 했어. 잘 만나보기로 했어.”

“아. 응. 축하해.”


두 사람은 정말로 처음 만나자 마자 사귀기로 한 것이었다.


이상한 느낌과 기분이 들었다. 

축하하고 좋은 일인데, 어쩌면 서윤이 그토록 바라던 일이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생숭한지 모르겠는 서윤이었다. 


퇴근 날, 남자친구와 데이트가 있다고 빠르게 나가는 보건쌤이었다. 

그때 서윤은 그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 상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야?”

“상혁아. 나 아파.”

“어?”


상혁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로 전화를 끊는 서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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