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53
김동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김동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원동우
제목: 1초의 비애
잦은 일이었다. 받은 걸 뺏기는 일은.
“저기 말이야. 아까 줬던 거. 그거. 다시 돌려주면 안 될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손을 내미는 동급생 학우였다. 동우는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포장도 뜯지 않은 선물을 그녀에게 돌려주었다.
“이거 말하는 거지?”
“어? 어어. 고마워.”
받아도 되는 게 맞는 걸까 싶어서 동우의 눈치를 살피지만, 이내 선물을 받고 36계 줄행랑을 쳐버리는 여학생이었다.
동우도 아무런 미련 없이 그녀가 사라진 방향을 무시하고 정면을 돌아보았다. 주변 친구들도 이미 익숙한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단 한 명, 동우의 오랜 절친인 유선만 동우의 어깨 사이의 등을 치며 다가왔다.
“오늘도 착각이냐?”
등교길이나 하교길에 생기는 일이었다.
“뭐, 그렇지.”
“아니라고 했지?”
“그렇지. 그런데 그땐 또 안 듣더라.”
1초 김동완이라고 불리는 원동우였다.
동완의 팬들이 많아 동완의 선물을 어떨 결에 받게 되는 동우였다.
“저기, 나 동완이 아니고 동우야.”
그렇게 해명을 해도 처음 선물을 주려는 사람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가끔 돌려받으려 하지 않는 선물들은 동우께 되어버렸다.
다만,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 같은 경우는 다시 돌려받으려고 하는 인물들이 있었고, 이미 선례가 있어서 그런 선례를 아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못 전달한 선물을 돌려받으러 왔다.
조금 전처럼. 가끔 아니면 끝까지 아니라고 해야지 왜 선물을 받냐 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자신이 꼭 받으라고 막 들이밀어놓고는 양심도 없는지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막 들이민 게 누군데! 네가 꼭 잘못한 한 것처럼 말을 해.”
그때마다 위로를 해주던 친구가 바로 유선이었다.
유선은 가끔, 나도 이렇게 라도 여자들한테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하면서 질투 아닌 질투를 하기도 했다.
“나도 니가 받으면 좋겠네.”
하지만 그런 유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동우였다. 자기 것이 아닌 선물을 받는 다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왜. 선물 받으면 좋은 거지.”
“나한테 주는 거면 고맙고, 좋지. 하지만 아니잖아.”
1초 김동완으로 오해받아서 생긴 선물이었기 때문에 좋을 리 없었다. 특히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동우가 좋아하는 설현이도 동완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너랑 놀면, 꼭 동완이랑 노는 거 같아.”
설현이랑은 가끔 만나서 놀기도 했다. 그런데 설현은 동우를 통해서 자신의 사심을 채우는 것 같았다.
“가까이 오지마. 동완이에서 멀어지잖아.”
멀리서 보면 동완, 가까이서 보면 동우가 되었기에 설현은 동우를 멀리서 보고 싶어했다.
“너까지 정말 그럴래?”
“아. 동우 보고 싶다.”
“어?”
“아. 뭐래. 얼굴뿐만 아니라. 이름도 비슷해서 잘못 말했다. 동완이 보고 싶다!”
그렇게 실수로 내뱉은 동우 보고 싶다로, 거의 한달은 잠을 설쳤던 동우였다.
“동완..”
정작 동우는 동완이라는 애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자신을 닮았으니까. 잘 생겼겠지라고 생각만했다.
그 놈만 아니었으면 자신이 여자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을 가진 채였다. 그러다 동완이 도대체 뭐하는 놈인지 궁금했다.
“동완이 그 놈, 그 놈 뭐하는 놈이야.”
동급생들뿐만 아니라, 선배나 후배들도 착각을 하는 거 보면 우리학교 학생인 건 분명했다.
“아이돌 연습생이라도 돼?”
“아이돌이었으면 우리학교 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네가 오해받지 않았을까?”
“그러게? 유독 우리학교 학생들만 오해를 하네?”
동완은 아이돌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도대체 누구지? 동완에 대해서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 동우였다.
그때 설현이 지나가고 있었다. 설현을 부르는 동우였다. 돌아본 설현은 어?! 하다가 에이 뭐야 라고 했다.
“아. 1초 김동완, 잠깐 설렜네.”
이 말이 동우에게는 1초 동안이나 너한테 설렜어 라고 잘못 해석되어지고 있었지만 내색은 하지 않는 동우였다.
“그래, 그 김동완. 그 김동완이 도대체 누구야.”
“너 동완이를 몰라?”
그동안 누군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는 도저히 궁금해서 못 참는 동우였다. 설현이가 특히 동우를 동완으로 착각했을 때, 정말 동안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도저히 참지 못하겠는 동우였다.
“어. 그러니까 알려줘. 그 김동완이 누군지.”
“한국 국가대표도 나갔는데 그 김동완을 모른다고?”
“국가대표?”
“우리 학교 최고의 아웃풋! 씨름선수잖아. 김동완. 무려 우리랑 동갑이고!”
“씨름선수?”
동우가 한 번도 본적 없을만 했다. 그리고 씨름도 국가대표가 있나? 우리나라에서만 하는 거 아니었나? 이상한 의문만 더 가득해지는 동우였다.
“아니. 씨름선수라고?”
“너 정말 동완이를 몰랐구나?”
그때 마침 설현이가 동완이 경기가 내일 있으니까 같이 가자고 했다. 사실 동완이의 씨름 보단 놀이동산이나 노래방이나 이런 데를 설현이와 더 가고 싶었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바로 승낙하는 동우였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옆에 있던 유선이가 끼어 있었긴 하지만, 설현이와 같이 뭘 보러 간다는 게 너무나 좋았다.
“아.”
설현의 옆자리에서 앉을 생각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설현이가 자신이 아닌, 자신과 1초 정도 닮은 동완을 보러 간다는 생각은 어느새 잃어버린 동우였다.
그러나 그런 사실은 곧장 드러나게 됐다. 정말로 자신을 닮은, 흔히 말하는 테무 동완이 자신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낯짝이었다.
“뭔가.”
동우는 꺼림칙했다. 자신의 잘생긴 버전이 동완이었고, 못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서 억울한 느낌의 버전이 자신인 것 같았다.
“웃어서 그런 가?”
일부러 양 입술 끝을 당겨 웃어 보는 동우였다. 설현이 그 모습을 보고 질색을 했다.
“조커야? 그렇게 한다고 우리 동완이 못 따라 가거든? 그냥 너는 조금 멀리서 날 봐주고 웃어줘, 우리 동완이가 나한테 웃어주는 거 같잖아.”
그리고 씨름선수라면서 몸은 왜 이렇게 좋은데? 어이가 없는 동우였다. 씨름 선수들은 체격이 산만해가지고 비만에 가까워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그러기는 커녕 빨래를 해도 될 정도의 빨래판을 가지고 있었다.
남자들은 멋있었고, 여자들도 예쁘다는 말도 어울리고 멋지다는 말도 어울렸다. 특히 저기 씨름 선수 중에 설현이와 닮은 비슷한 외모의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애도 있었다.
“저기 저 선수는 누구야?”
그걸 또 설현이에게 물어보는 하수 동우였다.
그러자 뾰로퉁해지는 표정을 짓는 설현이었다.
“쟤는 왜”
동완이와 잘 지내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눈에 보였다. 이게 여자들의 질투라는 건가 싶었다. 동우는 그 질투를 자기도 좀 받아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질투는 상관이 없었고, 설현의 질투를 받아보고 싶은 동우였다.
“이지우라고, 동완이 여자친구라는 썰이 있을 정도로 친해 그래서 기분 나빠!”
“근데 동완이, 동완이 하는데. 우리랑 동갑이야?”
“아니? 우리보다 동생인데?”
“어?”
어이가 없었다. 정말 듣던 중에 제일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왜 나랑 착각을 해?”
“우리학교 1학년이니까.”
“나는, 작년부터 오해 받았는데?”
“아. 그건 동완이가 워낙 성숙미가 뛰어나서 고등학생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어서. 다들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거지. 1초 김동완~”
여전히 자신을 놀리는 설현이었는데, 그건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라도 설현이와 친해질 수 있다면 그건 그거 대로 만족하는 동우였다.
“그래도 공부는 못하겠지.”
“공부도 잘한데.”
마치 동우를 약 올리는 게 오늘 설현의 목표처럼 느껴졌다.
동우는 그래도 상관없다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설현을 바라보았다.
하늘을 찌를 거 같은 콧대와 우주를 닮은 눈을 하고 있는 눈망울과, 가장 예쁜 도자기처럼 매혹적인 입술을 가지고 있는 설현이었다.
그런 설현의 목선이 살짝 보이자. 침이 꿀꺽 저절로 삼켜졌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동우가 대신하고 싶던 서현의 입술에 닿는 음료도 다 떨어진 것처럼 보였다.
“어. 다 마셨네.”
“내가 사올 게.”
“어? 그래? 좋아. 나는 참외랑”
“참외랑 좋아하는구나.”
동우는 그렇게 홀로 나와 매점으로 향했다. 넓은 운동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씨름이었다. 씨름도 생각보다 규모가 있는 걸 알게 된 동우였다.
“동완이… 씨름 선수였다니.”
그동안 아이돌이거나 아니면 잘생긴 스포츠 선수라고 생각했다.
“스포츠, 선수는 맞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에, 동우 앞에서 어쩐지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런 시선을 느끼니 동우도 쳐다보지 않을 수가 없어서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위에서 보았던, 동완의 옆에 있었던 그녀였다.
이지우라는 씨름소녀였다.
동우는 씨름 선수들은 전부 돼지는 아니더라도 몸이 큰 줄 알았는데, 모두 헬스장에서 사는 느낌이었다.
“저기.”
그때 지우가 동우에게 말을 걸었다. 동완이라고 착각한 걸까 싶었다. 이제는 동완보다는 동안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동우였다.
“저요?”
“네. 그쪽이요.”
약간의 설렘이었다. 바보 같은 설렘이라고 생각해서 빨리 이 상황을 모면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동우였다.
“김동완 선수 알죠? 약간 닮았네요.”
“네.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서, 궁금해서 왔네요.”
“아. 동완이 보러 오셨구나. 근데, 그쪽이 더 잘생겼어요.”
“네?”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말에 이미 동우의 볼을 빨개졌다.
“정말로. 동완이 보다 휠 나은데.”
“처음이네요. 그런 말. 제 별명이 1초 김동완이었거든요.”
“1초 김동완? 헐. 어울리는 별명이긴 하네요.”
역시, 그러면 그렇지 라고 생각했다. 그냥 팬 관리 겸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하. 그렇죠?”
“1초 뒤면 더 잘 생겨지는, 그런 거네요?”
“네? 진심. 이세요?”
“거짓말을 굳이 왜 해요?”
아까 설현이 동완과 잘 지내는 지우를 질투하던 모습이 떠오르는 동우였다.
“근데 이런 말 해도 돼요? 동완 선수랑 친하게 지내는, 가까운 사이 아니예요?”
“그거야 같이 운동하고, 같은 운동장 다니고 그러니까. 그렇죠. 동완이 보다 그쪽이랑 친해지고 싶은데요?”
“네?”
갑작스러운, 동우의 입장에선 거의 고백이나 다름없는 말에 동우는 자신이 사러 온 음료, 특히 설현이 좋아하는 ‘참외랑’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근데 그 참외랑을 들고 있던 그녀가 동우에게 내밀었다.
“이거 선물로 주고 싶은데, 그러면 그냥 우리 사이가 이렇게 끝나잖아요? 이거랑 그쪽 번호랑 교환 안할래요? 나는 이미 마음에 들었고, 그쪽도 내가 마음에 든다면?”
“네??”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상황이었다.
“저, 정말요?”
“원래 이렇게 저돌적이지 않는데. 그냥 놓치기는 싫으니까. 하하. 저도 이렇게 제가 당돌할지 몰랐네요.”
참외랑은 안 받아도 되니까. 번호는 주겠다는 동우였다. 그러나 지우는 선물이라고 참외랑을 챙겨주었다.
“나중에 첫 데이트할 때. 더 좋은 선물 줄게요.”
“데이트요?”
“그럼 이렇게 번호를 땄는데. 뭐해요? 그냥 번호만 주고받아요? 제 목적은 데이트였는데?”
“어? 아. 네.”
“아 내가 동완이 보다 누나간 한데. 동완이랑 동급생?”
“아니요. 저랑. 그러면 동갑이신 거 같아요.”
“아 정말? 그럼 말 놓을 게. 연락할게~”
그렇게 사라지는 지우였다. 그런 지우를 멍하니 바라보는 동우였다.
동완이에게 주는 선물이 아닌, 온전히 자신에게 주는 선물은 처음 받아보는 동우였다.
동우는 그렇게 지우가 준 참외랑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 모습을 본 설현은 손을 내밀며 참외랑을 잡으려고 했다.
“니껀 안 사왔어?”
“어?”
참외랑을 마주잡은 설현과 동우의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