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56
신혜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신혜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혜지
제목: 렛잇고
“내일도 같이 걸으면 좋겠다.”
혜지의 수줍은 고백이었다. 그녀의 고백을 들은 남자는 너무 좋아서 목소리가 안나와 강아지처럼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대답은?”
“그. 그래.”
그러자는 얘기를 들었다. 혜지는 그렇게 눈을 감았고 그는 점점 혜지의 얼굴에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잠에서 깨어난 혜지였다.
“뭐야.”
눈 앞에 보여야 할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고, 밤에는 야광 빛이 별처럼 빛나는 스티커들이 빛을 잃은 모습만 보였다.
“꿈이었어?”
어쩐지, 바쁜 사람이 갑자기 나와 데이트를 할 일이 없었다.
“안 돼!”
유난히 햇빛이 혜지를 발 비추어 주는 아침이었다. 하지만 혜지의 마음은 처량해졌다. 꿈이 였다면 깨지 않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시 자고 싶다.”
다시 잠들어 꿈을 꾸고, 꿈에 그리던 그를 다시 만나고 싶은 혜지였다. 하지만 이미 깨어버린 정신이었고 학교를 가야 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이대로 결석을 해버리면 좋지 않을 까 싶었다. 그러나 그건 혜지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달콤한 꿈이었다.
“아.”
일상의 시작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평소라면 그대로 일어나 씻고 옷을 정리하고, 밥도 먹고 바로 등교를 하는 혜지였겟지만, 오늘은 꿈의 여운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보고싶은데.”
그리고 혜지가 꿈에서 봤던 그도, 바로 학교에 가야만 만날 수 있었다.
“보러 가야지.”
정신은 깼지만 아직 힘이 돌아오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양팔로 침대를 밀어내는 혜지였다.
“아, 이대로 누워서 더 자고 싶다.”
밀어내던 힘을 멈추고 다시 침대와 물아일체처럼 하나가 된 혜지였다. 그대로 침대에 휩쌓인 채 자고 싶었다.
꿈속에서 그와 다시 한 번 사랑을 노래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 학교에 가야 그를 만날 수 있다는 게 다시 한 번 스쳤다.
“어쩌겠어. 가야지.”
오늘은 중요한 날이었다. 얼마전 면접을 봤던 응원단, 치어리더에 대한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혜지가 다니는 우리고등학교는 스포츠계의 명문이었다. 무려 6개의 스포츠 종목에서 강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 6개뿐만 아니라 총 13개의 종목의 고교 스포츠에 도전장을 내고 있었다.
혜지도 이제는 그만두긴 했지만, 처음 입학할 때 만해도, 선수를 꿈꾸고 들어왔다. 여러 종목에서 탐내는 인재들 중, 아직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인 인재들도 우리 고등학교로 왔다.
혜지도 그런 인재였다. 처음에 축구, 풋살, 야구를 하다가, 아예 럭비를 하기도 했고, 다른 학교에선 없는, 하키를 하기도 했다.
다양한 스포츠에 대해서 도전할 수 있는 게 우리고의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런 스포츠 모든 종목을 하나로 통합해 응원하는 게 바로 우리 고의 응원단이었다. 덕분에 라이벌인 너들 고등학교와 더불어 대한민국 최고의 응원단을 소유하고 있었다.
“가자!”
그를 만나기 위해서라도 얼른 학교로 가야 하는 혜지였다. 힘을 내서 다시 침대와 멀어졌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에서 씻을 것과 갈아 입을 옷을 챙기고 욕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이 나왔다. 포근한 마음으로 세수를 하는 혜지였다.
“아이고 예뻐라.”
혜지는 거울을 보면서 자신의 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상승했다. 말은 안했지만 우리고 3대 미녀에 자신이 있는 걸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런데 설마 탈락시키겠어?”
치어리딩에서 떨어질 것을 절대 생각하지 않는 혜지였다. 그렇게 정갈하게 옷을 갈아입었다.
오늘이 만약 주말이고, 학교로 가는 게 아니라 다른 약속이었다면 약속에 따라, 오늘 방문할 약속지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옷들을 펼쳐놓고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혜지는 몸매가 좋아서 모델 알바도 가끔 뛰었다. 그럴 때 마다 ‘옷 너무 잘 어울린다’라고 하면서 샘플로 나온 옷을 선물로 받았다.
아무래도 디자이너들의 시선에는 자신의 옷이 정말로 잘 맞는 모델을 보면, 기쁨에 젖을 수밖에 없었고, 헤지는 그런 디자이너에게 기쁨을 준 대가로 옷을 선물 받은 격이었다.
“아. 지긋지긋해.”
하지만 혜지의 선택지는 없었다. 그나마 교복도 3가지가 존재하기는 했다. 크게는 하계와 동계, 그리고 춘추복이었다.
결국은 강제로 입을 수밖에 없었지만, 그나마 3가지라도 있었으니까.
“교복같이 강제하는 건 없어져야해.”
혜지는 투덜대면서 교복을 입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오늘 응원단에 합격해 예쁘다고 소문난 우리고의 응원복을 입는 모습을 상상했다.
“좋아. 가자 혜지! 레츠고 혜지!’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장 학교로 향했다. 혜지가 학교로 나서는 길에 다른 친구들과 만나게 됐다.
“혜지야~”
“안녕~”
얼마전 0교시는 강제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지만, 그게 학생들의 자유까지 내려오지는 못했다.
“그래서 안 올거야? 미리 수업 전에 와 있어야 하는 게 학생들의 본분이지. 우리 때는 0교시는 무슨, 새벽부터 학교에 나와서.”
그러는 선생님들의 말씀에 결국 예전과 똑같이 나올 사람들은 나오고, 나오지 않을 사람들은 나왔다.
혜지도 잠깐 나오지 않을 뻔했지만, 아무래도 자신의 성격상 그럴 수 없었다. 자유분방한 성격이긴 했지만, 조용한 애들 사이에서 가장 시끄러운 측면이었지, 시끄러운 애들 사이에선 너무나 조용한 애로 통하는 게 혜지였다.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까지 부모님의 속도 마찬가지고, 학교에서 혜지를 맡은 담임들, 심지어는 반장의 마음까지도 속 섞여 본적이 없는 게 바로 혜지였다.
반장을 맡기에는 소심해서 거부하고, 그러나 반장 이상으로 반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던 게 혜지였다.
스포츠 경기, 딱 경기에서만 그 잠재되어 있는 엄청난 활동력을 보여주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혜지는 우리고에서 프로스포츠 선수가 되는 꿈을 접었다. 자기도 어느 정도 잘한다고 생각했으나, 프로의 벽을 실감해서였다.
특히 여자로 프로 스포츠에서 살아남는 건, 보통의 노력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른 세계도 그렇겠지만, 프로는 정말 실력 하나로 살아남는 건데,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남성들에 비해 부족한 여성들은, 늘 남성들에게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남성 축구, 유소년 국가대표에게 대패를 당한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게 혜지였다.
그때 프로의 세계로 진출하는 꿈을 포기하게 됐다. 프로스포츠는 아무래도 실력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인기가 같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력이 좋아야 인기가 높았다.
그나마 제일 인기가 많은 여성 스포츠가, 연예인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풋살 경기였다. 그게 혜지에 있어서 여성 프로 스포츠의 현실이었다.
“내가 연예인이 될 것도 아니고.”
혜지는 그때 프로 스포츠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았다. 막상 매일 같이 열심히 운동하고 달려왔는데 그렇게 되자, 허탈한 기분으로 딱 한 번 엇나갈 뻔했다.
그런 허망한 마음을 달래 준 게 농구 선수로 우리고에 들어온 자현이었다. 한 살 어렸다. 그래도 멋있으면 오빠라고, 혜지는 자현을 오빠라고 부르며 따라다니기 시작했다.
“연예인 했어야 하는 비주얼인데, 운동까지 잘해. 그것도 역대 최고의 재능이래.”
혜지가 자현을 가까이서 보는데, 외국인들도 그를 보러 왔었다. 벌써 자현에 대한 소문이 외국까지 낫구나 생각했는데, 그냥 외국인도 아니고 농구로서 전세계 최고라고 하는 NBA에서 온 것이었다.
“대단하다.”
이런 게 바로 실력이라는 거구나. 여성과 남성을 비교하면 안되지만, 여성이 남성을 실력으로 이긴 스포츠는 신체를 쓰지 않는 스포츠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남성이 어쩔 수 없이 신체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우리고에서도 프로 스포츠화로 노력중인, 사격이나 양궁, 이런 스포느는 여성선수들이 훨씬 잘 할 수도 있엇다.
문제는 헤지는 그런 스포츠엔 감각이 없었다. 혜지는 다른 여성들에 비해서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편이었다.
신체 감각이 뛰어난 게 아니라는 걸, 양궁의 화살을 10발을 쐈는데! 분명히 10발을 쐈는데, 오로지 2발만 둥그렇게 그려진 과녁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아니, 너는 저게 보여?”
같은 반 친구는 양궁으로 우리고에 진학 했엇다. 그래서 같이 양궁을 쏘아본 일이었다. 혹시 재능이 있는 친구를 그렇게 발견할 수도 있어서, 다른 친구를 데려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혜지는 시력이 둘다 1.5 이상 좋은 편이었는데 불구하고 양궁의 과녁은 잘 보이지 않았다.
“나도 잘 안 보여. 감이지.”
감, 스포츠에서는 가장 이해가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말이었다. 감각으로 이런 걸 해낸다는 건 혜지에게선 어려운 측에 속했다.
“와, 그래. 감…”
감이라고 하니까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혜지였다. 혜지가 잘하는 스포츠인 럭비 같은 경우가 특히 감각이 많이 쓰이는 스포츠였다.
무조건 잘 달린다고 좋은 게 아니었고, 무조건 빠르다고 좋은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가장 효율적으로 빠르게 달려야 했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공을 지켜야 했다.
그런 모든 순간이 사실상 감각의 순간들로 이루어졌다. 혜지가 직접 경험한 바로 가장 감각이 그나마 덜 한 게 야구였다.
감각보다는 철저하게 계산된 스포츠에 가까웠다. 그래도 그런 야구라도 해도 감은 빠질 수 없었다.
아무리 과학적이고 계산적인 스포츠라고 해도, 순간적으로 던진 공을 쳐야 할 때는, 스포츠에서 불리는 제로 베이스의 영역. 감각의 영역이었다.
1초가 오기 전에 느끼는, 공간과 시간의 힘. 제로 베이스라는 걸 혜지는 그렇게 이해했다.
“감, 감 좋지.”
혜지는 양궁을 쏘기 전까지는 자신도 감이 좋다고, 감으로 다 해내는 거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그 이후 과일 감을 좋아한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에서, 응원단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는 헤지였다. 1교시가 시작 되기 전 응원단 전용 체육관으로 왔다.
여러 스포츠마다 전용 구장처럼 체육관이 있었다. 거기에 모든 스포츠 종목을 응원하는 응원단도에게도 특별한 공간이 제공되었다.
그 앞에서 자신의 명단을 찾는 혜지였는데 없다.
“어?”
혜지는 어이가 없어서, 아니 자신이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1교시가 끝나고, 2교시가 끝다고 다시와서 확인해봐도. 친구를 같이 데려와 같이 찾아봐도 여전히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이게 말이 돼?”
혜지는 자신이 치어리딩에 떨어진 것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다들 점심을 먹으로 갈때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혜지였다.
“명단이 잘못됐을 꺼야.”
그래서 매시간 마다 와서 다시 확인하는 혜지였다. 오류 표시라고, 이게 진자라고 새 명단이 걸릴 것을 기대하면서였지만, 여전히 아침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이 없는 합격자 명단만 펄럭이고 있었다.
“이게 말이 돼?”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응원단장에게 따지러 가려고 했다. 마침 응원단장이 체육관에 있었다.
“어. 혜지?”
응원단장마저 혜지를 알아본다. 그렇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는데 자신이 명단에서 없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단장님. 여기 명단이 조금 이상해요?”
“명단이?”
그 말에 체육관 앞에 있는 공지사항에 다가오는 단장이었다.
“어디가 잘못됐는데?”
“제가 없어요.”
“어? 아, 너 아직 못들었구나.”
“네?”
그럼 그렇지, 뭔가 잇는 거겠지? 특별 합격 이런 건가 싶은 순간이었다. 혜지를 여태 찾아 다니던 새로 신설된 스포츠 종목의 담당 선생님이 혜지를 찾아왔다.
“아침부터 여기를 왔었다고.”
“어? 네. 누구세요?”
“아. 헤지야. 너한테 그러니까.”
혜지가 들은 설명은 이랬다. 남녀가 함께 뛰는 스포츠가 새롭게 신설 됐다고 했다. 모든 분에서 다. 거기다 여성 종합 스포츠팀도 신설 준비라고 했고, 혜지는 그런 곳에 있어서 엄청난 인재라, 응원단이 아닌 선수로 스카우트 하기 위해 응원단에선 결국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배경설명이었다.
이게, 좋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싫다고 해야할까. 아직 헷갈리는 혜지였다. 그러나 다음 소식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혼성 스포츠에 이번에 농구 신성이라고 규철이도 잠시 뛴다고 하던 걸? 주목도 때문인지.”
그 말에 귀가 쫑긋해진 혜지는 기분이 급 좋아졌다.
하늘은 아직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잘 해봐야지.
물론 그 잘은 규철이와 인지, 아니면 새로 생긴 혼성과, 새로 생길 종합 여성 스포츠인지는 모두 혜지의 선택과 노력 여하에 달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