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57
박혁권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혁권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권현수
제목: 만인지상 일인지하
최고의 권력 바로 밑. 최강의 권력으로 군림 중인 혁수였다.
“혁수 니 윽수로 출세했다.”
혁수의 빈 잔에 술이 따라지고 있었다.
“그래 보이나?”
혁수는 오랜 친구와 이야기할 때가 가장 편안했다.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이었다. 이 고향에 찾아온 고향이었다.
“그렇게 성공해서, 얼굴도 안 비치나?”
“시간 나면 올라고 했는데, 안나더라고. 그래서 내서 왔잖아. 이렇게.”
“그래, 잘 왔다.”
자신이 시작된 곳, 고향에서 보는 풍경은 여전히 똑같았다. 다만 자신이 변해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니랑 내랑, 여기서 주먹놀이 할 때가 재밌었는데.”
“니한테는 그게 놀이 였는데, 내한테는 그게 생존이었다.”
혁수는 흔히 말하는 골목대장 출신이었다. 주먹 하나 잘 써서 지금의 대통령 당선인의 옆에 붙었다.
이 세계는 아직 주먹 하나로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지금은 ‘법’이라는 하에 철저하게 통제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건 아주 일부에 불과했다.
“은제든. 필요하면 말해라. 니를 위한다면. 여기 있는 아들. 그리고 나. 단 번에 날아간다 아이가.”
“걱정마라. 이제 이 주먹을 쓰는 일은 끝났다. 남은 건 이거. 이걸 쓰는 거라.”
혁수는 검지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걸 본 오랜 친구가 퍽이나 하면서 웃으며 자신의 주먹을 내밀었다.
“니가. 이거 아니고. 이거를 쓴다고?”
혁수를 따라하면서 머리를 가리키는 친구였다. 그러자 혁수도 웃겼는지 친구를 따라 웃었다.
“니 못쓴다고. 내도 못쓴다고 생각하지마라. 내가 어찌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주먹 하나 잘 썼어지. 낸 니 때매 늘 2인자 였다가. 니 가고 여기 1인자 됐다 아이가. 그리고 니는 전국 주먹 최고가 됐고.”
“전국 주먹 최고라.”
삼한제일주먹. 그게 바로 혁수였다
혁수는 수많은 도전 끝에 이 자리에 올랐고, 수많은 도전자들을 여전히 쓰러트리고 있었다.
“지금의 대통령이 되는 당선인의 온갖 더러운 짓을 손수 처리했다. 주먹으로.
“영화를 보면, 니 가튼 자리가 위험하든데. 그때 불러라. 우리 다 니 꼬봉이니까. 충성한다아이가.”
“친구끼리. 무슨 충성이고.”
혁수가 친구의 말에 웃어보이며, 빈 술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친구가 얼른 술 잔을 채우고 자신의 잔을 부딪쳤다.
그러자 두 사람의 잔에 담긴 술이 출렁이며 서로의 술 잔이 섞였다.
“내가 해줬든 말 기억하나?”
“또 그 이야기가? 술만 마실 때 마다 얘기했는데. 내 어찌 까 먹겠나. 내가 술 마실 때 마다, 다른 놈들한테도 다 전파하고 있다.”
“그카나? 내 이야기도 그럼 전국구네?”
친구가 하던 이야기는 술잔에 엮인 이야기였다.
왜 술을 마시기 전에 잔을 부딪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어린 시절,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두 사람이었다.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서 학교 뒷산에서 몰래 모였다.
품 속에 담긴 초록빛의 영록한 술병을 가슴에서 꺼냈다.
“마셔봤나?”
“믄데. 이게?”
“니 이걸 모르나?”
그렇게 술을 꺼냈지만. 하필이면 그 때 마치 누군가가 고변이라도 한 거처럼 영어 선생님이 올라왔다.
그 옆에는 다른 여자 선생님이 있었다.
다행히 고변은 아니었고, 학교에서 몰래 밀회를 하는 장소로 하필이면 술을 공유하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
서로가 놀랐지만 선생님은 바로 술을 보고 아이들을 나무랐다. 여자인 국어 선생님은 얼굴이 엄청나게 붉어졌다가 곧 아이들을 나무랐다.
그렇게 술은 뺏기고 운동장 청소만 하게 된 친구들이었다. 아무리 막장이라고 해도 당신의 선생님은 군사부일체로 스승과, 아버지와, 임금은 하나 다를 실천하고 있는 나름 도덕적인 학생들이었다.
“아. 하필 걸릴 뿌냐.”
“됐다 마. 학생이 무슨 술이고.”
“니가 술맛을 몰라서 그려.”
“뭔 맛? 내 아버지가 줘서 한 번 입 돼봤다. 쓰기만 하고, 맛도 없고. 고약하더라. 니 신경처럼.”
“내 성격이 어때써! 고약한 건 니가 더 고약하거든?”
그때 혁수의 눈 앞에 있는 이 친구가 싸움을 말리면서 처음으로 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니들, 술을 마실 때 왜 잔을 하는 지 아나?”
“모르지. 니는 왜 카는데?”
“그냥. 멋으로 하는 거 아니가?”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 잔을 시작한 고대 바이킹 때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바이킹이 바다에 나가면, 소수의 남자들이 마을을 지켰다고 했다.
그런데 부인을 두고 집을 나가면 아무래도 밖에 남편을 보낸 외로운 부인들과 정분이 난다고 했다.
그러던 날, 자신의 차례에 바다로 나가왔다가 혹시 모를 불상사를 걱정했다는 이야기였다.
“뭐가 걱정되는데?”
“술에 독을 탔나 걱정이 됐다 아이가.”
“술에 독을?”
“술이 독한데, 굳이 독을?”
친구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며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이미 마을을 지키다가 바다로 나간 바이킹은 자신의 아내도 다른 바이킹과 바람을 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다른 바이킹이 자신의 일이 들키는 걸 두려워해 이전에 뺏아온 독을 술에 담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술에 독이 담겼다면, 그 술잔을 부딪쳐서 서로의 술이 섞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왜. 끄러면 똑같이 죽는 거 아니가?”
“멍청이가. 술에 독이 든 걸 아시면 마시겠나?”
그렇게 누군가 잔 이후 술을 마시지 않으면 바로 다른 이도 술을 마시지 않는 전통이 내려와 지금의 잔을 부딪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럴싸한데?”
그렇게 술도 못 마시던 때부터 술에 대한 전례를 알게 된 혁수였다.
혁수는 처음 사회로 나가 이 이야기를 형님들에게 전했다.
“크하하. 재밌는 얘기구만. 우리 술엔 독은 없다. 그러나 잔은 한다. 우리는 하나라는 증거다.”
그렇게 잔을 하고, 거뜬하게 취하던 게 며칠이었다.
혁수가 주먹으로 세상을 호령할 수 있다고 착각한 순간에 그에게 나타난 거대한 적이 있었다.
학생 때처럼 그저 골목이 아닌, 진짜 사화에서 사람들의 간을 빼먹고 있는 깡패였다.
“니 이름이 권혁수가?”
“내가 권혁수든, 아니든, 니는 오늘 무릎을 꿇는다.”
“형님한테, 반말은.”
그렇게 두 사람의 주먹이 서로를 노리며 쏟아졌다. 혁수의 주먹이 훨씬 강했고, 이후에 한 번도 혁수보다 강한 주먹은 없었다.
그때 혁수를 찾아온 게 지역 재벌의 아들이었던 진만태였다.
“권. 혁수?”
당시의 혁수는 깜방에 갇혀 있었다. 그 곳에서도 이미 왕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단지 주먹 하나로 그 자리에 올라 있었다.
“나를 왜 보자고 했습니까?”
“권혁수, 너 주먹 하는 기가 막힌다지?”
“한 번 맞아 볼 겁니까?”
“재밌네.”
그는 혁수에게 자신과 함께 일하자고 제의를 해왔다.
자기는 이제부터 서울로 진출할 건데, 들어보니까 사업자들끼리 도 주먹이 오고 간다고. 그때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그 뭐냐. 보디가드? 그런 거 구하는 겁니까?”
“내 뒤에도 이미 몇 명이었는데. 이왕이면 삼한제일주먹이 내 깡이면. 내 깡이 더 살지 않겠나?”
“돈은 많이 준비해 오셨습니까?”
“지금도 많지만. 더 많아질끼다. 거기에 니 지분도 줄게.”
혁수는 만태의 이야기에 콧방귀를 꼈다. 자신의 주먹이면 지금도 혼자서 만태가 오르려고 하는 것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태가 다녀간 다음에는 경찰이 자신을 찾아왔다.
“권혁수?”
“요즘 따라 저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또 얼마로 저를 사려고 합니까?”
“널 산다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는 이런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었다. 형사였다.
“형사? 형사가 나를 왜 찾습니까?”
“너 나랑 같이 일 안해볼래?”
만해와, 그리고 다른 사업가들, 그리고 조직 폭력배들의 간부들, 이제는 형사들까지도 자신을 영입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혁수를 영입하기 위한 스토브리그가 시작됐고, 혁수는 고민했다. 어디로 가야 자신이 제대로 주먹을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 선택한 게 지금까지 일이지.”
혁수는 지난 기억을 혼자 떠올렸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들이었다. 그날 자신을 찾아온 사람 중에 혁수가 손을 잡은 건 형사였다.
그렇게 형사 밑으로 가서 몰래 교육을 받았다.
맨 몸으로 단련했던 몸이 전문적인 훈련까지 더해지니 더 단단해졌다.
웬만한 첩보요원은 압도할 수 있는 무력까지 갖추게 됐다.
“노력은 역시, 재능을 뛰어넘을 수 없군.”
혁수를 보고 데려온 형사의 말이었다. 그러나 틀린 말일 수도 있었다. 혁수는 재능만 있는 게 아니라, 노력과 재능이 섞인 하이브리드였다.
노력과 재능은 언제나 비교대상이 됐지만, 혁수는 모두를 다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 겁니까?”
“너는 여기로 잠입해서. 조직에 대한 실체를 알아 내오는 게 목표다.”
그가 지목한 건, 천하제일그룹이었다.
“천제그룹이요?”
“요 놈들이. 요새 마약을 건드리고 있다. 사람도 납치해서 판다고 소문이 자자해.”
“그런 게 가능합니까?”
혁수는 자신도 뒷골목 세계 출신이었다.
어린 아이와 여자들을 협박해 범죄에 쓴다고 들어는 봤어도 이렇게 대담하게 일을 저지르는 곳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니가 가서. 실제를 파악해와야지.”
그렇게 혁수는 천제그룹에 들어가게 됐다.
처음 천제그룹에 들어가기 위해서 자신의 신분을 위장했는데, 서울에 갓 진출한 시골동네 주먹으로 위장했다.
그때 위장을 도와준 게, 고향친구들이었다.
그런에 이 친구들이 어렸을 때부터 주먹으로 같이 놀았던 게 혁수다 보니까,
혁수에 비해 못할 뿐이었지 꽤 실력이 됐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천제 그룹과 맞닿을 수 있었다.
“니들, 뭔데 우리 나와바리에서 설치는데?”
천제그룹의 예하조폭들이 관리는 나이트크럽이었다.
“여기는 이제 내가 먹을 거니까. 니들은 가라.”
“이 새끼. 아직 젖비린내도 안 빠진 새끼가.”
그렇게 싸움이 시작됐고, 혁수는 단숨에 적장의 목을 베던 장군이 되살아 나듯 단숨에 적의 우두머리르 제압했다.
혁수 패거리와 혁수의 실력에 놀란 나이트의 일꾼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천제그룹에서 실제로 파견되었고, 혁수는 마치 도장깨기처럼 천제그룹의 주먹들을 압도했다.
그야말로 만인적의 괴물이 한국에서 환생한 그 자체였다.
그때 천제그룹의 라이벌이 되고 싶었던 만재가 다시 혁수를 찾아왔다.
“혁수, 니 내 제안은 거절하고 잠수타더니. 혼자 여까지 왔네.”
“누구셨더라.”
만재를 알아보지 못한 혁수는 천제그룹인 줄 알고 그까지 공격하려고 했으나, 도중에 찾아온 천제그룹의 일파가 있어서 그가 적어도 천제그룹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도중에 교도소에서 자신을 찾아온 지방기업의 재벌 2세라는 걸 알았다.
“올라와서 한다는 게 조폭 일이었습니까?”
“아니. 나는 정당하게 사업한다.”
그렇게 천제그룹의 본사에 자신의 이름을 알린 혁수였다.
그러나 만재에 의해서 일이 조금 다르게 풀렸다.
만재는 자신을 밀어주는 국회의원에게 혁수를 소개했다.
그렇게 현 대통령 당선인이 된 ‘재열’과 혁수가 처음 만나게 됐다.
“그래, 만재 사장님을 도와주신다고?”
“네.”
형사도 이 사건을 다르게 접수해서 계획을 틀려고 했었다. 혁수는 재열의 도움을 받아 천제그룹의 임원과 만날 수 있었다.
거기서 주먹으로 승부를 보고 천제그룹의 일원이 됐는데. 그때 천제그룹에 훼방을 놓던 사람들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갔다.
자신을 고용한 형사도 그때 죽었다.
“…”
혁수가 장례식장에 찾아갔지만,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혁수를 반겨줄 리 없었다. 그저 형사가 수사하던 천제그룹의 일원으로만 오해했다.
혁수는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복수를 해줄 것이라는 약속을 했다.
그리고 재열과 협상했다.
“저는 천제그룹을 부수고 싶습니다.”
“허허. 나의 가장 큰 칼을 부순다라.”
“제가 의원님의 가장 센 칼이 되겠습니다. 그저 지켜만 봐주십쇼.”
그렇게 혁수는 형사의 복수를 위해 천제그룹의 주먹들과 싸움을 했고, 모두 이겼다. 그리고 자신이 천제그룹의 회장이 되어 재열을 지원했다.
그렇게 재열의 그림자가 된 세상은 재열이 대통령 후보로 등록하고, 당선하는 길까지 모두 도왔다.
그러다, 형사가 죽은 이유가 모두 천제그룹만의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제는 재열만을 위로 둔 일인지하로 이 세상에서의 만인의 위에 선 자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복수의 칼날을 이제 재열에게 돌려야 할까 고민하였다.
자기 스스로 주먹과 천제그룹을 동원하면 재열을 당장 없애 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복수에 불과했다.
자신을 믿어주고 거의 사랑까지 주었던 형사가 원하는 일. 그것을 만드는 게 진정한 복수가 아닐까 고민하다가.
자신의 주먹이 시작된 고향까지 내려와.
오랜 친구와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오래전 자신이 재밌게 읽었던 삼국지에선
복숭아 밑에서 술잔을 나눴다고 했다.
그렇게 술잔을 나누면 형제가 된다고 했다.
그런 경우가 지금도 해당한다면.
그런데 그게 복숭아밭이 아니라면 이 곳 고향.
친구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술잔을 나눈 친구들.
이 친구들이.
이 고향 사람들이 혁수에게 있어서는 형제가 되는 것이었다.
“내가 니를 거의 몇 년 못보긴 했어도 거의 30년? 40년을 봤다 아이가?”
혁수가 친구를 쳐다봤다.
“무슨 일인데. 다 말해봐라. 들어는 줄게.”
들어준다는 친구들은 보통 해결을 못했지만, 들어만 준다는 친구들은 보통 해결은 해주었다.
그걸 이 친구들을 통해 더 잘 이해하고 있는 혁수였다.
그들이 모르는 사실만 있을 뿐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가.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사실이었다.
진실을 토해 같이 가냐.
아니면 숨기고 혼자 가느냐 의 갈림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