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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파트 - 360

by 라한
김민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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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하예진

제목: 우리 둘의 특별한


“우습게도 말이야.”


그는 아주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내가 가진 모든 걸 다 더해도.”


혜진은 손으로 입술을 막았다. 흐느껴 올라오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기도 했고, 감추고 싶어서 이기도 했다.


“너보다. 덜하더라.”


남자의 눈보다 더 빠르게 맺힌 눈물이었다.


“어떻게.”


예진은 그렇게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화면 속 스크린의 남자의 대사에 눈망울이 붉어졌다. 뚝뚝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눈 속에서 나온 투명한 마음 덩어리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우주에서 지구로 보내는 신호처럼.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맑고 깨끗한 눈물이었다.


“으음.”


남주와 여주가 서로 만났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얼마나 기다렸는가.

현실 속 자신의 남친을 기다리는 마음보다, 아주 조금 더 간절했다.


한평생 기다리던 남친보다야 사실은 못할 수도 있었지만 이 짧은 시간 이 드라마를 보기 위해서 본방송을 사수하기 위해서 늘 최선을 다하고 있는 예진이었다.


눈앞의 프레임 속에 펼쳐지고 있는 화면의 연속은, 현재의 예진의 꿈이었다. 저런 남자 만나고 싶다고 생각되게 만드는 그런 꿈이었다.


-그래서. 괜찮다.


남자는 끝내 여자를 위해 눈을 감았다.

이루질 수 없는 사랑을 품었다는 죄로. 그는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예진은 그렇게 마지막회 앞두고 막 회 직전의 회차를 보고 작가를 욕하기 위해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예진의 편들이 많았다.


예진보다 앞서서 작가 이름을 거론하고. 남주를 살려내라고 아우성이었다.

남주의 배역과 그 배역을 연기한 배우의 이름을 거론하며 우리 남주 어떻게라고 울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살려내 당장!!!”


긴 장문의 글을 쓰고. 작가는 반드시 남주를 살려 내야하고, 여주와의 행복한 사랑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을 쓰자 마자 1초만에 다 읽었는지, 아니면 이미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 지 아는지 이에 호응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우리 남주 살려야해!”


절대로 죽게 해선 안 돼! 그렇게 외치며 예진은 다음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남주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삶이란 원래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드라마마저도 그렇다는 게 너무 슬펐다.


“안돼…”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결국 남주는 죽고 말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살려야지!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렸어야지!

예진은 울분을 토하며, 지금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만들어 본 결말이라고 이야기를 썼다. 사람들은 예진의 결말을 좋아했다.


-예진 님이 차라리 작가 하셨어야 했어요.


예진의 닉네임을 부르며, 차라리 예진이 작가를 했어야 했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예진은 자신이 직접 드라마 작가를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막상 이미 봤던 글이 아닌 새로운 글을 쓰려니까 쉽지 않았다.


“역시 난, 작가 체질은 아닌 거 같아.”


예진은 그렇게 바로 자신이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착각을 버렸다. 대신 새로운 드라마를 찾아 헤맸다.


그러다 최근에 드라마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남자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오, 영화도 그새 찍었 썼어?”


드라마를 안 봤다면 몰랐겠지 만 영화가 이렇게 나왔으니 보러 가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떤 영화일까.”


남주의 영향 때문인지, 영화는 여자들이 더 많았다. 몇 안 되는 남자들도 있었는데, 또 예진의 바로 옆에 남자가 있었다.


옆모습만 봤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그런 느낌이었다.


두 사람의 옆에는 또 자리가 비어서, 마치 두 사람은 처음부터 영화를 함께 보러 온 느낌이었다.


두 사람은 팝콘도, 음료도 사지 않았다.


“아, 팝콘 사올 걸 그랬나.”


손도 심심했고, 입도 심심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나가면 영화가 시작할 것 같았다.


예진은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영화관에서 영화가 10분 동안 광고만 나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렇게 10분의 광고동안 예진은 ‘지금이라도 갈까?’ 그렇게 수없이 후회했다.


“아. 그냥 갔다 올걸.”


마지막으로 이렇게 되면 가자 하고 일어서는 순간, 영화로 로고가 뜨면서 영화가 시작했다.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못 맞추었다.


“아. 이게 뭐야.”


결국 시작한 영화를 보기 위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자신을 바라보는 옆모습, 약간 어디서 많이 본 느낌에 잘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예진은 뭔가 이상한 이질감을 계속 느껴, 안 보는 척 옆을 계속 봤다. 처음엔 마스크를 쓰고 있었던 거 같은데, 답답했는지 마스크를 거의 아래로 내렸다.


스크린 속에서 비쳐오는 빛, 후광은 아니었지만 전광이라는 말은 사실 없는데, 약간 빛나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였다.


살짝 봐도 잘 생겼다는 느낌의 얼굴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이 들었다.


“에이.”


아니겠지 생각했다.


예진이 그토록 살리려고 노력했던 남주. 그 배역을 맡았던 남주가 자신의 옆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럴 리 없어.”


예진은 조금씩 곁눈질로 옆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답답해서 목을 돌리는 척 옆을 바라보았다.


“어?”


맞는 것 같았다. 더 확인하고 싶어서 계속 옆을 보다가 이를 의식했는지 남자도 예진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사람의 시선이 스크린이 아닌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예진이 놀라서 큰 목소리를 지으려고 할 때, 남자의 손이 예진의 입술을 막았다. 그때 주변에서 ‘거기 조용히 좀 해주세요’ 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예진은 아마 그들도 똑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크린 속의 얼굴이 지금 눈앞에 있으면 큰소리를 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기요. 조용히 좀.”


배우는 예진에게 작게 소리쳤다.


“마. 맞죠?”

“네. 맞는데. 그러니까 제발.”


남자는 다시 마스크를 올렸다. 예진은 그런 남자의 행동에 반대의 동작으로 다시 그의 마스크를 내렸다.


“맞네.”


당황한 배우는 흔들리는 동공으로 예진을 쳐다보았다.


예진은 그가 했던 대사가 떠올랐다. ‘우습게도 말이야, 내가 가진 모든 걸 더해도, 너보다 덜 하더라.’ 그렇게 말하며 사랑하던 여자를 위해 죽어가던 그 남자, 그 배우가 지금 눈 앞에 있었다.


예진의 주변 남자 모두를 더해도, 우습지만, 그래봐도 이 남자보다 잘난 사람이 없었고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진은 남자의 배우를 다시 한번 말 할 뻔했지만, 사정사정하는 남자 배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프레임을 빠져나와, 이제는 눈앞에 반짝이고 있는 스크린 속에서 튀어나온 저 별을 박은 눈망울이 반짝였다.


“어.”

“제가. 끝나고 따로 얘기드릴게요.”


지금 영화를 보러 왔으니까. 우선 영화를 보자고 제안하는 남자배우였다. 사실 영화가 끝나고 남자배우가 후다닥 사라져도 예진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그러기로 했다. 어차피 그냥 옆자리에 앉은 것뿐이니까. 싸인이라도 받고 싶지만 지금은 배우에게도, 그리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도 피해가 되는 일이었다.


예진은 영화관을 자주 오지도 않아서 에티켓을 모르지만, 이 영화가 시작하기 전 광고와 영화 사이에서도 이거 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광고가 나왔다.


“후.”


예진은 자꾸 곁눈질로 옆을 보게 했다. 잘 생겼다. 이런 남자가 자신을 위해 죽겠다고 하면, 너무나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이 우습게 느껴서 갑자기 웃음이 나오기도 하다가. 남자가 영화 속 격해지는 장면 때마다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붙잡는 모습을 보고, 예진은 저 손을 내가 잡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생각으로 머물렀어 야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배우의 손을 잡아버린 예진이었다. 놀라서 바로 뺏다.


그리고 역시 놀라 쳐다보는 배우에게 죄송하다고 손바닥은 빌고, 목은 숙였다. 배우가 살짝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진은 남자배우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죽이며 영화를 집중했다. 그런데 영화 내용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잘 생겼다.”


옆에 그 잘생긴 배우가 있었다. 살면서 이토록 심장이 터지는 일들이 있었나 싶었다. 어디선가 자신에게 좋아한다고 말했던 남자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럴 때도 이런 마음은 들지 않았다.


“아.”


자랑해야지 싶었다. 그 배우랑 영화를 봤다고 하면 사람들 반응이 어떨까 궁금했다. 우선 믿지 않겠지? 그러면 인증샷이라도 남겨야 하는데, 찍어 줄까?


아까의 말과 다르게 영화가 끝나자 마자 도망가버릴지도 몰랐다. 그러면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쿵쾅거리는 심장이 요동치는 사이에 어느새 대장정의 이야기가 막을 내렸다.


남자 배우의 이름이 적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극장의 불이 켜지고, 청소를 하기 위해 청소부가 극장에 들어왔다.


그때 옆을 보는 배우였다.


“저기, 아까 했던 약속 지킬 게요. 우선 나가실까요?”

“아. 아아. 네. 저 혹시 그전에 여기서 사진 인증샷. 같이.”

“아 네네. 물론이죠.”


그는 흔쾌히 영화관에서 인증샷을 같이 찍어줬다. 예진의 생각처럼 도망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자리를 옮겨 조용한 카페로 갔다.


약간 시야차단석이 여러 곳인 느낌의 카페였다. 그곳에서 마주앉은 두 사람이었다.


“아까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손이.”

“뭐. 그럴 수 있죠. 사과 바로 하셨고. 괜찮아요.”

“아. 네 죄송했어요.”

“저도 고맙습니다. 중간에 놀라셨던 거 같은데, 조용히 해주셨고.”

“아. 그. 어떻게 해야하지. 사인이라도 받아야하나 이랬거든요. 이 영화도 사실 차정헌 배우님 보려고 보러 온거라. 이번에 끝난 드라마 ‘꽃이 핀 자리에서’너무 재밌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하하. 사실 이렇게 매번 영화 개봉하면 첫 주에 관객 반응도 궁금해서 직접 보러 오거든요.”


그는 이번에 확 뜬 신인 배우는 아니었다. 오랜 무명 끝에 마침내 빛을 발한 경력 10년차 이상의 무명배우였다.


“아, 정말 이제야 빛을 보셔서 너무 다행이예요.”

“이렇게 알아봐 주셔서 저야 말로. 고마웠고, 당황스러웠고, 저도 이런 적은 또 처음이라.”


지금까지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고 대놓고 영화관을 왔어도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영화도 그럴 것 같았다고 했다. 우연히 조연급으로 출연하게 됐지만, 이런 적이 처음은 아니었기에 역시 알아보는 사람은 많이 없을 줄 알았다고 했다.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수가 없죠. 오랜만에 시청률 30%가 넘긴 대작이었잖아요. 정말 역대 급이었는데요.”


예진은 드라마가 얼마나 재밌었는지, 그리고 드라마 속에서 차정헌 배우가 얼마나 멋있었는 지 설명해주었다.


원래 그 곳에서도 단역 정도로 나올 예정이었지만, 인기가 너무 많아서 조연으로 상승하고, 마침내 주인공을 꿰차서 주인공이 되어버린 격이었다.


약간 뿌듯한 듯 미소를 짓는 배우의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예진이었다.


“정말 잘 봤습니다.”


예진의 그 한마디에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진 정헌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처음 겪어 보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


“배우님. 꼭 성공하실 거예요.”


정헌은 예진의 말에 고마움을 느끼고, 진심으로 고맙다는 애기를 했다. 그렇게 헤어지려던 두 사람이었는데, 정헌이 먼저 용기를 내 예진의 연락처를 물어봤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연락을 하게 됐고, 예진이 쓴 팬픽을 보고 팬픽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써보라고 했다.


그렇게 어려운 난이도를 극복하고 예진은 다른 이야기를 썼는데, 정헌의 도움으로 영화사에서 이를 영화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하게 됐고, 정헌이 첫 단독 주연을 맡게 됐다.


그렇게 두 사람의 새로운 이야기로 도약할 때, 예진에게 고백하는 정헌이었다. 그러나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뛰고 있는 정헌에게 실례가 될까 고민하는 예진이었다.


“어차피. 팬들은 모르게 하면 되는 거니까. 우린 작가와 배우 사이로 만나는 거로 하면 되는 거고.”


그렇게 팬들이 속이는 비밀과 같은 연애가 시작되는데, 예진이 쓴 영화도 대박이 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은 그렇게 깊은 사랑을 나누려고 할 때 두 사람을 쫓아오는 연예부 기자로 인해서. 엄청난 비판을 받게 된다.


한순간에 팬들을 기만한 스타라고 오해를 받는 정헌이 되어버렸다.


그때 헤어짐을 종용하는 소속사였는데, 정헌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예진은 정헌을 위해서 정헌을 놓아주기로 결심하고 이별을 통보하고, 잠수를 탔다. 지난 모든 연락을 끊고, 정헌을 잊기 위해 여행을 멀리 해외여행을 떠나버리게 됐다. 정헌은 모든 스케줄을 뒤로하고, 그런 예진을 따라서 예진을 찾아 여행길에 오르게 됐다.


그렇게, 두 사람의 특별한 누군가를 잊으려 떠난 여행과, 그 누군가를 찾으려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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