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67
한정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한정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한수
제목: 국가를 위하여
“마지막까지도 기다리셨습니다.”
향이 피어오르고 있는 장례식장이었다.
“가실 때는. 편안하셨나.”
“네.”
한수는 마지막 임무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다.
그때까지 자신을 기다리지 못한 아버지를 원망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임무를 내린 국가를 원망할 수도 없었다.
자신이 임무를 더 빨리 마쳤다면 아버지를 배웅할 수 있었겠 지만 그러지 못했던 것뿐이니까.
다만 한수가 비밀 국가정보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다른 가족들은 모두 한수를 원망했다.
“돈이 뭐라고!”
그저 해외출장에서 이제 돌아온 줄 알았다.
“아버지 마지막 가는 길 배웅도 안하고!”
가슴을 치며 원망하는 가족들이었고, 그런 가족들에게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장례식에 가장 늦게 도착한 한수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건 큰 형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떠난 지금은, 이제 이 집안의 가장이 된 형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수를 포함해 8남매를 잘 돌본 작은 아버지급의 인물이었다.
“절부터 올려라.”
한수의 가슴을 치던 어머니와 누나들을 떼어내는 큰형이었다.
곧 한수는 절을 두 번 올리고, 잔을 올렸다.
“일은 잘 봤나.”
어떤 일 인진 모르겠지만, 중요한 일이었겠지 싶었다.
“네.”
“후회 안됐으면 됐다.”
그렇게 큰 형 빼고 모두가 한수를 원망했지만, 그 중에 제일 심한 건 막내였다.
“아버지가 오빠 얼마나 기다렸는데!”
한수가 다가와 미안하다는 말을 하자, 막내 여동생은 맺힌 눈물을 쏟아냈다.
이제서야 오빠도 되게 힘들었구나 라는 걸 알았다.
지금은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딱 겨냥하기 좋은 과녁이 되어버린 다섯째 오빠가 된 것이었다.
다섯부터 여섯, 일곱, 여덟 까지는 한 살 터울이라 유난히 잘 어울리는 사인 방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수가 그래도 위 누나랑 6살 차이라서 둘째 큰 맞이가 되어 잘 어울리며 놀았다.
아버지를 보내고. 회사로 귀환하는 정수였다.
회사에서는 정수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정원으로 가지 않고, 다른 건물로 향하는데, 정수는 비밀 요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꼭 비밀요원 뿐만 아니라 다른 공개요원들도 있었긴 하지만, 국정원 건물 내 출입하는 블랙은 거의 없었다.
“고생했다. 아버지는 잘 보내드리고 왔나.”
국정원 서열 10위 내 인물인 장 국장이었다.
“네. 국장님. 그런데 지금 요원들이 보고 있는 게.”
국장실로 들어서면서 분주한 직원들의 모습을 봤다.
“큰일이 날 거 같아 가지고. 다 오라고 했다.”
정수는 국내에 머무를 때 요원들의 훈련교관으로 활약했다.
이번에 해외로 출장을 간 일은 그 요원 중 한 명이 행방불명된 거대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에이스 중의 에이스인 정수와 몇 명의 요원들이 사라진 요원을 찾기 위해 출발한 것이었다. 그들이 그저 국가정보원의 은빛 별로만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게 겨우, 구해낸 자신의 과거 훈련생이었다.
그곳에는 다른 납치된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정수에게 자신도 무력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또 가르치게 될 정수였다.
“니가 데려온 여자애. 잘 할 수 있겠나?”
“모르죠. 잘할 줄. 하지만 걔보다 독기를 품은 요원들은 우리 국정원에도 없을 겁니다.”
자신을 그냥 두고 가려니까 혀를 깨물었다.
그래서 긴급 응급조치로 겨우 목숨을 살렸다.
“품기만 하면 다행이지. 깨물었다면서. 나는 못해. 그래서 이렇게 약을 먹지.”
자기 셔츠 안 주머니. 요원들은 바로 즉사할 수 있는 약을 가지고 있었다.
혀를 깨무는 고통의 선택을 감내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죽게 만드는 죽음을 부르는 약.
깨무는 고통을 피하며 죽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뭐. 그러니까. 독기 만큼은 이미 보장된 거죠.”
“그래. 그건 그거고. 자네한테 맡을 다음 일은 이거야.”
이곳은 국정원 요원들이 근무하는 곳이긴 하지만, 정부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분을 위장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게.”
정수는 자신이 국장실로 들어오기 전에 봤던 장면이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왜. 국방부, 장성들을 살펴보는 겁니까.”
“자네. 우리 탄핵당한 브이아이피 이전에 대통령 알지?”
“모르겠습니다.”
국가를 위하는 사람이, 국군통수권자이자, 이 나라의 대통령을 모르는 건 말이 안됐다.
“그때, 계엄령 준비했던 것도.”
“네.”
“그게 또 포착이 됐다.”
“네?”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그런데 그 국가가 계엄령을 준비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면.”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긴 하는데. 그게 왜 그런 건지. 그냥 시뮬레이션이지 진짜 하려고 하는 건지, 막상 진짜로 내려지기 전엔 모르잖아?”
“그래도. 수십년동안 없었던 일인데. 그냥 준비 아니겠습니까? 아무래도 우린 휴전 국이긴 하니까요.”
“재밌는 게. 그 소문이 돌자마자 적 도발이 싹 사라졌어.”
“네?”
이상한 일이긴 했다. 그런데 한수가 봤을 때 현재 계엄령이 선포될만한 일은 없었다.
“계엄령이 선포될 일이 있습니까? 적들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게 있습니까?”
“내 말 안들었어?”
“네?”
“없어졌다니까. 위에서는 일제히 그런 행위가 이제는 싹 사라졌다. 한달 전만 해도 있었지. 이상한 똥물풍선폭탄 보내고. 근데 지금은 싸그리 없어졌다. 저놈들도 뭔가를 포착한거지.”
“그런 일이.”
한수는 지금 국장이 하는 말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저희가 모르는 일이 있지 않겠습니까? 차장님이나, 원장님에게 전달 받은 상황은 없는겁니까?”
“없는 거 같다. 내가 차장님, 원장님 다 뒤져봤다.”
“네?”
반란이었다.
지금 자신 앞에 있는 국장은 자신의 상관들을 들쑤셨다는 말이 됐다.
“그건 위법한.”
“나도 설마 싶은데. 지금 대통령이 야당과 사이가 안 좋아. 그런데 설마 그래도 계엄령을 선포할까 하는데. 혹시 모르잖아. 난 우리 최고 윗대가 리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거든.”
지금의 국장은 한수만큼 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능숙한 요원이었다. 그러나 원장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파벌싸움꾼으로 밀려 놨다.
그나마 다른 국정원의 정예 요원들이 장국장을 옹호하고 있어서 지금의 국장 자리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장국장이 열 받아서 목 따러 나간다고 하면 막을 수 있겠냐고. 그건 사실이었다. 한수정도 되어야 국장인 장태숙의 발목 정도만 잡을 수 있을 수준이었다.
“정치적인 발언하지 말라면서요.”
“이개 정치야? 미친놈을 미친놈이라고 하는 게? 일단, 그럴 일이 없어야 겠지만. 만약이라도 계엄령이 발령 돼. 근데 그게 우리가 생각한 상식이 아니라면. 우리가 국민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비록 국정원의 건물로 드나드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라는 문구는 한수의 가슴속에 깊이 남은 말이었다.
“그러면.”
“자네는, 국방부. 거기 장관이랑. 그리고 청와대. 이렇게 두개 동시에 맡아 주길 바란다.”
이미 국장의 라인의 요원들은 계엄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움직인 것으로 보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수는 국장실에서 나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훈련시킨 요원들이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번 파병에서 데려온 아이에게 갔다.
“너. 이름이 뭐라고?”
“아일렛.”
그는 한국인이었는데,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왜 그 나라에서 살고 있었지?”
“잃어버렸거든.”
어렸을 때 함께 해외여행을 갔지만, 부모님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버린 건지, 정말로 잃어버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곳에서 10년동안 노예처럼 살았던 아이였다.
“아일렛은 한국이름이 아니다. 나중에 니 코드명으로 쓰든가는 자유지만, 넌, 아인이 된다.”
“아인. 성이 아. 이름이 인인가?”
“…”
정수는 아인의 질문에 생각해보다가.
“한국인이니까. 성은 한이다.”
“한아인.”
“그래.”
아인이 요원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실험하기 위해 테스트가 진행될 것이었다. 그때 아인이 신뢰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요원으로 성장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독기가 있으니까. 요원은 되지 못하더라도 군인이나 경찰 같은 다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는 있었다.
아인은 평범하게 한국에서 자랐으면 이제 중학교 정도가 됐을 것이었다.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었다. 원래 요즘 아이는 더 빨리 성숙하고, 특히 여자는 남자보다 더 빨리 자라니까. 이미 성인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그녀의 뽀얗고 고운 피부가 아직 그녀가 성인이 아닌 아이라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정수는 자신 대신 교관 역할을 맡고 있던 후배에게 아인을 데려갔다. 그렇게 아인을 인계하고 자신의 임무를 이루기 위해 위장한 신분으로 국방부로 갔다.
“충성!”
적당히 자유로운 신분인 대령으로 분장했다. 처음 보는 인물에게 신원을 묻는 국방부 출입 초병들. 그러나 그들은 확실하게 하진 않았다. 국방부엔 원래 많은 장성과 더불어 영관들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했다.
“수상한 움직임은 없었나?”
“네. 그렇습니다.”
곧 건물로 들어서는데, 여러 사람들이 있었다. 한수는 먼저 장관실을 파악했다. 사람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구석구석에 몰래 카메라와 녹음기를 설치했다.
100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작은 불꽃으로 사라지는 도구들이었다. 혹시 몰라 다시 국방부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을 염두 해 증거를 박살 내버리는 일이었다.
그렇게 실력에 비해 꽤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됐다.
“이런데서, 이렇게 시간을 쓸 줄은 몰랐네.”
그때 장성 하나와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8명만 있다는 4성은 아니었고, 그 밑으로 3성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천에 있어야할 사람이었다.
‘특수전사령관.’
미리 살펴본 자료로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허. 자네 어디 부서인가. 우리 여단장을 맡아야할 인재가. 왜 이런 곳에서?!”
한수의 몸을 보고 그는 호탕하게 웃었다.
“영광입니다. 언젠가 특전사로 꼭 가고 싶습니다.”
“그래 무슨 과인가? 내가 특별히 총장님께 건의해보지.”
그의 장난스러운 말에 한수는 하하 하고 웃어 보였다.
미리 준비한 가짜신분이 아니면 큰 위기가 될 뻔했다.
“네. 통신여단 이끌고 있는데 몸이 간지럽습니다. 꼭 불러 주십시오.”
“오. 그래 오늘 총장님과 술 한잔하는데? 여단이면 군단 직속인가? 군단장님께 내 한 번 거의 해보고 같이 가지 않겠나?”
한수는 일부로 같은 계급을 가진 군단장을 말한 건데, 꽤나 한수가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이제 무사히 군대를 빠져나가면 되는데 갑자기 위기를 맡자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 오늘은 제가. 가족일 떄문에.”
가족일은 이미 끝났지만, 다시 한 번 팔아버렸다.
“아. 그렇군. 자. 네 명함이네. 자네 명함은?”
“아. 그게 깜빡하고. 차에.”
“어. 그러면 나중에 여기로 연락주게.”
그저 화장실에서 이렇게 호감을 살 수가 있는 걸까.
한수가 몸이 다부지긴 했다.
하긴, 여기는 국방부고 군인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상대는 이미 육군참모총장의 라인을 타고 있는 듯한데,
이곳에서 누군가를 의심할 필요는 없었다.
한수는 그렇게 오늘 육참 총장과 특전사 사령관이 밀회를 한다는 엄청난 정보만 받을 수 있었다.
국방부를 나온 한수는 이들이 오늘만 만나는 게 아니라 이전에도 자주 만났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런 사실을 정리하고 보고하려고 할 때였다.
작전을 맡은지 약 열흘 정도 지나간 시간이었다.
전화기가 요란하게 울렸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감이라는 게 작동했기 때문이었다.
“네. 국장님.”
“자네 지금 당장. 국회로 가서. 국회의원 요원들을 보호하게!”
“네?”
티비를 보면 알게 된다는 말에 티비를 켜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
한수는 곧장 국장의 말대로 국회로 향했다.
포고령이 전파되기도 전에 포고령을 입수한 국장이었다.
곧 국장에게 차장이 연락이 왔는데, 절대로 군에 협력하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국회의원들과 국가 인사들을 최선을 다해 보호하라는 명령이 전해졌다.
그렇게 한수는 국회로 향하는데, 그곳에는 이미 많은 시민들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장갑차와 헬기를 타고 군인들이 집결하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처음에 이 작전을 국장이 명령했을 때 만도 국장이 미친놈인가 싶었는데,
진짜 미친놈은 따로 있었다.
그냥 후배들을 양성하며 평범할 순 없지만, 그래도 이미 지나왔던 보통의 날들처럼 보내길 바랐던 한수의 목표가 조금 멀어지고 있었다.
“다시 찾아와야지.”
그러니까, 어서 빨리 다시 가져와야 했다.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안전하게 계엄령을 해체할 수 있게 도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