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10 - 11
보찬님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보찬님을 떠올리며 상상하여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차보성
제목: 월드러닝
“처음엔 호흡을 찾았지만, 이젠 호흡이 날 찾아온다.”
헉헉 되며 바닥을 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 재승이었다.
“정말요? 저는 그냥 죽겠는데요? 여기가(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재승은 보성이 운영하는 러닝모임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되는 신입이었다. 보성은 재승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재승은 뒤쳐져 있었으나 보성은 재성을 위해 뒤로 와 함께했다. 재승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재승의 옆에 있어주는 보성이었다.
“아, 진짜. 어떻게 저렇게 잘 뛰지”
“그러니까 초보자랑 가라고 했잖아”
“저 이래봬도 특급 전사였어요”
재승은 이제 막 전역한 인물이었다.
“병장때도?”
“병장 처음 달 때도 포함이면요”
“몇 개 월 놀면 그거 대로 또 바로 퍼지는 몸이다. 이 몸이 적응력이 엄청나”
“와 저는 10km를 뛰는 것도 이렇게 미치는데 어떻게 다 뗘요? 정말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어! 너도 할 수 있고!!
보성은 ‘월드런’이라는 러닝크루를 운영중이었다. 이 크루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내년에는 세계에서 열리는 세계 6대 마라톤 대회에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냥 참여만 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모든 러닝크루원들이 완주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매년 2월에서 3월에 열리는 <도쿄 마라톤>, 4월 셋째주 월요일에 열리는 <보스턴 마라톤> 4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 열리는 <런던 마라톤>, 9월 마지막주 일요일에 열리는 <베를린 마라톤>, 매년 10월 첫째 또는 둘째 주 일요일에 열리는 <시카고 마라톤>, 그리고 매년 11월 첫째주 일요일날 열리는 <뉴욕 시티 마라톤>을 모두 참여하고 완주할 목표를 가진 거대한 목적이 있는 러닝크루였다.
“와, 처음엔 멋있어서 나도 해야지! 했는데 와 도저히 안되겠어요”
“처음엔 다 그래, 원랜 다 처음엔 그래”
“형은 그럼 이제 안 힘들어요?”
“처음이 정말 힘들고 이제 극복할 때쯤 되면 다른 즐기는 거지”
안 힘들어진다는 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된다는 말이었다. 고통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고통을 즐기는 수준이 된다는 말은 어쩐지 듣기 좋다 보다는 무서운 말에 가까웠다.
“와, 엄청난 노력이네요”
“이렇게 뛰다 보면 올림픽도 나가고 싶어 지지 않을까?”
“올림픽이요?”
얼마전에 나온 올림픽 최고 신기록. 2시간을 고작 몇 초 차이로 극복하지 못한 일화가 떠오르는 재승이었다.
“올림픽도 나가시게요?”
“사실 이미 그건 무리지. 그래도 하다 보면, 아니 목표를 그 정도 잡아 두면 나머지 6대 올림픽 완주는 더 쉬워 보이지 않겠냐는거지”
말은 그럴 듯하게 들리는 재승이었다. 그리고 앞서 달려나간 수많은 인원들이 전부 완주하는 러닝 크루라, 그런 러닝 크루의 일원이 되어 있는 것만으로 꽤나 낭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멋있어 보이긴 하지만 너무 힘들 길이네요”
“힘들어도! 포기보단 우선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때 포기하면 되잖아!”
크게 숨을 고르는 재승이었다.
“에이! 한 번 시작했는데 포기하긴 아쉽죠”
일단 자신의 페이스대로, 그렇게 페이스를 찾은 후 조금씩 올려 보기로 한 재승이었다. 재승은 그렇게 다시 달려가기 시작했고 보성은 그런 모습을 웃으며 보다가 아차차 하고 자신도 재승을 쫓아 이미 러닝크루가 달려간 길을 다시 달려갔다.
마치 노을은 재승과 재승이 쫓고 있는 러닝크루, 그리고 그 러닝크루를 이끄는 보성을 비추는 것만 같았다.
다른 대회들은 추첨이나 참가 자격이 그렇게 크진 않았지만 보스턴 마라톤 대회 같은 경우는 자격 조건이 꽤나 까다로웠다. 이전 마라톤 완주 기록을 두고 참가자격이 있었는데, 첫 참가자는 참가하지 못했다.
우선 러닝크루의 멤버들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조건을 맞추는 걸 목표로 노력했다.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게 되면 당연히 해외로 나가게 되고, 러닝크루 자체가 단체로 해외여행을 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멤버들 간 대회 준비 팀과 초보자, 중급자, 상급자 별로 나뉘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어쩐지 초보자들이었다.
중급자들이 상급자로 가는 건 쉬웠는데, 초보자가 중급자로 승격하는 경우는 확률이 되게 낮았다.
보성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욱 즐겁게 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이에 보성에게 놀러온 희선과 마주쳤다.
“너도 들어올래?”
“아니, 난 괜찮아”
“지금부터 뛰어야 나중에도 뛸 수 있다?”
“음. 아냐. 난 걷는 것도 힘든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까. 이렇게 뛰는 거 보고 있으면 참 뭐랄까 신비하단 말이야”
“왜 딴말이냐”
희선은 얼마전에 봉사활동을 위해서 재활시설을 갔다 왔다고 했다. 거기서 걷는 걸 연습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여기서는 또 뛰는 걸 연습하는 걸 보니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연습해서 나아지는 거니까”
보성은 그런 희선에게 다른 말은 해줄 수 없었다. 뛰는 사람 입장에서 걷는 게 뭐가 어려워? 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들은 걷지도 못했고, 걷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니까. 그리고 여기 사람들은 잘 뛰지 못해서 뛰는 걸 연습하는 사람들이니까.
조금은 다른, 아니 출발하는 지점과 목표가 다른 사람들. 모두 잘못도 없고, 노력하는 만큼 대가가 따르길 바라는 마음만 있었다.
그러다 쉬는 날, 희선에게 연락하는 보성이었다.
“어, 오빠 왜?”
“희선아, 너가 그때 말한 재활센터, 나도 가볼 수 있을까?”
“물론이지, 오빠도 봉사로 가려고?”
아, 가는 방법이 봉사밖에 없나? 순간 쓱 보고만 오려던 자신의 양심이 가책을 느꼈다. 그래서 처음엔 생각에 없었지만, 당연히 그렇지라고 말하는 보성이었다.
그때 러닝 크루 멤버가 보성에게 뭐하냐고 연락이 왔고 재활센터에 봉사를 간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자신도 같이 가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어쩌다 보니 러닝크루의 인원들까지 합세한 봉사활동이 되었다.
“내가 그때 말한 게 신경이 쓰였 나봐?”
“쓰였지. 나 문득 우리나라에는 왜 큰 마라톤 대회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거든?”
“어?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보성은 한국에서 걷는 것과 뛰는 것을 협용 한, 마라톤 대회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크루원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한 크루가 크고 호탕하게 웃었다.
“마라톤 대회 참가 뿐만 아니라 만들자고요? 역시 크장님. 대범하시다니까요”
그는 처음에 마라톤 대회의 이야기가 나올 때만해도 멤버들 다수가 안 할 줄 알고, 하더라도 금방 포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새 8개월이 넘도록 오히려 대회의 준비자들은 더 늘어가고 있었다.
어느새 체계적으로 준비까지 하니까. 마치 프로 마라톤팀 같은 느낌까지 받아서 더욱 책임감과 더불어 승부욕이 생겨난 크루원들이었다.
“좋아요까지 거 뭐 해보죠. 보성님이 말하셨잖아요. 해보고 안되면. 그때 포기해도 안 늦다고.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면, 평생 포기하게 되고, 후회하게 된다고”
마치 유치원 선생님처럼 사람들을 어르고 달래서 뛰게 만들었던 보성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전세가 역전되어 크루원들에게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 느낌이 강하게 든 보성이었다.
“뭔가, 기대는 솔직히 안 했는데 이상하게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런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예상 못 했달까”
이 소식은 다른 러닝크루에게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곧 유명한 신발 메이커들도 보성을 찾아왔다. 한국에서 마라톤 대회 주최를 준비한다고. 그때마다 보성은 한국의 마라톤 대회를 제7대 마라톤 대회로 격상시킬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다른 대회와는 조금 달랐다.
다른 대회들과 대부분은 같았으나. 여기는 시간에서 다른 대회보다 훨씬 많이 진행되다. 보통의 마라톤 대회는 아무리 길어도 6시간에서 7시간을 넘지 않는 반면에 이 대회는 20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20시간이요? 보통의 대회보다 3배는 더 많은 시간이네요? 설마 42키로보다 더 뛰는건가요?”
“아니요. 거리는 42키로가 맞습니다. 다만 참가자들이 다 뛰지는 않아요.”
보통은 걷기와 달리기가 3배의 차이가 나는 부분을 설명하는 보성이었다. 보성은 이 대회에서는 보행 보조기와 전동 휠체어, 외골격 로봇, 스프링 신발을 한 무빙프레임을 착용한 사람들도 함께 뛰는 걸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래도 20시간은 너무 길지 않나요?”
“도시가 하루 멈추는 건데. 도시 하루의 생산량을 봤을 때 무분별한 시간이지 않을까요?”
여러 질문이 있었지만 아직 확정 된 건 아니라는 말을 하는 보성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달릴 수 있는,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최고의 이벤트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선 보성의 크루는 다른 6대 마라톤을 정벌하고, 이 대회도 성공리에 준비하자고 했다
마라톤 대회 출장식과 더불어 마라톤 대회 준비 위원회 출범식을 여는 보성이었다.
이때 문의를 준 여러 그룹들이 있어서 굉장히 넓은 공간에서 이를 실행하는 보성이었다.
“우와, 오빠 대단한데?”
희선은 그저 자신의 고민 아닌 고민으로 시작된 말이 이렇게 엄청난 나비효과를 은 몰랐다는 말을 꺼냈다.
“나도 너가 그런 말을 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
보성은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넉살 좋은 웃음을 보였다. 희선과 함께 갔었던 재활센터에서 다시 걷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 보성은 우연히 오래전 TV를 보다가 올림픽이 끝났다는 뉴스를 접해들은 적이 있었다.
“어? 올림픽은 이전에 끝나지 않았나?”
이미 며칠전에 올림픽이 끝나고 다음 올림픽 개최지의 예고편까지 본 기억이 있는데, 왜 이제 와서 최신뉴스로 올림픽 폐막식을 다시 알리는 걸까 싶었다.
호기심에 TV를 보던 보성은 지금 전하는 뉴스가, 그냥 올림픽과는 다른 폐럴림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폐럴림픽..?”
그때부터 무언가 부채의식이 있었던 보성이었다.
그냥 올림픽은 인기 많은 드라마 방송까지 미루면서 방송을 하지만, 폐럴림픽을 방송해주는 곳은 당시에만 해도 단 하나의 방송국도 없었다.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리고 해외 여행을 나갔을 때, 아니 가까운 일본만 갔을 때도 놀랐던 모습이 있었다.
저상버스를 타는데, 갑자기 정류장에 선 버스 기사가 내리는 게 아닌가.
“어 아저씨? 뭐지? 무슨 일이지?”
언어의 장벽을 느낀 보성은 갑자기 몸에 열이나고 땀이 났다. 무슨 사고가 났는데 자신만 모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버스를 탄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았다. 버스가 약간 기울어져 중심을 잡는 게 다였다.
일본은 지진이 유명한대, 지진 때문인가? 이런 지진은 그냥 넘어가는 정도인가 싶을 때, 버스기사 아저씨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었다.
“?!”
보성은 저층버스에 장애인이 탄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한국에도 저층버스는 많은데, 한 번도 장애인을 탄 걸 본적이 없었던 보성이었다.
“어…?”
그런 이어지지 않았던 장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이어지게 된 것이었다.
보성은 그렇게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함께 뛰는 그런 자리를 마라톤을 통해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냥 걷는 자들이 아닌, 걷는 걸 도전하는 자들에겐 어쩌면 15시간도, 20시간도 부족할 수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충분히 넉넉히, 우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를 위해서.
이제와 서지만
‘단 한 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없다’라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꼭 그렇게 새로운 마라톤 대회를 추진하고 싶었던 보성이었다.
보성의 말을 들은 여러 사람들은 보성의 의견에 박수를 보내며 함께 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보성은 세계 마라톤 대회의 완주와,
7대 마라톤 대회를 목표로 한 서울 마라톤 대회 추진을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