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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70

by 라한
이정은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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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은희은

제목: 갚


“나는 안 잊었어.”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는 서희의 말에 놀란 친구들이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오랜만에 동창회에 나와서는 친구들에게 각자 다른 선물을 내밀었다. 선물을 담은 쇼핑백은 같은 크기여서 어떤 선물들이 있는 줄 몰랐다.


다 같은 건 줄 알았던 친구가 똑 같은 줄 알고 선물을 처음 꺼내는데, 그게 하필이면 1억에 호가하는 물건이라 다른 친구들이 자기와 비교해보게 되었다.


‘재는 왜 저걸!’


그러면서 희은이 은혜를 받았다고 생각한 친구들에게는 고가의 선물을 해주고, 나머지는 그냥 보통의 백만우너 정도의 상품권이 다였다.


하지만 들어난 건만 해도 100배나 되는 차이였다.


“은희야. 너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선물은 뭐야.”


1억의 호가의 선물을 받은 친구가 감동받은 얼굴로 높은 음의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은희가 준 선물을 확인해보는 친구들이었다.


“나는 잊은 적이 없다.”


그렇게 은희는 은혜를 입었던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나는, 그만 갈 게.”

“아니 무슨 오자 마자 가. 무슨 산탸야? 선물만 이렇게 남겨 놓게?”

“산타?”


은희가 친구들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나쁘지 않네. 산타. 너희들 중 지금 받은 선물을 보면 알겠지만, 나한테 산타였던 친구들이었다. 고맙다.”


그렇게 은희는 산타처럼 선물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그러자 친구들은 서로 각자 은희와 엮인 이야기를 풀어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은희와 엮여 있는지, 자신이 선물을 받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였다.

은희는 나름의 배려로 자신과 관계가 없는 친구들에게도 작은 소정의 선물을 했다.


그런 친구들은 속으로, 나도 은희에게 잘해줄 걸 하고 후회하게 되었다.


동창회 건물 밖으로 나오는 은희를 맞이하는 비서가 있었다.


“오셨습니다. 회장님. 일은 잘 풀으셨습니까?”


그는 거세게 내리는 비속에서 은희의 키 만한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정비서.”

“네?”

“자네 내 말 못 들었나?”


은희는 자신의 개인적인 일은 혼자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정비서에게 퇴근해도 된다고 했었다.


“퇴근해도. 된다고. 하셨지. 퇴근 하라고 말하진 않았잖아요. 그래서 제 선택으로 야근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야근 비 없어. 그냥 가.”

“노동부에 신고할 거예요.”


은희는 정비서를 째려봤다. 정비서는 못 본 척 다른 시선을 응시하면서 우산을 은희쪽으로 기울였다.


“그럼 네가 젖잖아.”

“상관을 젖게 하는 게 부하의 수치입니다.”


피식 웃는 두 사람이었다. 그렇게 은희는 이 세계에 단 한 대밖에 없는 모헤닉게라지스가 만든 국내 최초의 수제차 업체가 만든 차로 갔다.


은희가 요구하고 조립한 차는 무려 20억에 호가하는 달리는 집이었다.


“회장님. 회장님이 정말 가난하셨어요?”


은희는 자신의 숨겨진 과거를 비서에게 말할 수는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웹소설로 유명한 회빙환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각자, 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말이었는데, 은희는 그 세개를 다 겪었다. 그러다가 현재로 돌아왔다.


회귀에서 겪었던 일, 그리고 다른 시대의 다른 사람으로 엮은 빙의, 그리고 미래의 환새응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모두 두 번 이상 더 살았던 은희였다.


그래서 그때의 자신을 도와줬던 은인명단을 잊지 않은 채 가슴에 새긴 채 살아왔다. 그리고 현재의 삶에서 엄청난 사업을 성공시켰다.


그래서 은혜 갚는 까치, 은까그룹의 회장이 되었다.


“있었지.”


이번 생엔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하나의 삶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다른 세상. 평행세계라고 말해도 되는 세상에서 은희는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람들은 강한 사람은 따르고, 약한 사람은 도왔다. 그걸 직접 경험한 게 지금의 은희였다. 약자였을 땐 도움을 받았고, 강자인 지금은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고 있으니, 충분히 증명된 사실이었다.


“정비서.”


은희에게 있어 정비서는 가장 미안한 존재였다. 원래라면 태어났을 자신의 아들의 아내가 될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그 아들이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엄청나게 사랑했던 두 사람을 만나지 못했던 것이었다.


“네. 회장님.”

“난 정비서를 딸이라고 생각해.”

“영광입니다. 회장님.”


지난 삶에서 어머니, 어머니~ 하고 자신을 잘 따랐던 정비서를 떠올렸다. 지금의 은희가 이러 놓은 사업 중 몇 개는 며느리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은 게 꽤나 있었다.


“그러니가 어머니라고 한 번 부르라니까.”


고집은 지난 삶과 똑같아서, 절대로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냥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정말 딸 같아서 그래.”

“감사합니다.”


분명히 선은 없는데, 선이 확실했다. 은희의 눈에는 그저 예쁜 며느리일 뿐이었다. 아들이 없어서 며느리를 삼지 못했다.


이번생은 지난 경험으로 최고의 남편으로 맞은 사람. 그에게서는 정비서의 남편으로 줄 ‘재욱’은 태어나지 않았다.


대신, 정욱이 태어났지만, 정욱과 정비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은희는 그게 너무 아쉬웠다.


“아니면, 정말 딸 같은 며느리 하던 가.”

“하하.”


정비서가 유일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건 정욱에 대한 이야기였다. 정욱도 정비서를 좋아했지만 정비서는 어째서인지 정욱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그런가.”

“그게. 이상하게.”


정비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꺼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 기다려져요.”

“뭐?”


은희는 뜨끔했다. 설마 재욱을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다. 재욱은 이 세상에서 절대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잘 모르겠어요. 키는 한 177정도 하고, 피부는 좋은데, 노란 뿔테 안경을, 눈도 좋은데 좋아하는.”


은희는 놀랄 수박에 없었다. 다른 건 뭐 그럴 수 있는 부분이 컸지만, 노란 뿔테 안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사실 많지 않았다.


“재욱을. 알아?”


자신도 모르게 자기 머릿속에만 있는 이름을 꺼냈다. 정비서도 운전석에서 은희를 돌아봤다.


“네? 재욱이요. 어. 그게 모르는데. 알 거 같네요.”


은희가 회빙환을 겪으면서 이 세상에 준 영향을 엄청났다. 그러나 늘 새로운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원래 있었던 세상에 덧씌웠다 라는 느낌이 강했다.


“아..”


은희는 놀라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재욱에 대해서 더 얘기해줘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하는 걸까? 헷갈렸다.


그런데 바로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어, 왜, 왜이러지.”


정비서가 갑자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기 시작했다. 정비서도 당황해서 눈물을 닦았다. 재욱이라는 이름 하나로 풀린 봉인이었다.


며느리의 눈물을 처음 봤다. 지난 삶에서도 보지 못했다. 강인한 성격을 가진 정비서에서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비서..”

“죄송합니다. 회장님. 갑자기 눈물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오랜 기다렸던 그리움을 마주한 것처럼.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가족을 만난 기쁨이, 그동안의 기다림이 응축돼 눈물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정비서는 ‘재욱’이란 두 글자에 눈물을 쏟아냈다.


“죄송합니다.”


연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멈추지 않는 눈물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울컥하는 은희였다.


은희가 회빙환을 겪으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포커 페이스였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쉽지 않았다.


“지안아.”

“?!”


그동안 이 생의 선을 지키기 위해 부르지 않은 이름이었다. 정비서의 이름 두글자였다.


지안과 재욱은 정말 둘도 없는 그런 짝꿍이었는데, 더 이상의 회빙환을 하지 않고 그만 영원한 잠을 자려고 했던 은희마저도 일으켜 세운 그런 사라을 보여준 두 사람이었다.


“괜찮아.”


은희는 지안을 끌어안았다. 지안은 처음 안겨 보는 회장님의 품을 익숙하게 안겼다. 마치 여러 번 안겨 본 적 있는 느낌이었다.


“회장님..”

“오늘만큼은, 어머니라고 불러. 지금 만큼은.”

“아. 아닙니다.”


상황은 이런데, 성격은 역시 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은희는 이렇게 지안을 데리고 있는 게 지안에게 은혜를 갚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진짜 은혜를 갚는 건 재욱을 만나게 해주는 건데, 이미 시기도 늦었고,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시 한번 재욱을 만나기 위해 회귀하는 게 아니라면.


“회귀...”

“네?”


은혜의 작은 소리에 놀란 지안이었다. 그러자 은혜도 놀랐다. 이제 어떡하지 싶다가 바깥을 봤다.


“해가 안뜨네.”

“당연하죠. 저녁인데.”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는 저녁이었다.


“그래,”


자신이 아닌 지안을 회귀시키는 방법도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건, 지안이 진정한 후 달래 주고 집에 돌아온 이후였다.


샤워실에서 물을 맞으며 생각을 하는데, 툭툭 치는 수많은 물방울들에 마음이 흔들린 건지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안이를 회귀시켜서 은혜를 갚는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안은 사라지는 걸까? 지금까지 자기가 회빙환의 주인공이었기에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대로 사라지는 걸까.”


문득 자신이 회귀, 빙의, 환생했던 세상은 어떻게 됐을까 가 궁금했다. 만약에 지안을 회귀시키면 어떻게 되는 지 알 수 있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지안에게 은혜를 갚는 방법이기도 하고 지안을 회귀시키기로 결정한 은혜였다.


“그래. 나의 며느리를 행복하게 보내줘야지.”


그런데, 갑자기 어제까지 생생했던 회빙환의 방법이 새까맣게 기억나지 않았다. 신의 장난처럼, 마치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를 회빙환 시키면 안 된다는 경고처럼, 정말로 어제까지만 해도 그많던 여러 방법들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자신이 회방환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만 기억이 날 뿐이었다.


“뭐였지.”


아침 출근 직전 차를 마시면서, 그리고 아침을 먹으면서, 출근을 하면서 모두 생각해봤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은 은혜였다.


그러다 어느새 모든 기억이 사라졌다.


‘감히’ 다른 사람에게 회빙환을 하게 해주려고! 라고 신에게 혼나는 느낌이었다.


“뭐지.”


은혜게 남은 건 회빙환을 거듭해오면서 기록해 놓은 은혜목록이었다.


“가장 중요한 은혜자들.”


그 목록을 보며, 자신의 비서 정지안이 있다는 걸 알아봤다.


“정비서?”


정비서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이 이곳에 있는데 무슨 일이지 싶었다. 그러다가 그들을 찾아갔다. 그들은 은혜에게 고맙다고 얘기를 했다.


“고마워? 나한테?”


자신이 은헤를 갚기 위해 선물을 줬던 일이 있었다. 그런 부분은 얼핏 기억이 나는 은혜였다.


“아. 내가 준.”


각자 나름 그 사람의 취향을 고려하고, 받은 은혜에 비례했다는 사실을 은혜기록부를 통해 깨닫는 은혜였다.


“정비서가. 나의 최고의 은인?”


그렇게 은혜는 정욱과 지안을 이어주려 하는데 여전히 지안은 재욱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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