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74
김재경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김재경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경수현
제목: 첫사랑 제자님
“오랜만이네요.”
언젠가 한 번은 만날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지만,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너, 뭐야?”
“뭐긴요.”
명문대를 가겠다고 과외를 받았지만, 연애에 더 관심이 많았던 제자 대수를 오랜만에 봤다.
그것도 그냥 장소도 아닌 대학교 수업에서 만날 줄은 몰랐다.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는 조교수 수현은 대수가 반가우면서 그 반대의 기분도 함께 느꼈다.
“재수의 왕 대수가. 드디어 대학에 입학을 했네?”
과외 시절, 처음엔 수업만 하다가 나중엔 데이트로 변질됐고. 그렇게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아니었지만, 제자와 연애를 했었던 수현이었다.
동갑, 두 사람은 띠동갑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한 연애생활을 했었다.
과외비가 웬만한 회사보다 많이 줘서, 부업을 본업처럼 했었던 수현이었고, 그런 수현을 좋아했던 재수는 수현과 사귀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공부에 관심이 없었지만.
“선생님. 제가 이번에 전교 1등 하면 사귀어 주세요.”
말도 안 되는 제안이었는데 현실로 만들어 버리는 대수였고, 그런 대수가 실제로 전교 1등을 하자, 데이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했었다.
“지금 제자한테 거짓말한 거예요?”
데이트가 아니라 사귀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대수. 그렇게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었던 두 사람이었다. 사실상 대수는 이미 대문짝 하게 열려 있었고 그 문을 조심스럽게 들어갔든 수현이었는데, 그게 벌써 몇 년은 된 이야기였다.
“너무 행복해요!”
꽤 많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었지만, 어느 연인들과 비슷하게 행복하게 지냈다. 대수에게는 비밀이었지만 수현에게도 대수는 첫 연애 대상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
“대수 넌, 내가 왜 좋아?”
정말 어려운 질문에 보통의 남자 친구는 어떻게 대답할 지 몰랐던 대수는 있는 그대로 수현에게 수현이 왜 좋은 지 말하기 시작했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수현과 대수 사이에 벌어진 모든 일에 대해서 역사처럼 옳는 수준이었다.
“그게 뭐야.”
“그러니까. 그냥 다 좋아요. 누나면. 다 좋아.”
반 존대의 정석을 보여주면서 수현의 마음을 흔들었던 대수였다. 데이트를 하면서 대수에게 첫 연애라는 사실을 들키지 않았지만, 몇번의 위기가 있었다.
“누나, 너무 좋아요.”
“나도.”
그러나 그런 위기를 넘어 대수와 수현은 서로를 너무나 좋아했다. 만약 대수가 군대를 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수현의 집안이 넉넉했다면 어쩌면 두 사람은 아직도 연애를 지속 중 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었고, 대수는 흔히들 남자들이 그렇듯, 군대에서 수현에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
“누나? 누나?! 선생님!”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에 전화도 안 되고 편지도 반송되었다. 그렇게 대수는 일방적인 이별 통보 이후 군대에서도 힘들어했다.
에이스로 지내며, 차기 분대장이란 소리까지 이등병때부터 들었던 대수는, 어느새 개 폐급 군인이 되어버렸다.
자살기후까지 보일 정도로 이별후유증을 알았던 대수는, 겨우, 겨우 수현을 보낼 수 있었다.
우연히 친구가 보내준, 수현과 다른 남자가 행복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당시에 정말로 삶의 의지를 잊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인생 최고의 고통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수현을 잊고 지낸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은 후 다시 수능을 치고 처음 수현과 목표로 했던 대학에 입학했다.
예전엔 떨어졌던 대학이었는데, 그곳에서 다시 수현을 또 만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과 수현이 보낸 시간은 무려 10년도 전의 이야기였으니까.
여전히 아름다운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이제는 완전히 어른이 되어 있는 수현이었지만, 첫눈에 반했던 그 모습처럼 그대로 예뻤다.
“경수현…”
조교수의 얼굴을 보자, 바로 알아봤다. 많은 학생들 사이였기에 수현은 처음부터 대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강렬한 눈빛으로 보내는 학생을 눈치채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게 곧 대수라는 걸 수현도 알게 됐다.
“?!”
대수도 곧 수현이 자신을 발견한 걸 알 수 있었다. 원래는 수업이 끝나고 질문 있는 사람? 이런 식으로 물으며 학생들의 편의를 봐줬던 수현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대로 수업장소를 나가 교수실로 향했다.
“어. 교수님! 저 질문있는데요?!”
라고 누군가 나오자. 수현은 마치 도망가는 사람처럼 말했다.
“오늘 급한 일정이 있어서. 메일로 보내면 확인해볼게요.”
그렇게 교수실로 향하는 수현을 뒤 쫓는 남자가 있었다. 바로 대수였다. 대수는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이제는 거의 뛰다시피 하는 수현을 따라가 앞질러 앞에 섰다.
“어딜 그렇게, 도망 가듯 가시는 거예요? 설마 저 피하시는 거 아니죠?”
대수가 수현의 앞에 나타나 자신의 모습을 대놓고 드러냈다. 수현은 우선 주변을 살펴봤는데, 다행히 다른 학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널 왜 피해? 지금 뭐하는 거야? 사람 길은 왜 막아?”
대수는 오랜만에 본 수현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달려왔고 또 자신도 모르게 수현을 덜컥 안아버렸다.
오랫동안 그리웠던 폼이었다. 얼마나 안고 싶었는 지 수현을 모를테지만 대수는 정말 이 순간을 늘 바라왔다. 예전엔 이게 일상이었는데.
그러나 수현에게는 그런 대수가 불편했다. 얼른 대수를 밀어냈다.
“뭐하는 거야!”
자신을 밀어내는 수현을 보자, 이제 정말로 과거의 수현은 없구나 실감이 나는 대수였다. 사실 수업에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수현에 대한 기억은 이미 옅어 져 거의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 보자 마자 자신의 마음이 불타올랐다. 그토록 원했고, 강제로 겨우, 지워낸 사람이었으니까.
“저 방금 들었어요.”
“뭘 들어.”
“누나 심장소리.”
“누나라니. 교수님이라고 불러야지. 학생이 버릇이 없네.”
순간적이었지만 대수는 확실했다. 수현이 아직도 자신의 좋아한다는 걸 느꼈다. 보통의 사람보다 확실하게 더 크게 심장이 띠고 있었다.
빠른 걸음 뛰었다고 이 정도로 뛸 심장은 아니었다.
“다시 확인.”
대수는 다시 수현을 안았다. 사실 이 대목에서 수현은 대수에게 더 크고 강한 저항을 해야만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그러면 안 되는 사이가 되어버린 거지. 다시 대수를 만날 줄도 몰랐지만, 수현도 자신의 집안 사정만 아니었다면 어쩌면 대수를 계속 기다렸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고, 수현은 그렇게 대수를 다시 한번 밀쳐내려고 하는데, 꽉 붙잡고 있는 대수였다.
두 사람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서로에게 전해졌다. 강렬하게 원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쿵. 쿵. 쿵쿵.
“이 봐. 이렇게 뛰잖아.”
“니꺼겠지.”
“내 것도 그렇고. 누나껏도 그렇고.”
하지만 결국 대수를 밀어내고 수현은 대수를 바라봤다. 원래라면 뺨이라도 때려야 하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너 지금 실수하는 거야.”
“실수?”
대수는 살짝 미소 지으며 수현을 바라보았다. 그 미소가 수현의 마음에 송곳처럼 박혀버렸지만, 수현은 무시했다.
“나 곧 결혼해.”
“결혼?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벌써. 그렇게 식까지 잡을 정도야?”
“너도 와도 돼. 널 볼 줄 몰라서 준비는 못했네. 바로 다음주야.”
“?”
대수는 수현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느꼈다. 매일 군대만 갔다 오고, 대학만 졸업하면 바로 결혼하자고 졸랐던 대수였는데, 그 대상이 이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누나.”
“너랑 헤어지고 만난 사람이야.”
사실상 그 사람 때문에 헤어졌다. 그 사람은 재벌기업의 아들이었다. 물론 대수도 잘 사는 집안의 자식이었다.
그래서 고가로 과외도 시켜주고 그런 거지만, 지금 수현과 결혼할 대상과는 비교대상이 안됐다.
대수는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금 수현 앞에 당당히 서서 한 발이라도 다가가려 했던 찰나에 날아든 ‘결혼’이란 단어는, 그 때의 상처를 다시 깊숙이 찌르는 비수였다.
“진짜… 결혼한다고?”
대수는 마른 목소리로 되물었다. 입 안이 바짝 말라갔다. 그의 눈동자는 흔들렸고, 울컥 복받쳐 오르는 뭔가를 간신히 삼키고 있었다.
“누나, 아니 교수님… 확실히 말해줘요. 진심이에요?”
수현은 애써 냉정한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다. 얼굴 근육이 굳어가고, 심장 소리는 귀를 울렸다. 그러나 그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다. 수현은 지금 안정적인 삶을 계획 중이었다. 그것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최선이라고 믿었다. 그 과정에서 대수를 상처 입히고, 스스로도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파묻혔지만—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래. 다음 주에 식 올려.”
수현의 목소리는 짧고 단호했지만,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너도 필요하면 와도 돼. 먼 발치에서 나마 봐도 상관없어.”
참 잔인하다,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수현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와서 결혼식을 뒤엎을 수도 없고, 더 이상 대수에게 희망을 주는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될 게 뻔했다. 그는 이미 한 번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떠났던 사람이다. 이제 달라진 건, 대수가 더 이상 철없는 학생이 아니라는 것뿐이었다.
대수는 그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거길 왜 가요. 축하도 못 해줄 거면서.”
그러면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단정한 셔츠 소매를 걷은 팔뚝 위로 도드라지는 핏줄이 그의 긴장감을 보여줬다.
“정말… 오래전부터 꿈꿨던 사람이네. 그 사람과 결혼하는 거면, 할 말은 없지만”
잠시 말을 끊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왜 그렇게 까지 날 버릴 때 아무 말도 없었어요? 설명이라도 했으면 내가 이렇게 허무하진 않았을 텐데.”
수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시선을 피한 채, 실내등이 밝게 비추는 대학 건물 복도 한 구석에서, 두 사람은 얼어붙은 조각상처럼 서 있었다. 시간이 얼마간 멈춘 것 같았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누군가 먼저 휙 돌아서 떠나갈 법도 한데, 대수는 도저히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고, 수현은 그런 대수를 말없이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때, 수현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결혼식 준비 때문에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상, 약혼자가 보낸 메시지일 가능성이 컸다. 수현은 화면을 확인한 뒤 살짝 일그러진 미소를 띄며, 대수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내가 그때 말 못 한 건, 말하면 너를 더 아프게 할 까봐 그랬어.”
그 한마디에 대수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충분히 아팠는데 뭘 더 아프게 해.”
결국 대수는 돌아서며 입술을 악물었다. 한때는 전부였던 사람, 신분이나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행복했던 순간을 공유했던 사람이 이제 결혼을 앞둔 ‘남의 여자’가 되어버렸다. 그는 참아 왔던 한숨을 길게 내쉬며, 복도를 어슬렁거리던 몇 명의 학생이 나타나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소문이라도 나면 더 이상해질 테니.
“정말 축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 사세요. 더 이상 제가 할 말은 없네요.”
그렇게 말하고 대수는 등을 돌렸다. 그런데 몇 발짝 떼다가 갑자기 멈춰섰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수현의 눈을 정확히 응시했다. 그의 눈빛에는 미련과 분노, 슬픔과 애틋함이 온통 얽혀 있었다.
“누나.”
그는 짧게 불렀다.
수현은 그 한 마디에 눈을 깜빡였다. 마치 그 호칭 하나에 과거 모든 추억이 응축된 것 같았다. 연인처럼 달콤했고, 가족처럼 편안했던 그 말 한마디가 이제는 금기어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다.
“…왜.”
대수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나는 절대 다시는 누나를 힘들게 안 할 생각이었는데.”
그 마지막 말은 마치 깊은 상처에 붕대를 감으며 안녕을 고하는 것 같았다. 대수의 발걸음이 서서히 멀어지자 수현은 가슴 한 구석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돌아서 달려갈 수는 없었다. 이미 그녀에겐 약속된 미래가 있었고, 이 복도 뒤편에는 곧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새로운 삶이 있었다.
수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뜨며, 휴대폰 화면 속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 메시지는 일정 확인과 함께, 약혼자가 보낸 ‘사랑한다’는 단 한 마디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들은 결코 같은 모양이 아니었고, 결국 그녀는 더 안정되고, 더 안전한 쪽을 선택했다. 설령 그 안전함 뒤에 숨겨진 후회가 그녀를 밤새 뒤척이게 하더라도.
대학 복도 사이, 겨울의 찬 공기가 스며드는 듯 서늘한 분위기 속에서, 두 사람의 재회는 그렇게 허망하게 흩어졌다. 10년 전, 그토록 뜨겁게 타올랐던 사랑의 불꽃은 이제 간신히 남은 잿더미 위로 사라져갔다.
결혼식 당일, 수현은 혹시나 대수가 왔을 까 결혼식장을 찾아온 사람들이 궁금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런 마음이 들었다는 걸 반성하고, 축하를 하러 온 사람들과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이의 있습니다.’ 하고 나타나는 대수였다. 그리고 당당한 걸음으로 수현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수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대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수현을 잠시 안앉을 대 그 감촉과 떨림, 심장의 떨림을 잊을 수 없었다.
‘결혼’한다는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할 수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결혼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시이 돌릴 수 있는 카드를 통해. 수현과 결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냈다.
“정말 싫으면, 이 손 놔.”
대수는 수현에게 한 마디 하고 그녀와 손을 잡고 식장을 나왔다.
“너.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학교는 걱정 마. 우리 집 누나가 아는 것 보다 더 좋으니까.”
대수는 돈 때문이라면 저 놈이 아닌 나를 택해야한다고 그 타당성이 적힌 문서를 보여줬ㄷ.
“어?”
수현은 대수의 집안이 자신이 선택한 남자보다 2배는 잘 사는 걸 알게 됐다. 원래 대수보다 10배는 잘 사는 줄 알았는데, 그건 대수네 집안이 굳이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나랑 해. 결혼.”
“…”
수현이 아무 말을 못하고 있자, 대수가 수현의 손을 다시 잡고 빨리 오는 택시를 잡았다. 식장에서도 수현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택시 안에서, 대수는 참고 참고 참았던 수현의 입술을 훔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키스를 하게 됐고.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수현을 찾는데, 저 멀리 택시 뒷 자석에 웨딩드레스를 이고, 자신의 제자와 키스를 하는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