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75
박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박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정치운
제목: 멸괴
훌륭한 임금 하나가 충직한 신하 백 명 몫을 해낸다. 그러나 훌륭한 임금도, 충직한 신하도 없는 나라의 운명은 이미 꺼진 불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나라가 멸망했다.
“배고파.”
배고픈 정도가 죽을 만큼도 아닌 이제는 안 먹으면 죽는 정도였다.
“기다려봐. 아빠가 고기 잡아줄 게.”
다시 원시 시대로 돌아간 것처럼 사냥을 하고 있는 치운의 모습이 보였다. 치운은 유능한 군인이었기에 그나마 이 상황에서 잘 적응 중이었다.
갑자기 세상이 멸망했다. 거대한 운석이 떨어졌고 운석 안에서 깨어난 괴물들이 세상을 집어 삼켰다.
당시 치운은 청와대에서 근무중인 경호부대에서 근무중인 특전사였다.
“작전기획과장!!! 작전기획과장!”
당시 작전기획과 과장으로 치운은 중령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날은 휴가 복귀날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전국이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아내의 둘째 임신소식을 듣고 행복한 기분으로 이 소식을 동료들에게 알리려고 했는데, 다른 소식이 청와대에 당도해 있었다.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국에 주둔중이던 미군의 한미연합사령관이 청와대를 찾을 정도였다.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해도, 외국의 장군이 정부의 주요 요소를 찾는 건 보기 힘든 일이었다. 막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치운에게는 아주 낯선 광경이자 처음보는 광경이었다.
“어? 방금 별 네 개. 그것도 미군?”
미군에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이 있기에 합참이나 국방부는 찾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 보다 위의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청와대는 도대체 무슨 일로 온 거지 싶었다.
만약 전쟁이 터진 거면 청와대가 아닌 합참에 갔을 것이다. 근데 그 합참보다 더 작전지휘가 원활한 곳이 한미연합사일 것이라 사실상 한미연합군 사령관을 청와대에서 보는 일은 거의 없는 것과 같았다.
“복귀하자마자 제정신 아니겠지만. 지금 그런 일이 벌어졌다.”
“네?”
“총기류 준비하고, 완전 무장하도록.”
“무슨 일입니까.”
치운의 질문에 그의 부하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태블릿을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똥별들이 보였다.
“예쁘네. 이런 게 왜?”
유성우들을 보고 치운은 그저 예쁘다고만 생각했을 뿐인데, 부하에게 들은 보고는 믿을 수 없는 말들이었다.
보통의 운석은 지구의 대지에 닿기 전에 소화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운석은 달랐다. 지구 땅까지 닿았다고 했다.
어쩐지 청와대로 오면서 땅이 조금 흔들린 것 같은데, 그게 이 운석들이 지구에 부딪쳐서 생긴 거라는 건 몰랐다.
“운석들이 지구에?”
지구가 멸망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더 큰 문제는, 그 안에 생명체가 있었고.”
“생명체?”
“그들이 지금 공격중입니다.”
지구 멸망 시나리오는 단순한 운석의 충돌이 아닌, 그 운석에서 깨어난 괴물들의 공격 때문이었다.
사실상 지구 멸망이 아니라, 지구 생명체 멸망이 다가온 것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직접 눈으로 보기전까지 믿을 수 없는 말이었고, 눈으로 봤어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게 무슨.”
괴물들의 형체는 다양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어떤 형체를 가진 것이 아닌 것으로 지금 에서야 발표가 있어서 알았지만, 당시에는 몰랐다.
그들은 운석에 기생하여 지구로 낙화하여 들어온 외계 생명이었다. 자신들끼리는 서로 의사 소통을 했다.
이런 정보를 알게 된 건 그들 중에서도 지구로 귀화한 생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지구 생명체를 숙주로 삼아 그들의 형태로 진화를 했다.
처음 생쥐나 개, 고양이 등을 숙주로 삼은 괴물들은 그들의 본능을 더욱 일깨워 다른 생명을 죽이기 시작했다.
다만 우연히 고등생물인 인간을 숙주로 삼아 잡아먹은 괴물들은 인간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고, 어쩌면 인간과 자신들이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믿었다.
그렇게 인간을 숙주로 삼은 이들은 인간과 괴물과의 전쟁을 막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그러나 이 괴물들은 알고 있는 아주 특수한 힘이 인간에게 있었다.
인간이 자손을 번성하기 위해 자신들도 모르게 내뿜는 호르몬이 이 괴물들의 숨통을 끊는 요소였다.
즉, 인간의 사랑이 이들에겐 치명적인 독이었다.
그래서 결국 인간과 괴물의 협상은 깨지고 말았다. 그들도 인간의 러브호(인간의 사랑을 위한, 괴물을 무찌르는 호르몬에 대한 임시 지명)를 이겨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부 그들의 지식만 인간에게 전달되었다. 이들은 그렇게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지구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
처음에는 인간의 지식을 습득한 강력한 괴 생물들에게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지능을 습득한 괴물들은 곧 사랑을 느끼는 인간에 의해서 스스로 자멸하고 죽어갔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을 숙주로 삼는 건 버서커와 같은 느낌, 스팀 팩과 같았다. 지식과 지능이라는 거대한 힘을 주지만, 러브호로 인해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위기의 상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었다.
“정 중령. 지금 대통령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야해. 함께 해.”
치운은 작전기획을 하는 인물로서 대통령 옆에 꼭 붙어 있어야 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비서실장이 치운을 찾았다.
“과장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치운은 당시의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있지 못했다. 어떤 일이 벌어졌는 지 아직 잘 몰랐다. 이제 막 휴가에서 복귀했을 분인데,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아직 상황이 판단이 안됐습니다.”
대통령 옆에서 작전을 기획해야했지만, 상황판단이 우선이었기에 우선은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벙커로 들어가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은 상황실을 만들어 운영했다. 청와대는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그러나 네모난 박스 안에서 펼쳐지는 상황만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었다. 스크린 장면만 봐서는 당장 미사일을 쏘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면 근처에 있는 민간인도 모두 폭격을 당할 것이 자명했다.
“저 녀석들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총에 피해를 안 입는 다던가? 그런 건 아니지?”
그런데 문제는 인간은 그들을 몰랐지만, 그들은 인간을 알았다. 숙주로 삼은 인간의 지식 수준에 따라 천지 만별이기는 했지만 엄청난 수가 인간을 숙주로 삼았다.
그 중에서는 핵미사일에 관련된 지식을 갖고 있는 자를 숙주로 삼은 괴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그걸 쓰기 전에 핵을 폭파시켜버렸다.
그렇게 인간의 멸망을 도래하게 할 것 같은 핵폭발이 일어났다.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이었다. 이후에도 살아남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고 어쩌면 공존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괴물들이 있었지만, 모두 러브호로 인해 불발되었다.
그렇게 이제는 완전히 적과 적이 되어 강대강 대치하게 된 외계생명체들, 괴물들이었고 지구의 거주자들이었던 인간이었다.
괴물들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서 밖으로 나온 치운은 얼마 안되서 실제로 괴물을 목격했다.
새를 숙주로 삼았는지,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뭐야.”
그때 모든 괴물이 똑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됐는데, 지네를 숙주로 삼은 괴물도 있었다.
“이것들은.”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대로 뇌가 굳어지는 느낌을 받은 후 살아야 된다. 라는 생존본능이 겨우 치운을 살렸다.
“도저히, 어떻게 할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치운은 당시에 들고 있던 총으로 그들에게 조준했다. 이대로 총을 쏘는 게 맞을까? 그러다 학생 한 명이 위협에 처한 모습을 보자 고민 없이 발포했다.
그들은 죽지 않았으나, 우연히 숙주가 총에 맞았다. 머리 부분이 날아가버린 새였다. 그러자 옆으로 슬라임처럼 흐트러지는 괴물의 본 모습이었다.
“저게..”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본적이 있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영화, 베놈이 저런 물질이었던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현실에서 일어 날줄은 몰랐다.
게임에서도 비슷한 걸 본적이 있다. 슬라임이었다. 치운은 자신이 본 것을 보고했는데, 전국, 그리고 세계에서도 비슷한 보고가 올라왔다.
주한미군은 당장은 한국을 도왔지만, 자국의 상황도 여의치 않음을 알았다.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고등생명을 숙주로 한 괴물들이 많았다.
그렇게 대치를 통해 정부는 괴물들을 몰아내려고 했지만, 괴물들 중에 인간을 숙주로 삼은 존재들로 인해서 거의 실패했다.
특히 거대한 핵방사능이 지구를 맴돌았다. 사람들은 공기가 정화될 때 까지 땅 밑으로, 안으로 숨어들었다.
벙커가 있는 곳엔 벙커 안으로 숨어들었고, 치운도 대통령을 데리고 벙커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러나 그의 머리속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가진 아내가 떠올랐다. 자신의 일은 대통령을 경호하는 일이었지만, 그 일을 하는 이유는 아내를 위해서이기도 했다.
걱정이 가득한 치운을 불렀다. 치운의 상사는 치운과 같은 처지의 군인들을 모두 불렀다.
“너희에게 가족이 있는 것도 안다.”
“…”
모두가 아무 말을 하지 못했던 순간이었다. 국가냐. 사랑이냐는 질문과 같았다.
“대통령님을 모시는 게, 국가를 지키는 게 우리의 소임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은 가장 안전한 이곳으로 왔다. 그러니 너희는 일주일 안에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으로 와라. 명령이다.”
치운의 상사의 명령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다행히 탈영이 아닌 명령으로 가족을 데리러 갓는 것이었다.
가끔은 이 순간을 후회하는 치운의 동료들도 있었다. 끝까지 옆에 남아 있었어야 했을까? 가족도 잃고, 대통령도 잃은 군인이 되어버렸으니까.
동료 중 하나가 괴물의 숙주가 되어 한국 대통령의 위치가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저항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차기 정부가 차려지지 않고, 무정부 사태로 한반도의 시간은 흘렀다.
치운은 가족들을 데리고 벙커로 가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알았다.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녀의 아내는. 숙주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붙은 괴물은 치운에게도, 아내에게도 옹호적인 편이었다.
사람마다 성격이 있듯, 괴물에게도 성향이 있고, 신념이 있었던 것이었다.
“네, 아내는 무사한건가야?”
고등생명을 숙주로 삼은 괴물들은 소통이 가능했다.
“내가 안전하면. 네 아내도 안전해.”
그는 숙주의 남편인 치운을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치운이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수단인 숙주로부터 러브호를 발생하게 하면 바로 그냥 죽어버릴 것이라고 협박하면서였다.ㅇ
“아내를 살려줘.”
그렇게 첫째 아이와. 그리고 숙주가 된 아내를 이끌고 정처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는 치운이었다.
아내가 숙주가 됐다는 걸 같은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무단히도 애쓰고 있었다.
보자기를 쓴 아내의 얼굴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있으면 치운은 같은 인간에게는 웬만하면 지지 않을 강력한 무력을 선보였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이며. 그는 굉장히 잘 훈련된 군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내 아내에게 무슨 짓이지”
“아니. 나는 그냥. 알았어. 그냥 가!”
그렇게 폐허가 된 나라를 떠돌았다.
오로지 살아 남는다는 단 하나의 목표만 가지고 있는 치운이었는데, 그런 치운을 노리는 자들이 있었다.
치운의 아내의 얼굴을 보고, 숙주라는 걸 알게 된 집단이었다. 복수에 눈이 먼, 괴물에게 소중한 것을 잃은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