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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76

by 라한
김나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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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정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나연수

제목: 역전의 연수


“영웅의 마지막이라 할 수 없는 광경이긴 했지.”

“전혀!”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얘기하는 목소리에 불편해졌다. 연수는 소희의 생각에 동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직접 본 것도 아닌데, 그냥 남겨진 이야기일뿐이잖아?”

“맞아. 직접 본 건 아니지. 그래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천하제일이 어딨냐?”


두 사람이 이야기 중인 건, 여포 봉선이 조조 맹달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이야기였다. 호로관 전투에서 자신의 명성을 알렸던 여포는, 훗날 유명한 유비, 관우, 장비와 3:1의 매치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


특히 조조와의 복양쟁탈전에서 벌인 1:5(여포 vs 허저, 전위, 하후돈, 악진, 이전)의 전투는 다시 한번 여포의 무력을 입증하는 싸움이었다.


소희는 이게 모두 연의 적인 가상의 소설이라고 주장했지만, 연수는 모두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이 빠져서 좋아하는 삼국지 뿐만 아니라 각종 스포츠 및 전쟁사와 같은 대결을 좋아했다.


“아니, 그래 그러니까. 왜 소개팅 하자는 얘기가 여기까지 흘렀는데?”


연수에게 소개팅 제의를 했다가 어느새 삼국지에서 여포의 마지막을 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소희가 어이가 없어서 정신을 차린 후 물었다.


그러자 연수가 입술을 바짝 내밀었다.


“나는 이런 얘기가 더 재밌는 걸 어떡해?”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그저 소개팅에 대한 얘기만 하려고 왔었는데.


“아 몰라. 너는 정말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모든 걸 갖췄는데, 정작 네가 남자를 안 좋아하면 어떡해.”

“뭐, 나 좋아하는 사람 중에 제일 괜찮은 사람 만나면 되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억장이 무너지는 짜증나는 소리였다.


“야. 여자는 자기를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는 게 최고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노력 없이 만나면 안 돼! 노력의 대가가 있어야 사랑도 이어지고 지속할 수 있는거야.”


소희의 잔소리에 귀를 막아버리는 연수였다. 그런 연수의 행동에 소희늰 같은 여자가 봐도 이렇게 귀엽고 예쁜데 이런 연수를 누가 안 좋아하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소개팅 건도, 남자들 쪽에서 하도 하소연을 해서 밀리고 미루다 겨우 꺼내본 이야기였다.


“그러지 말고, 이번주 주말, 서울 경기가 있거든?”

“무슨 서울?”


연수가 좋아하는 서울은 다양했다. 천만도시라고 불리는 서울처럼 다양한 스포츠 팀이 있는 서울이었다.


축구부터 야구, 농구, 배구, 꼭 구기종목이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많았다. 서울이란 이름을 쓰지 않고 지역구로 내려가도 많은 스포츠팀이 있었다.


“야구랑, 농구, 축구 다 있긴 해.

“아 증말. 그 놈의 스포츠. 뭐가 좋다고?

“그래? 그러면 권투도 하는데.”
“권투?”


소희가 권투에 관심을 보이자 연수는 슬그머니 소희를 체육관으로 이끄는 말재간을 풀었다. 그렇게 소희는 어느새 체육관 1열에서 연수와 함께 권투를 응원하고 있었다.


“와, 저 오빠 너무 잘 생겼는데?”

“스포츠 선수들이 잘 생긴 건 사기 긴 하지. 실력도 좋고, 얼굴도 잘생기면 팬도 늘고.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는 팬이니까!”

“뭐, 그런 분석 들으려고 한 말 아니거든? 아! 아프겠다.”

“방금은 빠르게 피했어야 했는데 저걸 맞네.”

“야. 그렇게 잘 알면 니가 나서보던가.”


연수는 소희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황한 건 소희 측이었다. 이렇게 연수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건 웬만하면 보기 힘든 일이었다.


“어쭈? 왜 정말로 직접해보려고?”


왜 항상 보려고만 했을까? 직접 해보는 건 시도를 안 했을까란 생각이 들면서 자책심이 들었다.


“그러게, 직접 해봐도 괜찮을 텐데.”

“네가 저 무대에 오른다고?”

“꼭, 권투만이 아니더라도.”


축구도 있고, 야구도 있고, 여러가지 스포츠가 있었다. 특히 테니스나 배드민턴은 같은 종목은 다른 구기종목보다는 쉬워 보였다.


프로 선수가 될 수는 없어도 아마추어 선수로 각종 대회를 참가해볼 수 있었다.


“원래, 하는 게 재밌으면 보는 건 배로 즐거운 법이야.”


그렇게 연수는 소희의 ‘니가 직접 해보던가’라는 말 한마디로 스포츠 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처음 연수가 시작한 건 테니스였다. 다른 스포츠보단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생각보다는 힘들었다.


“허리가 나갈 거 같아.”


주변의 코치는 연수가 계속 테니스장에 나오게 하기 위해서인지 몰라도 ‘잘한다.’ 처음 치고는 정말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 배웠으면 프로 선수 가능했을 지도 모른다면서, 또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연수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자신에게 일부러 져주는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연수에게 일부러 져주지 않았지만, 연수는 처음 해보는 거라 잘 몰랐다.


전직 프로 선수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진심을 다했을 때 비록 아깝게 지긴 했지만, 질리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땀으로 온 몸을 적신 연수는 심호흡을 했다. 호흡법도 다 있다면서 알려주는 주변의 사람들이었는데, 연수는 자기 멋대로 호흡을 하며 체력을 채웠다.


타고난 재능이었는데, 연수는 그게 자신에게 있는 지도 몰랐다. 그저 바람이 부니까 흔들리는 깃발처럼, 그리고 자연의 중력 현상으로 아래로 흘러 결국 바다로 향하는 강물처럼 흐르고 불어갈 뿐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건 찾았어?”


오랜만에 만난 연수와 소희였다. 소희는 이번에도 역시 다른 남자들에게 등 떠밀렸다. 어쩌다 연수에게 스포츠를 배우는 일은 매번은 아니지만 자주 끌려 나가기까지 했다.


그러다 보니 소희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약간 꿩 대신 닭 느낌이 싫었는데, 처음부터 연수가 아닌 소희를 만나려고 노력한 인물이 있었기에 그와 사귀게 됐다.


“뭔가 다 재밌긴 한데. 여기 이걸 띄게 할 정도는 없네.”


연수는 자신의 심장위치를 손바닥으로 가리며 말했다. 소희는 자신의 심장을 잡는 시늉을 했다.


“그건, 남자가 띄게 하는 거야.”

“뭐래. 너는 내가 데려가서 중형씨 만난거잖아.”

“중형 아니고, 중영이거든. 친구 남친 이름도 제대로 몰라?”

“그게 좋은 거다? 친구 남친에 대해서 많이 아는 것보단 모르는 게 더 좋은 거야.”

“음. 그것도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긴 하지만. 내가 얼마나 많이 말했는데 내 말에 귀를 안 기울였단 증거도 되지 않니?”

“이거 해보려고.”


위기를 넘기는 방법은 새로운 기회를 찾는 일이었다. 연수는 이를 잘 실행하는 편이었는데, 소희의 말을 바로 잘라먹으면서 휴대폰으로 자신이 다음에 나가볼 스포츠 종목에 대한 정보를 보여줬다.


“이건 뭐야? 축구 아니야?”

“비슷하긴 한데. 더 작은 무대랑, 골대에서 차는 거야. 볼도 조금 더 낮게 깔리고. 풋살이라고 해.”

“또 비슷한 대 이름이 달라? 알다 가도 모를 테니까.”

“이번주 일요일이니까. 너도 준비해. 이거 가지고 와.”


풋살 복장과 더불어 여러 도구를 내미는 연수였다. 이렇게 연수가 하나하나 일일히 챙겨주니까 따라가는 거지, 맨 몸과 입 싹 닦으면 절대로 연수를 따라가지 않을 소희이기도 하였다.


“야. 내 일정은 물어보지도 않고?”

“안 올꺼야.”

“어. 못 가. 나 그날 데이트야?”


실망과 배신당한 자의 표정을 한 연수였다. 그런 연수를 보고 메롱 이라고 입술을 내밀은 소희는 바로 자신의 본론으로 들어갔다.


“너도 데이트하던 가. 자 여기 데이트 후보. 이번에는 꼭 나가야 해.”

“아. 싫어. 소개팅 소름 끼쳐.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너 따라다니면 그래. 근데 나는 다 참아주고 그랬다?”


연수는 소희의 말에 그런 가 싶은 표정이었다. 나름 자신의 말 대로 잘 따라와줬던 소희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 그래도 싫어, 소개팅은 거절. 그럼 일요일 못 와?”

“못 가지. 너 따라 간다고 주말도 쓰는데. 이번엔 니가 양보해.”

“그럼 중앙씨도 데려와.

“중영이라니까. 여자들 띠는 스포츠에 중영씨는 왜 데려가. 싫어!”

“여기 여자만 뛰지 않아. 풋살장이 여러 개라서 남자들도 뛸 수 있어!”


연수는 풋살 어플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등록을 하면, 남자도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소희건 이미 등록해서 환불도 못 받는 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 뭐야. 어쩐지 내 정보를 갑자기 확인 하더라니.”


엊그제 있었던 갑자기 생일이라던지 여러가지를 묻던 모습을 떠올렸다. 어이가 없는 소희는 허무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연수는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어쩔 수 없이 혼자 나가게 됐다. 풋살을 꽤나 재밌었지만, 역시나 너무 힘들었다. 땀을 흘리지 않는 스포츠는 야구가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땀으로 범벅이 된 옷이었다.


연수의 집에는 이제 유니폼으로만 룸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아졌다.


“아. 나 유니폼을 모으려고 운동 시작한 건가?”


스스로 자조적인 목소리를 내던 연수는 문득 옷들을 보며 예쁜 옷 그렇지 않은 옷, 옷 때문에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던 스포츠 종목들을 골라냈다.


“유니폼도 중요하지.”


그렇게 몇 개의 옷들을 걸러내고 있을 때, 소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었다.


-어때? 예쁘지?


고궁을 가기 위해 한복을 입은 모습이었는데, 두 사람 다 예쁘고 잘 생겼다.


-우와. 정말 예쁜데?


연수는 이 모습을 보고 너무 예뻐서 한복을 입기 위해서 남자친구를 사귀어야 하나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한복을 입고 활을 쏘는 장면이 생각났다. 수원화성에서 양궁이 아닌, 국궁을 쓸 수 있었던 게 떠올랐다.


그리고 다음 주말에 바로 실천에 옮겼다.


옆에는 소희가 투덜거리면서 따라오고 있었다.


“뭐야. 이번엔 뭘 하려고 이렇게 먼 수원까지 오셨대?”


소희보고 데이트는 주말 이틀 중 하루에 하라고, 오늘 토요일 저녁엔 보내줄 테니까 오늘은 따라오라고 했다. 그러면 소개팅을 하나 나가주겠다고 했다.


이상하게 혼자서 다녀도 괜찮지만, 소희를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은 연수였다.


“오늘은 쏠 꺼야.”

“뭘 쏴?”


오늘 쏠 걸 국궁과 양궁, 그리고 사격이었다.


“쏠 수 있는 건 다.”

“어?”


수원에 오게 된 건, 활만 쏘는 게 아니라 한복까지 입기 위해서였다. 활을 쏘기 위해서 맞춰진 유니폼은 아니었지만, 왠지 그러고 싶었다.


“자. 어때?”

“오 예쁘다.”


바로 카메라를 들이밀며 사진을 찍는 소희였다. 그에 맞춰 바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연수였는데, 어쩌면 이렇게 자연스러움이 있기 때문에 연수와 소희는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다니는 걸 수도 있었다.


“괜찮지?”

“근데 유니폼도 아닌데, 활 쏘려고 이렇게 한복을 입어?”

“지난번에 너네가 입은 거 보니까 좋아보이더라고.”

“그건 데이트용이잖아. 활 쏘는 용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될 거 같은데?”


그런 소희의 의견이 맞았다. 활을 쏘는데 전혀 효용 적이지 않은 한복이었다. 그런데 연수는 여기서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찾게 됐다.


“나 드디어 하고 싶은 걸 찾앗어. 아니 해야할꺼야. 이건 해야돼!”

“그게 뭔데?”


이렇게 국궁과 양궁, 그리고 사격을 하는 중에 찾은 거니 그중 하나겠지 싶었다.


“스포츠 유니폼 제작이야. 한복으로 리마스터링 해서. 스포츠용 한복!”

“어?”


뜬금이 없다 시피했다.


“그리고 이 대회도 나갈꺼고.”


연수가 준 스포츠 종목은 킥복싱이었다. 역시 하나만 하는 건 아닌 건 똑같겠구나 싶었지만, 킥복싱 대회를 나가는 것과 스포츠용 한복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는 소희였다. 매치가 안되는 포인트였다.


“둘이 상관 관계가 있어?”

“만들면 되지. 너도 중앙씨랑 처음부터 알았냐고.”


한복으로 제작한 스포츠복장을 입고 킥복싱에 나설 생각에 설레는 연수였다. 또한 다른 스포츠 복장도 각각 스포츠에 맞게 계량할 모습을 상상하니 기뻤다.


또 소희랑 약속한 한 번의 소개팅도 데이트용 한복을 제작해 입고 나갈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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