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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77

by 라한
이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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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김태완

제목: 코리안 어빌리티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


태완은 언제나 1열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그에게 있어 삶이란 응원이었고, 스포츠였다.


“쓰러지지마!!! 일어나!”


쓰러져 있는 선수를 위해 다독이고 응원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배경으로 만든 스포츠 게임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됐다.


게임 속 등장하는 한국 선수들의 능력치를 확인하던 날이었다.


"이게 말이 되나요? 우리 선수들 능력치가 이렇게 낮을 리가 없잖아요!"


결국 태완은 글로벌 게임사 '네오스포츠'의 한국 지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 그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한국 선수들의 진정한 실력을 보여주세요!"


2주째 되던 날, 네오스포츠의 게임 기획자 이나영이 그를 찾아왔다. 나영은 이미 전문 게임 능력치 시위꾼으로 유명한 태완을 알아보고, 직접 그가 어떤 사람인지 시위에는 마땅한 근거가 있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한국사람을 만난다는 건 꽤나 일을 하면서 위로가 되기도 했다.


"실제 경기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요?"


그렇게 시작된 경기 분석은 태완의 시각을 조금씩 바꿔 놓았다. 때로는 선수들이 부진할 때도 있었고, 예상과 다르게 경기가 풀려나갈 때도 있었다. 그게 하필이면 오늘이었다.


“오히려 능력치를 낮춰야 하지 않을까요?”


경기를 함께 보러온 나영이 하는 말이 태완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혔다.


“아니, 오늘은 어쩌다 부진한 경기가, 내일 다시 한번 더 오죠?”


평소라면 산더미처럼 쌓인 일 때문에 거절 했겠지만 나영은 어쩐지 태완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었다


태완은 이번 경기에 한국 선수의 부진함을 분석하고 이를 선수가 볼 수 있게 선수의 SNS에는 다 달았다. 그리고 이렇게 하고 이렇게 해야한다고, 다음 번에 게임 능력치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사람들이 태완의 댓글을 보고 비웃었지만 태완은 정말 진심 가득이었다.


몇 명의 팬들은 전문 게임 능력치 시위꾼인 태완을 알아보고, 정말 게임 제작자랑 접촉이라도 한거냐는 댓글에 물론. 예스. 라고 하는데 다른 외국인들은 프로선수가 지금도 능력치가 높다고 깎여야 한다고 조롱하는 댓글도 있었다.


태완은 그런 댓글을 보고 괜히 글을 섰나 싶기도 했지만 넘어갔다. 그리고 경기 날 다시 나영을 만나서 경기를 보러 왔다.


“평소에도 경기를 이렇게 보러오세요?”

“그쵸. 경기가 재밌으니까 게임도 생각나요. 게임만 있고 스포츠가 없는 건 없잖아요?”

“음. 그럴 수 있죠. 영국에서는”

“그 퀴다치 말하는거죠?”

“그쵸. 그런 것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인기 엄청나요.”


태완이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알고 있다며, 미리 선수를 치는 나영이었다. 태완은 나영이 만만찬은 상대라는 걸 알아차렸다. 부디 오늘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잘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몇번의 부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도 발견했다. 다행이도 오늘이었다.


“음. 근데 그러면 그냥 평범한 거 아닌가요?”

“평범하다뇨!”


문득 나영은 태완이 언제부터 이렇게 스포츠 게임에 열광적인 팬이 됐는지 궁금했다.


“태완씨는 어쩌다 이렇게 열정적인 팬이 되셨나요?”

“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자신이 응원하고, 능력치가 오르기를 바라는 선수에 대한 정보만 걸어 다니는 컴퓨터처럼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자신에 대한 질문이 올지는 예상 못했는데.


“그냥 어쩌다 보니까.”

“네.”


다음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는데, 어쩐지 태완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능력치가 1 상승되었다. 어쨌든 상승이었다!


“만세! 이뤘어!”


그렇게 다시 야구, 그리고 농구, 또 쇼트트랙, 양궁, 달리기 등 여러가지 스포츠를 다시 한번 열띤 응원으로 보내게 되는 태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축구 경기를 보던 중이었다.


"저 선수... 뭔가 다르네요."


정우진이라는 이름의 17살 공격수였다.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그의 움직임엔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태완은 그날 이후 나영과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게 됐다. 이번엔 한국 유망주에 대해 제보하기 위해서 나영에게 연락했다.


“저는 축구는 관련 없는데. 제가 문의해볼게요.”


나영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몇 번 탭을 했다. 태완은 혹시 지금 선수 에이전트라도 연락하는 건가 싶어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나영은 휴대폰 액정을 태완 쪽으로 돌려 보이며 말했다.


“이 분이 제 동료 지연 씨예요. 축구 데이터 담당인데, 아마 이 유망주 정우진 선수에 대해 의견을 물어볼 수 있을 거예요.”


태완은 사진 속 지연의 프로필을 훑어봤다. 시원한 단발머리에 진지한 눈빛.


“흠… 어떤 분인지 궁금하네요.”


“내일 시간 괜찮으시면, 지연 씨도 같이 경기를 보는 자리 만들어 볼게요.”


나영이 제안하자, 태완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 저녁, 어느 축구전문 카페. 실내 중앙 스크린에서는 소규모 리그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나영과 함께 들어선 태완은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바로 지연이었다. 그녀는 벌써 태블릿으로 선수 데이터 시트를 열어둔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김태완 님 맞으시죠?”


지연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마친 태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정우진 선수, 제가 얼마 전 고교 경기를 봤는데요. 순간적인 스피드, 볼 다루는 감각, 그리고 결정적인 찬스 때 집중력이 남다르더라고요.”


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몇 번 스와이프했다.
“음, 제가 수집한 데이터는 아직 많지 않지만, 이름은 들어본 적 있어요. 최근 아마추어 대회에서 드리블 성공률과 유효 슈팅률이 꽤 높다고 하더군요.”


나영은 옆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슬쩍 미소지었다.


“이거 재밌는데요. 전문 게임 능력치 시위꾼이 아마추어 선수 스카우터로 변신한 느낌이네요.”


태완은 귀끝이 약간 빨개지며 반박했다.


“아니, 스카우터라니요. 그냥 한국 선수들 제대로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우진 같은 선수가 게임에 들어가면 진짜 매력적일 것 같지 않습니까? 능력치 실감 나게 반영하고 말이죠.”


지연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긴 듯했다.


“음. 문제는 데이터 확보예요. 실제로 이 선수가 프로 레벨로 올라갈 잠재력이 있는지, 꾸준히 경기를 뛰는지, 어떤 식으로 성장하는지 분석해야 하거든요. 단순히 한두 번의 인상적인 플레이로는 세계 시장에 내놓기 어렵습니다.”


태완이 이번엔 진지하게 대꾸했다.


“그래서 제가 현장에서 더 꼼꼼히 볼게요. 영상 자료든, 스카우트 리포트든,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겠습니다.”


나영은 빙그레 웃으며 ‘열정 과다 유발자’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지연은 미묘한 흥미를 느낀 듯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지연이 제안했다. “정우진 선수 다음 경기 일정 알려주시면, 저희도 공식적으로 자료를 수집해볼게요. 그리고 태완 님이 함께 분석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저요?” 태완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네. 직접 현장에서 관전하면서 선수 스탯을 기록해보는 거예요. 어떤 상황에서 몇 초 만에 드리블 돌파했는지, 상대 수비수를 몇 명 제쳤는지, 슈팅 각도와 성공률은 어떤지… 이런 걸 정리하면 개발팀에서 참조하기 좋거든요.”


태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원래라면 그냥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하는 게 그의 주특기였는데, 이젠 능력치 반영을 위해 데이터까지 꼼꼼히 수집하게 생겼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게 다 자기가 원하던 그림 아니던가? 실제 선수들의 능력을 게임에 제대로 반영해 한국 캐릭터들도 빛을 보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렇게 나영, 지연 같은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니.


“좋아요, 하겠습니다.”


태완이 단단히 결심한 어조로 답했다.

지연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영도 웃음을 참지 못하며,


“정말 점점 전문화되어 가는데요? 태완 님, 이러다가 ‘한국 선수 능력치 반영 프로젝트 전문 컨설턴트’ 명함 파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 농담이겠지만 그런 날이 오면 좋겠네요.” 태완이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럼에도 난 응원단장이지!’ 하는 마음으로 살짝 웃었다.


그렇게 셋은 카페에서 한참 동안 대화를 이어갔다.


야구, 농구, 쇼트트랙, 양궁, 온갖 스포츠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정우진 선수 이야기로 돌아오면 자연스레 열기가 한껏 올라갔다. 지연의 데이터 분석, 나영의 게임 기획 관점, 그리고 태완의 현장 감각이 뒤섞이며, 그 공간은 마치 새로운 스포츠 과학연구소가 된 듯했다.


몇 주 후, 정우진 선수의 다음 경기가 열리는 고교 축구장 한 편에는 노트와 카메라를 든 태완이 서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지연이 자신의 태블릿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입력 중이고, 나영은 관중석 위쪽에서 전체적인 전술을 관찰하며 메모를 남기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태완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제대로 보여주자, 정우진. 네 능력을 세상에 알리고, 게임 속에서도 정당한 평가를 받게 만들자!’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어느새 당연하게 자리잡은 나영과 지연의 존재감이 있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움직이고 있는 느낌. 그 팀의 목표는 하나, 한국 선수들의 진짜 역량을 세상과 게임 속에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었다.


땀 냄새 짙은 경기장. 날카롭게 울리는 휘슬 소리 속에서,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이야기가 이제 막 가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경기 막바지, 정우진 선수가 좁은 공간에서 수비수 둘을 가볍게 제치고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공은 수비 벽을 타고 한 번 튀어 올랐고, 골키퍼 손끝을 아슬아슬하게 비켜나가며 그물 안쪽을 흔들었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작은 술렁임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태완은 들고 있던 노트와 펜을 떨어뜨릴 뻔했다. 지연은 태블릿 화면에 빠르게 몇 가지 수치를 입력하고 나영은 머리 위에 얹은 캡 모자를 벗어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한 골이 단순한 득점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듯했다. 정우진의 성장 가능성을 알리고, 그를 세계 무대로 진출시킬 수 있는 ‘확신’ 같은 것이 거기 담겨 있었다.


경기 후, 우진이 관중석 쪽으로 다가왔다. 아직 고등학생인 그는 수줍게 웃으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 김태완 님 맞으시죠?”


태완은 깜짝 놀라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은 옆에 서 있는 지연과 나영도 힐끔 보고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저… 인터넷에서 김태완 님 얘기 봤어요. 한국 선수 능력치 문제로 게임사에 얘기하셨다던데, 그리고 저를 비롯해서 한국 유망주들이 주목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 수집하고 계신다고… 정말 고맙습니다.”


태완은 헛기침을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순간 헤맸다.


“아, 아니에요. 저야말로 당신처럼 재능 있는 선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려는 마음이었을 뿐이에요.”


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저도 게임사 쪽에서 조만간 미팅이 잡혔다고 하더라고요. 제 플레이 데이터를 반영해서 캐릭터 능력치 개선을 논의한다는데… 솔직히 이렇게 빨리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어요.”


나영이 멀찍이서 싱긋 웃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태완 님, 정말로 한 건 했네.’ 지연 역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역시 현장 감각이란…”


하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한국 선수들의 능력, 이제 점점 더 제대로 알려질 겁니다. 한 명의 ‘전문 게임 능력치 시위꾼’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이젠 더 체계적으로 해야죠.” 태완이 스스로에게 말하듯 조곤히 읊었다. 우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고 인사를 남긴 뒤 동료들과 함께 라커룸으로 향했다.


경기장 밖으로 걸어나오는 길, 태완은 나영과 지연을 돌아보았다.


“두 분, 저 생각이 있어요.”


지연이 먼저 물었다.


“뭔데요?”

“아예 ‘한국 선수 종합평가단’을 만들면 어떨까요? 프로든 아마추어든, 축구든 야구든. 우리가 직접 현장과 데이터, 게임 속 구현을 아우르는 평가 시스템을 꾸려보는 거예요.”


나영이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


“글쎄요, 네오스포츠에서도 그런 움직임에 관심 가질지도 모르겠네요. 세계 각 게임사도 마찬가지고요. 공정한 평가 데이터를 원하니까.”


지연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저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지금처럼 산발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식 팀을 꾸려 전문화하는 거죠. 각 종목별 담당자도 둘 수 있고.”


태완은 두 사람의 반응에 용기를 얻었다.


“좋아요. 그러면 제가 먼저 기초 계획안을 잡아볼게요. 한국 선수들 능력치 반영에 목말라 하는 팬들, 선수 본인들, 그리고 게임사까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보자고요.”


어느새 해가 수평선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붉은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어깨를 나란히 했다. 출발은 단순한 1인 시위였다. 하지만 이제 태완은 혼자가 아니다. 나영, 지연, 그리고 아마 향후 합류할 또 다른 사람들까지—한국 선수들의 진짜 가치를 알리고, 이를 세계 게이머와 스포츠 팬들에게 전달할 새로운 여정이 막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경기장 멀리서 환호성과 응원가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태완은 그 소리를 들으며 미소 지었다. “대한민국!”을 외치던 목소리가 이제는 훨씬 더 풍부한 언어로,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질 날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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