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385
노홍철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노홍철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홍성윤
제목: 판타지 아일랜드
바다 한 가운데 쓰레기 섬이 있어봤자 얼마나 크겠어? 이렇게 생각을 가졌던 성윤은 너무나 놀랄 수밖에 없는 광경을 보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와, 이래서 섬섬 그러는 구나.”
정말로 엄청난 크기였다. 여러 조류가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섬의 크기는 대한민국의 영토보다 컸다.
“우리나라의 16배라고?”
하나로 연결된 크기. 텍사그 크기의 배, 프랑스의 3배, 독일의 4.5배에 달하는 거대한 영토였다.
“와.”
쓰레기들은 여러가지 형태였다. 다만 섬이라고 하지만 바다 위에 떠 있는 형태라 그 위에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저 위에 뭔가를 만들 수 있으면 좋긴 하겠다.”
쓰레기를 치우는 일에 대해서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이미 시간을 놓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취미로 했던 플로깅에서 이런 쓰레기 섬을 보니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이미 해양생물들의 사체도 둥둥 뜨고 있었다. 쓰레기에 몸이 걸려서, 또 쓰레기를 먹고 소화하지 못해서도 있고 여러가지 형태였다.
“와, 이거 진짜… 대박이네.”
성윤은 해양생물들의 사체를 본 순간, 자신의 시야가 새까매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가벼운 취미로 시작했던 플로깅이었는데, 그 끝에서 마주한 광경은 인간이 만들어 낸 파괴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잠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끝없이 이어진 쓰레기 더미 위로 새떼들이 날아다녔고, 저 멀리에는 갈 곳을 잃은 거북 한 마리가 뒤집힌 채 미동조차 없었다.
“우와… 진짜 섬이네. 아, 아니지. 이걸 섬이라 불러도 되나?”
성윤은 트레킹화 끈을 질끈 동여매며 망설였다. 혹시나 해서 가져온 보트에 시동을 걸었지만, 쓰레기가 워낙 넓게 퍼져 있어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분명 인간의 손으로는 이미 늦었다고 하지만… 뭔가 해야 해!”
그때, 성윤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연예인 노홍철처럼 엉뚱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이상한 아이디어라도 떠오르면 “일단 해보자!”라는 신조로 움직이는 타입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부터 그는 자신만의 계획을 조금씩 세우고 있었다.
프로젝트 바다의 정화라고 이름 붙인 드론이 성윤의 첫 번째 무기였다.
바다의 정화 1호: 태양광 충전 시스템을 갖춘 해양 환경 정화 드론. 플라스틱 부유물을 발견하면 즉시 빨아들이고, 안에서 분류ㆍ압축까지 해주는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되어 있다.
성윤은 쓰레기 섬 주변을 돌며 드론을 여러 대 띄워 보았다.
“대단하네… 그래도 이게 얼마나 걸릴지 가늠조차 안 되는데.”
하지만 이 작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기대할 수 없으리라 믿었다. 드론을 자동으로 충전하고 다시 쓰레기를 줍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서 시험삼아 이곳에 온 거기도 했다. 어떻게 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분리수거를 하는 게 귀찮아서 분리수거 기계를 만드는 쪽으로만 생각하다가 우연히 쓰레기 문제를 접하게 됐다.
창고를 빌려서 쓰레기만 버리고 튀어 버리는 사람들까지 생겨날 정도고 서울시와 인천의 쓰레기 매립장의 문제는 뉴스를 보면서 성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특히 서울시 마포구에서는 이전에 쓰레기 매립장 위를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었는데, 친환경이라는 ESG가 붙었지만 다시 쓰레기를 불태우는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그런 문제를 보며 쓰레기의 문제가 마냥 멀리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갈등: 사설 기업의 그림자가 닥쳐올 줄은 몰랐다. 며칠 후, 성윤은 드론들이 수거해 놓은 쓰레기 일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거… 내 착각인가? 드론 데이터에는 수거했다고 돼 있는데.”
알고 보니, 사설 기업이 몰래 접근해 쓰레기를 골라내고 있었다. 재활용 가치가 높은 것들만 가져가서 팔아먹고, 나머지는 다시 바다에 버려버리는 극악무도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것. 성윤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진정시키며, 또 다른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증거 수집부터 하기로 했다.
“감히! 내 드론을 자기네 이익으로 활용해?”
기존의 바다의 정화 1호 일부에 초소형 카메라와 GPS를 탑재하여,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게끔 했다. 국제 환경 단체에 제보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걸쳐 연계되는 단체에 연락해, 쓰레기 섬에서 벌어지는 불법 행위를 폭로하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 쓰레기 섬은 특별관리 지역이라 UN 산하의 쓰레기 관리에 대해서 접근 허가가 필요했다. 기업이 접근 허가를 받지 않았으면 이 자체로 이미 망해버릴 수 있는 요소였다.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짓 했으면 벌받아야지.”
그런데 아쉽게도 성윤의 마음처럼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인간이 만든 쓰레기는 인간이 해결해야지, 이걸 돈 벌이로만 사용하면 안 되지.”
성윤은 밤낮없이 모니터 앞에 달라붙어 드론들이 보내오는 영상을 분석했다. 잠을 자고 일어날 때 꿈속에서 쓰레기 섬에서 들려온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한 번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죄책감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게 사설 기업의 정황을 포착하려고 바다를 돌던 어느 날, 성윤은 이상한 울음소리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바닷새인가?’ 싶었지만, 뭔가 달랐다.
“으음… 이건 새가 아니야. 더 어리고, 더 약해.”
그가 보트 위에서 조심스럽게 쓰레기 더미를 헤집어보니, 거기에… 아기가 있었다.
“헉… 대체 뭐야? 대박 사건…”
바다 위, 쓰레기 무더기 한가운데에서 발견된 갓난아기. 성윤은 당황과 충격을 동시에 느꼈지만, 곧바로 아이를 품에 안았다.
“뭐야… 어떻게 이런 곳에?”
가냘픈 울음소리에 본능적으로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기는 수척해져 있었다. 근처에 난파선이라도 있었던 걸까?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영화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쓰면 작가는 그 직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의 이야기였다.
아기를 안고 가까운 섬으로 향했다. 사실 가까운데 섬이 없어서 아주 멀리까지 와야만했다.
“어. 어어 아기가?”
아기를 발견하고 놀랐다. 섬은 원래 무인도였지만 성윤처럼 쓰레기 섬 관련자들이 남극에 세운 기지처럼 있는 곳이었다. 또 하필 의사가 교체 시기라 나가는 의사, 들어오는 의사 모두가 헬기를 타고 바다 위 상공에 있다고 했다.
성윤은 그래서 의사는 아니지만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유미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람이 일하는 줄 알았으면 봉사라는 이름으로 자주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 여성이었다.
마음씨가 곱고 차분한 성격의 그녀는 성윤의 떠들썩하고 유쾌한 에너지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미나는 아기가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질문을 했지만, 성윤은 미나의 질문에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 아기, 보호자가 있는 건가요?”
“아이를 처음 발견한 곳을 말하면 믿지 않으실 거예요. 저기 쓰레기 섬에서 발견했어요. 이런 곳에 아이를 두고 갈 사람이 있을까요… 전 아마도 이 아이를 데려가야 할 것 같아요.”
성윤의 말에 처음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미나였다. 성윤의 눈치를 살피며 그게 정말 사실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놀랐다. 미나는 그런 성윤을 조심스레 돕기로 했다. 아직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아이를 위해 기저귀나 분유, 의약품 등을 구해 주고, 자주 와서 아이를 돌봐 준다. 성윤은 어쩐지 이 섬에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더이상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성윤의 팀원들과 주변 사람들은 걱정했다.
“성윤아, 너 혼자 아기 키울 거야? 그것도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쓰레기 섬 정화 작업도 아직 멀었는데, 아이까지 책임지는 건 무리야.”
성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품에 안은 아이를 생각하면 책임감이 치밀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이 이상하게도 성윤을 더욱 성장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이 섬을 지키듯이 이 아이도 지킬 수 있을 거 같아.”
그때부터 성윤은 더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사설 기업을 막기 위한 증거 영상도 하나씩 정리했고, 국제 단체와 협력해 공식적으로 고발할 준비를 했다. 동시에, 아기 돌보는 법을 유미나에게 배우고, 필요한 물품을 어떻게 조달할지 고민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쓰레기 섬 정화가 가시적인 변화를 맞이한 건, 성윤이 새롭게 개발한 장비 덕분이었다.
해상 자동 압축 시스템 ‘바다의 정화 2호’: 드론이 수거한 쓰레기를 해상에서 빠르게 압축ㆍ포장, 재활용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여 안전히 보관할 수 있게 한 장치. 태양광 동력 선박 ‘바다의 정화 3호’: 쓰레기 이동 경로 추적을 위한 탐사용 보트로, 배출원 추적을 강화하고 바다 위 각 지점에 배치된 드론에 에너지를 공급했다.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 중계를 통해 전 세계 시민들에게 알려졌고, 사설 기업의 불법 행위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놈들! 증거가 다 확보됐어!”
성윤이 다부진 표정으로 외쳤다. 환경 단체와 국제기구의 협력이 이어지면서, 결국 사설 기업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쓰레기 섬 청소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사설 기업이라는 큰 갈등도 해결의 국면에 이르렀다. 이제 남은 건 아이의 미래였다. 성윤은 하루하루 아이와 정을 쌓으며, 그 따뜻한 감정에 놀라곤 했다. 아이도 성윤을 부모로 받아들이는 지 아직 말하지 못했지만 성윤을 볼 때마다 이도 나지 않은 입을 뻐끔거리며 웃었다.
“너 때문에, 아니 너 덕분에 내가 엄청난 걸 해내고 있어.”
이 모습을 지켜보던 미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물었다.
“성윤 씨, 그럼 이 아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내가 키울 수 있다면… 책임지고 싶어요.”
성윤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평소와 달리 신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미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길을 피했다.
“그럼 저도… 도울게요.”
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마주치자, 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아직 두 사람이, 아니 세 사람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어떤 가족들보다도 가족 같은 모습이었다.
쓰레기 섬 정화 작전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바다의 정화 드론들은 한결같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거했고, 바다는 조금씩 깨끗해지면 좋겠지만 새 발의 피였다. 그동안 너무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어쩌면 아이가 성인이 되도 아직 쓰레기섬은 유지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한국의 마포구처럼, 쓰레기 섬을 위로 진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더 빠를지도 몰랐다.
그런 좌절감이 깊어질 때마다 아기를 보면 마음이 풀렸다. 만약에 조금만 늦었어도 아기를 발견하지 못했고, 정말로 최악의 경우에 발견했을 걸 상상했다가 자신의 ‘N’의 면모가 이럴 땐 미웠다.
성윤과 미나는 아기를 번갈아 안아주며,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에구, 기저귀 가는 게 이렇게 힘든가!” 하면서 비명을 질렀고, 때로는 분유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몰라 서툰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둘이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으리란 희망이 생겼다.
섬의 노을이 붉게 물들 무렵, 성윤은 아기를 안고 조용히 미나에게 다가갔다.
“이 아이 때문에 만나게 됐지만… 앞으로는, 우리 셋이 함께 하면 어떨까요?”
미나는 수줍게 미소 지으며 대답을 대신했다. 아직 가족을 이루기엔 문제지만 이렇게 책임감이 있는 남자라면 더 알아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사이에 더 깊은 이야기가 오갈 듯했지만, 아직은 결론 내기 이른 것 같았다.
성윤은 쓰레기 섬을 뒤로하고, 태양광 동력 보트에 시동을 걸었다. 실컷 달리던 드론들은 이제 한 곳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이는 곤히 잠들었고, 미나는 아직 표현되지 않은 마음을 안은 채 붉게 타오르는 저녁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야!”
성윤이 특유의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두근거리는 설렘과 책임감, 그리고 예감할 수 없는 로맨스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쓰레기 섬을 조금이나마 깨끗하게 만들고,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성윤. 그리고 그와 함께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미나와 아기. 바다 위에 부서지는 석양은 그들에게 찬란한 기약을 약속해 주는 듯했다.
“홍성윤, 미나, 그리고 이 아기… 이 팀이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때 헬기가 도착했고 그 안에는 두 사람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인물이 타고 있었다. 이 프로젝트, 아니 두 사람의 관계 마저도 뒤흔들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