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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396

by 라한
정유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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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유정민

제목: 페이백론


“이게 될 가?”

“네 됩니다!”


정민을 숨을 골랐다. 이제 막 발표를 끝냈다. 백명 이상의 직원들이 지켜보는 자리였다. 이미 정민의 내용을 알고 있는 팀원들이 발표가 끝나자 일어나 박수를 쳤다. 환호하는 목소리였다. 그 분위기에 맞춰 사람들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마치 아주 거대한 성공을 거둔 사람 같았다.


페이백론의 서비스를 시작하는 이야기, 어쩌면 무모한 시도라고 불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민은 숨을 가다듬으며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의문을 품고 공격과 비슷한 질문을 쏟아냈던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누구보다 자신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든든한 아군들이었다.


“과장님, 이게 정말 될까요?”

“네.”


정민이 발표한 PPT의 내용중에 있는 내용이었다.


한 청년이 백화점을 돌고 있었다.

“쇼핑이나 할 때야?”

나래이션 목소리가 들릴 때, 청년이 돌아보며 대답했다.

“쇼핑? 아니, 나 빚 갚는 중이야.”


돈을 쓰는 일이 빚을 갚는 일?

카드사에서 특별히 마련한 기금. 즉 대출금을 갚는 방법은 당연히 빌린 돈을 이자를 더해 갚는 일이었다.


그런데 정민이 이번에 새롭기 기획한 대출프로젝트 ‘페이백론’은 자사 제품을 구입했을 때, 제품의 어느 정도. 0.01%를 이자와 원금을 깎아주는 시스템이었다.


즉, 대출을 한 사람들을 상태로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는 현성그룹의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프로젝트와 마찬가지였다.


그런 대출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준비했고, 직접 많음 그룹의 임원들 앞에서 발표한 것이었다. 새롭게 임원진에 합류한 4대 재벌 가이기도 한 정민의 동기인, 용진의 도움도 컸다.


“이게 정말 말이 돼?”

“네, 됩니다!”


정민은 다시 한번 크게 외치고 싶었다. 강당 안을 가득 메운 이목이 자신을 향해 있었고, 방금 전까지도 애써 가라앉히려 했던 심장이 지금은 목까지 뛰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미 발표는 끝났고, 그 결과물은 찬란한 박수와 함께 돌아왔다.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정민은 다시금 확신을 느꼈다.


페이백론(페이백론). 이름만 들어서는 단순한 대출 상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핵심은 달랐다. 소비를 할 때마다 그 금액의 일정 부분을 원금과 이자에서 차감해주는, 말 그대로 ‘소비하면서 빚을 갚는’ 기발한 구조. 정민이 기획하고 팀원들과 함께 준비해온 이 서비스가 이제 막 임원진 프레젠테이션을 통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정민은 기나긴 보고의 마침표를 찍고 서 있었다.


“와, 과장님 대단하십니다!”

“이렇게 파격적인 아이디어가 진짜로 가능하다니!”


이제는 동료들이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고, 호의를 나타내고, 때로는 눈빛만으로도 응원과 축하를 표했다. 불과 몇 주 전 까지만 해도 ‘이게 되겠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들이, 마치 내일 당장 시장에 나가서도 당연히 통할 것처럼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었다.


정민은 안도와 만족이 섞인 표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운이 남는 손바닥의 열기였다. 발표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임원 중 몇몇이 건네준 악수의 감촉이 뜨겁게 감돌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방금 전까지 띄워져 있던 PPT의 마지막 슬라이드, “페이백론 새로운 소비 문화를 꿈꾸다”가 아직 켜져 있었다.


그 PPT 내용 속에는 다채로운 시나리오 예시가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한 청년이 백화점을 돌며 쇼핑을 하면서 “나 빚 갚는 중이야”라고 말하는 장면. 순간 다른 사람들이 “쇼핑이 빚 갚는 거라고?” 의아해할 때, 화면에는 페이백론의 개념이 등장한다. “결제할 때마다 쌓이는 페이백 금액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갚아준다.”


보통의 대출은 빌린 돈에 이자를 붙여 차근차근 상환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페이백론은 ‘소비’라는 즐거운 행위가 상환 행위와 직결된다는 점이 파격적이었다. 즉, “돈을 쓰는 = 빚을 갚는”이라는 등식을 만들었다. 물론, 그 직접적인 감면율은 0.01% 내외라는 극히 낮은 수치였지만, ‘주요 제휴사에서 꾸준히 쓰다 보면 생각보다 꽤 쏠쏠하다’라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그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가능하기까지는 내부 설득과 수많은 규정 검토가 필요했다. 현성그룹 내부에서 이 상품은 처음에는 ‘말이 안 된다’는 분위기가 컸다. ‘소비를 하면서 빚을 갚는다’는 컨셉 자체가 익숙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마케팅 예산도 상당히 들어갈 터였다. 그러나 정민은 굴하지 않고 브레인스토밍, 파일럿 테스트, 가설 검증을 반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민의 동기이자 재벌가의 후계 라인으로 최근 임원진에 발탁된 용진의 도움도 크게 작용했다.


“그래, 난 신선한 아이디어라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


용진이 그렇게 말해준 덕분에 정민은 여러 관련 부서와 협업할 수 있었고, 제휴사 협상부터 IT 인프라 구축까지 폭넓게 진행할 길이 열렸다.


발표 후, 환한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온 정민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역시 용진이었다.


“수고했어.”

“응, 정말 고마워. 네가 없었으면, 아마 오늘 이 자리도 힘들었을 거야.”


정민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예상치 못한 반대와 의심이 많았다. 기존의 정형화된 대출 상품 틀에서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시작이야. 발표는 끝났지만, 실제 상품으로 만들어서 성공시키는 게 더 중요하지.”

“맞아. 앞으로 할 일이 훨씬 많을 거야. 특히 마케팅하고, 시스템 손질하고… 헉, 그거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해.”

“하하, 그래도 그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돼. 우리 둘 다 젊으니까.”


현성그룹은 전통적인 산업부터 유통, 금융까지 영역을 확장한 대기업 중 하나다. 용진이 바로 이 그룹 오너 일가의 차남으로, 미래 전략실을 총괄하는 임원으로 최근 영입되었다. 기존 관료적인 사내 분위기를 바꿔보겠다는 그의 발언은 늘 화제였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정민과 용진은 조금 더 긴밀히 일하게 되었다.


“아 참, 모델은 정해졌대?”


용진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페이백론’의 홍보 모델로 누가 적합한지도 내부에서 논의가 많았다. 스타성을 중시하는 팀과, 금융 전문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팀으로 의견이 갈렸는데, 결국 ‘친숙한 이미지와 트렌디함을 동시에 갖춘 배우’를 찾자는 쪽으로 방향이 기울었다.


“일단 내부적으로는 민정율 배우를 1순위로 생각하고 있어. 그런데 문제는 섭외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일정도 빡빡할 테고, 모델료도 만만치 않을 거고…”

“하하, 역시 민정율이라니. 요즘 가장 핫한 배우니까.”


용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민정율이라는 이름은 지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전국민적 인지도를 얻고 있는, 말 그대로 ‘대세 배우’였다. 깔끔하고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갖추면서도 트렌디하고 젊은 층에게도 호응이 높다. ‘페이백론’이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이미지를 대중에게 친숙하게 각인시키기에는 이만한 인물이 없을 터였다.


그날 저녁, 정민은 회사 근처 작은 밥집에서 늦은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다시 돌아왔다. 임원진 발표에서 한숨 돌렸지만, 내일부터 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가 태산 같았기 때문이다. 마케팅팀과 광고 컨셉을 확정해야 하고, IT팀과 페이백 연동 시스템도 점검해야 한다. 제휴사업팀과 함께 가맹점들을 늘리기 위해 다시 미팅도 잡아야 한다.


“이제야 시작이군.”


정민은 빈 캔커피를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며 중얼거렸다. 졸음이 밀려오려 했지만, 가슴속에서 뛰노는 그 열정이 잠을 용납하지 않았다. “이건 새로운 시대를 여는 대출 상품이 될 거야.” 스스로 다짐하듯 중얼거리며 노트북을 펼쳤다.


노트북 화면에는 오늘 프레젠테이션에 썼던 PPT 파일이 열려 있었고, 맨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소비는 당신의 선택, 그 선택이 곧 당신의 상환이 됩니다.’


정민은 이 한 문장을 곱씹으며, 앞으로 써 내려가야 할 새로운 페이지를 상상했다. 그리고 몰려오는 의욕에 다시 손가락을 움직였다. 내일 회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내용들을 머릿속에서 시나리오처럼 펼쳐가며, 추가 자료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회의실 문을 열자마자 마케팅팀에서 활기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오, 과장님! 그 프레젠테이션 대박이었다면서요! 잘 됐다면서요?”

“이제부터는 정말로 바빠질 겁니다.”


정민은 팀원들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고, 자리로 가서 노트북을 열었다.


마케팅팀장인 서윤이 호기롭게 화이트보드에 ‘페이백론 광고 전략’이라 적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 다들 알다시피 이번 페이백론은 대중들에게 ‘소비하면서도 빚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해요. 그 부분이 굉장히 신선하고, 또 실제로 가능한 구조라는 걸 확실하게 전달해야 하죠.”


“맞아요. 우리는 그 ‘재미있는 역설’을 잘 표현할 모델이 필요해요. 그래서 민정율 배우 쪽에 협상을 시도하는 건가요?”


마케팅 담당인 은지의 질문에 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섭외 1순위가 민정율이고, 실제로 소속사 쪽에 의사 타진을 해둔 상태입니다.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문제는 스케줄과 조건이겠죠.”


그러자 서윤이 신나게 덧붙였다.


“사실 민정율 배우라면 20~30대 MZ 세대는 물론이고, 중장년층까지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굉장히 파워풀한 카드니까요. 게다가 그분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지적이고 세련됐잖아요? 소비하면서도 빚을 갚는다는 아이디어를 아주 세련되게 표현해 줄 것 같아요.”


회의는 곧 광고 콘셉트 이야기로 이어졌다. 재치 있게 대사나 상황을 만들어, 시청자 또는 유저가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야?’ 하고 궁금증을 갖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장면 구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시안이 제시되었다.


시안 1:

민정율이 마트 카트 가득 물건을 담고 있다. 카트에 쌓인 물건의 가격이 어마어마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삑’ 하고 결제하는 순간, 화면 한쪽에 ‘대출 이자 xxx원 감면!’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깜짝 놀란 민정율이 “어? 나 지금 빚 갚았어?”라고 말한다.


시안 2:

자동차 쇼핑몰 혹은 가전 매장 등에서 고액 결제를 하고 나서는 마치 사은품을 받은 것처럼 민정율이 밝게 웃는다. 목소리 내레이션: “이 사람, 왜 이렇게 표정이 좋을까? 원금과 이자가 조금 줄었으니까!”


시안 3:

친구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서조차도 몇 원씩 이자가 차감되는 장면. “커피 한 잔이면 이자 몇 원 감면. 작아 보이지만 쌓이면 커져요!” 같은 자막.


이런 상황 극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마지막에 “소비는 곧 상환이 됩니다. 페이백론 새 시대의 금융”이라는 슬로건으로 마무리한다는 구조다.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한번 같이 아이디어를 내보죠. 광고나 홍보 영상은 지금이야 말로 톡톡 튀고 신선해야 하니까요.”


정민이 크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정민은 광고 에이전시와 함께 진행한 1차 콘셉트 시안들을 챙겨 들고, 용진의 사무실을 찾았다.


“오늘 기획안을 보러 온 거지?”


용진이 짐작했다는 듯 물었고, 정민은 가볍게 웃으며 문서 한 다발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용진은 문서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차분히 살펴보았다.


“응, 일단 광고 영상 콘셉트고, 이건 서브로 SNS용 짧은 바이럴 영상, 그리고 인플루언서 협찬 이벤트 기획안이야.”

“좋네. 생각보다 꽤 다양하고, 대중성이 있어 보여. 그런데 우리가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어떻게 이게 정말 가능하냐’는 의문에 대한 해소 같아. 단순히 ‘대출금을 갚아드립니다’만 강조하면 사람들은 이 상품이 불법이거나 사기가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으니까.”

“맞아. 그래서 각 매체별로 자세한 설명을 넣으려고 해. 예를 들어, TV 광고보다 유튜브나 블로그 같은 플랫폼에서 소비자가 직접 상품 구조를 이해하고, 체험기를 올리게끔 하는 거지. 페이백론 체험단을 꾸려서 사용기를 공유하는 형식도 생각 중이고.”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결국은 사람들의 인식을 ‘돈을 쓰면 오히려 빚이 줄어든다’는 말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끌어가야 하니까. 그래, 체험단이나 바이럴 마케팅이 중요하겠네.”


이처럼 용진과 정민은 꽤나 밀도 있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곧 민정율 배우 측과의 미팅도 예정되어 있었다. 소속사와 계약 조건부터 구체적인 촬영 스케줄, 광고 콘셉트까지 한 번에 논의해야 했다. 성공적으로 섭외만 된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전국적인 홍보를 펼칠 수 있을 것이었다.


며칠 후,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정민은 회사 VIP 응접실로 들어갔다. 깔끔한 테이블 위에는 이미 과일과 음료가 세팅 되어 있었고, 미팅 자리에 참석할 팀원들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오늘은 ‘민정율 배우’ 측과 직접적인 미팅이 있는 날이었다. 물론 배우가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매니저와 소속사 이사가 온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서 한 가지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막상 시간이 되어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 중에는 의외로 민정율 본인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일정이 조율돼서 제가 직접 와봤어요. 광고를 한다면, 저도 어떤 느낌인지 직접 보고 싶어서요.”


그 말에 순간 응접실 공기가 살짝 얼어붙었다가 곧 해빙되듯 부드럽게 흘러갔다. 팀원들은 매우 반가워하면서도 긴장하는 듯했다. 정민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 어서 오세요!”라고 조금은 당황한 듯 맞이했다.


민정율은 화면 속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차분한 인상이었다. 조금 긴장했지만, 배우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가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었다. 민정율이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광고 기획안을 먼저 보여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평소에도 대출이나 금융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 상품은 좀 독특하더라고요.”

“네, 맞습니다. ‘페이백론’이라고 해서, 소비할 때마다 이자와 원금을 조금씩 줄여주는 구조죠.”


정민이 PPT를 띄워 놓은 태블릿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간단한 키 노트 형식으로 정리된 상품 개요, 그리고 광고 콘셉트 시안이 담겨 있었다.


민정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롭다는 듯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특히 “쇼핑하면서 빚을 갚는다”는 대목에서 작은 웃음을 지었다.


“이거 정말 웃기기도 하고, 신선하네요. 소비하면서 빚을 갚는다… 정말 사람들에게 충격일 것 같아요.”

“맞아요. 처음에는 황당하다는 반응도 많았지만, 막상 구조를 이해하면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시더라고요.”


소속사 이사도, 매니저도 진지하게 내용을 검토하며 중간중간 질문을 던졌다. “어느 정도의 금리가 적용되나요?”, “실제로 소비액 대비 몇 퍼센트나 페이백되는 건가요?” 같은 질문들이 이어졌다. 정민과 동료들은 미리 준비해둔 답변과 시뮬레이션 자료를 보여주었다.


“단순 계산으로 0.01%면, 10만원을 쓰면 10원이잖아요. 아주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누적이 되면 꽤 쓸 만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실제 상품 출시 시에는 제휴사 범위나 금리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요.”


민정율은 비교적 오랜 시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광고 모델이 되기 전에도 콘셉트나 브랜드 이미지를 꼼꼼히 확인한다는 소문이 그대로 사실인 듯 보였다.


“저는 광고를 찍을 때, 그 브랜드나 상품이 지향하는 가치가 뭔지 궁금해요. 여기는 ‘소비가 곧 상환이 된다’라는, 뭔가 새로운 시대의 금융 트렌드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끌리네요.”


그 말에 정민은 내심 크게 안도했다. 역시 민정율의 긍정적 반응이 가장 중요했다.


“이번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재미와 실질적인 이익을 동시에 전달하고 싶어요. ‘사소한 지출도 쌓이면 빚 상환에 도움이 된다’, ‘어차피 소비해야 할 거면, 페이백론으로 좀 더 스마트하게 줄여보자’는 메시지를 주는 거죠.”


미팅 분위기는 점점 긍정적으로 흘러갔다. 물론 모델료나 세부 스케줄, 계약 기간 등 실무적인 부분은 소속사 이사와 정민의 상사가 논의해야 할 사항이었지만, 그 기본적인 틀은 이미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민정율 측은 광고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 협의를 좀 더 해보자는 의견을 밝히고 나서 일단 자리를 정리했다.


그날 밤, 정민은 집에 돌아와서도 쉽게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거실 소파에 푹 파묻혀 휴대폰을 꺼내, 오늘 미팅에서 찍어둔 사진과 메모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민정율이 테이블 앞에서 PPT 자료를 보고 있는 모습, 팀원들과 함께 웃는 모습 등이었다.


“정말 광고가 성사되면, 어마어마한 파급효과가 있겠지.”


그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페이백론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받을지, 그리고 그로 인해 금융 업계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감이 컸다. 동시에 ‘혹여나 예상치 못한 문제나 규제에 부딪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정민은 이 일은 반드시 이뤄야 한다는 의지로 다시금 폰 노트 앱을 열어 다음 주 해야 할 목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며칠 뒤, 페이백론 운영 프로젝트의 전사 차원 킥오프 미팅이 열렸다. 주요 부서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만큼, 회의실 안 분위기는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자,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현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하반기 핵심 전략 상품입니다.”


용진은 단도직입적으로 운을 뗐다. 오너 일가이자 임원으로서의 권위가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동시에 젊은 감각이 스며 있기에 거부감은 적었다.


“마케팅팀, IT개발팀, 제휴사업팀, 그리고 금융상품개발팀. 특히 정민 과장팀은 실질적인 상품 설계와 운영 전반을 책임지게 됩니다. 저희가 목표하는 바는 명확해요. 첫 번째, ‘신규 고객 5만 명 이상 유치’. 두 번째, ‘대출 실행 액 1,000억 원 이상 달성’.”


이어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시장 분석 자료가 떴다. 현재 금융 시장은 MZ 세대를 포함한 젊은 층이 다양한 방식을 통해 돈을 빌리고, 투자하고, 소비하는데 관심이 많다. 기존의 전통적인 은행 대출보다 편리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좋아한다. 여기에 페이백론이 적중한다면, 상당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렇다면, 페이백론이 활성화될수록, 우리 은행 측 수익은 어떻게 유지되나요?”


재무팀에서 온 이사가 날카롭게 물었다. 정민이 준비해둔 슬라이드를 넘기며 답했다.


“기본적으로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 책정되어 있습니다. 페이백이라는 형태로 일부 금액이 감면되지만, 이는 제휴사 수수료와 마케팅 효과를 통해 상쇄하거나, 일정 부분 보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대출 금리가 전혀 없거나 과도하게 낮은 것은 아니므로, 금융사 입장에서도 마진은 충분히 남습니다.”


“물론 초기에는 광고비가 많이 들어가겠지만, 새로운 금융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 고객 유치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계산이 있죠.”


정민의 말에, 용진이 덧붙였다.


“맞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한다면, 그만큼 우리에게 큰 수익원이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엄청난 경쟁 우위가 될 거예요. 우리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이렇게 부서 간 질의응답이 오가며, 킥오프 미팅은 뜨겁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각 팀은 앞으로 한 달간 시범 운영 테스트에 들어가는 스케줄에 합의했다. IT개발팀은 앱, 웹 플랫폼을 구축하고, 마케팅팀은 광고 영상과 SNS 캠페인을 준비하고 제휴사업팀은 주요 쇼핑몰과 마트, 편의점, 온라인 플랫폼 등 다양한 파트너를 추가 유치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곧이어, 민정율 모델 계약이 최종 합의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모두가 환호했다. 사람들은 “와, 진짜 대박!”이라고 소리를 질렀고, 정민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어찌 보면 꿈만 같았다.


그리고 수일 후, 촬영장이 마련되었다. 이번 광고 촬영은 큰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는데, 장면별로 마트, 쇼핑몰, 가전 매장 등의 미니어처 세트를 설치해 ‘민정율이 여기저기서 소비하면서 페이 백 받는’ 모습을 연출하기로 했다.


정민은 그날 새벽부터 촬영장에 나와 분주히 움직였다. 광고 에이전시 스태프, 조명팀, 카메라팀, 그리고 소속사 담당자들까지 사람이 굉장히 많았고, 모두들 바쁘게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에이전시 PD가 다급하게 물었다.


“과장님, 콘티 수정된 내용 체크하셨나요?”

“네, 봤어요. 마지막 대사는 ‘쇼핑은 곧 빚 상환’에서 ‘소비는 곧 상환’으로 변경됐죠?”

“맞습니다. 그리고 민정율 배우가 대사를 더 짧게 하기 위해서 중간 부분에서 ‘나 빚 좀 갚고 올 게!’로 살짝 바꿨어요.”


정민은 서류를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가시죠.”


민정율은 이미 분장실에서 메이크업을 마쳤고, 곧 첫 장면 촬영에 들어갔다. 젊고 세련된 차림으로, 카트에 물건을 가득 담고 밝은 표정으로 나온다. 카메라가 돌아가자, 그녀는 곧잘 상황에 몰입했다. 대본상에는 ‘즐겁게 쇼핑하던 중, 결제 시 이자가 조금씩 차감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기뻐하는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컷! 좋아요, 표정 너무 좋았어요.”


감독의 칭찬이 이어졌다. 민정율은 가볍게 웃으면서도, 조금씩 땀이 맺힌 이마를 스태프가 닦아주는 걸 허용했다. 어쨌든 여러 번 리테이크가 필요한 상황이라 촬영장은 열기와 분주함으로 가득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민정율이 친구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 커피 마시는 동안 빚 갚았어!”라고 재치 있게 말한다. 주변 친구들이 “에이, 설마?” 하다 결국 “진짜로?” 하는 놀라움으로 이어진다. 이 장면을 통해 ‘아주 일상적인 소비에도 페이백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민은 모니터 앞에서 촬영 장면을 지켜보며 고민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일단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생각으로 차차 수정과 보완을 반복할 생각이었다.


“저런 짧은 광고 한 편에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얼마나 잘 담을 수 있을까?”

“과장님, 중간에 띠 배너로 페이백 금액을 한눈에 보여주는 그래픽을 추가하는 게 어떨까요?”


마케팅팀의 은지가 다가와 조언했다.


“좋은 생각이야. 소비 장면마다 ‘30원’, ‘200원’ 이렇게 표시하면, 당장엔 적어 보여도 ‘이게 조금씩 쌓인다’는 걸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네.”


정민은 곧장 에이전시 PD와 상의해 그래픽 시안을 결정했다.


며칠 후, 촬영된 영상들을 편집하고, 민정율의 내레이션을 입히는 과정에서 여러 버전의 광고가 만들어졌다. 15초, 30초, 1분 버전 등 TV와 온라인, SNS에 맞춰 각각 다르게 구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페이백론 광고 티저’가 유튜브 채널과 SNS를 통해 공개되었다.


“쇼핑, 아니 빚 갚는 중이야.”


민정율의 한마디 대사와 함께, 경쾌한 배경음악, 그리고 ‘소비할 때마다 원금과 이자가 줄어드는 페이백론’이라는 자막이 짧게 흐르는 티저 영상이었다.


티저가 공개된 지 한 시간 만에 내부 메신저가 울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벌써 올라오는데요?”, “SNS 댓글이 폭발적이래요!” 등등. 마케팅팀에서는 사람들의 실시간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재밌다. 저게 가능해? 사기 아님?”

“와, 쇼핑할 때마다 빚을 갚는 다니. 내가 바란 건 이거야!”

“이율은 어떨지 궁금하네. 디테일 하게 알고 싶다.”


우려했던 것처럼 ‘사기 아니냐?’라는 댓글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흥미와 호응이 높았다. 무엇보다 ‘민정율이 광고한다니, 믿고 한 번 써볼까?’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정민은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댓글과 공유 수를 지켜보며 웃었다.


“그래, 이 정도 반응이면 성공 가능성이 있어.”


페이백론 공식 홈페이지의 트래픽도 곧바로 급등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상품 페이지를 방문해 구조와 신청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였다.


물론, 여기서 모든 게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정민이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도 생겨났다. 예를 들어, 신규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신용 심사를 간소화할 것인가, 페이백 계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등등, 실무적인 과제들이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특히 IT개발팀에서는 실시간으로 결제 내역과 대출 원리금 상환 정보를 연동해야 하는데, 여러 제휴사들의 시스템과 호환 문제로 인해 복잡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다. 결제는 됐는데 페이백 금액이 반영되지 않는다거나, 하루가 지나야 반영된다 같은 초기 결함들이 보고되었다.


“이거 빨리 잡아야 합니다.”


IT팀 팀장이 다급하게 연락을 해왔고, 정민은 당장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최대한 빠르게 페이백 반영이 실시간으로 표시되어야 해요. 그래야 고객들이 체감하죠. 그렇지 않으면, ‘이거 말만 번지르르하고 실제론 안 되는 것 아니냐?’ 하고 불신이 생길 수 있어요.”


IT팀은 곧바로 밤샘 작업을 시작했고, 제휴사업팀도 주요 가맹점들과 API 연동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정민도 직접 각종 자료를 정리하며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계속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지금 홍보가 시작되면서 사이트 방문자도 급증 중이고, 대출 상담 신청자도 상당히 늘고 있어요.”


마케팅팀에서 전해주는 소식은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시스템이 과부하 될 위험도 있었다.


“우리, 창구 인력도 강화해야겠는데요? 페이백론 전용 고객센터 대응 매뉴얼도 다시 살펴야 하고요.”


금융상품개발팀 한 대리가 지적했다. 정민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신청자가 없으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되었을 텐데, 지금은 인기가 높아지는 바람에 준비했던 인프라가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소진되고 있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몇 주간, 페이백론 출시 초기의 혼란과 불꽃같은 열정이 뒤섞인 나날이 계속되었다. 고객센터에는 내 결제금액이 왜 아직 반영 안 됐냐, 페이백율이 정말 이것 밖에 안 되냐 등 다양한 문의와 불만이 쏟아졌고, 동시에 진짜로 몇 천 원씩 이자가 줄었다, 쇼핑하고 나니 빚 일부가 사라졌다며 흥미로운 체험 후기도 올라왔다.


각종 금융 커뮤니티, 블로그, SNS 등에서는 ‘페이백론 후기’가 빠르게 퍼져 나갔다. 크게 기대는 안 했지만, 매달 쌓이는 금액이 은근히 꿀이다, 한 번에 몇 백 원씩 이자가 차감되는 걸 보는 맛에 자꾸 현성그룹 가맹점에서 물건 사게 된다 등의 리뷰가 공유되었다.


정민은 이런 후기들을 전부 모니터링하면서, 부분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을 찾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조금 더 직관적이면 좋겠다, 카드 결제 후에 반영되는 시간이 여전히 조금 걸린다 등등. 그리고 그 내용을 IT팀에 전달해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어느덧, 페이백론이 공식 출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략적인 성적표는 긍정적이었다. 신규 대출 신청 건수가 2만 건을 훌쩍 넘겼고, 평균 대출 실행액도 예상보다 높았다. 마케팅팀은 민정율 배우의 광고 영향이 엄청 컸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다만, 늘 그렇듯 돌발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경쟁 은행이나 카드사에서도 비슷한 상품을 벤치마킹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소비 연동형 대출 상환’, ‘리워드형 대출’ 같은 이름으로 각종 기획안이 나오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였다.


“우리가 제일 먼저 했다. 그래서 지금 선점효과를 누리고 있는 거고. 하지만 언제까지 우리가 독점할 수 있을지 몰라. 빠르게 제휴사를 늘리고, 프로모션을 확장해야 해.”


용진은 이렇게 주문했다. 정민도 그 말을 잘 이해했다.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 충분히 고객층을 확보하고 서비스를 안정화해야만 했다. 그래야 나중에 유사한 상품이 쏟아져도 사람들이 그래도 페이백론이 원조고, 시스템도 제일 좋아라고 인식해줄 테니 말이었다.


이후 프로젝트 팀은 매주 월요일 페이백론 워룸이라 불리는 특별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에서는 일주일간의 데이터, 신규 가맹점, 마케팅 성과 등을 빠르게 공유하고 문제점을 즉시 해결하는 애자일 방식으로 일처리를 했다. 제휴사업팀에서 의견을 냈다.


“지금 지방에도 제휴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요. 수도권 중심으로는 많이 체결되었지만, 지방 대형마트나 지역 상권 업체와 협업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쇼핑몰 외에도 여행, 숙박, 항공권 구매 시에도 페이백이 적용되면 어떨까요? 실제로 휴가철이 다가오니까, 여행비 지출도 무시 못 하잖아요.”


마케팅팀에서도 새로운 제안을 했다. 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러면 여행 사이트 측에 제휴 제안서를 보내 봅시다. 항공권이나 숙박 예약 시에도 페이백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연동해야 하니, IT팀하고 먼저 논의해보고요.”


이처럼 매주 워룸에서는 방대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그중 실현 가능한 것들을 선별해 빠르게 실행에 옮겼다. 물론, 모든 아이디어가 다 성공하는 건 아니었지만, 도전하는 기업 문화를 슬로건 삼아 최대한 실행력을 높이려 했다.


그리고 드디어, 광고 촬영 후 후속 작업까지 모두 끝낸 풀 버전의 ‘페이백론 메인 광고’가 TV와 유튜브에 동시 공개되는 날이 왔다. 전날 밤까지 에이전시와 함께 막바지 편집을 하고, 내레이션과 자막을 세심하게 다듬은 뒤, 이제 준비됐다 라는 연락을 받은 상황이었다.


오전 10시, 정민은 사무실 모니터로 유튜브를 열었다. 바로 메인 광고 영상이 업로드된 것을 확인했다. 평소라면 일부러 TV 편성을 기다리기도 하겠지만, 요즘은 온라인 반응이 더 빠르다. 첫댓, 첫공(첫 공유) 등으로 여론이 금세 형성되기 때문이었다.


영상은 약 1분 30초 분량으로, 민정율이 여러 장소에서 일상적인 소비를 하는 모습들로 시작된다. 마트, 카페, 옷 가게, 가전 매장 등. 그리고 결제할 때마다 화면에 깜박이는 ‘10원’, ‘30원’, ‘200원’ 같은 글자와 함께, “또 빚 갚았네!”라고 외치는 민정율의 밝은 얼굴. 중간에는 간단한 상품 구조 설명이 흘러가며, 마지막에는 “소비가 곧 상환이 됩니다. 페이백론”이라는 내레이션이 깔렸다.


정민은 영상을 보며 묘한 감동을 느꼈다.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사람으로서, 저 짧은 광고 하나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노력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댓글이 벌써 달리기 시작했어요!”


마케팅팀이 곧바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와, 저거 진짜로 가능한 거냐? 신기하네.”

“민정율이 하니까 왠지 믿음이 가네.”

“소비할 때마다 이자 깎아주면 회사가 남는 게 있나? 그래도 한 번 써 봐야지.”


처음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기대감을 품은 이들도,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이들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어찌됐든 화제성이 상당했다. 우리 성공했어! 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정도 주목을 받는다면 첫 단추는 괜찮게 끼운 셈이었다.


곧이어 TV 편성 시간에 맞춰 광고가 나가기 시작했고, 회사 대표번호와 고객센터에도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페이백론이 뭐냐? 신청은 어떻게 하냐? 금리는 얼마냐? 등 다양한 질문이 빗발쳤다.


그날 저녁, 정민은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집으로 향했다. TV를 켜두고 간단한 요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에 페이백론 광고가 흘러나왔다. 요리하던 손을 멈추고, 정민은 광고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민정율의 청량한 목소리가 “나 빚 갚으러 가요!”라고 외치며 매장으로 들어가고, 짧은 단발성 상황극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백론, 소비가 곧 상환이 됩니다.” 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로고가 뜨는 장면에서, 정민은 괜히 뭉클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회사 차원에서도, 이 광고가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해냈구나.’


물론 아직 결승선에 도달한 것은 아니었다. 페이백론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금융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광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고객들이 만족하고, 오랜 기간 이용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제휴를 확장해야 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금, 정민은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낸 이 결과물을 잠시나마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괜찮다고 느꼈다. 회사 내부에서는 정민 과장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물론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가능해진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정민의 책상 위에는 와인 한 병과 축하카드가 놓여 있었다. 누가 두고 간 것일까? 살펴보니 용진이었다. 카드에 짧은 메모가 있었다.


<첫 발걸음 축하해. 앞으로 계속 함께 뛰어보자.>


정민은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다음 단계를 그려보고 있었다. 앞으로 제휴사를 더 늘릴 것이고, 페이백율이나 혜택 구조도 다양화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특정 시즌에 특정 가맹점에서 소비하면 페이백율을 더 높이는 이벤트를 연다든지, SNS 인증샷을 올리면 추가 포인트를 준다든지를 준비했다.


그리고 조금 더 미래를 보면, 해외 결제에도 페이백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글로벌 여행객이나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현성그룹의 현성카드로 결제하면, 그것도 대출 상환에 일부분 보탬이 되게 하는 식이었다.


“해야 할 일이 진짜 산더미네…!”


정민은 마음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 어느 때보다 성취감이 컸다.


그 순간, 사무실 안을 살피자 수많은 부서원들이 여전히 정신없이 일하고 있었다. 마케팅팀은 새벽부터 고객 반응 분석 자료를 준비했고, 제휴사업팀은 신규 가맹점 후보 리스트를 점검 중이었으며, IT팀은 페이백 시스템 업그레이드 일정을 잡아놓고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은 마치 전시에 대응하는 지휘본부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보자는 적극적인 태도가 넘쳤다.


“좋아, 우리 이대로 쭉 가자.”


정민은 주먹을 살짝 쥐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자신이 고안한 아이디어가 이렇게나 크게 피어나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몇 주가 더 흐르고, 사내에서 중간평가 보고회를 열었다. 페이백론 론칭 후 약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얼마나 성과가 났는지 종합적으로 살피는 자리였다.


“우선, 대출 실행 고객 수가 4만 3천 명을 돌파했습니다. 거의 목표치인 5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고, 대출 실행액은 현재 950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정민이 준비한 슬라이드를 넘기며 주요 수치를 발표했다.


회의실 앞줄에는 용진을 비롯해 임원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모두들 기대 섞인 눈빛으로 보고를 듣고 있었다.


“페이백 누적 감면액은 현재 약 3억 5천만 원 규모입니다. 고객들의 체감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요. 특히 20~30대 고객들의 비중이 65%를 넘습니다.”


이어 통계 그래프와 함께, 고객 후기 분석 자료가 띄워졌다.


-매우 만족 40%,

-만족 37%,

-보통 15%,

-불만 8%.


불만족 원인으로는 페이백률이 기대보다 낮다, 실시간 반영이 늦을 때가 있다 등이 대부분이었다. 임원 중 한 명이 흐뭇하게 말했다.


“불만 사례는 확실히 줄여야 하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군요.”

“그리고 광고 효과도 컸지만, SNS 바이럴이 더욱 강력하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해시태그 ‘#페이백론’, ‘#소비가곧상환’, ‘#민정율광고’ 등이 이미 수십만 건 이상 공유되었습니다.”


용진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네요. 다만, 이대로 멈추면 안 됩니다. 경쟁사에서도 유사 상품을 준비 중이라는 얘기가 계속 들려오거든요. 우리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프로모션과 제휴 혜택을 개발해서, 시장을 선점해야 해요.”


정민은 그 말을 깊이 새기며 메모했다. 보고회를 마무리하면서, 임원들은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동안 회의실에는 마음이 들뜬 팀원들끼리의 짧은 대화가 오갔다.


“우리 이제 막 두 달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 정도 성과야. 앞으로가 더 기대돼.”

“맞아요. 그래도 아직은 시작이죠. 안정화를 잘 시켜야 해요.”


정민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전까진 자료 준비로 인해 긴장했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동시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사명감도 더욱 강해졌다.


사무실로 돌아와 노트북을 켰을 때, 정민은 받은 편지함에 새 메일이 온 것을 확인했다. 보내는 사람은 ‘민정율 소속사’였다. 제목은 [페이백론 추가 캠페인 협의 건].


내용은 간단했다. 민정율 씨가 페이백론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인 인상을 받고 있고, 만약 추가적으로 진행할 프로모션 이벤트나 광고 캠페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온 것이었다.


정민은 미소를 지었다. 광고 모델로 기용했을 뿐만 아니라, 협업의 파트너로도 좀 더 깊이 들어올 수 있다면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좋은 기회야. 젊은 세대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려면, 모델이 직접 SNS나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용 후기나 체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도 효과적거라 생각했다.


“좋아, 어떻게 협업을 확장할 수 있을지 팀원들이랑 논의해봐야겠다.”


정민은 메모장을 열어, 민정율 참여 추가 마케팅 아이디어를 줄줄이 써내려 갔다. 예컨대, 팬미팅 형태로 페이백론 가입자를 초청해 토크쇼를 연다 거나, 라이브 커머스에서 특정 제휴사의 상품을 구매하면 페이백률을 일시적으로 높여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든지. 이 모든 건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시간은 흘렀고, 페이백론 출시 반년이 지났다. 사내에서는 이 상품이 우리 그룹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처음에는 몇몇 임원들이 너무 엉뚱한 상품 아니냐고 반대하던 모습이 무색하게, 이제는 사내 곳곳에서 페이백론 덕분에 현성그룹이 금융업계의 혁신 아이콘이 됐다는 말이 돌았다.


물론, 경쟁 상품들도 잇달아 나왔다. 다른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캐시백론’, ‘리워드론’ 등 비슷한 이름으로 출시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현성그룹이 먼저 선점한 시장에서, 이미 많은 고객들이 ‘페이백론’을 애용하고 있다 보니 후발주자들이 단숨에 치고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다. 정민이 제휴사업팀과 식사 자리에서 말했다.


“역시, 이제는 브랜드 파워가 중요하네요.”

“우리가 처음이자 원조라는 점, 그리고 시스템 완성도가 높다는 점, 광고 모델 파워가 확실하다는 점이 큰 강점이죠.”


그렇다고 자만할 수는 없었다. 페이백론 팀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했다. 가령, 특정 업종(예: 가전, 자동차, 여행 등)에 대해서는 페이백율을 약간 높게 책정하고, 마케팅용 추가 리워드를 부여하는 등의 프로모션이 연이어 출시되었다.


이 과정에서 민정율도 몇 차례 추가 광고 영상을 찍었고, 라이브 방송 플랫폼에 직접 출연해 저 사실은 지금도 페이백론 쓰고 있답니다! 라며 웃어 보였다. 시청자들은 우와, 실제로도 쓴다니! 하고 크게 환호했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었다. 일부 고객이 ‘이자 감면을 노리고 불필요한 소비까지 늘리는’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는 점이다. SNS에서 어차피 0.01%라도 원금 줄어드니까, 맘껏 지른다! 라는 글도 있었다. 그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 안내에 과소비 주의 문구를 추가하고, 불필요한 금융부담을 유도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강화했다.


그러던 중, 정민은 어느 날 아침, 집 근처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음료를 사면서 문득 페이백론 앱을 열어봤다. 결제 직후, 앱에 5원 감면이라는 작은 글씨가 떠올랐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았을 법한 작은 금액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민은 묘한 감동을 느꼈다.


“아, 정말로 쓰고 있구나, 이거.”


자신이 직접 기획해낸 시스템으로 스스로도 편익을 얻고 있는 상태 단지 몇 원의 차감이지만, 그것은 꿈꿔온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다만 이 문구를 보기 위해서 적은 금액이지만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려 바로 갚았다. 그렇다고 빚을 늘릴 수 없으니, 그런데 빚이지만, 빚이라 생각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이나 카드론 에서도 이 페이백론을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정민은 가슴이 벅찼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을 때, 모두가 이게 말이 돼? 라고 의심하던 그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은 거리에 붙은 대형 옥외광고판에도 민정율이 웃으며 <소비는 곧 상환>을 말하고 있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비난을 뚫고, 팀원들과 밤낮없이 노력해왔고, 그 결과 새로운 형태의 대출 상품이 세상에 뿌리내렸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고객들이 자신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조금씩 줄여가고 있을 것이다.


정민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늦가을의 청명한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이젠 정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겠지. 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페이백론이 단순히 하나의 상품을 넘어, 금융시장에 ‘소비와 상환이 함께 간다’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길 바랐다.


“더 크게, 더 넓게.”


머릿속에 새로운 가능성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글로벌 제휴, AI를 이용한 상환 플랜 추천, 고객 신용점수 관리와 연동, 가상자산 결제 시 추가 혜택… 끝없는 상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 순간을 누리고 싶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정민은 책상에 앉아, 이 모든 과정을 회상하며 노트북 문서를 열었다. 거기에는 프로젝트 히스토리가 간략히 정리되어 있었다. 아이디어 기획 단계부터 임원진 발표, 마케팅 전략 수립, 민정율 섭외, 광고 촬영, 시스템 오류 해결, 고객 모니터링, 그리고 제휴사 확대까지, 모든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줄줄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말로 드라마가 된 걸까, 꼭 행복한 일만이 일어나지 않았다. 현실이 더 냉혹할 때도 많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위기였다.


금융감독위원회에서 현성그룹의 형성카드의 페이백론에 대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금융감동을 나선다는 소문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날려니까, 날개를 꺾으려네.”


그래도 정민은 두렵지 않았다. 현성그룹이 만든 대출상품 덕분에 시장도 활성화 됐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었다.


“감히, 함부로 딱지 떼지 못할 거다.”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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