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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00

by 라한
송혜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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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연소은

제목: 십대.


“얼마면 되냐 고? 그래 얼마면 될까.”


콧대 높게 행동하는 자신에게 그래! 얼마면 되는데? 라는 질문을 던지는 덜 떨어진 재벌을 보며 코웃음을 끼는 소은이었다.


“일단 나 보다 많아야 겠고.”


소은이 가진 개인 재산의 자본만 1조가 넘었다. 현금으로만 그랬다. 주식으로 다 하면 그보다 열 배는 많았다.


“음. 약 백조?”


소은의 말을 들은 남자가 놀랐다.


“배, 백조?”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정말 어처구니없는 건 그 백조도 사실 소은에겐 적은 것일 수도 있었다.


소은은 세계를 지배하는 십대 가문의 출신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런 사실은 몰랐다. 흔히 말하는 로스차일드 가문. 그런 가문보다 위에 있는 열 개의 가문이 있었다.


소은은 얼음이 되어버린 남자를 지나치며 자신의 길로 향했다.


“백조도 없으면서 무슨.”


백조는 웬만한 국가의 운영비 보다 많은 나라였다. 소은의 국적이기도 한 대한민국도 한 해 예산으로 600조를 넘어 선지 얼마되지 않았다. 사실 소은과 같은 입장에서는 국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문이 중요했다. 연가에도 한국인, 중국인, 미국인, 유대인, 국적은 여러 게였다.


이들은 피로 가문을 물려주지도 않았다. 십대 가문 중 오직 단 하나의 가문만 피의 혈맹을 유지하고 있었다. 덕분에 규모는 가장 작았다. 그러나 그들의 피는 매우 고귀한 피였다.


유일하게 인간들 중에서 초능력을 구사하는 신비한 힘이었다.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무진장한 힘은 아니었고, 약간의 염력과,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괴력 정도였다. 보통의 인간보다 조금 뛰어났을 정도지 세상을 혼자 지배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머지 아홉 가문과 함께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 세상이었다.


“세상의 진실도 모르면서.”


그러나 이 세상의 힘에 균형이 어느새 팽팽해졌다. 팽팽하다는 말은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줄 모른다는 전조 와도 같았다.


“만약, 혈족이 없어진다면.”


그래서 십대 가문이 아닌, 아홉 가문이 된다면. 그때가 오히려 정말 균형이 맞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가문들이 있었다.


자신들에게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쥐어줬다는 걸 잊은 채, 사실은 지배받아야 하는 위치지만, 동등한 입장에서 수백 년을 살다 보니까. 오랜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원래는 십대에서 구대가 될 예정이었지만, 연가가 이를 돕지 않았다. 그래서 십대에서 6대 가문이 되어버렸다.


혈족과 함께 나머지 3가문이 축줄 되었다. 1차 세계 대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다른 전쟁으로 포장된 열 가문의 전쟁이었다.


균형은 깨어진 채, 이제 6개의 가문이 세상을 지배했다.


“…”


원래는 연가를 성을 따랐으나, 피도 섞이지 않았고, 힘의 균형에 의해 6대 가문으로 편입한, 소은의 아버지였다.


그는 원래 십 대 가문 중, ‘연’의 성을 쓰는 연가에 있었으나 지금은 프리에트 가문에 속해 있었다. 연가는 자신의 이름까지는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하에 프리에트 연 호석이라는 이름으로 중간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소은아. 기억하렴. 세상은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자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강한자로 군림하는 것 보다 살아남는 법을 먼저 배운 게 소은이었다. 그런 소은에게 복수가 생겼다. 아버지가 가문을 배신하면서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알고 싶어서였다.


“강자가 살아남는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자신의 그럼 배움으로부터 전면으로 도전해오는 자가 있었다. 조사해봤더니 이 기구한 운명이 장난은 신의 뜻이었을까?


배신자 연가로 살아나고 있었던 중에, 사라졌던 4대 가문의 자손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혈족의 아이만 있으면, 그래. 다시 십대로 복귀할 기회가 올지도 모르지.”


소은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울렸다. 남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배신자라고 불렸던 이유. 프리에트 가문에 딸려 지금은 6대 가문에서 입지를 굳힌 채 살아가는 것. 그 속사정이 소은의 복수심을 더 자극했다.


“어차피 다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야. 중요한 건, 내가 뭘 해야 하는 가지.”


소은은 유리창 너머로 검은 리무진들을 내려다보았다. 남들이 보면 일반 재벌가 정도로 알고 경계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가문들끼리 눈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리 없었다. 이 세계가 움직이는 방식, 거대 기업들, 세계의 리더들, 대통령, 총수, 총리... 모두가 가문에 충성을 맹세해 몸속에 장치를 심고, 그들의 손발이 되어 ‘신’처럼 굴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그런 존재로 태어났지만.’


그 생각에 소은은 미소를 지었다. 십대 가문이라면 이 세계 위에서 군림하며 자신의 의지를 펼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6대 가문만 남은 상태. 더구나 자칫 움직임이 들키면 다른 다섯 가문이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뭐가 됐든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내 앞길을 막는 게 있어. 바로 ‘혈족’의 아이.”


초능력을 지닌 유일무이한 혈족, 그들의 피는 곧 가문의 기원이며,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근간이 됐다. 피로 이어지는 한 가문이기에 오랜 시간 ‘순수성’을 유지해 왔고,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은 적으면서도 강력했다. 그 혈족 아이와의 연결이야 말로 소은이 십대를 재건할 핵심 열쇠가 될 터.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하나야.”


가만히 눈을 감은 소은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잃어버린 4대 가문’의 아이들을 떠올렸다. 먼 옛날 1차 대전부터 시작해 이라크 전쟁까지 이어진, 가문들끼리의 치열한 이권 전쟁 속에서 사라졌다고 전해진 그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그 아이들이 한국 어딘 가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소은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면 되냐고? 난 돈 따위로 인생을 사지 않아. 내가 가진 힘으로 사는 거야.”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은 소은은 가방을 움켜쥐고 밖으로 나섰다. 남들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상적인 길 위에서, 소은에게는 이 시간조차 전투였다. 6대 가문이 모두 눈을 번뜩이고 있을 테니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동시에 실수해선 안 된다. 몇 달 후, 깊숙한 교외의 저택이었다.


소은은 국내 재벌 3위 그룹의 이사 자격으로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버렸다. 표면상으론 외국 귀족 취미 생활이라고 뭉뚱그렸지만, 실제로는 그 네 명의 아이들을 보호하고 다시 자신의 편으로 세워 십대를 복원하기 위한 은신처였다.


“정말 네 명 다 어린애군.”


헝클어진 머리에 겁먹은 눈동자를 지닌 소년, 무표정하지만 품위 있는 자세를 놓지 않는 소녀, 그리고 쌍둥이처럼 보이는 남매까지. 한 명 한 명 표정에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들도 어느새 알고 있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가문으로부터 쫓기는 신세인지 알고 있었다.


“누구세요…?”


제일 체구가 작은 소녀가 경계 어린 시선으로 물었다. 그럼에도 타고난 가문의 혈통 덕분인지 목소리가 또렷했다. 소은은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난 너희를 지켜줄 사람이야. 말 그대로, ‘가문’에서 잃어버린 걸 되찾도록 도와줄 사람이지.”


아이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소은은 마음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불쌍함과 회심을 동시에 느꼈다. 사실 이 아이들을 이용해 십대를 재건하려는 자신의 목적을 굳이 감추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애초에 어린 그들에게도 자존심이 있다. 그들이 스스로 소은을 선택하게 만들어야, 같이 갈 수 있다.


“대단한 재산? 다 줄 수 있어. 앞으로 너희가 원하는 건 뭐든지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너희도 날 도와야 해.”


아직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최소한 이 세계의 실체와 가문들 사이의 전쟁, 그리고 그로 인해 처참히 사라진 부모들 이야기를 알기 전까지는. 눈앞에 가득한 호화로운 식탁과 무뚝뚝하게 서 있는 수행원들을 보며 경계심을 조금씩 낮추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날 밤, 저택 안 조그마한 응접실에서 소은은 차분한 어조로 그들에게 세상의 흐름을 설명해주었다. 전 세계 대통령이나 총리, 대기업 총수들이 어떻게 가문에 부속해 있고, 가문의 뜻대로 움직이는지. 장치를 몸속에 심어 가문에 충성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까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건 굳이 지금 말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네 명은 믿기 힘들어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반응했다. 숱한 전쟁,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비밀스러운 움직임, 그리고 자신들이 느껴온 정체 모를 공포까지. 모든 퍼즐이 맞춰진 듯한 눈빛이었다. 며칠 후, 본격적인 양육이 시작되었다.


“너희가 지금부터 배워야 할 건, ‘생존’이야.”


소은은 널찍한 훈련장을 마련해두었다. 표면상으로는 단순 스포츠 센터처럼 보이지만, 내막은 전혀 달랐다. 방음, 충격 흡수 시설은 기본이요 무기류를 빼돌려둘 수 있는 창고까지 갖춰져 있었다. 초능력이라고 해봤자, 그저 보통 사람보다 조금 강한 정도였다. 그래도 단련하면 일반 병사들보다 훨씬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자가 된다.”


아버지가 남겼던 말을, 소은은 전혀 다른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전했다. 하루아침에 전투 기술을 익힐 수는 없지만, 정신부터 세워야 했다. 네 아이들은 안쓰럽게도 이미 강압적이고 잔인한 세상을 맛본 적이 있었다. 그 기억이 그들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했다. 훈련장에서 구른 지 한 달 만에, 눈빛이 달라졌다.


“그래, 이 정도면 어느 정도 기초는 됐어.”


소은은 날렵하게 움직이는 쌍둥이 남매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공중에서 회피 동작을 반복하며, 상대를 제압하는 연습을 하는 모습이 꽤 훌륭해 보였다. 나머지 두 아이 역시 각자 가문의 특징을 반영한 특유의 직감을 발휘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몸을 날렸다.


아이들이 조금씩 힘을 키워갈수록, 소은의 마음 깊은 곳에 또 다른 욕망이 싹텄다. 혈족의 아이를 꼬셔서 내 아이를 낳게 하겠다는 비밀스러운 작전이었다. 완전한 십대 가문 부활을 위해서는 혈족의 피가 필수다. 그러니 그 아이와의 결합으로, 바로 다음 세대가 생겨나면 자연스레 10가문 재건의 핵심이 될 것이다.


“혈족 남자애…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더군. 그렇다면…”


소은은 홀로 서재에 앉아, 그의 얼굴을 떠올렸다. 프리에트 가문에서 흘려들었던 소문으로, 혈족 직계 중 유일하게 남은 젊은 후계자가 있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다른 6대 가문에게 들키지 않고, 혈족 쪽에도 경계심을 느끼게 하지 않으려면 그래야만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권력을 가진 모두가 그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 늦은 밤, 비밀 파티장에서 소은은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우아하게 무도장을 가로질렀다. 온갖 귀빈이 모여든 자리, 대부분은 가문들 혹은 그 수하들이다. 그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니 프리에트 가문의 수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곁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미소를 짓고 있는 낯선 남자가 있었다.


소은은 그에게 혈족의 아이 중 혹시나 살아 남은 아이가 있는지 정보를 알아내려했다. 소은의 화려한 외모에 프리에트 가문은 자신의 가문의 입양녀와 마찬가지인 소은을 바라보았다.


“아름답군.”


소은은 혈족의 아이를 찾아 그와 몰래 혼사를 치러, 혈족의 피를 가진 자신의 아이를 만들어, 다시 십대 가문의 균형을 되찾을 궁상을 하고 있있다.


“여전히 멋있으시네요 가주님.”


가주는 자기 가문의 아름다운 소녀를, 매혹적이게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구나. 프레이트 연 소은.”


두 사람 다 서로의 속을 숨긴 채 미소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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