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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02

by 라한
송예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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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예빈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예수인

제목: 내일로에서 생긴 일.


“드디어 간다!”


수인이 아주 오랜 기다린 일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기차만 타면 기분이 좋아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든 수인이었다. 그래서 자신이 자랐을 때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가 한국에도 들어와 연결되길 바랐다.


비록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지만 ‘내일로’라는 이름의 청년 전용 티켓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 행복이 넘치는 수인이었다.


“수인아 방학 때 뭐해?”


수인과 방학 때 시간을 잡고 싶은 여러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해올 때 마다 자신의 계획을 방해받을 수 없던 수인은 완벽한 철벽을 쳤다.


“방학 떄, 아주 바쁠 예정이야.”

“왜? 뭐 한다고? 계절학기라도 들어?”


왠지 자신이 내일로를 타러 떠난다고 하면 쫓아올 거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학기중엔 상관없었지만, 자신의 홀로 떠나는 첫 여행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뭐 그럴 예정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하려고.”

“오, 뭔데?”


점차 자신을 압박해오는 친구들에게 ‘아! 맞다’ 하고 갑자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지만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을 떠올리는 척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원래 천성이 거짓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굉장히 어색한 모습을 보이는 수인이었다.


이미 수인의 절친들은 수인의 계획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고, 어중이 떠중이급으로 적당히 친한 듯 안 친하다고 할 수 없는 두 사람 중 누군가, 아니 만나면 충분히 친한 사람처럼 노는 무리들에게는 약간 서운할만한 그런 일들이었다.


“수인이 내일로 가려든 거 같은데?”
‘오?”

“근데 혼자가가 싶어하는 눈치더라, 아무한테도 먼저 말 안 했어.”

“그럼 넌 어떻게 알고?”

“모를 수가 있나.”


수인과 정말 친해서 계속 붙어 다닌 친구들은 혹시라도 화장실을 간다던가, 음료를 뽑으러 왔다가 잠시 혼자인 수인이, 그런 수인의 휴대폰 화면에는 ‘기차여행’이라던지, ‘내일로’라던지, 여러가지 것들의 검색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알게 된 것이었다.


“혼자 가고 싶다는데, 놔둬야지.”

“인기가 많은 것도 이럴 땐 불편하겠네.”


그런 수인을 이해하는 찐친들이 있는 반면, 그 자체를 서운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국 수인은 방학이 오자 바로 내일로를 가려고 했는데, 그때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고 내일로를 통해 여행이 아닌 고향으로 가는 기차만 타야했다.


항상 기차를 타면 기분이 좋았는데, 이번엔 걱정이 컸던 수인이었다. 다행히 엄마는 최근에 무리했던 게 몸이 버티지 못한 거고, 이제는 몸의 무리를 알아서 잘 쉬어야 겠다고 다짐했고, 의사가 권유한 것도 큰 병은 아니었고, 그냥 그 정도였다.


괜히 헛돈만 나갔다고 엄마는 아시워했다. 그 돈으로 우리 수인이 용돈이나 줄 걸 그랬다는 말에 수인은 눈물이 범벅인 채로 엄마를 꼭 안아줄 뿐이었다.


그렇게 엄마 곁에서 엄마 할 일을 대신했던 수인의 여름 방학은 그렇게 지나갔다. 이후 2학기가 끝나가는 기말고사까지 ‘겨울에는 꼭!’ 이라고 다짐했다.


여름엔 수인과 놀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이번엔 꼭 겨울엔 수인이라도 친해져야지 다짐했지만, 이제 수인은 더 철저히 자신의 일정을 숨기며, 내일로를 위한 알바까지 시작하면서 더욱 바쁜 하루를 보냈다.


엄마가 저렇게 쓰러졌는데, 용돈을 타먹을 수 없다고, 장학금도 놓치지 않은 채, 자신의 놀이를 위한 방비는 자신이 번다고, 알바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가을과, 겨울이 와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이었다. 어느새 기말고사 시간이었고, 수인은 무사히 시간을 꿰뚫고 내일로 티켓을 예매했다.


“이제!! 진짜다!!!!”


수인은 첫 번째 목적지로 강릉을 택했다. 전철만 타도 들뜨던 마음이, 장시간 기차를 타며 푸른 바다를 향한다는 생각에 더욱 설레었다. 역시나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열차 안은 비교적 한산했고, 창밖으로 하얀 설경과 드문드문 서 있는 나무들이 지나갔다.


“딱 좋아!”


수인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창밖 풍경에 몰입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 쪽으로 걸어가다, 누군가와 어깨가 ‘쿵’ 부딪혔다.


“죄송합니다.”


수인은 잠깐 고개를 숙이고 다시 제 갈 길을 가려는데, 남자도 연신 “아, 죄송해요.”를 외쳤다. 별일 아닌 듯 둘 다 웃으며 지나갔지만, 왠지 느낌이 이상했다. 서로를 한 번 스쳐 본 사이인데 어쩐지 익숙한 인상이었다.


‘설마… 아니겠지?’


수인은 이전 학기에 자신을 쫓아다닌,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어떤 사람을 떠올렸다. 순간 섬뜩했지만,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잊어버리기로 했다.


강릉에 도착한 수인은 추위를 녹이려 근처 카페에 들렀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대를 피해 일부러 아침 일찍 도착했는데도 생각보다 손님이 꽤 있었다. 겨울바다를 보러 온 커플과 친구 무리가 많았다. 혼자 온 사람도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은 외국인 관광객이나 학생들처럼 보였다.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릴게요!”


아메리카노 한 잔과 크루아상을 시키고 빈자리를 찾아보는데, 웬일인지 아까 그 기차에서 마주쳤던 남자가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남자도 수인을 알아본 듯 눈이 커졌다.


‘이상하네. 왜 또 보이지?’


수인은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까딱하고는 멀리 떨어진 자리로 갔다. 남자도 인사를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마치 둘 다 처음 본 사람인 듯, 아무 말도 없었다.


수인은 애써 신경을 끄려 했지만 ‘3번 만나면 인연’이라는 말을 문득 떠올렸다. 그런식으로 자신에게 수작을 걸려던 남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지겹고 싫어하는 말이 됐다. 처음 들을 땐 로맨틱했는데 이제는 얼어 죽을 로맨틱이었다. 이미 두 번이나 부딪혔으니 혹시 이게 ‘그 인연’인가 싶었지만, 혼자만의 여행을 고수하려는 마음이 더 컸다.


강릉 바다를 구경한 뒤, 다음 목적지는 속초였다. 내일로 패스 덕분에 기차와 버스를 곁들여 여러 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 이날도 눈이 조금씩 내리는 날씨라, 바닷가 풍경이 더욱 낭만적이었다.


속초에서 유명한 만석닭강정을 사가지고 설악산 자락 쪽 숙소에 들어가려는데, 숨어 있던 고양이를 피해 살짝 뒤로 물러나던 순간, 이번에도 쿵하고 어깨가 부딪혔다.


“또…?”


서로 놀란 얼굴로 마주보니, 역시나 같은 남자였다. 둘 다 웃음이 터졌다.


“아, 이건 정말 우연…이죠?”

“그렇겠죠?”


수인은 머쓱한 듯 웃었다. 남자도 어쩐지 민망해 보였다. 왠지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딱 세 번째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소문대로라면 이게 인연의 시작인가 싶었지만, 수인은 여행에 방해받기 싫다는 생각이 더 컸다. 결국 안녕히 가세요 하고는 재빨리 지나쳐 버렸다.


수인은 강릉, 속초를 지나 다음 목적지로 이동 중이었다. 기차 시간이 애매해 근처 찜질방에서 대기하는데, 사물함 앞에서 무심코 뒤를 돌아보다가 또 그 남자와 마주쳤다. 이번으로 네 번째다.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저기요.”

“아까 속초에서도… 그리고 기차에서도… 혹시 저 이상한 사람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아, 네.”


수인은 약간 당황했다. 남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예상치 못했지만, 너무 자주 마주쳐서 자신을 스토킹하는 건 아닐까 의심했던 게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렇지만 수인은 이번 여행이 너무 소중했기에, 슬며시 선을 그었다. 남자도 더 붙잡지 않았다.



“죄송한데, 저 혼자 여행 온 거라서요…”

“괜찮아요. 이해합니다. 좋은 여행 되세요.”


문제는 그날 저녁에 생겼다. 수인은 기차 안에서 지갑을 떨어뜨렸다. 다행히 좌석 주변에서 찾기는 했는데, 한 시간 뒤 보니 카드가 빠져나가 없었다. 숙소에서 동전을 긁어모아 겨우 편의점에서 저녁을 떼우고, 분실 신고를 하려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카드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도무지 찾을 길이 없었다.


다음 날, 우왕좌왕하며 역 창구에서 대체카드나 임시 발급에 대해 물어보고 있던 차에 누군가가 다가왔다. 바로 그 남자였다.



“혹시 이거… 찾으시는 거 맞아요?”

“어제 기차 좌석에 떨어져 있어서 역무원님께 드렸는데, 혹시 주인 찾으시냐고 물어보셔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어서… 맞으시죠?”


수인은 덜컥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애초에 의심했던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정말 감사해요. 아니, 어떻게… 너무 고맙습니다.”

“다행이네요.”

“차 한 잔… 괜찮으세요? 제가 뭔가 감사 표시라도 하고 싶어서…”


결국 두 사람은 역 근처 카페에 함께 갔다. 수인은 처음 만난 남자와 여행 중에 앉아 대화를 나눈다는 사실이 약간은 어색했지만, 한번쯤은 괜찮다고 생각했다. 차 한 잔 후 즐거운 여행 되세요라는 인사를 나누고 금세 헤어졌지만,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한 것 같아 수인은 마음이 가벼워졌다.


수인은 다음 도시로 향했다. 강원도 깊은 곳을 벗어나 부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겨울 바다는 춥지만, 부산 특유의 열기는 더욱 활기차게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 허나, 광안리 밤바다를 걷던 중 또다시 익숙한 그림자가 스쳤다. 수인의 눈이 커졌다. 맞았다. 똑같은 남자였다.


“설마… 또?”


이번엔 남자도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는지, 수인을 보자마자 급하게 전화를 끊고 어? 하고 말을 멈췄다. 수인은 순간 움찔했다. 학기 중에 자신을 따라다니던 어떤 남자 때문에 곤란했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혹시 이 사람도 나를 따라온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거리를 두고 왜 자꾸 따라와요? 라고 물으려던 찰나, 남자가 무슨 말인가를 꺼냈다.


“그게… 저도 내일로 여행 중이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수인은 이미 의심이 가득한 상태라, 괜히 날선 반응을 보였다. 남자는 좀 황당해 하며 자신이 찍은 여행 루트를 보여주었고, 딱 봐도 무작위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흔적이 있었다. 결국 수인은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웃어 보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불편한 일이 있었어요”

“이해해요”


수인은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고 곧장 다음 여행지로 넘어갔다. 마지막으로 들릴 곳은 전주. 겨울 한옥마을이 참 예쁘다고 들었기에, 한 번쯤 꼭 가보고 싶었다. 전주의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밤마실을 나갔는데, 한옥 거리에 사람도 많지 않고, 어둑어둑한 풍경에 겨울 특유의 고즈넉함이 느껴졌다.


“이제 이 조용함을 만끽하면서 여행의 피날레를 장식하자.”


마음을 다잡고 골목을 돌아서는데, 눈앞에 그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도 이미 수인을 발견하고는 뒤돌아 가려는 듯했다. 이번엔 남자가 오히려 피하고 있었다. 수인은 순간 미안함이 북받쳤다. 남자가 걸음을 멈춘 채로 잠시 침묵하다가 대답했다.



“저기요!”

“죄송해요. 저 아까 그렇게 오해해서… 계속 불편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해요.”

“괜찮아요. 솔직히 몇 번이나 마주치니까 저도 조금 당황했어요.”라며 웃었다.


둘 사이에 잠깐 어색한 공기가 흐르다가, 남자가 뜬금없이 말했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도 인연인 것 같은데… 같이 저녁이라도 어때요?”


수인은 머뭇거리다, 자신이 미안한 마음이 커서인지 바로 승낙했다.

“그럼 제가 살게요. 많이 고마웠고, 제가 오해도 했고…”

“아니, 그냥 같이 먹죠. 각자 부담으로.”

“그래도 제 마음이에요. 그냥 편하게 받아주세요.”


두 사람은 전주 한옥마을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하필이면 그때 전기가 잠깐 나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식당 주인은 사과하며 급하게 손전등을 나눠줬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골 냄비를 기다리던 손님들은 모두 웃으며 오히려 추억이 되겠다고 말했다.


수인과 남자는 테이블에 앉아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서로 얼굴을 확인하며 웃었다. 어두운 식당 안에서, 둘 다 얼굴이 가까워지니 평소보다 더 잘 보였다.


“어, 이마에 반창고…”


남자의 이마에는 작은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여행 중에 부딪히고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했다. 수인은 괜히 저 때문은 아니죠? 라며 다시 미안해했다. 남자는 크게 웃으며 아니라며 그냥 자기가 길에서 넘어졌다라고 말했다.


식당 주인도 “젊어서 좋네~”라며 랜턴을 비춰 주며 두 사람에게 따뜻한 국물을 덜어줬다. 전기는 곧 복구됐고,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함께 나누다 보니 어느새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디서 왔는지, 전공은 뭔지, 왜 내일로를 타고 있는지 여러 이야기를 했다. 이렇게 여행지에서 어떤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여행에 대해서 기대하는 것 중 하나인데, 이제야 그걸 하고 있는 수인이었다.


두 사람 모두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 자유롭고 싶었지만, 이렇게 우연히 만난 인연이 참 신기하다고 느꼈다. 수인은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냥 우연히 여러 번 만났을 뿐인데, 왜 이렇게 편하지?’ 하고 문득 생각했다.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 수인은 기차역에서 남자와 다시 한 번 마주쳤다. 이제는 서로 “또 만나네요?” 하고 웃으며 반겼다. 둘 다 서울행 열차 표를 끊어둔 상태라, 자연스럽게 같은 시간대 열차를 타게 되었다.


열차에 올라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창밖의 아침 풍경을 천천히 바라봤다. 어딘가 아쉬운 마음과 함께, 새로운 설렘이 맴돌았다. 이윽고 서울역에 도착하자, 마중 나온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안내 방송 소리가 뒤섞였고, 두 사람은 계단 아래로 함께 내려왔다.


“오늘… 즐거웠어요.”

“저도요. 여러 번 우연히 만난 것도, 이렇게 마지막 식사까지 같이 한 것도 다 신기했어요.”


짧지만 진심이 담긴 수인의 대답이었다. 한쪽에선 서울의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었지만, 두 사람은 잠시 멈춰 섰다. 헤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고, 또 왠지 이 만남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자는 “혹시… 연락처 주실 수 있어요?”라고 쑥스럽게 물어볼 표정이었지만, 수인은 그래도 이 인연은 여행으로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돌아서는 순간 문득 남자의 마지막 모습이 수인의 눈에 그가 ‘남자’ 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이 화진이라고 했다. 자기 이름은 물인 반면에 그는 불이었다. 애써 외면했던 감정이지만, 따뜻했던 식당에서의 웃음, 추위 속에서 보였던 온정, 그리고 잦은 우연들이 하나로 이어져 마음 한편에 묘한 떨림을 남겼다.


수인의 겨울 여행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한 발짝 걸어갈 때마다 수인은 돌아서야 하나 고민했다.


기차 선로가 여기서 끝나지 않듯이, 수인의 청춘도 아직 많은 노선이 남아 있었다. 한 걸음씩 함께 닿을 수도 있는 새로운 길 위에서, 수인은 한 번 더 자신만의 계획이 아닌 ‘함께하는’ 무언가를 상상해 보기로 했다.


“저기요. 수인씨.”


그때 남자가 수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 날, 이 시간에 철로에 있는 이름이 수인이 아닌 사람들마저 돌아볼 정도로 크고 다급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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