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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캐릭터 - 434

by 라한
하츠투하츠 스텔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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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현주희

제목: 성스러운 아이들


“우와.”


끝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바다, 그 바다 위 떠오른 거대한 항공기의 구름이 보였다. 그림자를 바다에 마치 윤슬처럼 흘리고 있는 비행기 안에는 주희가 타고 있었다.


주희는 가족 전체가 캐나다로 이주하게 됐다.


“나는 안 가면 안 돼?”


하지만 친구들과 떨어지기 싫었던 주희는 이 이주를 전극 반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린 아이 하나가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사실 절대에 가깝게 결코 작지 않았지만, 그건 영향력이지 결정권을 가진 건 아니었다.


“주희야, 너 정말 혼자 살 수 있어?”

“기숙사 들어가서 살면 돼지.”

“그러 방학 때는?”

“그땐 다시.”

“비행기표는 그러면 왕복 2번의.”


주희는 생각보다 똑똑한 아이였다. 가족이 반대하는 한국에 남기 위해 부모님은 모든 갖을 수를 다 쓸 것이었다.


언니가 부모님의 가업을 잇는 로봇공학이 아닌 의대로 나아가겠다고 선포했을 때 겉으로는 응원하는 척 실은 가스라이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말로 결국은 로봇공학을 하게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그나마, 의학로봇쪽으로 진로를 틀어 서로 윈윈인 전략이었기에 망정이었지, 주희는 언니와 부모님이 이제는 두 번 다시 안 볼려고 그러는 건가 걱정했었다.


“아니 갈 게.”


그렇게 바다를 건너게 되었다. 캐나다는 멋진 곳이라고 했다. 신사의 나라라는 이미지는 영국이 가지고 있지만, 실상 캐나다가 더욱 맞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


아이스하키에서 패배하지만 않으면 화라는 걸 내지 않는 나라. 단풍국이란 별명으로 불리는 평화의 상징이 바로 캐나다였다.


“아..”


주희는 그런 곳에 있는 무슨 대학교 교수로 취임하게 된 부모님을 보고, 자신도 꼼짝없이 로봇 팔이나 연구해야 하는 건가 하는 아쉬움에 사로잡혔다.


그러다가 도착한 캐나다. 자신이 살던 한국과 뭐가 다르지! 하다가도 조금씩 다른 무언가가 흩날렸다.


햇볕이 북반구인데도 불구하고 괜히 예쁜 그런 느낌이었다. 핀란드의 평화로움에 도시적인 느낌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음. 흥!”


억지로 적응을 하려고 했는데, 안되면 향수병의 핑계로 고국으로 다른 이모네나 할머니든 친척들 집에서 살 요량으로 그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적응은 나쁘지 않게 잘 됐다.


“아. 왜 이러지.”


아직 어려서 그런가 은근히 캐나다 제 2의 고향처럼 느껴지고, 마음에 들기도 하고, 두고온 고향의 친구들이 떠오르지만, 벌써 새로 사귄 캐나다에서 만난 친구들도 마음에 들었다.


“이게 다 박성우 그 놈 때문이야.”


특히 가장 다른 것. 성우,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인 동갑 친구. 그 놈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성우에게서 문자가 왔다. 놀란 주희는 거의 덤블링을 하다시피 환호한다음에 복권이라도 긁는 것처럼 천천히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주희야 주말에 뭐해?]


“어어어억! 데이트 신청인건가?”


바로 주말에 뭐하지 이런 내용을 보냈는데, 그게 데이트가 맞긴 한데 단 둘 이 하는 건 아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건 줄 생각도 못했던 주희였다.


얼굴처럼 마음도 착한 성우는 캐나다의 보육원 봉사를 다니고 있었던 것이고, 주희에게도 함께하자고 했다. 이곳엔 한국인 아이도 있었다.


주희는 성우의 문자를 뻔히 들여다보면서도, 저게 진짜 데이트 신청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도무지 종잡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들이 춤을 추었다. 예쁜 카페에서 둘이만 수줍게 초콜릿을 나누어 먹는다든가, 도시 근교의 호숫가에서 손을 잡고 산책한다든가… 하지만 잠시 후, 성우가 다시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자 그 상상은 박살이 났다.


“보육원 봉사활동에 갈 건데, 혹시 함께 갈래?”


주희는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고 잠깐 고민에 빠졌다. 사람 돕는 일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지만, 만날 기회라고 여겼던 만큼 조금은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내 성우와 같이 간다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 뭐 어때. 나도 봉사활동 한 번 해보면 되지.’


주희는 급하게 답신을 보냈다. “좋아. 어디서 만나면 될까?”


그렇게 주말의 약속이 정해졌다. 떨리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를 향해 가는 날, 캐나다의 화창한 하늘이 한층 더 맑아 보였다. 구름이 뭉실뭉실 떠 있는 시내 교차로를 지나, 성우가 보내준 주소로 향하니 조그마한 교회 건물 옆에 소박한 간판이 걸려 있었다. ‘ST. CHILDREN’S HOME’ 캐나다에서는 다양한 보육원과 그룹홈이 있지만, 이곳은 개인 기부와 시민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작은 시설이라고 했다.


“주희야, 여기야!”


멀리서 성우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고, 맑은 눈동자에 환한 표정까지. 어린아이처럼 손을 흔드는 모습에 주희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 응. 안녕?”

“그럼, 들어가 보자.”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예상보다 아담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고, 벽에는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빼곡히 걸려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여느 유치원 같은 아기자기함이 묻어났다. 바로 옆 복도에서 수녀복을 입은 중년 여성이 다가왔다.


“반가워요, 성우. 오늘도 와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이쪽은 처음 보는 친구인가요?”

“네, 제 친구 주희예요. 같이 봉사활동 하려고요.”

“그렇구나, 두 사람 다 환영해요. 제 이름은 쥬디 수녀예요.”


쥬디 수녀는 어디서나 편안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본래 수녀원 출신인 그녀는 캐나다로 파견을 와, 이곳 보육원을 돌보고 있다고 했다. 주희가 수녀님에게 가볍게 목례를 건네자, 쥬디 수녀가 활짝 웃으며 안내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뒤뜰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있어요. 오늘 특별히 무슨 활동을 해줄 건가요?”



성우는 곧장 대답했다.


“사실 오늘은 주희가 좋아하는 간단한 과학 체험을 아이들과 나누려고 해요. 그리고 곧 장난감 정리 봉사도 할 생각입니다.”


주희는 당황했지만, 성우가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 과학 체험이라니…’


사실 주희는 로봇공학이나 과학에 그리 열심인 편이 아니었다. 오히려 의학로봇으로 진로를 틀어버린 언니를 보며 난 도망가고 싶다라고까지 생각했던 아이였다. 하지만 캐나다로 이주하면서 부모님 직업(로봇공학 교수) 영향으로 억지로나마 과학 전시를 몇 번 다닌 적이 있어, 그나마 조금 알긴 했다.


‘뭐, 이것도 경험이니까 괜찮아.’


주희는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을 만나러 뒤뜰로 향했다. 놀이터에서는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는 혼자 구석에 앉아 손톱을 물고 있었고, 어떤 아이는 폴짝폴짝 달려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성우가 다가가 환하게 인사하자,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헬로! 귀여운 녀석들아.”

“오, 성우! 너 왔구나!”


비교적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반가워하며 달려왔다.


주희는 아이들 틈에 다소 어색하게 섰다. 그러자 성우가 주희를 가리키며 소개했다.


“오늘은 주희도 함께 왔어. 잘 부탁해.”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안녕!”이라고 외쳤다. 낯선 한국말과 영어가 섞여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중 한 아이가 살짝 영어 억양 섞인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누나, 이름이 주희야?”

“응, 그래. 너는?”

“마이클이라고 해.”


주희는 슬며시 웃었다.


“그래, 마이클. 만나서 반가워.”


이런 간단한 대화만으로도 아이들이 금세 다가올 수 있다는 것에 주희는 묘한 설렘을 느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주를 극구 반대하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마음이, 조금씩 스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자, 그럼 같이 장난감 정리부터 해볼까?”


성우는 아이들을 모아 두고 오늘의 봉사활동 일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주희도 조금씩 힘을 보태 설명을 이어갔다.


“장난감 상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까, 우선 잃어버린 조각이 있는지 확인하고, 더러워진 건 같이 닦자. 그리고 내가 준비해온 간단한 과학 놀이도 할 거야. 끝나면 아이스크림도 줄게!”

“와, 아이스크림!”


아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성우가 가져온 캠핑용 접이식 테이블 위에 다양한 교구가 놓이기 시작했다. 주희는 부스럭거리며 가방 속에서 공기가 들어 있는 작은 비닐 백, 빨대, 몇 가지 장난감 재료를 꺼냈다. 수녀님도 궁금한 듯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저건 뭐 하는 거죠?”

“음, 공기의 흐름과 압력을 이용한 간단한 실험이에요. 이렇게 빨대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여기 있는 풍선 같은 비닐이 부풀어 오르고, 힘을 주면 팍 튀어 오르는 원리랄까... 저는 사실 그냥 인터넷에서 본 걸 따라 하는 거지만요.”


주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실험 키트를 조립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파란 비닐 덩어리를 쳐다보더니 직접 손을 뻗어 만져보고, 빨대로 바람도 불어 넣어보았다.


“오! 부풀어 오른다!”

“와, 이거 재밌다!”


상상 이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자 주희는 살짝 자신감이 생겼다. 성우는 장난감 정리에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도록 “가장 깨끗이 닦은 팀에게 상을 주겠다”고 재치 있게 제안했다. 그렇게 작은 경쟁심이 더해진 덕분인지, 보육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레고 조각이나 퍼즐 조각이 하나 둘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 조각 여기 맞지?”

“아니야, 그건 디즈니 퍼즐!”

“그래도 깔끔하게 한 번 닦아놓자.”


두런두런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주희는 새삼스럽게 뿌듯함을 느꼈다. 성우 역시 반짝이는 눈으로 아이들을 살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희는 문득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있는 한 아이를 발견했다. 아까부터 거의 말이 없는, 잔머리를 길게 땋은 동양계 소녀였는데, 마이클이 소개를 해주지도 않았다.


‘누구지?’


주희는 살짝 다가갔다. 소녀는 조그만 손으로 나무 토막 하나를 만지작거리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안녕, 나 주희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소녀는 화들짝 놀란 눈빛으로 주희를 쳐다봤다. 그러다 입술을 꼭 다문 채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주희는 순간 당황했지만, 서둘러 다른 말을 해봤다.


“혹시 여기에 온 지 오래됐어? 아니면 오늘 처음 만나는 건가?”


소녀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주희가 잠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뭇대고 있는데, 뒤에서 성우가 다가와 말했다.


“아, 저 친구가 아마 여길 오기 전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들었어. 거의 말이 없대. 여기에서는 ‘테일러’라고 불러.”

“테일러… 이 아이는 한국말 아예 못해?”

“글쎄, 어딘가 동양 쪽인 건 맞는데 아직 확실히는 몰라. 보육원 쪽에서도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 아마 이곳저곳 거쳐 온 것 같아.”


주희는 말없이 테일러를 바라봤다. 혹시라도 나름의 방식으로 마음을 닫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러워졌다. 성우가 조심스럽게 너무 부담 주지 말고, 천천히 다가가 보자고 말하자, 주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분명 여기서 봉사를 하러 왔는데, 어쩐지 테일러에게 조금 더 마음이 쓰이네.’


아이들이 장난감을 전부 정리하고, 과학 놀이까지 마무리된 후, 성우가 약속했던 아이스크림 상자를 열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몰려들었고, 맛을 골라잡느라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뒤뜰에 울려 퍼졌다. 그제야 테일러도 멀찍이 뒤섞여 하나를 골라 들었다.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지만, 여전히 다른 아이들과는 거리를 두는 듯 보였다.


“우리가 더 자주 와서 친해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주희는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이 아이들에게 정이 들고 있었다. 자신이 캐나다로 이주해 어떤 새로운 일에 도전할까 고민해왔는데, 이렇게 뜻밖의 계기로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봉사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자, 수녀님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기쁨이 가득한 눈빛으로 성우와 주희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매번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오늘은 친구도 데려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아이들이 즐거워해서 제가 다 뿌듯하네요.”



“저도 즐거워요. 자주는 못 오지만, 그래도 틈날 때마다 올게요.”

“저도 가능하면 자주 오고 싶어요… 아이들, 정말 귀엽네요.”


보육원 문을 나오면서, 주희는 자연스레 성우에게 물었다.


“너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봉사를 알게 된 거야?”

“우리 부모님이 교회에서 알게 된 정보였어. 이 보육원에 아시아 아이들도 여럿 있다고 하더라고. 처음엔 그냥 별생각 없이 왔는데… 오히려 내가 배우고 가는 게 많더라.”


주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미 깨달은 것 같았다. 그러다가 문득 마음 한구석에서 테일러에 대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쟤는 무슨 사연일까… 어디서 왔길래? 그리고 왜 그렇게 말이 없을까?’


캐나다로의 이주가 불만스럽던 자신도 이곳의 분위기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 그리고 성우와 함께하는 봉사활동,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 무엇보다도 마음을 닫고 있는 듯 보였던 테일러가 주희의 호기심과 동정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다음에 올 때, 테일러에게 조금 더 다가가 봐야겠어.’


주희는 그렇게 새로운 목표를 마음속에 세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캐나다의 석양이 잔잔히 도시 위에 깔렸다. 멀리 보이는 숲과 호수, 낯설지만 따스한 느낌의 풍경.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듯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주희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희미하게 속삭였다.


‘여기가… 조금 좋을 수도 있겠다.’


그날 밤, 주희는 부모님을 통해 듣게 된 이야기가 있었다. 부모님이 직장을 옮기면서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 주제가 로봇공학을 결합한 보육 지원이라는 것이었다. 로봇공학을 통해 장애가 있거나 외딴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교육과 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연구한다고 했다. 부모님은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보육원 봉사활동과 연계해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주희는 그 이야기에 반색하기보단 조금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부모님은 언제나 로봇공학이네… 그런데 이건 좀… 뭔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봉사활동에 갔을 때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특별히 장애가 있는 아동도 있을 텐데, 만약 로봇공학이나 AI 기술로 그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건 꽤 의미 있지 않을까? 적어도 주희가 싫어했던 ‘가업을 이으라’는 압박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니까 말이다.


“주희야, 너 혹시 다음 주말에도 그 보육원에 갈 생각 있어?”

“성우가 불러준다면야… 갈 거 같은데?”

“좋네. 아빠가 혹시 기회 되면 그곳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볼 수 있을까? 혹시 로봇 팔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든지, 재활 보조기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든지… 그런 걸 말이야.”


주희는 잠시 침묵했다. 로봇 팔, 보조기구라니… 그런 단어들이 뭔가 거리감 있게 느껴졌다.


“음, 내가 직접 물어보기엔 조금 어렵지만, 수녀님에게는 물어볼 수 있을지도 몰라.”


주희는 침대 위에 눕자마자, 캄캄해진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캐나다 밤하늘은 별이 많았다. 생각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한국에서 본 그 별과는 또 다르게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곳에 적응을 하고 있나 봐. 언제부터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은 테일러의 시선, 그리고 성우의 환한 미소였다. 동시에 새롭게 알게 된 부모님의 프로젝트 이야기가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주희는 로봇공학이라면 치를 떨었지만, 아이들을 돕는다고 하니 그건 조금 다른 문제처럼 느껴졌다.


‘그래, 모르겠다. 다음 주말에 봉사를 가면 수녀님께 한번 물어보고, 또 테일러에게도 말을 걸어봐야지. 뭔가 이 아이들한테 꼭 해주고 싶은 게 생길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수녀님 이름이 쥬디였지… 꼭 잊지 말아야지.’


주희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긴 비행 끝에 도착한 땅에서, 낯선 문화와 언어 속에서, 자신이 찾을 무언가가 조금씩 자리 잡는 기분이 들었다. 기대와 긴장이 뒤섞인 잠자리 속에서 주희는 성우와 함께했던 봉사활동 풍경을 다시금 떠올렸다. 마치 잔잔한 자장가처럼, 그 기억이 서서히 꿈결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될 때쯤, 주희는 온전히 캐나다의 아침공기를 마시며 유난히 평온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분명 그 전날까지는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이 컸는데, 오늘은 왠지 모를 설렘과 부푼 호기심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로봇공학, 보육, 봉사… 아니, 그냥 아이들, 성우, 그리고 테일러…’


어쩌면, 주희의 캐나다 생활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줄 몰랐다. 어쩌다 보니 캐나다의 보육원에서 다함께 김치를 담구고 있었다.


가족들도 함꼐와서 로봇팔과 함께 김치를 담구고 있었다.아이들은 이게 너무 신기한 모양이었다. 얼굴엔 미소가 달라붙어 있었는데, 하품뿐만 아니라 미소도 전염이 되는 걸까?


주희의 얼굴에도 스마일로 덮혔다. 성우가 앞에이서서 그런걸까. 앞으로 성우와 어떻게 더 가까워질까 하는 기대와 희망이 주희를 미소짓게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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