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 456
오영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오영수의 출연을 상상하며 만들어 보는 캐릭터
이름: 세원수
제목: 라스트맨
“가, 여기는 내가 있을 테니까.”
원수는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혼자 남게 되었다. 자신이 가꾸어 왔던 고향 땅이었다. 모든 게 불타버리고 황무지로 변하고 있었다.
“아이고.”
손자, 손녀가 울면서 할아버지도 같이 가자고 하지만, 원수는 자신의 아내와 그리고 자식들을 안전한 곳으로 떠나보내는 게 다였다.
“영감, 그래도 같이 가야지. 어찌 우리만.”
“여기를 누군가는 지켜야지. 이중에 내가 제일 나으니까. 내가 지킬 테니까. 자네는 가서 아이들을 지켜주게.”
원수는 그렇게 아이들을 떠나 보내고,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했던 자신의 원래 신분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는 안 찾을 줄 알았는데.”
원수는 지하 깊은 곳으로 들어가 무장을 찾았다. 오래전 북아 공작원이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오랜만에 찾았다.
비록 몸은 늙었어도, 아직도 충분히 동네 건달 정도는 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오랫동안 사랑하고 진심을 다했던 아내를 만나면서 공작원도 그만두게 되었다. 그때쯤 남북의 화해무드도 조성되었다.
남한에서 생긴 배신자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북한에서 들킬 때만 해도 죽는구나 생각했었다.
“남영욱! 네 이름. 아니네?”
“그게 무슨 말입네까!”
남역욱이란 위장 신분으로 북한의 고위층과 교류하였었던 원수는 자신을 아끼던 상관으로부터 그가 북파된 간첩이라는 사실을 들키게 됐다.
“너, 남쪽에서 와써?”
“동지. 그게 무슨 말인지 지는 모르겠습네다.”
“…”
북한에 붙은 남한 측의 고위 관료가 북파 간첩 리스트를 북한에 제공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북한의 수령을 암살하려는 임무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널 믿었다.”
하지만 북한 수령에 대한 암살임무까지는 받지 않았던 원수였다.
“내 동생이 널 아끼는 거 알제?”
“동지.”
그는 원수를 보호하기 위해서, 원수가 직접 북파된 간첩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원수는 그러지 못했고, 끝내 마지막 상황에 생을 마감하는 약을 먹게 됐다.
그러나 그 자체가 마지막 임무였다.
“세원수 요원. 자네는 우리의 마지막 미션을 완벽히 수행했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북파 된 요원들은 고국에 대한 사랑보다 자신의 안위를 챙길 때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그런 순간마저도 국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자들이 선별되어 북한으로 파견되었다.
북한 쪽에서 남한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남한에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그들은 한국보다 더 철저하게 서로를 감시하는 체제였고, 잘못하다가 미리 파견된 인원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철저하게 훈련된 인원들. 그리고 파견된 인원도 특수임무인 척, 이미 북파되어 자리를 잡은 북파원의 손아귀에서 임무를 할 수 있게 배정된 것이었다.
“그러면.”
“그래. 이제부터 진짜 북파 공작원이 된 거야.”
그렇게 원수는 그때서야 제대로 된 임무들을 맡게 됐다. 그리고 자신처럼 북파된 공작원 후임도 받게 됐다.
그런데, 그의 후임은 정말로 동료들을 제거하려고 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면, 반역자를 즉각 처단하라.”
고국이 아닌 이 북쪽 땅에서 1년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자신의 후임을 보며 안타까운 원수였다. 어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당시에 얼마나 비인간적이었는지 깨달았다.
“정부 놈들이 너무한 거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안위를 챙기지 않는 게 사실 훨씬 어려웠다. 극한의 상황에서 선택을 강요했다는 건 결국 정부도 마지막까지 자신이 파견한 요원을 믿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원수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걸 지난 4년의 경험으로 모두 알고 있었다.
“이재하. 너는. 국가를 배반하는 건가”
“동지. 무슨 말이오. 나는 동지의 말대로.”
“대한민국 국정원의 블랙요원으로 고작 이정도밖에 못해?”
이제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원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재하 후임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거요. 나는, 나는 이 나라에 충성을 다하는.”
“동지들은 다 너를 살리려고 했는데, 너는 동료들을 버렸다.”
“그게 도대체.”
“…”
방아쇠를 당기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남한이란 고국에서 온 동지. 그가 먼저 잘못한 건 없었다. 그저 시험이라는 범위 안에서 문제를 잘못 풀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잘못이 곧 그의 죽음으로 직결되는 문제였다. 오래전 자신은, 스스로를 버림으로써 문제를 풀어냈고, 우연하게도, 그리고 다행이도 정답이었다.
“이재하.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상관을 보며 겁에 질렸다. 북한에서 위장한 신분이 이미 들켰다는 건 알았다. 그래서 본명으로 부르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자신에게 명단의 인원들을 제거하면 살 수 있다고 말했던 자가 아니었는가, 이제와서 이러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살고 싶어서 동지들을 배신하는 게 나쁜 거라 할 수 있어도 지금와서는 최선의 해답이 맞았다.
그걸 알기에 원수도 이재하라는 북파 공작원 후임을 바로 죽일 수가 없었다.
“왜. 나한테 왜!”
주저 앉아 울부짖는 이재하였다. 세원수는 이재하의 이마에 그대로 총부리를 가져갔다. 사실 지금까지 죽이지 않은 거면 거의 죽일 마음이 없는 것도 같았지만, 명령에 죽고 사는 것이 군인이었다.
그런데 국정원 요원은 군인인가? 군인보다는 공무원으로 구분됐다. 공무원은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게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모든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위법하거나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는 거부할 의무도 함께 있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의무를 저버릴 사람이 아닌 게 바로 원수였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지금처럼 살아갈 수 있었다.
“너는 이제, 남쪽의 대한민국도, 그리고 이 북쪽의 조선인민공화국의 사람도 아니야.”
“그게 무슨.”
“무슨 뜻인지 알겠어?”
북한의 사람도, 남한의 사람도 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는 건 목숨은 부지한 채 어디서라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연히, 원수는 그런 조직을 알았다. 자신이 동료를 위해 죽음을 선택했을 때 그를 눈 여겨 몬 제3의 세력이 다가왔던 것이었다.
이 사실을 몰랐으면, 꼼짝없이 명령이란 운명에 갇혀 이재하의 얼굴에 총알을 박아 넣었을 것이었다.
“용병..이요?”
그렇게 이재하는 북한도, 남한도 아닌 무장용병으로 가게 됐다. 동료를 버렸으니 국가를 버린 게 됐고,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살아야 했다.
원수는 그 세력을 ‘라스트피스’라고 불렀다. 평화의 마지막 조각이란 의미로 남쪽, 북쪽 그리고 해외 여러 곳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움직이는 조직이었다.
그렇게 북파 공작원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남쪽으로 내려온 원수는 국정원을 은퇴하고 지금의 가족들을 만나 함께 살았다.
자신의 선임이자, 북파 공작원인줄 남한에 내려와서야 알게 된 지금의 아내를 맞이하고서였다.
그리고 라스트 피스가 그렇게 막아내려던 한반도의 전쟁이 지금 발생한 것이었다. 이게 정말로 두 세력의 충돌인지, 아니면 어딘가 물이 세어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지금 원수가 살고 있는 동네는 불바다가 되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선배.”
모두가 이 동네를 떠나고 있을 때 자신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한 때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인물이었다.
“이재하. 아니지 이제 제임스 로너인가?”
“제로라고 하죠. 제 코드명입니다.”
“안 왔어야 했는데. 못 왔어야 했는데, 자네가 여기까지 올 정도면. 개판이 났다는 구만.”
한국에서도, 북한에서도 죽은 인물이 된 이재하. 즉 귀신이 지금 웃으면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를 귀신으로 만든 원수는 그냥 멋 적게 웃었다.
“각 위치로 라스트 피스 요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작정명. 우리들이 절대로 실행되지 않길 원했던 그 작계. 라스트맨 작전이 시작됐습니다.”
“이판사판이지. 살아왔으니까. 앞으로다 살아가길 원해야지.”
이제는 재하의 머리에서도 흰머리가 잔뜩이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 나라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는 아예 본격적으로 퍼붓고 있었다.
세계가 전쟁 중인데, 한반도라고 피해갈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끝까지 피해갈 수 있었으면 했다.
“그래, 자네가 여기 온 건? 나는 이 지역을 지키려고 했는데.”
“이 근처로 조만간 북한군 군단이 내려옵니다. 군단장을 납치하라는 임무입니다. 함께 하시겠습니까?”
“자네 그 정도야?”
한 사단이 보통 1만명의 병사를 통솔한다. 그리고 그런 사단 10개 정도가 군단에 있다고 보면 됐다.
즉 10만명을 통솔하는 장군을 납치하는 임무였다.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임무가 아닌 특별한 사람, 즉 과거의 원수 같은 실력자만이 받을 수 있는 임무였다.
“저를 그때의 어린 놈으로 생각하면 안 되죠 선배님. 선배님 덕분에 개과천선을 했거든요.”
“원래 착했던 놈이 나빠진건가?”
“지 동료 죽이려고 한 게 뭐가 착합니까. 실력이요. 실력. 개과천선보다는 괄목상대가 맞는 말이겠습니다.”
“북쪽도, 남쪽도 지 국가 아니라고 이제 저기 대륙 놈 말 쓰는거야?”
“사자성어는 한국말이죠. 무슨.”
“그래. 그 임무. 혼자서 벅차니까 나한테 온거지?”
“벅차기 보단. 도움을 받으면 조금은 수월할테니까요.”
“이쪽 지역 라스트맨이 나뿐인진 않을텐데, 나한테만 온건가?”
“사공이 많으면, 또 배가 산으로 가니까.”
“흐음.”
원수는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집을 바라봤다. 몇시간 전 까지만 해도 가족과 함께 숨을 셨던 곳이었다.
이곳을 무사히 지키고 싶은 바람이 컸다.
그때 미사일 하나가 날라와 원수의 집인 아파트를 포격했다. 미사일 하나로 아파트가 전부 날아가진 않았지만 상당부분 손실됐다.
“워매.”
코드명 제로, 라트스피스 인원이자 라스트맨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제로가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가 들였다.
파편이 떨어지는데, 그 집을 분노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원수였다.
“선배?”
“어디로 가. 가자.”
비록 사람에 대한 정은 약했지만, 복수에 대한 염원은 누구보다 컸던 게 또, 전직 북파 공작원이자, 현 라스트피스의 일원, 그리고 라스트맨 작전의 수행자인 원수였다.
어느 부서진 카페로 들어가 지도를 펼치는 제로였다. 그 모습을 보고 ‘후’하고 한숨을 크게 쉬는 원수였다.
“전쟁이 터지니까. 아날로그가 됐어.”
평소라면 스마트폰이든, 테블릿이든 이런 걸로 이제는 작전지휘를 할텐데, 통신도 엉망인 세상에서 살다보니 다시 오래전으로 돌아갔다.
한때 북한에서 일했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그래, 군단장 이름이 뭐야.”
“그게. 우리랑 인연이 있는.”
“?!”
오래전 북한에서 만난 적 있던 자. 그가 지금은 북한의 군단장이 되어 남한으로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