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러브레터 - 10
도피 생활이 일주일째 접어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수영과 희연이 인혁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었다. 채하의 부탁으로 그들을 만나러 온다는 것이었다. 인혁은 처음에 의아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도움이든 절실했다.
만난 장소는 서울 외곽의 한적한 펜션이었다. 인혁과 서희가 임시로 숨어 지내던 곳이었다. 수영과 희연이 도착했을 때, 인혁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사랑했던 수영, 그리고 서희의 원형이 된 희연을 동시에 보게 된 것이었다.
"오랜만이야, 인혁아." 수영이 먼저 인사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걱정과 동시에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결혼 후의 그녀는 예전보다 더 성숙해 보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인혁이 물었다.
"채하 언니가 부탁했어. 너희를 도와달라고." 희연이 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서희와 비슷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이었다. 더 자연스럽고 인간적이었다.
서희가 나타났을 때, 현장의 분위기는 묘하게 변했다. 희연과 서희가 마주 본 순간,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은 기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똑같은 얼굴, 하지만 완전히 다른 존재. 하나는 인간이고,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이었다.
"안녕하세요." 서희가 먼저 인사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스며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희연이에요." 희연이 따뜻하게 답했다. "채하 언니에게서 많은 얘기를 들었어요."
수영이 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신기해요. 정말 사람 같아요."
"사람 같다기보다는... 저도 나름의 존재이긴 해요." 서희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네 사람이 펜션의 거실에 둘러앉았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인혁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가 한자리에 모인 상황이 어색했고, 서희는 자신의 원형인 희연을 마주한 것이 신기하면서도 복잡했다.
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채하 언니가 상황을 설명해줬어. 정말 심각하다며?"
"네. 정부에서 나서서 추적하고 있어요." 인혁이 답했다.
"그래서 우리가 뭘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희연이 물었다.
서희가 말했다. "사실... 저 때문에 인혁님이 위험에 빠진 거예요. 제가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은데."
"그런 말 하지 마세요." 인혁이 급히 말했다.
수영이 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인혁이가 당신을 정말 아끼는 것 같아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서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요?"
"네. 예전에 저를 볼 때와는 다른 눈빛이에요. 더 깊고, 더 진실해 보여요."
인혁은 수영의 말에 조금 당황했다. 그녀가 이렇게 이해해줄 줄은 몰랐다.
희연이 서희에게 물었다. "제 얼굴을 본뜨신 기분이 어때요?"
"처음에는 이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감사해요. 덕분에 인혁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고마워요.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거든요."
서희가 질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인혁님이 제가 아니라 희연 씨를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인혁이 급히 답했다. "그럴 리 없어요. 저는 당신을 사랑해요. 희연 씨는 좋은 분이지만, 제가 사랑하는 건 서희예요."
수영이 이 대화를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사랑하는구나."
"네?" 인혁이 물었다.
"예전의 너라면 이런 상황에서 다른 반응을 보였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확신에 차 있어. 정말 서희를 사랑하는 것 같아."
서희가 수영에게 감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고마워요."
"뭐가요?"
"인혁님을 이해해주셔서요. 그리고 저를 인정해주셔서요."
수영이 웃으며 답했다. "사랑에는 형태가 정해져 있지 않잖아요. 중요한 건 진심이죠."
희연도 거들었다. "맞아요. 서희 씨의 마음이 진짜라면, 그것만으로 충분해요."
그때 서희가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누군가 오고 있어요."
"뭐라고요?" 인혁이 놀라며 물었다.
"차 소리가 들려요. 여러 대예요. 그리고... 전자기 신호도 감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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