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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상 May 27. 2024

글 고치기

못 써도 써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쓴 글을 자주 다시 본다. 그때마다 고치고 또 고친다. 전체를 다시 쓰는 건 귀찮으니 문장의 연결이나 단어, 표현을 주로 다듬는다. 가독성이 좋지 않은 것도 고친다. 그리고 다시 읽는다. 열에 아홉은 마음에 들지 않아 또 읽는다. 더 좋은 표현이 있는 것만 같고 아무리 고쳐도 문장은 어색하기만 하다. 글들은 내가 썼음에도 매 순간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내게 완성된 글은 없다.


요즘은 쓴 글을 그대로 둔다. 다시 읽고 고치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훌륭한 글에 반추의 과정은 필수라지만 내 글이 그 정도는 아니기에 과감히 마침표를 내린다. "아니, 그래도 검토하는 건 필요하지 않아?"라고 물을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검토 없는 글은 존재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최근 글들을 바로 검토하지 않는다. 일단 완성을 시키고 김치를 숙성하듯 고이 폴더 속에 묻는다. 묻힌 글들 앞에 팻말도 하나 적었다. "나중에 다시 열어볼 글들". 검토는 나중에 이뤄질 것이다. 우선은 완성에 초점을 뒀다.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켜 더 좋은 글로 만들고 감명 깊은 주제들을 못난 실력으로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내린 선택이다.


실력 향상을 위해 아날로그 글쓰기 훈련을 시작했다. 손글씨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좋은 문단을 필사한다. 확실히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은 컴퓨터에 비해 피곤하다. 그렇지만 읽는다는 것과 쓰는 것이 합쳐져 무언가 색다른 느낌을 준다. 계속한다면 실력이 향상될 것 같은 희망라고 해야 되나? 막연히 나쁘지 않은 기분이 몸을 감돈다. 날 기다리고 있는 여러 글들도 떠올라 동기 부여도 된다. 한 글자씩 꾹 눌러쓰다 보면 언제 가는 다시 만나겠지, 그날을 위해 계속 읽고 쓰며 연습한다.


누군가가  글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에 사는 것은 축복이라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맘껏 표현하는 것은 주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축복일 것이다. 축복을 여실히 누리고 싶다. 글쓰기를 잘한다면 더 큰 축복이 되지 않을까. 글쓰기 연습을 통해 축복 속에 우뚝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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