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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Oct 02. 2024

생후 4개월, 아이를 위한 선택?! 조건부 친정살이

연구실 배려로 만끽했던 육아 휴직도 끝났고, 늦은 출근과 이른 퇴근, 잦은 휴가도 슬슬 눈치가 보여, 본격적인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문제가 아니라 학위과정 중이었기 때문에, 내 논문도 써야 했고, 강의도 해야 했고, 그 외 연구실 식구들과 함께 해야 할 프로젝트들도 있고 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을 제외한 거의 매일을 아이와 함께 친정부모님 댁에 출근을 했다가 아이와 함께 우리 집으로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다행히도 아이가 아직 어려 그런지, 아니면 한 달가량 지냈던 곳에 대한 익숙함 때문인지, 친정부모님 댁 식구들에 대한 낯가림은 없어서, 아이를 떼놓고 출근하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았고, 낮동안에 친정부모님과 그 당시 함께 살던 동생이 아이를 잘 케어해 주어서 별 문제가 없긴 했다. 하지만, 출근하는 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점점 우리 집과 친정부모님 댁이 아이 물건들로 뒤섞이기 시작했고, 매일 아침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는 것이 점점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아이를 계속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는 것이 과연 아이 정서에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친정 부모님께서도 그렇게 생각을 하셨었던 것 같다. 결국 친정 부모님의 제안으로 조건부 친정살이를 하게 되었다. 우리가 계약(?)한 친정살이는 만기 3년(계약 조건 : 3년 내 학위 취득 후 분가) 짜리 친정살이였고, 아이의 안정감이라는 주목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울 신랑이 친정부모님을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편(내 생각에)이라 선뜻 시작을 하긴 했는데, 그 시기는 아이 하나로 인해 모두가 불편을 감수했고, 또 아이 하나로 인해 모두가 행복했던 때였던 것 같다.


친정살이 이후, 확실히 아이에게 안정감이 생겼다. 나는 살림에서 완전히 벗어나 육아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울 신랑도 육아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친정 부모님께서는 식구가 늘어 불편한 점이 없진 않았겠지만, 들락날락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하셨고, 건강상 이유로 함께 살던 동생도 조카 덕에 삶의 의욕이 생겨 좋다고 했다. 모두가 힘은 들었지만, 윈윈인 상황이었다.


4개월에 접어든 아이는 여전히 평균보다 빠른 행동발달사항을 보였지만, 예방접종(DPT 2차, 뇌수막염) 차 병원에 들러 검진을 받았더니, 남아 평균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편(남아 평균 7.56kg / 울 아들 6.7kg)이라고 했다. '잘 먹여야겠구나.'


옹알이를 넘어 뭔가 다른 의사 표시를 하고 싶은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꽥꽥 질렀고, 생후 130일째엔 배밀이가 아닌 등밀이(?)를 시작했다. 목욕 후 잠시 바닥에 눕혀뒀는데,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더니 등으로 밀어 자리를 이동했다. 

"어머, 얘 좀 이상해."

듣도 보도 못한 등밀이에 좀 놀라긴 했는데, 그땐 발달사항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 등밀이는 굉장히 가성비 높은 움직임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배를 밀어 움직이는 것보다는 누운 자세로 등을 밀어 이동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 

결국 울 아들은 배밀이를 생략한 채, 등밀이 후, 바로 앉고 서는 과정으로 넘어갔다. 


생후 3개월부터 시작된 뒤집기는 오른쪽으로만 가능하더니 생후 4개월에 들어서는 왼쪽 뒤집기도 성공했다. 이젠 방향과 상관없이 오른쪽, 왼쪽 모두 쉽게 뒤집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그런가 잠도 옆으로 누워 자는 날이 많아졌다.     

사실, 신생아기를 지난 후부터 우린 짱구베개를 사용했었다. 가운데가 약간 꺼진 형태였는데, 아기의 두상을 예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사용했다. 뒤집기를 완성하기 전까지는 꽤 유용하게 잘 썼는데, 뒤집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게 되고나서부터는 옆으로 누워 자는 날이 많아져서 짱구베개의 역할은 끝이 났다.

요즘도 짱구베개를 사용하는 것 같던데, "짱구베개의 부작용"도 보고된다고 하니 잘 판단해서 써야 할 것 같다. 그 당시엔 부작용에 대해선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고, 울 아들의 예쁜 두상이 짱구베개 덕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젤 꺼려했던 것이 외출이었다. 목을 가누기 힘들어하던 시기에는 특히 더했다. 친정과 시댁 방문 외, 외식도 한번 안 했다. 하지만, 4~5개월에 접어들고 나니 이제 목도 가눌 수 있게 되었고, 얌전히 앉거나 누워 있을 수도 있는 것 같아, 차로 이동하는 가까운 거리의 외출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럴 때에는 반드시 카시트에 태워 다녔다. 

그 당시에는 카시트에 대한 규제가 슬슬 나오기 시작하던 시기여서 사실상 반드시 해야 하는 규정 같은 건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규정에 맞게 카시트를 활용했다. 일단, 신생아기부터 유아기까지 사용 가능한 카시트를 구매했고 보조석 뒤에 카시트를 설치하되 뒤를 보는 방향으로 설치했다. 그리고 가능한 운전자 성인 1인 이상 카시트 좌석에 앉아 갔다. 카시트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기들도 종종 있다던데, 울 아들은 카시트에 태우는 것에 큰 거부감 없이 잘 타고 다녔던 것 같다.

기억이 미화되었는가?!


이유식 시기에 대해선 그 당시 "4개월 무렵부터 가능하다. 아니다. 6개월부터 가능하다."는 말들이 혼재되어 있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모유수유를 계속하는 와중에 새로운 맛에 대한 적응을 시켜보자는 생각으로 4개월 차 막바지, 어느 주말에 이유식 테스트를 해봤다. 

우리의 첫 이유식 테스트는 오이즙.

"이거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다고 하던데, 괜찮을까?"

"글쎄, 일단 한 숟가락 먹여보고 싫어하면 내가 다 먹지 뭐."


우리가 첫 이유식 테스트로 오이를 선택한 이유는 오이가 집에 너무 흔해서?! 인 것 같다. 그 당시 시댁에서 오이 농사를 짓고 계셔서 오이가 항상 집에 가득하다 보니...

어쨌든,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건더기 하나 없이 오리지널 즙만 짜내서 2~3스푼 정도 떠 먹여 보았다. 첫 숟갈에 인상을 팍 쓰긴 했지만, 특별히 거부감 없이 먹었고, 이후 유아기 간식을 거쳐 지금까지도 울 아들의 최애 음식은 오이다.


우리의 두 번째 이유식 테스트는 사과즙.

이유식 테스트의 목적이 모유가 아닌 생소한 음식(?)을 숟가락으로 먹이고, 삼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해서 즙 종류로 며칠 간의 간격을 두고 2~3스푼 정도 떠먹여 보았는데, 사실 반은 먹고 반은 흘리는 상황이긴 했지만, 새롭고 색다른 맛에 큰 무리 없이 적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만, 모유가 아닌 갑자기 다른 음식이 들어가서 그랬는지, 변 상태가 나빠지는 것 같아 4개월 차 이유식 테스트는 오이와 사과만 하고 중단했다.  


그렇게, 생후 4개월도 초보 육아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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