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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Oct 03. 2024

생후 5개월, 조금 이른 이유식 타임

가난한(?) 대학원생 부부였던 우리가 공동육아를 위해 시작한 친정살이.

사실, 함께 산다기보다 얹혀사는 상황이었는데, 생각보다 불편함도 많았지만, 생각보다 좋은 점도 많았던 시기였다. 어른 5~6명에 아이 한 명이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안정감이 생겼던 것 같고, 나 또한 친정엄마 덕에 전적으로 살림에서 벗어나다 보니, 출퇴근을 하는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애착관계도 무리 없이 잘 형성되었던 것 같다. 


대가족, 특히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자칫 아이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오냐오냐 교육)이 생길 수도 있다고들 하던데, 우리는 친정부모님의 배려로 아이 육아와 교육의 주도권을 쥐고 친정부모님께서 도와주시는 형식을 취해 일관된 육아/교육이 가능했다. 예를 들면, 혼자 키울 때와 동일한 수면 패턴을 만들어주기 위해 밤 9시가 되면 거실과 식당 불을 끄고 모두 각자 방으로 들어가 아이가 잠들 때까지 수면분위기를 만들어준다거나, 엄마, 아빠가 안된다고 한건 이모도 안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안된다는 규칙을 지킨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웠다.     


완성형 뒤집기를 이미 4~5개월에 해낸 울 아들은 생후 160일째부터 혼자 앉기 시작했다.

처음엔 30초 정도 혼자 앉아 놀더니 약간 힘든지 허리를 숙였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앉는 식으로 몸 쓰는 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점점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물론 앉아 있으면 약간 흔들흔들거리는 것 같아서 불안하긴 했지만, 제법 몸을 가누고 앉아 놀았다. 

그리고, 등밀이에 이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다. 바로 엉덩이밀이와 엎드려뻗쳐 하기. 

혀 놓았더니 다리를 쭉쭉 뻗어 엉덩이를 뒤로 빼며 이동을 했다. 엎드려 놓으면, 무릎을 굽히고, 엉덩이를 들고 길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물론 팔힘이 몸을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라 영 어설프고 금세 무너지긴 했지만.

'배밀이는 건너뛰더니 이젠 엉덩이밀이에, 기어보려고 하는 건가?'


생후 165일째엔 옹알이, 꽥꽥 소리 지르기를 넘어 다양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고 있는 것 같았다. 생후 168일째엔 간지럼 태우기에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발을 오므리는 그런 반응이 아니라, 발바닥을 간지럽히면 그 느낌이 썩 좋진 않은지 이상한 소릴 내면서 싫어하는 표를 냈다. 겨드랑이 간지럼은 뭔가 우스운지 까르르 소릴 내며 웃었고. 

그리고, 아이에게 싫어하는 것이 생겼다. 특히 소리에 좀 민감한 편이었던 것 같았다. 테이프 붙였다 떼는 소리, 휘파람 소리, 피리 소리, 발 간지럽히는 것 등을 싫어했다. 우리가 싫어하는 소리를 내거나 행동을 했을 때엔 울먹이는 표정과 "우~"하는 소릴 냈다. 생후 179일째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100일 무렵 두 손을 맞잡던 행동이 발전해 정확하게 두 손을 부딪혀 박수 소릴 내는 처음이라 신기해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이유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여전히 모유수유 중이라 낮동안엔 미리 마련해 둔 얼려놓은 모유를 먹어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너무 먹기 싫어해 모두가 고민에 빠졌었다. 아이 발육도 걱정이 되었고,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엄마께서도 낮동안 모유 먹이기가 너무 힘들다고 하셨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이유식 시기를 조금 앞당겼다. 

요즘은 초기 이유식이니, 중기 이유식이니 하면서 이유식도 단계별로 나누던데, 그 당시엔 단계별 이유식 같은 건 잘 모른 채 육아책을 기반으로 이유식 종류를 선택하고 시작했던 것 같다. 혼자 키우고 있었다면 엄두도 못 내었을 양질의 이유식을, 공동육아 덕분에 다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육아책을 참고 삼아 먹이고 싶은 메뉴를 말씀드리면, 친정엄마께서 30년 가까운 주부 경력으로 뚝딱뚝딱 만들어주셔서 울 아들은 좋은 재료, 완벽한 이유식을 맛볼 수 있었다. 복도 많은 녀석.

첫 번째 이유식은 암죽. 쌀을 곱게 갈아 삶은 후, 체에 걸러 먹였는데, 잘 받아먹었다.

두 번째 이유식은 암죽 + 양배추. 암죽에 양배추를 삶고 갈아 섞어 먹였는데,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나는지, 이것도 역시 잘 먹었다.

세 번째 이유식은 단호박. 단호박에 찹쌀가루를 넣어 달짝지근한 호박죽을 만들어 먹였는데, 잘 먹고 잘 쌌다. 

네 번째 이유식은 감자미음. 감자를 푹 쪄서 체에 거른 다음 암죽이랑 같이 섞어서 먹였다. 전혀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재료 본연의 맛으로 이루어진 이유식이다 보니, 단맛 하나 없이 감자 특유의 향으로만 가득한 미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 첫 술을 뜨자마자, 헛구역질을... 

그렇게 네 번째 이유식은 실패했다.


생후 5~6개월 시기엔 세 가지 이유식(실패한 네 번째는 빼고)을 중점적으로 먹였는데, 며칠간의 간격을 두고 적응할 수 있게 한 가지 종류의 이유식을 며칠간 먹인 후,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다음 이유식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유식을 먹이면서 나타난 변화는 첫째, 방귀냄새가 독해졌다. 둘째, 약간 변비증상(? 하루 걸러 하루 싸는 패턴)이 나타났다. 셋째, 변의 모양이 어른들의 그것과 같아졌다. 모유수유만 할 때는 주로 묽은 변이었다면, 이제 가래떡 같은 변을 누기 시작했다. 넷째, 변의 양이 많아졌다. 

그래도 큰 배앓이 없이, 잘 먹고 잘 싸고 잘 노는 편이라 이유식 적응이 잘 된 것 같아 안도했다.     


5개월 막바지, 이유식이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서 모유수유 횟수가 줄었다. 특히, 낮 수유가 줄었다. 이젠 얼려놓은 모유는 확실하게 거부해 평일 낮동안엔 거의 이유식만 먹었고, 주말에 함께 있을 때는 낮에도 젖을 찾았다. 대신 예전에는 생존을 위해 젖을 먹었다면, 이젠 뭔가 젖을 먹는 그 과정을 통해 안정감을 찾는 느낌이었다. 엄마한테 폭 안겨서 손으로 젖을 찾고 젖을 먹는 그 과정이 아이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4개월 이후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는 분리수면. 우린 실패했다.

일단, 밤중 수유가 계속되고 있었고, 친정살이를 시작하면서 아이 방을 따로 마련하기도 어려웠고. 밤잠을 푹 자기 위해선 분리수면이 좋다는 건 알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으니 뭐 어쩌겠는가.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낮동안 잘 놀고, 잘 먹고, 자기 전에 모유수유를 잔뜩 하고 자서 그런가, 밤에 통잠을 자는 날이 많았다. 가끔 자다 깨서 젖을 찾으면 물리긴 했지만, 젖을 빤다기보단 그냥 안정감을 찾기 위해 하는 행동인 경우가 많았고, 자기 전에 배불리 먹이고 자면 잘 자는 편이었다. 


친정 식구들의 도움으로 밤 9시가 되면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수면 패턴도 잘 유지되고 있었다. 잠들기 전까진 자장가도 불러주고, 머리를 쓰담쓰담하면서 스킨십도 해주면 오래 걸리지 않아 잠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낮잠. 

낮잠도 밤잠처럼 잘 자주면 좋으련만... 잠이 오면 자면 되지, 어찌나 예민하게 구는지, 억지로 낮잠을 재우느라 특히, 친정 엄마와 동생이 고생을 했다. 그나마 목을 잘 가누게 돼서 포대기를 사용해 아이를 업어 재울 수 있게 되어서 편하다고 했다. 반면,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포대기로 업는 건 해보질 못했다. 포대기로 애를 업다가 떨어뜨릴 것 같은 공포감(?)이 느껴졌고, 아이도 내가 업어 주는 건 영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대신 아기띠를 사용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안아주는 건 자주 해주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역시 난 겁이 많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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