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아이의 하루도 정말 매일매일이 달라졌던 것 같다.
엄마, 아빠, 어부바 같은 말의 유사발음으로 옹알이를 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엄마, 아빠"라는 말을 제법 또렷하게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아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많고, 의도적으로라도 다들 이야길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았다.
'말도 빨리 하려나?'
평균보다 발달사항이 좀 빠른 편인 와중에 옹알이도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아, 괜히 기대치가 높아졌었다. 겨우 7개월인데 말이다.
기어 다니는 반경이 커져서 바닥에 놓여있는 물건들을 치우느라 모두가 분주해졌다. 며칠 뒤엔 기는 걸 넘어 물건을 잡고 일어서려고 해서 다들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생후 222일째 소파를 잡고 일어서더니, 한 발씩 떼보는 연습을 했다.
"이거, 보통 9개월은 지나서 하는 거 아냐? 아들, 뭐가 그리 급할꼬?"
생후 233일째엔 소파에 기어서 올라가길 시도하더니, 결국 성공했다. 우린 소파에 올라가는 걸 말리지 않았고, 대신 소파에서 내려올 때 다칠까 봐 뒤로 내려오는 방법을 연습시켰다.
어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은 행동도 했다. 특히, "하지 마.", "안돼." 같은 소리를 들으면 울먹울먹 했다. 가능하면 부정어보다는 긍정어를 사용하는 게 좋다고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난달(생후 6개월 차)에 그렇게 심했던 낯가림은 조금 줄어들었다. 완전하진 않지만 차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대한 적응력이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았다. 친정 엄마의 생신을 맞아 장도 보고 외식도 했는데, 약간 낯설어하긴 했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다만, 소리엔 여전히 민감해서 큰 소리가 나면 놀라고 울었다.
생후 7개월엔 윗니도 나와서 아래, 위 앞니 2개씩 해서 총 4개가 되었다. 이가 올라오려고 하면 이앓이를 하는지 좀 칭얼칭얼 대었던 것 같다. 윗니와 아랫니가 생기고 나더니 윗니와 아랫니를 부딪혀 뽀드득뽀드득 이를 갈기 시작했다. 모두들 아이의 이가는 소리에 소름 끼쳐했는데, 어른들의 그런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아니면 이를 가는 행위 자체가 신기했는지 한동안 이갈이가 계속되었다.
이제 아래, 위 앞니 4개가 났으니 본격적인 양치를 시켜야 할 것 같아 칫솔을 샀었다. 그런데 아기용 칫솔은 양치를 하는 용도보다 질겅질겅 씹는 용도로 더 많이 쓰는 것 같았다. 이가 나기 전에는 이유식을 먹인 후 꼭 거즈를 이용해 입안을 깨끗이 닦아주었는데, 이젠 이가 났으니 삼켜도 괜찮은 아기용 치약도 사고, 칫솔도 사서 본격적인 양치를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칫솔은 금방 포기했고, 골무용 손가락 칫솔을 다시 사서 닦아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칫솔은 적응이 필요한 것 같았다.
이를 닦는 것도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아, 이유식 후엔 반드시 "이 닦자."라고 말한 후, 칫솔을 손에 쥐어주었고, 손가락 칫솔로 이를 닦아 주면서 칫솔을 잡고 있는 아이 손으로도 2~3번 정도 이를 닦는 흉내를 내주었다. 그리고 삼켜도 되는 치약을 쓰긴 했지만, 입을 헹구고 뱉는 흉내라도 낼 수 있게 연습을 시켰다.
이유식은 이제 거의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다. 모유도 크게 줄지 않으면서 잘 나와서 아침 출근 전과 잠자기 전엔 꼭 모유를 먹였고, 낮동안엔 이유식 중심으로 먹였다. 하지만, 이유식 양이 늘기 시작하면서 대변상태가 달라져 하루 걸러 하루 싸는 패턴으로 바뀌더니, 급기야 3일에 한번 아주 굵고 단단한 변을 누기 시작했다. 결국 너무 힘들어해서 병원엘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매일매일 변을 눌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변 상태만 열심히 체크했지, 변을 누는 횟수나 간격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의도적으로라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었다.
똑똑한 척했지만, 결국 모르는 게 많은 무지한 엄마였다.
특별한 약처방은 없어서, 물을 자주 먹였고, 과일과 야채 이유식을 늘였고, 매일 변을 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더니, 다행히 서서히 좋아졌다.
그리고, 울 아들은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던 것 같다.
생후 234일째 무렵부터 물건에 대한 관심이 급 많아졌다.
외할아버지께서 신문을 보고 계시면 옆에 가서 일단 만져봤고, 빤히 쳐다봤다. 한참을 만지작만지작하다가 결국엔 입으로 가져갔지만(물론, 잽싸게 말렸다). 카펫 위를 잘 기어 다니다가 갑자기 모서리 부분에서 정지하고 있길래 뭘 하나 봤더니, 카펫에 붙은 라벨을 작은 손가락으로 열심히 만지작거리며 살펴보는 날도 있었다. 또, 주변이 조용해진 것 같아 쳐다봤더니, 어느새 두루마리 휴지 1 롤을 다 풀어서 뜯고 있는 날도 있었고. 그리고, 손으로 자신의 귀를 만지작 거리고, 손가락도 빨아보고 자신의 몸에 대해 뭔가 탐색을 하는 것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행여 안 좋은 습관으로 굳을까 봐 유심히 살펴봤던 시기였다.
생후 7개월의 가장 큰 변화는 제대로 된 "놀이 육아"가 가능해진 게 아닐까 한다.
이전에도 아이와 놀아주기는 했지만, 상호작용하는 놀이보다는 어른들의 일방적인 행위였던 것 같고, 이 시기의 놀이는 아이가 중심이 되는 놀이였던 것 같다.
일단, 울 아들의 경우 7개월이 되자 도리도리, 짝짜꿍을 하기 시작했다. 이미 5개월 말 무렵부터 박수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짝짜꿍은 제법 능숙했고, 도리도리는 온몸을 흔드는 헤드뱅잉 수준이라 휘청휘청했지만, 꽤 잘했다. 하루종일 도리도리, 짝짜꿍, 죔죔 등을 하며 온 가족에게 재롱을 부리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엔 낮동안의 재롱을 아이 아빠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아이 아빠가 퇴근하고 나서 "OO아, 도리도리 해봐. 짝짜꿍 해봐." 하곤 했는데, 늘 그럴 땐 들은 척 만 척하는 바람에 울 신랑은 결국 실물 재롱을 못 봤다.
무한 반복 놀이도 시작했다.
집에 구비해 놓은 실내용 유모차에 앉아서 물건(방울이 달린 작은 인형 등)을 떨어뜨리는 놀이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했다. 나도 처음엔, 물건을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에 아이가 까르르 웃기도 하고 재미있어하는 반응이 좋아서 재미있었는데, 이걸 10번도 하고 20번도 하고, 무한반복을 하다 보니 점점 지루해졌고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아이가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기 전까진 GO. 너무 지루하다 싶으면, 떨어뜨리는 물건을 바꿔본다거나, 아니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몸을 날려 잡아버린다거나 하는 식의 변형을 통해 놀이 방식을 확장했고, 아이가 영 다른 것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으면, 자연스럽게 시선을 다른 쪽으로 향하도록 소리를 낸다거나, 큰 몸짓을 한다거나 해서 그 무한반복 놀이의 굴레로부터 벗어났었다. 물론, 돌 전의 아이들은 집중력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다른 것에 관심으로 보이긴 했지만, 어떨 때는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듯이 어찌나 길게 이어지는지...
음악 놀이도 했다.
동요도 자주 불러주었고, 아기용 실로폰 장난감도 사주었다.
아이가 소리에 민감한 편인 것 같길래, 세상엔 소리가 참 많은데, 실로폰 소리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고, 스스로 실로폰 채를 잡고 두드려 소리를 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처음엔 내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채를 잡고 두드리기보단 입으로 가져가기 바빴지만, 채로 소릴 내는 걸 보여준 후부턴, 마구마구 두드리며 신기해했었다.
그리고, 휴식 놀이(?)도 했다.
아무리 20대 후반의 젊은 엄마였지만, 체력적 한계가 느껴지는 날이 많아서, 놀이매트를 샀다. 숫자도 있고, 색도 알록달록한 화려한 걸 골라서, 아이랑 몸으로 놀다 체력적 한계를 느끼면 같이 엎드려서 매트 숫자도 하나씩 세고, 매트 색깔도 알려주면서, 몇 분 간의 휴식을 취했었다.
울 아들의 생후 7개월은 노는 시간 틈틈이 뭔가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 시기였다. 새로운 것을 탐닉하는 것 같기도 했고, 호기심을 채우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다, 아이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마다 눈동자의 위치가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사시인가?"
온 식구가 아이 상태를 며칠간 열심히 관찰해 본 결과, 아무래도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단골 소아과로 갔었다. 마음이 어찌나 심란하던지...
의사 선생님께서 몇 가지 간단한 검사를 해보시더니, "검은 눈동자가 커서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검사상 정상이니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해주셨다. 그날 이후에도 아이는 뭔가에 몰두할 때마다 눈동자 위치가 애매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병원에서 정상이라고 해서 그런지 신경이 좀 덜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가 클 때까지 "사시" 이슈는 늘 우리를 따라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