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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Oct 04. 2024

생후 6개월, 아이의 '처음'들

생후 6개월, 이 시기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것을 선보였다. 

기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낯가림이 시작되었다. 첫니가 났고, 태어나 처음으로 감기에도 걸렸다.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잠들기 전 수면 의식으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아직 아니야, 아들~~."

아이를 앉혀두었더니 갑자기 엉덩이를 들썩이며 일어서려고 했다. 깜짝 놀라 말렸는데, 이후 조금씩 기기 위한 연습을 했다. 엉덩이를 들고 무릎을 굽히고 팔을 쭉 뻗는 자세를 취했다. 앉혀두면 알아서 엎드리고 다시 앉고를 자유자재로 하기 시작했다. 

생후 192일째, 드디어 기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들고 팔다리를 모두 쭉 뻗고 무릎을 곧추세운 후, 한 발, 한 손을 앞으로 내디뎠다. 팔 힘을 기르려고 하는지, 엎드려뻗쳐 자세를 유지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생후 200일째, 이제 기는 건 식은 죽 먹기가 되어 버렸다. 기어 다니기를 마스터한 후,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이젠 일어서고 싶은 것 같았다. 무릎으로 기다가 갑자기 무릎을 펴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며 멈추었다가 다리와 허리에 힘을 주더니 다시 기는 행동을 반복했다. 

표준 발달사항에 따르면 생후 6~7개월엔 이제 겨우 앉기 시작한다는데, 울 아들은 서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내가 보기엔 바닥에서 팔만 떼면 설 수 있을 것 같긴 했는데, 아직 너무 이른 것 같아 도와주지 않고 관망만 했다.  


낯가림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지난달부터 낯선 장소(찜질방, 결혼식)와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긴 했지만, 그땐 사람들이 많았으니 그랬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평소 방문하던 병원에 6개월 차 예방접종(B형 간염 3차, 소아마비, DPT, 뇌수막염 등)을 하러 갔더니 갑자기 의사 선생님을 보면서도 울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집에선 꽤나 나부대고 움직이던 녀석이 밖에만 나가면 의젓해지고 얌전해지는 게 낯을 가려 그랬었던 것 같다. 

낯가림은 점점 심해져, 6 ~ 7개월 사이엔 외출이 힘들어졌다. 낯선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극도로 싫어했고, 자지러지게 울어서 몹시 당황스러웠다. 

낯가림의 또 다른 형태인 건지, 새로운 것, 경험해 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보였다. 대중목욕탕을 데리고 가봤는데, 눈이 똥그래져서는 세상 바쁘게 두리번거리더니 내 목을 꼭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아마 말소리도 울리고, 물소리도 크게 들리고, 다들 벗고 있고 하니, 낯설고 새로운 환경이 무서웠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 되었다. 아이가 낯가림이 심해지기 시작하면서, 출근할 때 혹시 엄마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런데, 출근이 시작되고 친정에 아이를 맡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줄곧 해왔던 "출근의식" 때문인지 낯가림 시기에도 출근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일단, 출근 직전에 아이를 품에 안고 모유수유를 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가 이제 학교 갔다 올 테니까, 그동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들이랑 재미나게 놀고, (시계를 가리키며) 큰 바늘이 12, 작은 바늘이 7에 오기 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올게."라고 했다. 물론 알아듣진 못했을 테지만, 모유수유로 아이가 안정감을 느낄 때 항상 같은 패턴으로 이야길 했다. 그러고 나면, 친정엄마께서 아이를 안고 현관까지 나와 나를 배웅해 주셨고, 나는 아이에게 볼뽀뽀를 해주고 손을 흔들며 갔다 오겠다고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미련을 보이지 않고) 문을 나섰다. 

뭘 알지도 못하던 시기부터 그렇게 해서 습관이 들어버린 건지, 아니면 포기를 해버린 건지, 어쨌든 우리가 보기엔 그 상황을 잘 받아들였고, 특별히 운다거나 하는 것 없이 잘 보내줘서 출근이 수월했다. 물론, 엄마의 퇴근을 기다리긴 했는지, 집에 돌아오면 굉장히 반가워했고, 품에서 잘 안 떨어지려고 하긴 했다. 

낮동안, 친정식구들은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었고, 낮잠도 억지로라도 재웠으며, 잘 먹여주었다. 부재중인 엄마 대신 끊임없이 이야길 건넸고, 대화를 시도하며, 아이의 정서발달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생후 6개월엔 첫니도 났었다. 초반엔 이가 나려는지 아랫잇몸이 토돌토돌 해지면서 치발기를 열심히 물어뜯고 침을 자주 흘렸는데, 생후 196일째, 첫 니, 아래쪽 앞니가 하나 올라왔다. 


모유수유 덕분인지 병치레 없이 잘 지내더니, 생후 183일 차, 태어나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다. 열이 너무 올라 병원에 갔다 왔고, 태어나 처음으로 감기약과 해열제도 먹였다. 열이 나면 축 쳐져 자다가 열이 떨어지면 또 잘 놀고, 생각보다 약 먹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맛은 없는지 인상을 썼지만, 뱉어낸다거나 거부한다거나 하진 않았다. 

앞선 육아/교육 일기에 썼다시피, 아기말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감기약을 먹일 때도 아이가 알아듣든 말든 이 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며 먹였다. 그래서, 잘 먹었던 걸까?

아이의 생애 첫 열감기는 기침감기, 콧물감기 등으로 변하면서 꽤 오래 지속되었다. 그래도 열만 나지 않으면 보채지도 않고 잘 노는 편이었다. 


5개월부터 시작한 이유식은 조금 더 발전해, 당근, 감자, 쌀죽, 양배추 섞은 잡곡, 버섯, 그리고 과일 등을 번갈아 가며 먹였다. 잘 앉아 있긴 했지만, 아직은 식탁에 앉혀서 먹기보단 거실에서 편안한 상태(주로 외할머니 무릎에 앉아서)로 먹였다. 첫돌 전에 먹이면 안 되는 음식인 꿀, 생우유, 소금, 설탕은 일절 사용하지 않아서, 이유식에는 간이 되어 있지 않았다. 지금은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일찍 먹이는 게 좋은 음식들도 있다던데, 그 당시엔 그런 정보를 접하지 못한 것 같다. 

다 키우고 나니 드는 생각인데, 이 당시 초기 이유식 때 간을 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보인 것 때문인지, 지금도 울 아들은 소스류에 찍어 먹는 것보다는 그냥 음식 자체의 맛을 즐기는 편인 것 같다.

6~7개월 차 이유식 중 실패한 음식은 생우유에 빵을 넣고 끓인 빵죽. 

생우유는 안되지만, 우유를 끓여 먹이면 괜찮다고 했고, 밀가루도 접해보는 게 어떨까 하고 시도했는데, 소화가 안된 건지, 아직 너무 어린데 시도한 건지, 먹인 직후부터 다 게워낼 때까지 토하는 바람에 식겁을 했다. 


마지막으로, 잠들기 전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잠들기 전에 주로 모유수유를 하면서 자장가를 불러주고, 스킨십을 해 주는 것에 그쳤는데, 6개월이 접어들면서부터는 밤중 수유를 한 후, 잠들기 직전에 아주 간단한 아기 책을 사다 읽어주기 시작했다. 책 선정은 그냥 유명한 아기책, 혹은 마트 책코너에 갔다가 연령대에 맞는 책이 보이면 사다 읽어주는 정도였고, 한 가지 책을 여러 날 밤마다 읽어주는 식이었다. 그냥 아이가 책에 관심을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한 행동이었고, 가능하면 아이가 만지거나 입으로 가져가도 되는 재질의 책을 사서 읽어주었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 물건들이 하나 둘 늘기 시작했다. 

목욕할 때도 쓸 수 있는 말랑말랑한 오리 인형, 옛날 전화기 장난감(손으로 수화기를 잡는 것이 가능한 것 같아 사주었는데, 요즘은 전화기 장난감 모양이 다른 것 같다. ㅎㅎ), 아기용 책 같은 것들이 생겼다. 하지만, 우리 육아엔 생후 6~7개월 때 찾기 시작한다는 애착 인형이나 애착 물건 같은 건 없었다. 아마도 사랑을 줄 어른들도 많고, 경쟁자도 없으니 물건에 욕심을 내거나 집착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아이가 생각보다 빠른 발달사항을 보이긴 했지만, 보행기도 태우지 않았다. 지금도 보행기 평판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는데, 그때도 반반이었다. 대신에 실내용, 실외용 유모차를 마련해 자주 태우고 다녔다. 

한창 구강기라 장난감이며, 집안 물건이며, 유모차 앞부분 손잡이며 모두 입으로 가지고 가려고 했는데, 우린 가능하면 그런 행동을 제지하기보다, 깨끗하게 맛(?) 볼 수 있게 해 주었고, 식구들이 많다 보니, 아이에게 위험하다 싶은 거, 입으로 가져가면 안 되는 물건들은 바로바로 캐치해서 치울 수 있었다.     


공동육아의 덕을 톡톡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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