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쉰 살이 된 지금도 꿈을 꾸는 날이 많다.
어릴 적 꿈속에서는 주로 "미래의 나"를 봤다.
키 크고 날씬한 몸매에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내가 보였다.
(긴 머리카락만 현실화된 것이 아쉽지만, 그거라도 어디야.)

어른이 된 후에는 전날 기억에 남을 만한 이슈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상황을 꿈속에서 다시 만났다.
현실에서 감정적인 소모가 있었던 날에는 꿈속에서 파워 당당 "E"가 되어 실제로는 하지 못할 말들을 뱉어내기도 하고, 실수라도 한 날에는 꿈속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꿈속에서 나는 몸치가 아니었고, 못하는 게 없었으며, 칼이나 총을 쏘는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난 후에는 예지몽 비슷한 것을 꾸기도 했다.
우연하게 맞아떨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꿈자리가 사납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은 꿈을 꾸고 나면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거나 조심을 시켰었는데, 그럴 때 아이가 아프거나 소소하게 다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가끔은 꿈속에서 "지금 꿈속이구나."를 인지하고선 내 마음대로 꿈을 조작하기도 했다.
한국민속촌 같은 곳에서 말똥 치우는 꿈을 꾸다가 꿈인 것을 인지하고서는 똥을 많이 많이 퍼야 복권이 당첨된다며 없는 말똥을 찾아다니기도 했고, 멀리서 유명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저 사람 손을 잡아야 된다며 달려가다 눈을 뜨기도 했다.
꿈을 꾼 날에는 피곤하다.
내 꿈에 자주 등장하는 울 신랑도 내 꿈 때문에 피곤하다고 한다.
꿈속에서 남편 때문에 화가 난 날에는 아침에 눈뜨자마자 시비를 걸거나, 일부러 어깨빵을 하고 지나가거나 헛발길질을 하고 지나간다. 그런 날엔 영문도 모른 채 당해주더니, 이젠 묻는다.
"왜? 또 내가 거기서 뭔 짓을 했길래."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비슷한 꿈을 자주 반복해서 꾸고 있다.
장소는 학교 교실. 친구들이 자리에 앉아 왁자지껄 떠들고 있고, 나는 책가방을 메고 교실로 들어서고 있다. 그런데 도통 내 자리가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원래 어디에 앉았었는지, 비어있는 저 자리가 내 자리가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망설이고 있는 꿈이다.
어떨 때는 학교 교문을 들어서는 것부터 꿈이 시작되기도 하는데, 발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묵직한 걸 겨우겨우 이겨내며 교실로 들어서지만, 여전히 내 자리를 찾지 못하는 꿈이 되기도 한다.
이 꿈이 의미하는 바가 뭘까?
ChatGPT가 말한다.
"이 꿈은 자신의 가능성은 알고 있지만, 아직 확신이나 용기가 부족한 상태를 보여주는 꿈이에요."

(너, 쫌 무서운데?)
"꿈"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1.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
2.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
3.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
비록, 현실은 첫 번째 의미의 꿈을 꾸고 있지만, 미약하게나마 두 번째 의미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언젠가는"이란 희망이 세 번째 의미의 꿈이 되질 않길 바라면서 말이다.
모두, 그렇게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