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편
지금, 대한민국은 사교육 열풍을 넘어 광풍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7세 고시*'란 말이 대한민국 전역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7세도 너무 늦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4세 고시'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7세 고시 :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만 5, 6세 아이들이 일명 빅 3, 빅 10으로 불리는 유명 영어 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보는 시험
꼭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아이를 키울 때도 그랬지만, 아이를 다 키운 지금도 저는 대한민국 교육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 아이는 현재 만 21살, 카이스트 대학원생입니다.
과학고등학교를 2년 만에 졸업했고, 카이스트에서 4년 간 대학 생활을 했으며, 올해 카이스트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기본적인 교과목들에 대한 사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과외도 받지 않았습니다.
오롯이 학교 교육, 공교육만으로 과학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자기주도학습만으로 카이스트에 진학했습니다.
이렇게 사교육이 판을 치는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혹시, 제 아이가 영재 혹은 천재였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제 아이가 좀 특이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가 진짜로 머리가 좋았고, 영특한 아이였다 하더라도, 저는 아이가 사교육 정글 속에서 꿋꿋이 혼자 공부해 온 그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 않습니다.
분명, 험난했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들이 사교육 정글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이야기,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은 육아일기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20년 간의 기록입니다. 그리고 사교육 정글을 무사히 통과한 승자의 기록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부터 잘 키워보고 싶은 생각에 좌충우돌했던 영유아 시기,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밸 수 있도록 도왔던 초등학생 시기, 스스로 꿈을 찾아 나아갔던 중학생 시기, 그리고 치열했던 과학고 생활 2년을 버텨내며 카이스트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을 교육에 초점을 맞춰 풀어 나가 볼까 합니다.
제 글의 부제는 '우리 아이도 카이스트에 갈 수 있을까?'입니다.
그렇다고, 이공계 성향의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학부모님들만을 위한 글은 아닙니다.
과학고 입학을 위한 여정과 과학고 생활, 그리고 카이스트에 입학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겠지만, 제 기록의 핵심은 자기주도학습입니다. 사교육을 받더라도, 사교육에 지배를 받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아이로 키워보자는 것이 제 기록의 궁극적 지향점입니다.
따라서, 이공계 성향의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학부모님들, 과학고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지나친 사교육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시는 분들, 사교육보다는 자기주도학습이 주가 되는 교육을 시키고 싶으신 분들께서 저의 기록들을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헤쳐나간 그 험난했던 길이 누군가에게는 이정표가 되길 바랍니다. 분명, 공감되는 부분, 참고할만한 부분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교육방식과 아이의 학습방법이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기록들은 과거의 기록들이라 이미 결과가 나와 있으므로 자녀교육의 방향을 잡으실 때 도움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막연하게 주변 환경에 휩쓸려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뭔가 큰일이 날 것 같은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사교육 없이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알려드림으로써 희망과 용기의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음으로써 사교육 없는 자녀 교육의 가이드라인을 얻고 싶으셨다면, 실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과거의 일을 써 내려간 경험담이자 기록이라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지 못한 점 미리 양해 말씀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어떻게 했길래 학교공부만으로 과학고에 진학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할 수 있었는지.
진짜로 사교육을 받지 않고 가능한 일이 맞는지.
더불어 우리 아이도 과학고에 가고, 카이스트에 갈 수 있는 아이로 키울 수 있는지.
그럼, 지금부터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교육 정글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이야길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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