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편
혹시 아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시나요?
어떤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콩알만 한 초음파 사진 속 아이? 아니면, 출산 후 처음으로 대면한 아이?
그게 무엇이든 첫 만남에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저는 가족분만실에서 남편의 손을 꼭 잡고 출산을 했습니다.
그리고, 출산 직후 울지도 않고 검은 눈동자로 세상을 두리번거리던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제일 먼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마, 대부분의 부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이 아이가 자라서 서울대생이 되게 해 주세요."라고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우리는 각자의 아이들에게서 '특별함'을 발견합니다.
표준 발달 사항보다 빠른 경우, 그러니까 남들보다 빠르게 뒤집기에 성공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서서 걷고, 남들보다 빠르게 옹알이와 말을 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무언가를 하면, 생각하죠.
"혹시, 내 아이가 영재(천재)인가?"
내 아이의 성장 과정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부모의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뭐라든 내 눈엔 남들보다 예쁘고, 잘생겼고, 남들보다 똑똑해 보이니까요.
그런데, 아이들 저마다의 '특별함'이, 왜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어버린 걸까요?
요즘,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수많은 이유 중에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다고 합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 중, '사교육 비'의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사교육을 빼면요?
처음부터 사교육을 안 시키면서 키우면 안 되나요? 아니, 사교육을 시키더라도, 사교육 열풍에 휩쓸리지 않고, 사교육 위에서 군림하면서 정말 필요로 할 때만 보조 역할로 사교육을 컨트롤하면서 시킬 수는 없는 걸까요?
서두가 길었습니다.
저도 아이가 태어나 남들보다 빠른 발육을 보일 때, 생각했습니다.
"내 아이는 특별해!"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한 것이 눈 맞춤이었고(믿거나 말거나), 신생아기에 입을 삐죽거리며 사람을 알아보는 행동을 했습니다. 생후 1~2개월 사이 옹알이가 시작되었고, 뒤집기도 100일쯤 성공하였습니다. 혼자 앉기를 성공한 후엔 배밀이를 생략하고 기기 시작하더니 생후 7개월에는 물건을 잡고 일어섰고, 9개월부터는 걷기 시작했습니다.
맞습니다. 초보 엄마가 착각하기 딱 좋은 상태였죠.
그런데, 그 지점에서 저는 다행스럽게도 '특별함 = 똑똑함'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그저 신기했고, 안심했습니다. 발육이 느려서 애태우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저도 처음엔 육아서를 맹신해 산후조리를 해주시던 친정엄마와 많이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곧 아이가 책대로 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제 아이 맞춤형 육아로 방향을 틀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몇 가지 다짐을 했습니다.
첫째, 아이의 감정에 즉각 반응하자.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고, 아이와 잦은 스킨십을 하면서 최대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밥을 거르고, 화장실도 못 가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아이가 울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둘째, 아이에게 청각 자극을 많이 해주자.
사실 저는 말이 거의 없는 내향인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청각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을 육아서를 통해 알게 된 후, 인형놀이 하듯이 하루 종일 아이한테 말을 걸고, 혼자 대답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 통틀어 제일 많이 말한 시기가 아닐까 합니다.
아이가 제 이야기에 옹알이로 화답하긴 했지만, 혼자 이야기하는 게 버겁다 느껴질 때에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불러주었습니다. 어릴 적 경험치를 십분 발휘하여 제가 아는 모든 종류의 동요는 그때 다 불러준 것 같습니다.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엄마의 노랫소리가 싫진 않았는지, 아이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비록 저는 그 순간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모유수유로 더럽혀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 맞춤형 나만의 루틴을 만들자.
아이의 잠성이 꽤 예민한 편이었습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자야 했던 신생아기에도 작은 소리에 자주 깨더니, 낮잠과 밤잠을 구별해야 하는 시기에도 쉽게 잠들지 못하고 오래 잠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낮잠과 밤잠을 구별하는 루틴을 만들어 밤잠은 꼭 9시부터 재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낮잠을 잘 때는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웠다면, 밤잠을 잘 때는 이야길 해주면서 재우는 등 밤과 낮을 구별해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제일 중요하던 시기에 했던 제 다짐은 아이가 크는 동안 육아와 교육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연령대에 맞게 보완하기도 하고 확장되기도 했지만, 큰 틀은 변함없이 유지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는 사이, 육아 환경에 변화가 생겼고, 그 덕에 사교육 청정구역에서 my way 식 육아와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 저도 엄마인지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아이를 바라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고슴도치 시선으로 본 제 아이의 특징을 한 줄 코멘트로 달아볼까 합니다. 너무 정색하지 마시고, 재미 삼아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고슴도치 시선] 자연분만으로 출산 후 3일 정도 산부인과 병동에 있는 동안, 제 아이의 별명은 'A 병원 얼짱'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무식해서 용감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