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편
교육부가 3년마다 벌이는 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2025) 영유아의 최초 보육 및 교육 서비스 이용 시기가 평균 19.8개월로 계속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로 맞벌이 가정이 늘고 아동 숫자는 줄어 상대적으로 보육 서비스 이용이 편리해진 까닭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앞집 꼬맹이도 돌이 되자마자 가방을 메고 아장아장 걸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는데, 아직 제대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등원하는 모습은 제가 아이를 키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긴 합니다.
물론, 제가 아이를 키우던 20년 전에도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 3세, 한국나이로 다섯 살은 되어야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 디폴트값이었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뭘 했느냐...
사실, 다른 사람들이 뭘 했는지는 모릅니다.
제가 좀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한 덕분에(?), 제 주변에 육아 중인 친구가 없었고, 그렇게 사교적인 성격이 못된 탓에 동네에서 가끔 보던 아이 또래 엄마들과도 친분을 쌓지 못했습니다. 산후조리도 친정에서 하다 보니 산후조리원 동기 같은 것도 없었고요. 그러다 보니, 남들이 세돌 전에 한다는 여러 가지 사전 교육들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무지한 엄마였습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무렵이 되어서야, 은물, 가베, 프뢰벨, 몬테소리 같은 용어들을 처음 들었고 영유아용 학습지가 있다는 것도 알았을 정도였으니, 제 무지로 인해 제 아이 주변은 본의 아니게 사교육 청정구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또래 아이들이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아예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저는 그 당시 불안감이나 걱정 같은 것이 전혀 없었고,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할 일 없이 그저 아이 그 자체로 인정받고 사랑받았습니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환호하고, 칭찬하고, 기뻐하고, 대견해했던 그 시기, 돌아보니 무식해서 용감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의 무식해서 용감했던 my way 식 육아는 아이가 처음 사교육을 맛본 27개월(한국식 나이 4세)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동안, 육아환경이 바뀌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독박육아에서 공동육아, 정확하게는 조건부 친정살이*를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 조건부 친정살이 : 그 당시 저희는 대학원생 부부였기 때문에 3년 안에 박사학위를 따고 분가하겠다는 조건을 걸고 친정에 들어가 살게 되었습니다.
조건부 친정살이의 제1 목적은 아이의 안정감 확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저는 친정부모님과 여동생이라는 든든한 육아 도우미들이 생겼고, 육아로부터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살림에서 완전히 벗어나 일과 육아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앞선 제 다짐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상황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감정에 즉각 반응하기는 더욱 수월해졌고, 청각 자극은 몇 배로 많아졌습니다. 아이 맞춤형 나만의 루틴 또한, 친정 식구들의 도움으로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대가족, 특히 조부모와 함께 살 경우, 자칫 아이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오냐오냐 교육)이 생길 수도 있다고들 했지만, 친정부모님의 배려로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일단, 아이의 육아와 교육의 주도권을 제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평일 낮동안의 육아를 친정부모님과 여동생이 도와주고 있었지만, 저의 주도하에, 저의 허락하에 모든 것이 이루어졌습니다. 엄마, 아빠가 안된다고 한 건 이모도 안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도 안된다는, 단순하지만 확고한 규칙은 아이의 육아와 교육을 일관되게 유지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좋은 환경을 십분 활용하여 아이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고 아이 눈높이에 맞춰 열심히 놀아주면서 연령대에 맞는 육아와 교육을 하는 것에 좀 더 집중하며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맹점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제가 태생적으로 타고난 저질체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엄마의 저질체력.
그것은 육아에 있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었습니다.
[두 번째 고슴도치 시선] 생후 3개월, 치아발육기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겨 쥐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손재주가 남다른 것 같았습니다.
[다음 이야기] 엄마가 저질체력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