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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니?

영유아편

by My Way

최근, 수학에 대한 학부모의 태도와 감정자녀의 수학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한국일보, 2025. 6. 4. '수포자' 자녀 뒤, 수학 싫어하는 부모 있다.).

그 예로, 수학에 긍정적 감정을 가진 부모는 그렇지 않은 부모보다 자녀의 수학 숙제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돕는 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을 이 정글 같은 대한민국 교육현장에서 '수포자(수학 과목을 포기한 사람)'가 되지 않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수학을 가르쳐야겠다.'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아이 주변이 사교육 청정구역이었던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수학 관련 놀이들을 하면서 아이에게 수학의 감을 키워주었던 것 같습니다.


제 아이와 함께했던 수학 관련 놀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블록/퍼즐놀이.

블록/퍼즐놀이는 아이의 소근육을 발달시켜 주고, 집중력을 높여주며, 공간 감각문제해결능력을 키워준다고 합니다.

제 아이는 생후 9개월, 블록놀이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사준 것은 틀의 모양에 맞춰 세모, 네모, 동그라미, 별 모양의 블록을 끼우는 장난감이었는데, 제법 오랫동안 집중해서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그 후, 지인으로부터 원목 블록을 물려받아 보다 창의적인 놀이(쌓기, 모양 만들기 등)를 함께 했습니다.


생후 18개월 무렵엔 유아용 평면 도형 맞추기(칠교놀이)에 관심을 보였고, 직소퍼즐도 좋아해 22개월 무렵엔 저와 함께 90피스 정도의 퍼즐을 맞추며 놀기도 했습니다.


둘째, 숫자놀이.

제 아이의 첫 숫자는 '5'였습니다. 아마 발음하기 제일 쉬운 숫자라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것 같은데, 어쨌든 생후 20개월부터 어딜 가든 '5'라는 숫자를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숫자 포스터를 벽에 붙여 주었고, 숫자 스티커를 사다가 집안 곳곳에서 같은 숫자 찾아 붙이기 놀이를 했습니다. 또한 칠판에 붙일 수 있는 자석 숫자 장난감을 사서 순서대로 나열하기, 같은 색깔끼리 구분하기 등의 놀이를 하며 아이가 자연스럽게 숫자와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더불어 숫자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까 봐 숫자 카운트 훈육(ex. 셋 셀 때까지 ~해.)을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생후22개월 2.jpg


그랬더니, 21개월에는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것에 흥미를 보였고, 22개월에는 19까지, 23개월에는 30까지 숫자세기를 늘려갔습니다. 28개월 무렵에는 100까지 숫자를 셀 수 있게 되었는데, 어느새 보니 덧셈과 뺄셈의 개념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덧셈과 뺄셈은 제가 가르쳐 준 적이 없어서 좀 의아했는데, 알고 봤더니 외할머니와 메추리 알을 까면서 1부터 100까지 숫자세기와 덧셈놀이를 했고, 방울토마토 10개를 간식으로 먹으면서 하나씩 입으로 사라지는 것을 통해 뺄셈을 이해했던 것 같았습니다.

덧셈.jpg


셋째, 날짜/시간개념.

생후 3개월, 육아휴직을 끝내고 다시 연구실로 복귀(박사학위과정 중이었습니다.)하면서, 제가 아이에게 했던 출근의식이 있었습니다.


"엄마, 학교 갔다 올게.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이모들이랑 재미나게 놀고, (시계를 가리키며) 큰 바늘이 12, 작은 바늘이 7에 오면 집에 올게."


현관문 앞에서 인사를 할 때마다 아이가 알아듣든 말든 퇴근 시간을 알려주었는데, 그로부터 20개월이 지나 제 행동의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


생후 23개월, 숫자를 30까지 셀 수 있게 되자, 날짜와 시간개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생일이 며칠이냐고 물으면, "십이, OO"이라고 정확하게 대답했고, 제가 출근을 하려고 하면 제가 했던 것처럼 시계를 가리키며 "엄마, 30."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생후 28개월 무렵엔, 시간 개념이 좀 더 확장돼, 시계 자체에도 관심을 보이길래 고장 난 시계를 이용해 시침과 분침에 대해 설명해 주었더니, 정각과 30분 단위 정도는 정확하게 이해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넷째, 계산놀이.

생후 30개월 무렵부터, 아침에 눈만 뜨면 뭘 살 거냐고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어디서 뭘 보고 따라 하는지 알 순 없었지만, 언제나 아이의 놀이에 동참해 사고 싶은 물건들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외할머니 계산기를 어디선가 갖고 와 계산하는 척 두드리며 가격을 알려주곤 했습니다.

당연히, 계산도 흉내에 불과해 엉터리였지만, 그 당시 주로 하던 병원놀이, 소꿉놀이에 계산놀이가 더해져 역할놀이가 꽤나 풍성해지기는 했습니다.


"커서 뭐가 되려고 이러니?"


사실, 저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놀이를 찾아내는 아이의 놀이 세계관을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재미있게 놀고 싶어서 작은 계산대가 있는 장난감과 어린이은행 화폐 등의 소품을 준비해 본격적으로 장난감 화폐를 주고받으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계산놀이는 그 후로도 한참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아이가 이 놀이를 통해 경제관념이 생겼는지, 돈의 흐름을 이해했는지, 화폐가치를 알게 되었는지 등은 모릅니다. 그저 그 놀이가 엄마인 저도 재미있었으면 했고, 어린이은행 화폐 등의 소품은 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두 돌이 지나자 슬슬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12월생이었던 아이가 한국식 나이 계산법에 따라 남들보다 나이를 빨리 먹으면서 '언제까지나 어른들 틈에서만 지낼 순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드디어, 사교육 청정구역을 벗어날 때가 온 것입니다.




[일곱 번째 고슴도치 시선] 생후 9개월, 이미 걷기 시작한 아이는 동요를 틀어주면,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며 리듬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카이스트 응원단(ELKA) 19대 단장이 될 자질이 이때부터 나타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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