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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능력의 원천을 찾아서

영유아편

by My Way

최근 교육정책들이 문이과통합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융합형 인재로 키워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국어와 영어 같은 언어 중심 과목을 선호하고 암기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문과 성향, 수학과 과학을 즐기며 논리적 사고와 문제해결 능력에 강점을 보이는 아이들은 이과 성향으로 구분 짓고 있습니다.


제 아이는 과학고등학교와 카이스트가 잘 맞는 이과 성향의 아이입니다.

어릴 때부터 그런 성향을 타고났냐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이 아빠 성향이 이과 쪽이고, 저 역시 문과와 이과 경계에 있었기에 아이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이과 쪽이 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과 성향의 아이들이 문과 성향의 아이들보다 국어에 약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닌 아이들도 있습니다.

제 아이도 이과 성향임에도 국어를 참 잘했던 그 '아닌' 아이들 중 한 명이었습니다. 덕분에 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국어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좀 덜했습니다.


사실 어떻게 국어를 잘하게 되었는지 지금까지 그 이유를 찾아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힌트를 찾으려면, 제 아이의 영유아기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제 아이가 가진 국어 능력의 원천을 찾아서 함께 떠나보시겠습니까?


첫째, 말하기

제 아이의 첫 말하기는 생후 41일째 시작된 '옹알이'부터라고 생각합니다. 이때부터 '아이에게 청각 자극을 많이 해주자.'라고 다짐하게 되었고, 더불어 '아기말/유아어를 가능하면 쓰지 말자.'는 나름의 계획도 세웠습니다.


이는 "어릴 때, 아기말/유아어를 하지 않고 키웠더니 커서 아이가 조리 있게 말을 잘하더라."라고 한 어느 아나운서의 말 때문이었는데, 되돌아보니 제 아이가 논리적으로 말을 잘하게 된 것은 제 노력 한 스푼보다는 말을 조리 있게 잘하는 아빠의 DNA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이의 옹알이는 점점 발전해, 생후 7개월 무렵 '엄마, 아빠'라는 말을 또렷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의 말하기가 쑥쑥 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그 단계에 머물며 정체기를 가졌고, 그 후 옹알이 수준에서 벗어나 엄마, 아빠 이외의 단어들을 말하기 시작한 것은 생후 16개월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급속도로 말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읽기

제 아이가 한글을 습득하게 된 과정에는 생후 6개월부터 시작한 잠자기 전 책 읽기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 외에도 다양한 자극들이 있었으니, 대표적인 것으로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포스터(벽보)입니다.

돌이 지난 어느 날부터 집안 물건 모든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궁금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반복적으로 사물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그때부터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집안 곳곳에 동물, 과일 등의 포스터를 붙여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온 집안의 벽을 한글, 숫자, 영어 포스터로 채워나갔는데, 대부분의 경우 포스터는 사물 인지 놀이, 찾기 놀이(그림, 숫자, 한글) 등으로 활용되었지만, 아이의 관심을 끌고 흥미를 유발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생후 16개월] 포스터 활용의 좋은 예

생후16개월 2.jpg


두 번째는 낱말카드놀이입니다.

이 또한 돌 무렵에 사줬는데, 그때는 단순히 카드 속 그림과 실물을 비교하는 놀이 정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손재주가 점점 정교해지고 기억력이 좋아지면서 두 돌 무렵부터는 카드놀이를 조금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급단계 : 100장의 낱말카드를 그림이 보이도록 바닥에 펼친 다음, 어른 1~2명이 함께 놀이에 참여그림 찾기를 합니다. 예를 들어, 바나나카드 찾기, 사과카드 찾기 등을 하는데, 이때 주의할 점은 10번의 놀이 중 8~9번 정도를 아이가 찾을 수 있게 시간을 주고, 아이가 찾으면 칭찬을 해줍니다.


중급단계 : 100장의 낱말카드를 글자가 보이도록 바닥에 펼친 다음, 찾아야 할 카드가 나올 때까지 카드를 하나씩 뒤집어 보면서 찾기 놀이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적절한 밀당으로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되, 절대 아이를 울리면 안 됩니다.


고급단계 : 100장의 낱말카드를 글자가 보이도록 바닥에 펼친 다음, 단어 찾기를 합니다. 단, 중급단계처럼 카드를 뒤집어볼 수 없고, 선택한 카드가 맞는지 확인만 가능하도록 합니다. 어른들이 찾는 시늉을 하여 아이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제공하고, 성공하면 아낌없이 칭찬을 해 줍니다.


적절한 긴장감과 밀당은 제 아이에게 승부욕을 일으켰고, 결국 생후 25개월 차 낱말카드 100장의 글자를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 쓰기

영유아기의 쓰기 능력은 '작문'이 아니라 단순 '쓰기'를 말합니다.

제 아이는 생후 34개월, 책을 혼자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글쓰기에 관심을 보여, 본인의 이름부터 따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유아용 칠판을 사다가 아이가 글쓰기 놀이에 계속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유아기 6.jpg


글자 그리기에서 글자 쓰기로 바뀐 뒤에는 틈틈이 동화책 속 글자를 필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공책, 연필, 지우개 등을 준비해, 아이가 하고 싶을 때 언제든지 필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제 아이는 손재주가 좋고(03화 두 번째 고슴도치 시선 참조), 소근육 발달이 남달랐다고(05화 네 번째 고슴도치 시선 참조) 생각했는데, 확실히 글쓰기 놀이를 재미있어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제 아이의 영유아기 행동들 중, 중고등학교 시절에 도움이 된 국어능력의 원천을 찾으셨습니까?


이와 같은 국어능력 외에도 아이에게는 또 다른 특징들이 있었습니다.




[여섯 번째 고슴도치 시선] 생후 319일째, 신문에 딸려온 광고지를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그중에서 집에 있는 곰인형과 비슷한 것을 찾아내 두 개를 비교하며 가리켰습니다. 아무래도 관찰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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