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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Way Oct 28. 2024

모유수유 완료!

생후 17개월 육아 & 놀이(교육) 

기억엔 없었는데, 기록엔 남아있는 사실 하나. 

아이가 생각보다 자주 아팠다는 거다. 생후 6개월 차에 첫 감기를 앓은 후, 거의 매달 경중의 차이가 있었을 뿐, 감기를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생후 17개월도 거의 한 달 내내 목이 붓고, 열이 나고 콧물이 흐르는 감기로 고생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매일 조금씩 자라났다


생후 17개월, 서서히 말하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 태반이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단어를 제법 비슷하게 말했고 하루종일 쫑알쫑알거렸다. 


이 시기 아이들 대부분이 그러했겠지만, 나는 울 아들을 키우면서 "이 아이는 뭐든 연습을 참 열심히 한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뒤집기, 일어서기 같은 것에서부터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대학을 갈 때까지, 그리고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울 아들은 정말 열심히 연습을 하고 노력해서 무언가를 완성해 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시기, 흉내내기 놀이도 진화를 거듭했다. 

지난달까지는 하지 않던 외할아버지께서 뒷짐 지는 것을 흉내내기 시작했고, 외할머니께서 수첩을 보시면서 전화하는 것을 흉내 냈다. 어른들 신발이나 양말을 신어 보려고도 했고, 혼자 신발을 신는 흉내도 냈다. 


장난꾸러기 기질도 슬슬 보이기 시작했는데, 밖에서 신던 신발을 신은 채 집으로 들어오기도 했고, 휴지통을 뒤지거나 물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발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걷기도 했고, 계단 하나쯤은 깡충거리며 뛰어내려오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신체 활동이 빠른 편이라 그런지, 윗몸일으키기 같은 운동도 가능했다. 물론 아이에게는 어른들을 따라 하는 놀이에 불과했지만.     


17개월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아프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모유수유를 완전히 떼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일단 D-day를 잡았고 그날이 올 때까지 매일매일 아이에게 설명을 했다. 사실, 수유양도 줄었고, 수유 횟수도 줄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유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기이긴 했지만, 못 먹는 다 싶으니 괜히 젖에 집착을 하는 것 같아 걱정이었다. 하지만, 영리한 아이라 금방 적응을 했다.

D-day 첫날, 잠자기 전에만 먹던 젖까지 주지 않는다 싶으니, 아이가 좀 많이 당황을 하는 것 같긴 했다. 그래서, 일단 아이를 업어서 재웠다. 원래는 밤잠을 자기 전에는 엄마랑 같이 누워서 젖을 먹었고, 책을 읽었고,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이젠 엄마가 젖을 더 이상 주지 않고 업어서 재워준다 싶으니 영 적응이 안 되는지 잠을 들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젠 제법 커서 포대기 없이 그냥 등에 업혀 있을 수 있는 상태였는데, 아이가 잠들 때까지 약 40분 동안, 엄마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 왜 젖을 그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던 것 같다. 그 소리가 자장가 같았는지, 첫날은 그렇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그 후, 3일 정도 젖 떼는 연습을 했고, 아이도 그럭저럭 적응을 했다. 4일째 되는 밤엔 아예 같이 누워서 젖 없이 책을 읽어주는 수면 의식을 한 후, 등을 토닥토닥해 줬더니 잠이 들었다. 젖을 먹지 않고 자는 연습을 하는 동안엔, 자기 직전에 많이 뒤척거리긴 했지만, 팔다리도 주물러주고, 책도 읽어주고, 이야기도 하면서, 토닥토닥해주면 15~30분 사이에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드디어 17개월간의 모유수유를 끊는 데 성공했다. 


생후 17개월, 모유수유 끊기와 쌍벽을 이뤘던 핫이슈는, 울 아들이 TV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부터 서서히 보기 시작한, 아이의 애청 TV 프로그램 이름은 "방귀대장 뿡뿡이"었다. 17개월 전까지는 가능하면 아이가 있을 땐 TV를 틀지 않았고, 틀더라도 뉴스 정도였는데, 아이가 TV 켜기, 리모컨 누르기 등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TV에도 눈이 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에게 좀 유익한 프로그램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 발견한 게 바로 이 프로그램이었다. 아이가 TV를 보기 시작했지만, 가능한 혼자 보게 하진 않았고, 같이 보고 있다가 그날 나온 것들 중 해줄 수 있는 것이 생기면 같이 해줬다. 예를 들면,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팝콘 먹는 게 나오는 날엔 아이와 함께 집 근처 마트에 팝콘용 옥수수를 사러 갔다. 그러면 마트에서 집까지 그 무거운 옥수수를 "방귀대장 뿡뿡이 팝콘"이라면서 혼자 들고 아장아장 걸어 집으로 왔다. 그리고 그날은 아이와 함께 방귀대장 뿡뿡이네처럼 팝콘을 만들어 먹는 재미있는 놀이를 했다.

나름 아이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을 찾긴 했지만, TV를 보게 만드는 게 뭔가 교육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스마트폰 세대인 지금과 비교한다면, 미디어 노출이 매우 적은 환경에서 자란 것이지만, 그래도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능하면 TV 시청과 놀이(교육)를 접목한 활동을 해보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방귀대장 뿡뿡이를 너무 좋아하길래, 뿡뿡이 인형을 하나 사줬더니, TV를 볼 때 항상 안고 같이 봤다. 애착인형이라고 하기엔, 낮동안만 가지고 놀아서, 그냥 친구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시기엔 친할머니께서 선물해 주신 다소 큰 세발자전거유모차를 좋아했고, 색깔구별하기 놀이가 가능했다. 숨바꼭질 놀이도 종종 했고, 아빠와는 유아용 골프채를 들고 골프놀이를 즐겨했다.     

중얼중얼 거리며 병원놀이와 소꿉놀이를 혼자 하기도 했고, 혼자 책을 꺼내 읽고 있는(? 보고 있는) 날도 있었다.     

말썽을 피운다기보다는 아직 뭘 잘 몰라서 저지르는 실수들이 좀 있었지만, 화내고 짜증을 내다가도 차근차근 설명을 하면 일단은 알아듣는 시기였다. 그래서, 지난달에 비해 화낼 일을 덜 만들었다.


첫 돌 전만큼은 아니었지만, 세 돌 전까지도 매달 조금씩 새로운 추억이 생겨났고, 기억이 쌓여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던 행복한 시기였다.


[에필로그]

학교에 갔다 돌아와 보니, 아이 머리가 밤톨이 되어 있었다. 

"어머, 머리 언제 잘랐어?"

"아까 낮잠 잘 때 잘랐는데, 일어나서 좀 울었어."

"왜? 머리 깎다가 깼어?"

"아니. 낮잠 자는 동안 머리 자른 건 성공했고, 깨서도 잘 놀았어. 근데, 놀다가 거울을 본 것 같아. 갑자기 머리를 만지면서 울잖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동생이 전해준 이발 사건의 전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울었던 것 같단다. 

"엄마께서, 이젠 헤어스타일을 물어보고 깎여야 하냐고, 하셨어."

사실, 그 당시 아이 머리카락이 억센 편이라 자라면서 옆으로 눕질 않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곧게 섰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헤어 스타일이라곤 짧은 스포츠머리 밖에 없어서 항상 그렇게 깎였는데, 생후 17개월의 미용은 아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정말 알고 그랬던 건지, 모르고 그랬던 건지는 아직도 미스터리지만, 그때 당시 가끔 울 아들의 행동을 보면, 확실히 다 큰 아이처럼 굴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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