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y Way Oct 25. 2024

마음은 알아주되, 행동은 통제하기

생후 16개월 육아 & 놀이(교육) 

울 아들의 16개월은 이앓이로부터 시작되었다. 

어금니 4개가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컨디션이 나빴고, 컨디션이 나쁘다 보니 계속 칭얼댔다. 밥도 잘 안 먹으려고 했고, 잠도 잘 못 잤던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 속, 그리고 내 기록 속 울 아들은 참 순한 아이였던 것 같다.

어금니 4개가 올라오는 그 힘든 상황에서도 밥 먹을 때와 잘 때를 제외하고는 정말 신나게 잘 놀았기 때문에 사실 이가 그렇게 올라오는 줄 몰랐었다. 감기기가 있어 소아과에 갔다가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셔서 알았다. 밥 먹을 때 칭얼댄 이유를, 잘 때 힘들어했던 이유를. 잇몸이 많이 부어올라 아무래도 진통제를 먹는 게 좋겠다고 하셨을 정도였는데, 낮동안에 그렇게나 신나게 잘 놀다니...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인 후부터는 잠을 푹 잤고, 잇몸 붓기도 많이 가라앉아 다시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 매일 이를 닦이면서도 몰랐다니... 무지한 엄마 때문에 아이가 많이 힘들었겠다 싶어 미안했다. 16개월이 끝날 무렵, 아이의 이는 모두 16개(젖니 = 20개)가 되었다.


'모유수유를 그만둬야지.' 매일매일 다짐했지만, 아파서 밥을 잘 못 먹거나 할 때면 낮에도 엄마 젖을 찾았다. 그러면 또 나는 그걸 무시하질 못했다.

'이러다 정말 못 떼는 거 아냐? 아무리 2돌까지 먹여도 된다고는 하지만.'

고민이 많은 시기였다.


아픈 시기를 지나고 나면 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이젠 간만 좀 약하게 하고, 맵지만 않으면 거의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다 먹었던 것 같다. 평소엔 식욕이 왕성한 편이었다.


아이의 생활패턴은 여전히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어찌나 아침 일찍 일어나는지, 아이가 태어난 이후 늦잠이란 걸 자보지 못했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7시면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생후 16개월, "내가 할 거야 병(?)"과 고집이 섞이기 시작했다. 

"안돼", "기다려" 같은 말을 알아들으면서도 눈치를 보며 고집을 피웠다. 결국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에게 크게 혼이 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우리 식구들은 이걸 일명 "가습기 사건"으로 불렀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매일 밤 아이 방에 틀어주던 가습기를 청소 중이었다. 그런데, 아무 이유도 없이 그 가습기를 당장 자기한테 달라면서 발을 동동거리며 떼를 썼다. 아닌 건 아니라고 가르치던 시기라, "안돼", "기다려", "청소부터 끝내면 줄게."라고 말하면서 계속 청소를 했는데, 아이는 아이대로 화가 나 씩씩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청소하는 내내 화장실 입구에서 울고 있었지만 내버려 뒀고, 청소를 끝낸 후 계속 화를 내는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가 혼을 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한테 크게 혼난 날이었다. 울고 불고 떼쓰는 아이와 마주 보고 "기다려"와 "안돼"는 어떤 의미인지, 왜 지금은 기다려야 했는지를 설명했다. 최대한 감정을 섞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그리고, 아이가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후에야, 아이를 안아 화난 마음을 가라앉혀 주었다.

육아책을 보면, 혼을 내고 난 후엔 그 행위가 잘못되어서 혼이 난 거지, 엄마가 너를 싫어해서 혼을 낸 것이 아니란 걸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혼도 내가 내고, 달래는 것도 내가 하긴 했는데, 이렇게 혼을 크게 낸 게 나도 처음이라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조금 헷갈렸었다. 그래도, 품에 꼭 안겨서는 울음도 잦아들고, 다시 예쁜 아이로 바뀌는 걸 보면, 마음이 안정되긴 하나 보다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 방법은 세 돌까지는 꼭 줘해야 할 행동인 것 같긴 하다. 

"마음은 알아주되, 행동은 통제하기.". 

가능하면 내 감정을 넣고 싶지 않은데, 나도 사람이다 보니, 좀 피곤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큰 소리가 나왔다. 아이가 정말 어릴 때는 그래도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 그렇다 싶어 꾹꾹 눌러 담았었는데 이젠 말을 잘 하진 못 하지만, 말귀는 다 알아듣는 녀석이 고집을 부리니, 나도 모르게 버럭 하게 되는 것 같았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 또한 아이한테 화를 내고 난 밤엔 엄청나게 후회를 했다. 울고 난 후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슨 꿈을 꾸고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굳이 이렇게 까지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아직 어린데 굳이 오늘처럼 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맘도 쓰리고 기분도 좋질 않았다. 그래도, 누군가는 악역을 자처해 아이에게 올바르고 일관성 있는 훈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선 그게 "나"였고.

그리고, 또 하나. 아이를 혼낼 때, 우리 식구들은 모두 투명인간(?)이 되어주었다.

일단, 나는 혼을 낼 때 아이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둘만 있는 공간에서 눈을 마주 보고 왜 혼이 나고 있는지, 왜 하면 안 되는 지를 설명했다. 아마 아주 무서운 얼굴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럴 때 우리 식구들은 모두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자리를 비켜줬다. 어떤 상황이든 엄마가 판단해서 혼이 나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되면, 모두 일사천리로 각자 방으로 사라져 줬다. 그 당시 그게 우리 집 룰이었고, 그러다 보니 맞든 틀리든 엄마 중심의 일관성 있는 육아가 가능했던 것 같다.


이 시기엔 말도 조금 늘기 시작했다. 또렷하게 말하면서 억양을 달리해 뉘앙스를 표현했던 "엄마, 아빠" 외, "어머나, 하부지" 같은 이상한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감정표현도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찾는 물건을 발견하면, 아주 큰 소리로 "어" 하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웃었다.

흉내내기도 점점 진화했다. 아빠 면도하는 모습, 엄마 화장하는 모습, 외할아버지 이쑤시개 쓰시는 모습, 외할머니 청소하시는 모습, 이모 머리빗은 모습 등 일상의 모든 행동들을 다 따라 했다.     


다양한 놀이도 가능했던 시기였다. 

블록 쌓기 놀이를 즐겼고, 찰흙놀이도 시작했다. 촉감이 좀 예민한 편인 것 같아 걱정했지만, 좀 컸는지 찰흙을 잘 가지고 놀았다.     


밤잠을 자기 전에 주로 읽어주던 책은 낮잠을 잘 때도 읽어달라고 해서 이 시기부터는 잠을 자기 전에는 무조건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아직은 모유수유에 대한 집착이 있어 졸리거나 하면 젖을 달라고 떼를 써보긴 했지만, 낮에도 가능하면 주지 않으려고 하니, 금세 포기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가슴을 만지작만지작 하다가 책 읽는 소릴 들으며 잠이 들었다. 책은 연령대에 맞는 동화책이 대부분이었지만, 생활습관에 관한 책들도 하나 둘 사기 시작해 읽어주기 시작했다. 이 닦는 거, 대소변 가리는 거 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책을 사서 함께 읽었고,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달라고 할 때는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씩 짚어가면서 읽어주기도 했다.


우리는 유아용 포스터도 굉장히 잘 활용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냥 붙여두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알려주곤 했는데, 책을 가까이하다 보니, 포스터에서 본 그림 혹은 글자를 기억했다 찾아내는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자가 크게 적혀 있는 낱말카드를 구입해 포스터와 병행해 사용해 보기 시작했다. 단,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만. 교육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활동이었다.     


아이의 16개월은 봄이었기 때문에 외출도 자주 했다.

하루는 주말에도 너무 바쁜 아빠를 만나러 학교에 갔었는데, 책에서 본 버스를 직접 타보기로 해서 출발 전부터 신이 났었다. 그런데, 학교까지 가는 버스를 탄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내리는 문을 가리키며 내리자고 했다. 멀미를 했던 건지, 아님 생각했던 거랑 달랐던 건지, 여하튼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내리자고 하는 바람에 도착할 때까지 겨우 달래서 다녀왔었다. 

날이 화창한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동네 놀이터에 나가서 놀다 오기도 했다. 집에서만 타던 자동차를 이젠 밖에 나갈 때도 타고 다녔고, 놀이터에 가서는 모래장난, 미끄럼틀 타기를 신나게 했다. 놀이터에 있는 미끄럼틀은 울 아들이 타기엔 좀 컸는데도, 동네 형아들이 타는 걸 빤히 쳐다보더니,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재미가 붙었는지, 계단을 걸어 올라가 혼자 타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운동신경은 나를 닮지 않은 것 같았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 외 외할머니를 따라 동네를 돌며 쑥, 돌나물 등을 캐러 다니기도 했었고, 집 가까운 곳에서 전통놀이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가 열린다길래 아이를 데리고 가보기도 했었다. 잘 걸어 다녀 그렇지 아직 16개월밖에 안되다 보니, 어딜 가나 형아, 누나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생각보다 개의치 않고 잘 노는 것 같았다. 다만, 이 시기엔 한 번 밖에 나가면 도대체 돌아올 수가 없었다. 집에까지 데리고 오려면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야 했다. 그중에 하나가 개미 관찰하기. 겨우 겨우 개미를 찾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땅만 쳐다보게 하다가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는데, 이것도 매번 통하는 방법은 아니었다. 


이전 05화 책 편식?! & 새로운 변화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