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예 아이들 틈에서

중등 편

by My Way

영재교육법 제15조와 영재교육진흥법시행령 제38조에 근거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17개 시도교육청과 연계하여 구축, 관리하고 있는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GE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영재교육기관은 영재학교/과학고, 영재학급, 교육청 영재교육원, 대학영재교육원으로 분류됩니다.

이 가운데 교육청 영재교육원은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교육청 직속 영재교육원, 교육청 산하 단위학교 영재교육원*으로 다시 나뉘며, 대학영재교육원은 '부설' 혹은 '위탁'으로 구분됩니다.

* 교육청 산하 단위학교 영재교육원은 과학고나 영재학교 내에서 운영되지만, 소속은 교육청인 영재교육원을 의미합니다.


각 영재교육기관의 선발과정은 대부분 전국적으로 동시에 시행되는 '창의적 문제해결력 검사'를 먼저 통과해야 합니다. 일부 지역은 여기에 2단계 면접을 추가하기도 하고, 이 절차를 아예 택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도교육청 영재교육원과 카이스트 시도교육청 위탁 사이버영재교육의 경우, 선교육 후선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영재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먼저 교육 기회를 제공한 뒤, 선교육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선발평가를 실시하여 최종적으로 영재교육원 정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구조입니다.


제 아이의 경우 중학교 1학년 때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재학급, 2학년 때는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에 다녔습니다. 그런데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또 한 번의 영재교육원 선발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교육청 직속 영재교육원에서 수학, 과학 분야 100명을 선발하는 시험이었습니다.

이 100명 중 50명은 지역균형추천전형이라고 해서,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중2 과정을 수료(예정)한 학생 중 해당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장의 추천을 받는 경우 별도의 시험 없이 최종 합격처리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진급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급 대상은 교육지원청별로 12~13명 정도가 선발되었는데, 이 또한 자체 내부 시험과 1년간의 활동 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쟁쟁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특히 우수한 학생만 추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남은 선발인원도 50명뿐이라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찌감치 지역균형추천전형은 포기하고 중2 과정 시험 때처럼 창의적 문제 해결력 검사를 준비했습니다.


제 아이는 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교육청 직속 영재교육원에도 들어가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재교육원 시험과 관련된 자료들을 이것저것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전까지 치렀던 시험들은 기대도 하지 않았고, 정보도 거의 없어서 그냥 아이가 스스로 준비하는 대로 두었습니다. 하지만, 중3 과정 시험은 뭔가 큰 도전처럼 느껴져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당시 시중에 나와 있던 교재들은 대부분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보다는 선행 학습이 되어야 풀 수 있는 수학, 과학 문제집이 대부분이어서, 정작 필요한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 어떻게 해야 하지?'

시험은 점점 다가오고, 마땅한 자료도 없어 고민만 깊어지던 그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당시, 아이가 속한 관할 교육지원청에서는 두 곳의 영재교육원(편의상 a, b)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두 교육원 간의 수준 차이가 크게 벌어진 탓에, 아이가 다닌 a 영재교육원에서는 단 2명(과학반 1명, 수학반 1명)만 지역균형추천전형에 선발되었고, 나머지 합격자는 모두 b 영재교육원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학반 1명이 바로 제 아이였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수학반 1명은 초등학교 시절 함께 실험대회에 나갔던, 그 애증(?)의 친구(2편 14화 참조)였습니다.


아이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지, 진급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꽤 놀란 눈치였습니다. 주변 친구들 역시 "의외다"라는 반응이 많았고 저 역시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누구보다 진심으로 영재교육에 임했고, 새로운 것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며 적응했다는 사실은 주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선생님께서는 이를 눈여겨 봐주셨다가 아이의 잠재력을 믿고 높게 평가해 주셨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영재교육원 시험 준비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이 기회를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중3 때의 영재교육은 아이에게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자극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각 교육지원청의 중2 과정을 거쳐 선발된 소수정예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전반적인 수준이 훨씬 높았고, 아이들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제 아이는 매주 토요일 오전 내내 영재교육 수업을 들으러 다녔고, 수업을 마치고 나올 때마다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수업은 어렵지만 그만큼 재미있고,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모두 뛰어나 감탄이 나온다며 매번 들뜬 모습이었습니다.


아이의 당시 상황은 여전히 중학교 과정 외 선행이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여서 분명 영재교육원 친구들 사이에서 버텨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텐데, 전혀 주눅 들지 않았습니다.

반면, 중2 때 함께 수업을 듣던 친구는 중3 과정에 시험을 통해 다시 합류했는데, 수준 높은 아이들 틈에서 부담을 느꼈는지 수업이 지루하고 힘들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더니 결국 중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제 아이는 달랐습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았고, "언젠가는 내가 더 잘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기까지 했습니다. 부족한 실력은 책과 학습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덕분에, 뛰어난 친구들 사이에서도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활력을 얻었고,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과학고와 영재학교 진학이라는 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 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이 꿈꾸던 대로 영재학교와 과학고에 진학했습니다.

제 아이가 과학고에 입학한 뒤 친구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사귈 수 있었던 것도 이미 영재교육원에서 함께했던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부는 대학영재교육원을 수료하기도 했고, 아예 영재교육원을 다니지 않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재교육을 받았느냐 말았느냐가 과학고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기보다는, 영재교육을 통해 형성된 학습 분위기아이들 간의 시너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게 3학년이 된 아이는 마지막 3학년 1학기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며,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마흔네 번째 고슴도치 시선] 중3 영재교육 과정이 끝나갈 무렵, 아이는 3년 동안 준비해 온 과학고 입시에 응시했습니다. 그런데, 입시 결과가 발표되기 전, 아이는 고1 과정 영재교육원 선발 시험을 또 준비했습니다. 원하는 과학고에 입학한다면 굳이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 떨어져 일반고에 진학하게 된다면, 고1 영재교육원 수업을 듣고 싶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제 생각에, 고등학교 생활은 중학교보다 훨씬 바쁘기 때문에 아무리 주말 수업이라 하더라도 영재교육원 수업까지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의 의지가 확고해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고1 과정 영재교육원 시험을 치르러 가지 않았습니다. 영재교육원 시험일과 과학고 합격 후 예비소집일이 같은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이는 목표했던 과학고에 합격했고, 자신의 꿈을 향해 또 한 걸음 힘차게 내디뎠습니다.




[다음 이야기] 과학고 희망 학부모 모임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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