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부산 여행>의 비밀은 "네 가지 소원".
며칠 전에, 잊고 있던 제 글에 누군가가 라이킷을 눌렀다는 알림이 떴습니다.
2년 전 봄, 아들과 함께했던 부산 여행을 떠올리며 1년 전쯤 썼던 글이었는데, 또다시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마치 잊지 말라는 듯 누군가의 선의로 다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들어가 읽어보니,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때마침, 그때는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 최근 세상에 공개된 시점이기도 해서 그 기억을 꺼내볼까 합니다.
그 당시 <서프라이즈 부산 여행>은 아이가 계획부터 비용까지 모든 준비를 도맡아 떠난 1박 2일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저희는 '부모 여행 십계명' 정도만 숙지하면 되는 여행이었죠.
부모님 여행 십계명(출처 : 네이버)
1. "아직 멀었냐?" 금지
2. "음식이 달다." 금지
3. "음식이 짜다." 금지
4.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5. "조식 이게 다냐?" 금지
6. "돈 아깝다." 금지
7. "이 돈이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다." 금지
8.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금지
9.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금지
10. "물이 제일 맛있다." 금지
아이가 가족 봄 여행을 준비한 이유는 "의미 있게 번 돈을 의미 있게 쓰고 싶어서"였고, 그 '의미' 안에 엄마와 아빠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다만, 그때는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며 호기롭게 참여한 대회에서 1등을 해 받은 상금으로 이 여행을 준비했는데, 그 대회가 무엇인지 밝힐 수가 없었죠.
그런데, 그 정체가 드디어 세상밖으로 나왔습니다.
스튜디오 마인드제로(MINDZERO)라는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두뇌 서바이벌,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네 가지 소원'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두뇌 서바이벌은 카이스트 퍼즐 동아리 학생들이 자비를 들여 제작한 콘텐츠로, 총 여덟 개의 퀘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촬영이 끝난 지 거의 2년 만인 2026년 1월 2일, 유튜브를 통해 첫 방송이 되었고, 오늘(2월 1일) 최종화가 공개되었습니다.
개인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상당해, 이런 류의 예능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법 입소문이 나기도 했습니다. 저희 역시 매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챙겨보았는데, 게임의 난이도나 촬영, 편집 모두 과거 tvN에서 방영했던 '더 지니어스'에 견줄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게임에 임하는 아들의 모습까지 볼 수 있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일석이조였죠.
다만, 방송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뒷이야기들이 있다 보니, 이렇게 끝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네 가지 소원>은 카이스트 학부생 9명이 뜻을 모아, 자비를 들여 제작한 두뇌 서바이벌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이 곧 국방의 의무를 다하러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그전에 어떻게든 세상 밖으로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습니다.
2. 참가자는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되었고, 선정된 뒤에는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 후 촬영에 참여했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곧바로 방영될 줄 알았는데, 후반 작업에 공을 들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3. 촬영은 2주에 걸쳐 주말, 그러니까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진행되었습니다. 총 8화 분량인데, 실제 촬영은 4일 동안 이루어진 셈입니다. 합숙이 아닌 일정이어서, 제 아들의 경우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가 1박 2일 동안 촬영에 참여하고 다시 내려오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마침 제 동생, 아이에게는 이모가 경기도에 살고 있어 새벽 촬영이 끝나면 아이를 데려가 잠시 눈을 붙이게 한 뒤, 다시 촬영장으로 데려다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4. 첫 촬영을 하루 앞둔 날에는 제 아이에게 작은 사고도 있었습니다. 카이스트 대전 본원에서 공공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면서 손바닥에 큰 상처가 생겼고, 머리까지 부딪혀 적잖이 마음을 졸였습니다. 방송에 나온 영상을 보면 제 눈에는 아이의 손바닥 상처가 유독 크게 보였는데,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는 눈에 띄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5. 촬영 일정이 상당히 타이트했고, 긴 시간 이어지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집중력 면에서 꽤 힘들었다고 합니다. 특히 6회전 경매 게임은 방송에서 3대 1의 정치 전략으로 유력한 우승 후보가 탈락하고, 연합원이 배신하는 등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 그려졌지만, 실제로는 새벽까지 이어진 촬영에 모두가 몹시 지쳐 있었다고 하더군요.
6. 크게 논란이 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장 어린 참가자였던 제 아들이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반말하는 걸 지적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저 역시 조금 거슬려 물어보았는데, 메이크업을 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급속도로 친해진 데다, 룰지를 숙지하고 곧바로 게임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반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더라고요. 어쩌면 그만큼 깊이 빠져들어 게임을 했다는 증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한 편당 러닝타임이 꽤 긴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예능을 좋아하신다면, 어느새 푹 빠져 보게 될 만큼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
오리지널 OST까지 직접 제작했을 정도로 카이스트 학생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프로그램이라, 그냥 묻히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이렇게 소개해 봅니다.
더불어, 숨겨 두었던 '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얼굴도 함께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8화가 끝나고 나면 EP.0로 넘어갑니다. 숨겨진 에피소드까지 보셔야 '네가지 소원' 프로그램이 완성됩니다. ^^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