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생의 하루

고등 편

by My Way

제가 밖에서 '과학고생 엄마'로 적응해 가는 동안, 아이 역시 본격적인 학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3월 한 달은 적응과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시간을 쪼개가며 보냈다고 했지만, 주말마다 집에 돌아올 때면 숙제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였습니다.


그 시기 아이의 일주일을 학교 안내 책자와 아이의 이야기를 토대로 재구성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학교마다 운영 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과학고 역시 공립고등학교이기 때문에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월요일 아침은 집에서 출발해 8시까지 학교에 도착하면서부터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이는 짐을 기숙사에 갖다 놓고 곧바로 교실로 이동합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 아침은 기상송에 맞춰 오전 6시 30분에 눈을 뜹니다. 기상 후 30분간 점호와 아침 운동이 이어지고, 7시 55분까지 세면과 아침식사, 청소 및 정돈을 마칩니다. 아침 운동은 필수라 모두가 참여해야 하지만, 그 이후 시간은 선택사항이라 일부 아이들은 아침 식사 대신 잠을 택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기숙사에서는 8시까지 교실로 이동해야 하고,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낮 동안에는 다시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가끔 아침 시간에 교실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 찾아보면, 대부분 기숙사에서 계속 잠을 자고 있는 경우였다고 합니다.


8시 20분부터 40분까지는 아침 독서와 담임 선생님의 조례가 진행됩니다. 1교시는 8시 40분에 시작하며, 일반 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수업은 50분, 쉬는 시간은 10분입니다.


점심시간은 50분이었는데, 제 아이가 다닌 학교의 경우 3학년부터 학년별로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 식당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탁구나 당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그 시간을 '물리 공부' 시간이라고 불렀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기다림이 지루하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7교시(15:20~16:10) 수업 후 종례와 청소(20분)를 하고, 8교시(16:30~17:20)와 9교시(17:30~18:20)는 방과 후 수업이 이어집니다. 이 시간에는 영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대학 혹은 연구소와 연계된 R&E 수업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뇌과학/뇌공학' 분야를 선택해 '한국뇌연구원'이라는 연구 기관을 직접 방문해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은 18시 20분부터 19시 20분까지 한 시간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전교생이 각자 배정된 독서실에서 자율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자율학습은 1차와 2차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각 차시마다 100분씩 운영되었고, 두 차시 사이에는 3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독서실에서의 자율학습이 끝나면 생활관으로 이동(23:30~23:40)하고, 이후 세면과 점호를 마치면 자정 무렵이 됩니다. 24시 20분에는 완전 소등이 이루어지는데,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전기기구 사용이 금지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더 공부를 이어가기 위해 무선 스탠드나 무선 공유기를 따로 준비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제 아이는 수면 부족의 해로움을 크게 경험(<사교육 정글 속 생존자의 기록 3 _ 중등 편> 25화 참조)했기에, 기숙사에서는 가능한 잠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2학년때는 그런 선택조차 쉽지 않은 날들이 생기긴 했습니다.


금요일에는 7교시 수업이 끝나면 하교합니다. 제 아이가 다닌 학교의 경우, 별도의 스쿨버스가 없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부모의 차량으로 등하교를 했습니다. 다만 거리가 먼 곳에 사는 아이들의 경우, 1~3학년 학부모들이 연합해 자체적으로 스쿨버스를 운영하며 월요일 등교와 금요일 하교를 도왔습니다. 1학년 학부모가 비용 정산과 운영 실무를 맡는 것이 자연스러운 관례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많은 아이들이 학원이나 과외로 부족한 학습을 보충했습니다. 제 아이는 집에서 자기주도학습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평일의 긴장이 풀려서인지, 한동안은 집에 오면 몸살처럼 앓아눕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떤 주말에는 숙제를 하느라 정작 스스로 계획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헤매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공부의 내용뿐 아니라 공부하는 방식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 버전'으로 스스로를 조정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하루의 밀도를 바꿔가는 동안, 저희도 주말 약속을 줄이고 가능한 한 일정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혼자 계획하고 실행해 보는 시간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저희 나름의 작은 배려였습니다.


제가 아이의 학교 생활 중 가장 걱정했던 것은 기숙사 생활이었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던 터라, 학교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직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으로 3개월마다 피검사를 받아야 했기에 과학고 생활이 아이의 건강에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늘 조마조마했습니다.


'과연, 기숙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깔끔쟁이 아들이 학교 화장실을 쓰고, 샤워하는 것이 불편하지는 않을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학교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

'학교에서 주는 밥은 잘 챙겨 먹을 수 있을까?'

'갑자기 열이 나고 아프면 어떡하지?'


멀리 보내는 것도 아니고, 주말에는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생각보다 힘들어 종종 울컥하기까지 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중간고사 시험을 치기 전까지 휴대폰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요즘은 '학생 인권'이라며 휴대폰 금지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그때는 가능했기에 아이와 연락이 전혀 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약 한 달 반 동안, 아이가 학교에만 가면 연락이 끊기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또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로부터 수신자부담 전화가 왔습니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너무 벅차고 행복했습니다. 아이 말에 따르면, 공중전화가 1대뿐인데, 1차 자율학습과 2차 자율학습 사이 30분 휴식시간 동안 전화하려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대기줄이 엄청 길다고 했습니다.


"엄마가 걱정할 것 같아 전화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서 별일 없으면 다시는 전화 못할 것 같아요."


제 걱정이 무색해지는 아이의 시크한 말에,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가 과학고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동안 저 역시 점차 아이가 없는 시간에 적응해 갔습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아이가 보고 싶긴 했지만, 마음의 여유를 조금씩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쉰네 번째 고슴도치 시선] 저는 아이가 과학고에 다니는 동안, 등하교 시 아이와 헤어질 때마다 포옹을 해주었습니다. 한 주 동안 혼자 헤쳐 나가야 할 아이에게 힘을 북돋아주고 싶은 마음이었고, 저희 집에서는 이런 스킨십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다른 분들에게는 조금 생경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어느 날 반 모임에서 월요일과 금요일 등하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의 방식이 보기 좋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도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해 오던 일이었기에 그런 반응이 의외였지만,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가 거부하지 않고 안겨주는 모습이 새삼 고마워졌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한 달에 한번 집에 내려오거나 학교로 돌아갈 때면 포옹을 잊지 않습니다. 이제는 저보다 키가 큰 아들에게 안기는 꼴이긴 하지만, 그 짧은 순간 전해지는 제 마음의 온기가 아이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외동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 아이는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아이인 것 같습니다.




[다음 이야기] 안 되면, 만들지 뭐.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 그리고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했던 중등 편도 있습니다.


이전 05화과학고생 엄마의 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