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첫 중간고사가 남긴 것 (1)

고등 편

by My Way

학기 초,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가 '중간고사'였습니다.

1주일 정도 다녔던 학원에서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이 이후 3년을 좌우한다'라고 했고, 학교에서조차도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 처음 참석한 날, 회의가 끝난 뒤 이어진 다과회에서 교감 선생님께서 꺼내신 중간고사 이야기는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막연하던 불안이 조금씩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이맘때, 듣도 보도 못한 성적에 진짜 충격이었죠."

"맞아요. 애가 충격을 너무 받아서 아무 말도 못 했는데, 저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중간고사 끝나고 난 뒤, 학교 분위기도 장난 아니었어요."

"어땠는데요?"

"침통, 우울, 적막... 거의 기말고사 때까지 학교 분위기 전체가 가라앉아 있어서 선생님들께서도 힘들어하셨대요."


사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과학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험입니다. 이 시험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게 되고, 이후의 학습 방향과 대입 입시 전략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학원에서도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공포 마케팅 단골 소재로 삼는 듯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아이들이 모를 리 없었습니다. 3월 한 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다소 어수선했던 학교 분위기는 중간고사가 가까워질수록 눈에 띄게 차분해졌고, 아이들도 점점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의 멘탈 관리를 위해서인지 "작년 기수들 첫 중간고사 수학 평균이 30점이었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하셨다고 합니다. 학부모들에게도 비슷한 당부가 이어졌습니다. 가정통신문과 학부모 교육을 통해, 중간고사 이후 아이들이 겪게 될 심리적 변화를 여러 차례 강조하셨습니다.


"어머님들. 아이들이 중간고사 성적을 받고 나면,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성적에 큰 충격을 받을 겁니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어렵게 들어온 과학고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학을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그러니 학부모님들께서는 성적에 대해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시기 바랍니다. 이후의 문제는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중간고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중간고사 이후의 상황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습니다.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다 보니, 저절로 아이의 중간고사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고, 막연한 걱정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 아이도 그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금씩 시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일찍부터 공부 계획을 세우더니, 시험이 2~3주 앞으로 다가오자 본격적으로 시험공부에 집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곁에서 지켜본 과학고에서의 중간고사 준비는 단순히 시험 범위를 공부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면서도 스스로 공부의 방향을 설정하고, 제한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훨씬 더 복합적인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외부의 도움 없이 자기주도학습으로 공부해 온 아이에게 이 시험은, 그 방식이 과학고에서도 통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첫 번째 시험대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처음으로 몇 가지 어려움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첫째, 기출문제의 부재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준비해 준 학교 맞춤형 기출문제를 풀며 시험을 준비했지만, 아이는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학습지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집에 의존해 공부해야 했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과거 기출문제가 비치되어 있었지만, 과학고 시험은 출제하시는 선생님의 스타일에 따라 범위와 난도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비 자료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시험을 출제하실 선생님의 수업 그 자체뿐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다뤄지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 방식과 강조 지점을 통해 출제 의도를 짐작해 보는 것. 그것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 시험 준비 시간의 부족

시험공부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시간인데, 현실은 시험기간에도 중간고사 범위 이후의 진도가 계속 나가서, 새로 배운 내용에 대한 복습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과목별 과제와 팀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시험과는 별개의 일이지만,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들은 줄어들지 않았고, 시험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아이에게는 하루 24시간이 더 이상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버텨야 하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아이도 기숙사 완전 소등 이후에 공부를 해야겠다고 말하며, 무선 스탠드와 간이 책상을 원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잠을 줄여서라도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아이에게 수면을 포기하는 선택 대신에 낮시간과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다시 세워보자고 권했습니다. 아이도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방법을 조정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셋째, 심리적 압박감

공부의 난도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크게 아이를 짓누르는 것은 압박감이었습니다. 해야 할 공부량은 방대한데, 그 모든 것을 제한된 시간 안에 해내야 한다는 부담을 아이는 스스로 이겨내야만 했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유 없이 심장이 빠르게 뛰는 날들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끝까지 해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몸을 의자에 묶어 둔 채 공부한 적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아이의 공부를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휴대폰이었습니다. 하지만 과학고 첫 중간고사를 앞둔 그 시기에는, 휴대폰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아이는, 처음 겪는 종류의 긴장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넷째, 공부방식에 대한 흔들림

시험 준비를 하면서, 아이는 자신이 고수해 온 공부방식에 대해 처음으로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수학에서 그 고민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학원에서 익힌 문제 풀이 방식과 접근법을 바탕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 나간 반면, 아이는 개념을 충분히 이해한 뒤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그 방식은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속도 면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시험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그 차이는 점점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끝까지 다 못 풀면 어떡하지." 아이는 그런 걱정을 여러 번 했다고 했습니다. 암기 과목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처럼 모든 내용을 그대로 외우는 방식은, 과학고의 방대한 학습량 앞에서는 더 이상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해 왔던 공부방식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이곳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공부방식을 다시 점검하고 조정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아이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아이가 과학고 첫 시험을 앞두고 견뎌내야 했던 부담감은, 제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이었던 듯합니다. 그렇게 온갖 부담을 견디는 시간을 지나, 드디어 과학고에서의 첫 중간고사를 치르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시험을 앞둔 마지막 주말, 아이는 금요일 저녁부터 주말 내내 책상 앞을 지켰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소화가 잘 되고 입맛을 돋울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아이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용히 지켜보는 것,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집안에는 자연스럽게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작은 소리 하나에도 아이의 집중이 흐트러질까 신경이 쓰였고, 발걸음마저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고3 수험생을 둔 집처럼 느껴지는 주말이었습니다.




[쉰여섯 번째 고슴도치 시선] 제 아이가 학교 수업만큼이나 의지했던 것은 EBS 교육방송이었습니다. 과학고 학생만을 위한 별도의 강의는 없었지만, 과학고 1학년 과정에 일반고 전 학년의 내용이 폭넓게 포함되어 있었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듯합니다. 아이는 틈이 날 때마다 고2, 고3 수학과 과학 강의를 찾아들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점은, 강의를 처음부터 순서대로 듣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가려내어, 부족한 부분만 골라 듣고 있었습니다.

과학고에 입학하기 전까지 아이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묵묵히 공부해 온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익숙한 공부법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고에서의 시간은, 아이에게 부족한 것을 스스로 찾아 채우는 방법을 익히게 해 준 듯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이는, 필요에 따라 자신의 공부 방법을 스스로 조정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가 자신의 방식에만 머무르는 아이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기꺼이 방법을 바꿀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유연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다음 이야기] 과학고 첫 중간고사가 남긴 것 (2)




이 이야기의 첫 단추 영유아편과 본격적인 교육 이야기를 담은 초등 편, 그리고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했던 중등 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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