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2개월 육아 & 놀이(교육)
세돌 전까지 내가 아이와 함께 했던 놀이 활동들은 "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세돌, 아니 어린이집을 들어가기 전까지는 학습적인 교육, 한글공부나 숫자공부를 반드시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아이와 함께 했던 활동들 중에는 의도하진 않았으나, 놀이와 결합된 교육"적" 활동들이 포함되어 있는 건 맞는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하루 루틴을 되짚어 보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아이와 시간을 보냈고, 낮동안엔 사실상 아이에 대한 생각은 접어두고 일에 몰두했다가, 퇴근을 하면서 아이와 오늘은 어떤 놀이를 할까 궁리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낮동안에 육아를 담당했던 동생과 친정엄마로부터 아이의 낮생활을 공유받아,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지, 끊임없이 살펴보고 고민하면서 아이가 잠들 때까지 집중해서 놀아주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살림을 도맡아 주신 친정부모님과 낮동안 육아를 담당해 준 동생 덕분이었다. 내가 일과 살림까지 하면서 아이를 케어했다면, 이 정도로 아이의 니즈를 맞추고 아이의 성향과 취향을 캐치해내진 못했을 것 같다.
이 시기, 울 아들의 간식은 오이, 배, 방울토마토, 자두 등 대부분 가공되지 않은 음식들이었다. 우리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전까지 사탕, 젤리, 초콜릿, 요구르트 등을 먹이지 않았고, 기껏해야 아기용 과자나 약국에서 주는 비타민 사탕 정도만 먹였다.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흉내내기, 모방놀이는 매달 조금씩 계속 진화했다.
아빠처럼 이어폰을 귀에 꽂고 휴대폰을 누르는 흉내를 냈고,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해 사진 찍기를 시도했다. 물론, 초점이 다 나간 사진들이었지만, 아이가 찍은 사진들이 아직 남아있다.
어른들의 양말이나 신발을 신어보던 것에서 발전해 어른들의 옷을 스스로 입어보고 싶어 하기도 했다. 가만히 놔뒀더니 한참을 집중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어른 옷 입어보기를 성공했고, 그러면 또 작은 성취감에 어른들의 그 큰 옷을 입은 채 온 방안을 돌아다니며 기뻐했다.
20개월부터 시작된 아빠와의 긴 출근 의식은 22개월이 되어서도 계속 유지 중이었고, 아빠 출근 후 엄마와의 아침 산책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던 시기였다.
한동안 뜸하던 이(16개월 = 20개)가 또 나려고 하는지 밥 먹는 게 조금 부실해졌고, 야경증도 계속되었다. 그래도 소아과에서 상담을 받고 난 후라, 큰 걱정 없이 아이가 자다 깨서 자지러지게 울면 꼭 안아서 엄마 목소리를 계속 들려주며 안정을 시켰다. 그러면 또 금방 잠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
방귀대장 뿡뿡이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하길래, EBS에서 판매하는 뿡뿡이 비디오테이프를 하나 사줬다. 그랬더니 정말 본전을 뽑는다는 기분으로 그 비디오테이프를 봤던 것 같다. 심지어 다른 놀이를 하고 있을 때도 틀어달라고 해, 반복 반복 또 반복하며 그 프로그램을 보고 들었다.
"뿡뿡이 테이프를 괜히 사줬나?"
아이가 보고 싶어 할 때 볼 수 있게 해 주려고 구입한 건데, 이렇게 하루종일 주야장천으로 틀어놓을 줄은 몰랐었다. 그래서 아이의 일상에 TV가 너무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후회했는데, 낮동안 육아를 담당했던 동생 말에 따르면 틀어놓고 반복해서 듣고 보고 하는 덕분에 뿡뿡이의 말과 행동, 춤을 따라 해서 바른 습관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예를 들면, 모든 것이 "뿡뿡이"로 통해서 "뿡뿡이는 이렇게 하던데." 하면, 하기 싫어하던 것도 했단다. 확실히, 21개월부터 시작된 뿡뿡이의 영향력은 이제 아이의 일상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았다.
발음이 잘 안 되긴 했지만 1~ 19까지의 숫자를 읽을 수 있게 되었고, 틈틈이 포스터 앞에서 숫자 읽는 연습을 했다. 그래서, 칠판에 붙일 수 있는 자석 숫자를 사줬더니 순서대로 나열하는 놀이, 같은 색깔끼리 구분하는 놀이, 칠판에 붙이는 놀이 등을 하며 숫자와 더 친해지는 것 같았다. 혼자서 놀 때는 인형친구들을 데려다가 숫자 퍼즐들과 섞어 노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원할 때마다 책을 읽어주는 활동도 계속하고 있었지만, 혼자서 책 읽는 흉내를 내는 경우도 보였다.
글을 읽고 있다기보다는 책의 내용을 거의 다 외워서 이야길 해주는 형태였지만, 책을 넘기는 순서와 이야기 순서가 어찌나 잘 맞는지, 책을 읽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더구나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제법 말도 늘어 종알종알 이야길 하니까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다.
18개월부터 관심을 보였던 도형 맞추기 실력도 늘고, 지난달부터 시작된 스티커 놀이도 제법 잘하길래, 직소퍼즐을 사줘 봤다. 처음엔 간단한 5피스부터 시작했는데, 22개월 끝무렵엔 90피스 조각까지도 집중해서 맞추는 게 가능해졌다. 물론 90피스의 경우에는 엄마 혹은 이모와 함께 맞춘 거지만, 다 맞출 때까지 모양을 찾고 끼우는 것에 집중해 흥미를 보였다.
아빠와 함께 책을 읽었고, 보드판에 그림을 그렸고, 음악놀이도 여전히 즐겨했다. 어찌나 잘 노는지 하루가 부족할 듯 보였다.
놀이를 주도해 어른들이 본인의 의도대로 따라 해 주길 바라기도 했고, 재미있는 놀이는 한 번만 하자고 해놓고서는 애교를 떨면서 "한번 더. 한번 더" 하면서 연장하기도 했다.
혼자 블록을 높이 쌓아 올리고는 자랑스럽게 보여주기도 했다.
생후 22개월, 생각보다 빠르게 숫자를 익혔고, 말이 늘었으며, 놀이에 주도권을 쥐려고 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였다. 그래서 나 또한 아이의 성향과 니즈를 파악해 아이에게 도움이 될만한 "교육적" 활동들을 접목해 보려고 노력했던 시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