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1개월 육아 & 놀이(교육)
생후 21개월, 의사소통이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높임말에 대해 가르치기 시작해, 우리가 경어를 쓰면 "네"라고 대답했다.
누군가 하기 싫은 일을 시키면 "야아~~" 하면서 손사래를 털었고, 엄마, 아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대화를 기억했다가 분위기에 따라 어떻게 했는지 흉내를 내며 보여주기도 했다.
한 번은, 친정 부모님께서 어떤 일로 의견 차이가 생겨 대화를 나눴는데, 경상도 말씨 특유의 언성으로 인해 좀 큰 소리가 났던 적이 있었다. 아이 앞에서 그런 적이 거의 없으셨는데, 그날은 그걸 아이가 들었는지 내가 퇴근했더니 그걸 흉내 냈다.
"엄마, 할머니 야아아아아~~~. 할부지 이이이잉."
아이의 말을 해석하자면, 외할머니께서 외할아버지께 "야아아아~~" 하면서 큰소리를 쳤는데, 외할아버지께서 아무 소리 못하고 "이이이잉" 했다는 뭐 그런 스토리였다. 어찌나 상활 설정에 맞게 흉내를 잘 내는지 당사자인 친정부모님조차도 민망해하시면서 빵 터진 적이 있었다. 벌써 상황을 파악하고 말을 이해하고 그걸 또 시간이 흐른 후 전달 할 수 있다는 것에 꽤 놀랍고 신기했었다.
21개월에 들어서면서 두 발모아 뛰기가 가능해졌고, 엄지 세우기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TV(역시나 방귀대장 뿡뿡이)를 보고 춤(? 율동)을 거의 완벽하게 따라 했다.
한동안 두 발 모아 뛰기를 정말 열심히 연습했는데, 마음먹은 것과 달리 한쪽 발이 잘 안 떨어지는지 계속 넘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말 쉴 새 없이 연습을 하더니, 결국 21개월을 넘기지 않고 두 발 모아 뛰기가 가능해졌다.
엄지 세우기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방귀대장 뿡뿡이"에서 뭔가를 잘했거나 칭찬할 때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면서 "멋지다", "최고다"라고 해줬는지, 그걸 해보고 싶어 했다. 그런데, 엄지손가락을 드는 게 잘 안 되는지 계속 검지를 들면서 "최고다" 하고선 뭔가 마음에 안 드는지 왼손으로 오른손 엄지를 잡고 세우려는 연습을 했다. 이 또한 며칠간의 연습 끝에 성공했고, 그 뒤부터는 계속 엄지를 세우고 "멋지다, 최고다"를 하며 돌아다녔다. 이후, 21개월 울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칭찬은 엄지를 세우고 "멋지다, 최고다"라고 해주는 것이 되었다.
춤(? 율동)이야, 이전부터 잘 췄지만, 이젠 동작을 보고 완벽하게 따라 하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우리에게 "방귀대장 뿡뿡이"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거기서 나오는 노래, 대화, 춤을 거의 완벽하게 재연했다. 춤에 있어서는 확실히, 엄마, 아빠를 안 닮아,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달에 이어서 여전히 아빠와의 긴긴 출근의식은 계속되었다. 아침마다 아빠 출근길에 동행해 아빠 차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돈 후, 아빠를 출근시켰고, 그럴 때마다 아이 혼자 보낼 수 없으니 나도 덩달아 함께 나갔다. 한동안 정말 아침 시간이 바쁘고 길었다. 그래도, 바쁜 아빠 입장에서는 조금 일찍 준비해서, 아이와의 출근 의식을 치르는 것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평일에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 아이가 원하는 바를 들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나 또한 점점 바빠져서 주말에도 논문을 쓰러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구실에 양해를 구하고 평일 아침 출근 시간을 조금 늦췄다. 어차피 아빠와의 출근 의식으로 함께 나서는 김에, 아빠를 보내고 나면 아이와 출근 전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다. 동네 놀이터를 가기도 했고, 가까운 시장이나 마트를 갔다 오기도 했다. 나 또한 아이와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에 대한 미안함을 보상하는 마음으로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21개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특별한 증상 하나.
밤에 자다가 꿈을 꾸는지, 아님 몸이 좀 불편한지 느닷없이 일어나 우는 일이 종종 생겼다. 처음엔 악몽을 꿨나 싶었는데, 매일은 아니지만 꽤 자주 밤마다 일어나 울었다.
'성장통인가?' 싶어서 자기 전에 팔다리를 주물러 주고 재워봤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야경증"인 것 같았다. 소아과에 가서 상담을 했더니 크면 사라지니 걱정하지 말고, 아이가 야경증 증세를 보이면 진정이 될 때까지 꼭 안아주라고 하셨다. 야경증도 경중이 있는 것 같은데, 울 아들의 경우는 발작성 울음 정도였고, 몸을 일으킨다거나 움직이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간헐적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몇 개월 더 야경증 증상이 있었고, 다행히 별다른 치료 없이 사라졌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참 부지런한 아이였다.
정말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던 것 같다. 아파도 열만 나지 않으면 축 쳐지는 일 없이 잘 놀았다. 그래서 울아들이 만약 기운이 없고 힘들어하면 그건 엄청나게 아프거나 큰일이 난 것이었다.
책은 정말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낮이고 밤이고. 그렇다고 책이 엄청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었고, 앞서 적었던 것처럼 책을 가지고 하는 놀이활동도 꾸준히 했다. 이제는 스스로 책을 펼쳐 자신만의 성을 만들어 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컴퓨터 학습동화와 노래교실은 여전히 하루 30분~1시간 정도 보는 편이었고, 아이가 컴퓨터 앞에 앉아 보더라도 혼자 두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아이가 집중해서 보고 듣고 있는 동안 방해하진 않았지만, 곁에서 함께 보면서, 스토리를 기억했다가 아이와의 대화에서 학습동화나 노래를 인용하기도 했다. 아빠도 동참해 주말에는 아빠와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도 했다.
외할아버지께서 새 자동차를 하나 사주셨다. 빨간색 자동차였는데, 21개월엔 그 자동차 타는 걸 제일 좋아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자동차를 타고 온 집을 돌아다녔다.
혼자 해보겠다는 게 많이 늘어서 놀이에서도 훨씬 수월한 점이 많았다. 다만, 때론 위험하고 걱정되는 경우도 생겼다. 예를 들면, 색종이 자르기 같은 놀이를 할 때 가위질을 너무 잘했지만, 행여 실수로라도 다칠까 봐 조금 무딘 가위나 안전 가위를 사용하게끔 했다.
지난달까지 "5"만 알더니, 1~10까지의 숫자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것에 흥미를 보였다.
숫자가 적혀 있는 포스터를 벽에 붙여 놓은 것이 역시나 효과가 있었다. 발음이 잘 안 되어서 3은 암, 6, 9는 입을 쭉 내밀고 대충 비슷하게 발음했지만, "일, 이, 삼, 사, 오"는 확실히 기억하는 것 같았고, 나머지는 어렴풋이 기억한 채 일단은 10까진 아는 것 같았다.
함께 밖을 나가면 보도블록에서 신호등을 구별해 건너야 할 때와 아닐 때를 알아맞혔다. 생활습관 책과 뿡뿡이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스티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때 당시에 다양한 스티커 책이 많아서 아이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영 관심을 보이지 않더니, 21개월 차에 갑자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말하는 스티커는 일반 캐릭터 스티커가 아니라 사물이나 숫자, 한글 놀이책에 동봉된 스티커로, 원래는 스티커를 떼서 책의 일부에 붙이도록 되어 있었지만, 책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가 스티커를 떼서 어디에 붙이든 상관없이 스티커 책을 가지고 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좀 익숙해졌다 싶을 때 역시나 책에 구애받지 않고, 집안 곳곳에서 같은 숫자 찾아 붙이기, 같은 글자 찾아 붙이기, 같은 사물 찾아 붙이기 놀이로 유도했는데, 꽤 재미있어했다. 숫자 스티커의 경우에는 벽에 붙은 숫자 포스터와 찰떡궁합이어서 매우 유용했다.
스티커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계속되어서 모든 놀이활동에 스티커가 사용되었다.